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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화. 회상

مؤلف: nomady
last update تاريخ النشر: 2026-06-17 08:00:55

“보, 보지 마! 내 얼굴 지금 엉망진창이고 웃긴 거 나도 잘 아니까, 볼일 끝났으면 빨리 네 방으로 나가!”

라리엘의 하얀 얼굴이 순식간에 잘 익은 홍당무처럼 새빨갛게 물들며 큰 소리로 핀잔을 주었다.

그녀의 가슴이 거세게 고동쳤다. 하지만 아르덴은 바위처럼 꿈쩍도 하지 않은 채, 퉁퉁 부어오른 그녀의 눈가를 아주 깊고 가만히 들여다볼 뿐이었다.

그의 눈동자에는 놀림이 아니라, 기묘하고도 깊은 다정함이 서려 있었다.

“……별로 웃기지는 않은데.”

“거짓말하지 마. 아까 마차에서는 그렇게 비웃어놓고.”

라리엘이 억울함에 입술을 비죽이며 투덜거리자, 아르덴은 여전히 두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소중한 보물을 쥐듯 감싼 채, 사뭇 진지하고도 가라앉은 표정으로 그녀를 지그시 내려다보았다.

그의 뜨거운 숨결이 뺨에 닿았다.

“웃기기보다는…… 물에서 막 건져 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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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로렌스의 장미는 시들지 않는다   71화. 제이드의 치부

    마침내 약속한 깊은 숲길 속, 버려진 폐허 근처에 마차가 이르렀다.한때는 신성한 예배당이었을지도, 혹은 국경을 감시하던 군사들의 초소였을지도 모를 정체 모를 석조 건물은 오랜 세월 방치되어 이제는 지붕이 사정없이 무너져 내린 채 겨울의 시린 하늘을 흉물스럽게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이끼가 잔뜩 낀 커다란 돌덩이에 등을 기댄 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트리샤는, 저 멀리서 먼지를 일으키며 다가오는 랄프의 마차를 발견하자마자 신호를 보내기 위해 건물 안쪽으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잠시 후, 붕괴된 건물 잔해 사이로 아르덴이 등장했다.이런 먼지 날리는 폐허와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정갈하고 단정한 남작가의 예복 차림을 한 고결한 자태였다.랄프는 귀족의 서슬에 기죽지 않으려는 듯, 일부러 짐짓 어깨를 으쓱하며 거만한 태도를 취했다. 그는 마차 뒷좌석에 실린 작은 목재 궤짝의 쇠사슬을 풀고 뚜껑을 탁 소리가 나게 열어 보였다.“자, 로드릭 남작님. 약속했던 약속의 물건입니다. 우리 녹스가 자랑하는 최상급 물건들이니 눈이 번쩍 뜨이실 겁니다.”대기하고 있던 트리샤가 아르덴의 눈짓을 받고 궤짝 앞으로 다가갔다.독특한 향을 은은하게 내뿜는 환각제의 고운 가루를 손끝으로 살짝 묻혀 문질러 보았다. 품질을 확인하는 완벽한 연기를 펼친 그녀는 아르덴을 향해 고개를 아주 천천히 한 번 끄덕였다.물건에 장난질은 없다는 뜻이었다. 아르덴은 랄프의 신경을 긁는 낮은 목소리로 입을 뗐다.“음, 가져온 물건의 상태는 그리 나쁘지 않은 모양이군……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역시 아쉽기는 하군. 비록 어제 탈레스 씨에게 직접 제이드 크로이츠가 현재 임무를 수행 중이라는 설명은 들었지만, 내심 그가 이번 거래의 전담자로 오길 바랐거든.”&lsqu

  • 플로렌스의 장미는 시들지 않는다   70화. 말단의 야심

    자신의 말에 그 어떤 일말의 의심이나 경계의 기색도 전혀 담기지 않은 맑은 반응을 보이자, 클로디아는 그제야 팽팽했던 긴장을 풀 듯 가슴을 쓸어내리며 가볍게 생긋 웃어 보였다.“어머나, 이야기보따리를 풀다 보니 벌써 해가 뉘엿뉘엿 지고 시간이 이렇게나 되었네요! 부인의 귀한 휴식 시간에 제가 너무 눈치 없이 오래 머물러 폐를 끼친 것은 아닌지 모르겠어요.”그렇게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고 해가 완전히 기울 무렵, 라리엘의 배웅을 받으며 클로디아를 태운 백작가의 고급 마차가 미끄러지듯 공작저 저택의 정문을 나섰다.마차는 수도의 화려하고 번화한 중심가를 빠르게 지나, 이내 인적이 뜸하고 사방이 컴컴한 한적하고 어두운 변두리 골목 어귀에 다다랐다.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마차가 서서히 속도를 줄이며 외진 곳에 잠시 멈춰 서자, 가로등 불빛조차 닿지 않는 짙은 어둠 속에 숨어있던 사내 하나가 소리도 없이 문을 열고 민첩하게 마차 안으로 휙 올라탔다.마차 안의 공기는 순식간에 싸늘해졌다.아까 전까지 공작저 응접실에서 해맑게 웃던 클로디아의 앳된 얼굴에서 무해한 온기가 거짓말처럼 말끔하게 사라졌다.그녀는 혐오와 공포가 뒤섞인 눈빛으로 제 맞은편에 주저앉은 험악한 사내를 향해 딱딱하게 굳은 차가운 목소리로 쏘아붙였다.“……지시하신 대로 접근했지만, 그 여자에게선 별다른 의심스러운 낌새는 전혀 보이지 않던데요. 공작과의 정략결혼 생활은 본인 입으로도 별로 행복하지 않고 기대 이하라고 털어놓았고, 그저 틈만 나면 징징거리며 고향 플로렌스의 따뜻한 남부 땅을 많이 그리워하는 유약한 여자 같았어요.”어둠 속에 동공을 빛내던 사내가 낮고 거친 쇳소리가 섞인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단순한 감상 따위를 들으려고 널 그 철옹성 같은 곳에 밀어 넣은 줄 아나? 또 무

  • 플로렌스의 장미는 시들지 않는다   69화. 덫

    클로디아는 방금 전의 진지함은 어디로 갔냐는 듯, 이내 소녀다운 조금 들뜬 활기찬 목소리로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오늘 이렇게 저를 귀한 저택에 초대해 주시고 환대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제가 알브릭 저택의 정원을 구경하고, 공작 부인과 차까지 마시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라리엘은 조잘거리는 클로디아의 모습이 귀여워, 그녀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 가볍게 팔짱을 끼며 친근하고 다정하게 속삭였다.“그렇게 거창하게 말하지 말아요, 클로디아 양. 앞으로도 마음이 답답하거나 혼자 나누고 싶은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있다면, 언제든 편하게 이 저택의 문을 두드려도 된답니다.”그 다정한 한마디가 떨어지는 순간, 클로디아의 아래로 내리깐 눈빛이 순간적으로 날카롭게 빛났다.무언가 기회를 잡았다는 듯한 찰나의 시선이었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고개를 들며 다시 반달처럼 휘어진 눈웃음으로 라리엘을 살갑게 바라보았다.“정말…… 너무나도 과분하고 감사한 말씀이에요, 부인.”두 사람은 이내 따뜻한 온기가 가득한 응접실의 커다란 벽난로 앞에 폭신한 소파에 마주 보고 자리 잡았다.붉게 달아오른 참나무 장작이 타닥타닥 타들어 가며 내는 낮고 안정적인 소리가 방 안의 정적을 기분 좋게 채웠다.고급스러운 대리석 테이블 위로, 시녀들이 정성스레 우려내어 향긋하고 붉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최고급 홍차와 오늘 아침 갓 구워낸 달콤한 냄새의 구움과자들이 정갈하게 차려졌다.클로디아는 따뜻한 온기가 절실했던 모양인지 찻잔을 두 손으로 소중하게 감싸 쥐고 한 모금 축이더니, 이내 조심스럽게 그러나 호기심 어린 어조로 입을 열었다.“공작님은 어떠신가요? 부인께서 결혼하신지 아직 일 년도 안되었다고 들었어요. 신혼이라니…!

  • 플로렌스의 장미는 시들지 않는다   68화. 쓸데없는 걱정

    론체스터 영지 외곽, 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별장은 불과 이틀 만에 완벽한 '로드릭 남작의 저택'으로 감쪽같이 탈바꿈해 있었다.웅장한 철제 대문에는 오랜 세월의 풍파를 맞은 것처럼 정교하게 급히 새겨 넣은 남작가의 문장이 걸렸고, 별장 내부는 방금 마친 공사 흔적 대신 오랫동안 사람이 살았던 것처럼 적당히 손질된 때와 아늑한 온기가 감돌았다.알브릭 가문의 가신들이 그림자처럼 움직여 만들어낸 완벽한 위장이었다.트리샤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 기가 찬 얼굴로 혀를 내두르며, 화려하지는 않지만 대대로 가문을 이어온 귀족의 취향이 묻어나는 고풍스러운 거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공작저에서 비밀리에 내려온 하인과 하녀 몇 명이 숨소리조차 죽인 채 분주하게 오가며 별장의 단장을 마무리하는 중이었다.“공작님의 수하들은 정말이지 무서울 정도네요. 이 정도면 누가 봐도 대대로 이 땅을 지켜온 남작의 집이라고 믿겠어요.”트리샤는 말을 멈추고 창밖을 응시하는 아르덴의 뒷모습을 보았다.여관에서의 대담한 도발부터 이 치밀한 별장 준비까지. 그녀의 머릿속에는 지워지지 않는 의문이 하나 있었다. 그는 왜 이렇게까지 제이드를 찾는 걸까.아무리 생각해도 그가 제이드와 엮일 만한 고리는 그가 플로렌스 가문의 집사였다는 사실뿐이었다. 궁금함을 참지 못한 트리샤가 입을 떼려는 찰나, 아르덴이 고개를 돌렸다.“계획에도 없던 환각제 밀수를 하게 생겼군. 지불할 금화 8만 개야 가문의 자금으로 채우면 그만이다만, 거래가 성사된 후 손에 들어올 그 엄청난 양의 환각제는 도대체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지?”중요한 질문의 타이밍을 놓친 트리샤는 아쉽다는 듯 입술을 삐죽거리더니, 이내 본업으로 돌아와 자신만만한 태도로 손가락을 들어“수도에 가져가서 다른 귀족들에게 웃돈을 얹고 홀랑 팔아버리면 되죠.

  • 플로렌스의 장미는 시들지 않는다   67화. 탐욕의 움직임

    아주 찰나의 정적이 흘렀다. 아르덴은 전혀 당황한 기색 없이 옆에 있는 트리샤를 힐끗 보며 무심하게 물었다.“글쎄, 그 이름이 뭐였지? 취기가 오른 채로 건네받은 이름이라 가물가물하군.”트리샤는 뻔뻔함에 기가 찬다는 듯, 오직 아르덴만 볼 수 있는 각도로 입술을 깨물며 살기 어린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이내 탈레스를 향해 고개를 돌릴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 여유로운 목소리로 매끄럽게 대답을 지어냈다.“마르세즈라는 이름의 사내였어요. 성까지는 모르겠네요.”탈레스는 그 이름을 머릿속으로 되새기며 턱을 괴고 고개를 끄덕였다.“마르세즈라, 알겠소.”아르덴과 탈레스는 형식적인 악수를 나누었고, 협상은 그렇게 끝났다. 여관방을 나서는 아르덴의 등 뒤로 트리샤의 따가운 시선이 박혔다.인적이 완전히 끊긴 한적하고 어두운 산길 초입 길목에 접어들었을 때였다.앞서 걷던 트리샤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홱 돌아서며 아르덴을 쏘아보았다.“미쳤어요? 거기서 아버지 이름을 그렇게 대놓고 꺼내면 어쩌자는 거예요!”트리샤는 목소리를 낮추려 애쓰면서도 끓어오르는 화를 주체하지 못했다.자칫 교묘한 말장난 하나에 놈들이 의심을 품었다면 자신들의 정체뿐만 아니라, 녹스 내부 어딘가에 유폐되어 있을 제이드의 목숨줄까지 단번에 위험해질 수 있는 그야말로 대범한 도발이었다.그러나 아르덴은 조금의 동요도 없이 차분한 목소리로 대꾸했다.“탈레스의 대답을 들었잖아. 그는 제이드가 ‘죽었다’거나 ‘도망쳤다’고 하지 않았어. 조직의 다른 임무를 수행 중이라고 했지.”아르덴은 잠시 말을 멈추고 론체스터 시내 쪽의 불빛들을 차가운 눈으로 응시했다.

  • 플로렌스의 장미는 시들지 않는다   66화. 가면 아래의 거래

    아르덴과 트리샤의 기척이 방 안을 채우자, 먼저 자리에 앉아 거드름을 피우던 이들이 의자를 뒤로 밀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처음 뵙겠습니다. 로드릭 남작이라고 합니다. 주로 수도와 이곳 론체스터 영지를 오가며 작고 소소한 사치품 사업을 하고 있지요.”아르덴은 미리 준비해 둔 가명인 ‘로드릭 남작’이라 자신을 나직하게 소개하며, 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묵직함이 실린 단호한 목소리로 방 안의 공기를 단숨에 장악했다.그의 귀족적인 서슬에 낯선 사내는 사냥감을 탐색하듯 한쪽 눈을 가늘게 뜨고 아르덴을 위아래로 집요하게 훑어보더니, 이내 만족스러운 듯 피식 웃으며 자리를 권했다.“반갑소, 남작. 나는 탈레스라고 하오. 이쪽 구역의 책임자라고 보면 될거요.”모두가 삐걱거리는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자, 탈레스가 먼저 기다렸다는 듯 화두를 던졌다.“자, 본론부터 시작해볼까. 당신 대리인을 통해 대충 이야기는 전해 들었소만, 요구하는 환각제의 밀수량이 꽤 어마어마하다고? 정확히 어느 정도의 물량을 원하시는 거요?”여유로운 몸짓으로 의자 등받이에 깊숙이 몸을 기대며, 탈레스의 눈을 한 치의 피함도 없이 똑바로 직시했다.“수도에 계신 높은 귀족분의 환심을 사야 하는 처지라 말이죠. 그분들의 흥은 왠만한 양으로는 채워지지 않으니 양은 많을수록 좋습니다. 가격은 얼마든지 쳐줄 테니, 당신들이 조달할 수 있는 최대치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군요.”탈레스는 탐욕을 숨기지 못하고 입꼬리를 비죽 비틀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지금 당장 우리 창고에서 즉시 유통할 수 있는 건 10인분의 이틀치 분량이 전부요. 하지만 열흘 정도만 더 기다려준다면 10인분의 열흘치까지는 어떻게든 준비해볼 수 있지.”제국 음

  • 플로렌스의 장미는 시들지 않는다   11화. 얼음 가면(2)

    라리엘은 짧은 헛웃음을 내뱉으며 그를 돌아보았다. “소임이라니? 오늘 내 소임은 너의 살아있는 장식품이 되는 것 아니었어? 충분히 완수했다고 생각하는데.” 날 선 대답에 아르덴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일렁였다. 그는 괜히 먼 정원을 바라보며 짐짓 무심한 투로 덧붙였다. “…안색이 좋지 않군. 연회장의 향기가 너무 독했나?” 그것은 아르덴 나름의 절박한 안부였다. 괜찮으냐고, 아까 그들의 말에 너무 마음 쓰지 말라고 말하고 싶은 진심이 서툰 질문 속에 숨어 있었다. 그러나 이미 가시 돋친 말들에 온마음이 할퀴어진 라리

  • 플로렌스의 장미는 시들지 않는다   10화. 얼음 가면(1)

    교묘한 비아냥이었다. 아르덴의 ‘자비’와 라리엘의 ‘처지’를 동시에 건드리는 말에 라리엘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그때, 아르덴이 그녀의 허리를 자기 품으로 더 깊숙이 끌어당기며 여유롭게 대답했다. “자비라니요, 백작. 나는 그저 내게 어울리는 가장 고귀한 꽃을 내 화원에 옮겨두었을 뿐입니다. 라리엘은 이제 플로렌스가 아니라 알브릭의 이름으로 빛날 테니까요.” 아르덴은 말을 마친 뒤, 보란 듯이 그녀의 목덜미 근처에 흩어진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쓸어 넘겼다. 손끝이 민감한 피부를 스치자 라리엘은 소름이 돋

  • 플로렌스의 장미는 시들지 않는다   9화. 축하 연회

    라리엘은 서신을 쥔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지만,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참아냈다. 아버지는 죽기 직전까지도 아르덴을 ‘아들과 다름없는 친구’로 믿고 있었다. 자신의 가문이 가진 위험한 비밀까지 공유할 정도로 그를 신뢰했다. 그런데 아르덴은? 그는 이 서신을 받은 직후에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가문을 파멸시킨 것인가? 아니면, 아버지와 함께 아르덴이 집어삼켜진 것일까? 라리엘은 서신을 소중하게 접어 품 안 깊숙이 숨겼다. 지금은 이것을 들고 아르덴을 추궁할 때가 아니었다. 그녀는 창고를

  • 플로렌스의 장미는 시들지 않는다   8화. 금기된 역사

    그것으로 족했다. 어차피 자신이 죽인것과 다름 없었다. 자신이 더 깊이 파헤치지만 않았더라도, 백작에게 그런 것을 요청하지만 않았더라도 백작은 죽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그녀가 진실을 알게 되면 분명 더 깊이 파헤치려 들것이 뻔했다. 그렇게 되면 그녀 또한 표적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백작을 죽인 세력의 실체가 아직 안개속에 있다는 사실이 그의 피를 말리게 했다. 그보다는 차라리 자신을 오해한 채 증오하는 편이 나았다. 친구이자 스승의 딸에게 씌워진 비극적인 연극. 그 모든 비난과 저주는 자신 하나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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