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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作者: 레몬과 향수
바깥에서는 요란한 발소리가 들리더니, 마침 근처를 순찰하던 관군들이 이쪽으로 다가오는 듯했다.

"경조 판사 나으리, 어서 서풍각을 봉쇄하고 저희가 잃어버린 물건을 찾게 해주십시오!"

"맞습니다!"

경조 판사는 미간을 찌푸렸다.

자초지종을 파악한 그가 서풍각 점주에게 명했다.

"서풍각의 모든 출입구를 봉쇄하라. 오늘 이곳에 머문 손님들은 전부 조사해야겠다."

관군들이 일제히 사방의 출입구를 가로막았다.

바로 그때, 서풍각 문 앞에 마차 한 대가 멈춰 섰다.

휘장이 걷히며 유지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잔뜩 초조하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경조 판사 앞으로 걸어갔다.

"나으리, 제 아버지가 오늘 정왕 전하의 초대를 받아 이곳에 계십니다. 아버지를 만나 뵙게 해주십시오."

경조 판사는 유지영을 알아보고 군말 없이 사람을 보내 유정남을 데려오라 일렀다.

이층에서 유지영을 발견한 배준형은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뒤에 있는 호위를 돌아보았다.

"장녕군주는 금운대로 불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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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안을 거슬러   제504화

    경왕부의 임 태비는 마지못해 짐을 챙겼다. 경왕을 찾아가 몇 번이나 하소연하고 온갖 수를 다 써보았지만, 경왕으로서도 뾰족한 수가 없었다."난데없이 무슨 꿈을 꿨다는 게냐! 필시 사람을 고의로 괴롭히려는 수작이다!"임 태비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격하게 욕설을 퍼부었다.서 태후는 선황께서 꿈에 나타나 태비들을 입궁시켜 함께 경전을 필사하고 나라를 위해 기도하라는 계시를 내렸다고 대외적으로 선포했다.중요한 것은 양나라 황제가 그 말을 굳게 믿었다는 사실이다.그러니 감히 의문을 제기하는 자가 있을 리 만무했다."세자비가 나서서 통사정을 해준다면 어떻게든 방도가 있지 않겠느냐?"임 태비는 서 태후의 얼굴을 마주하기가 죽기보다 싫었다. 차라리 경왕부의 좁은 불당에 연금되는 편이 나았다.경왕이 머쓱하게 대답했다."폐하께서 이미 교지를 내리셨습니다. 어머니께서 가시지 않겠다고 버틸 명분이 없습니다."더 이상 매달려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은 임 태비는 어쩔 수 없이 궁에서 보낸 마차에 올랐다.이 일은 경왕부라는 잔잔한 호수에 작은 돌멩이 하나가 던져진 것과 같았다. 잠시 파문이 일었을 뿐 이내 평온을 되찾았다.경왕부의 살림은 여전히 조원금이 맡고 있었다. 여씨 등은 기가 단단히 눌려 감히 허튼수작을 부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덕분에 유지영은 골치 아픈 일을 크게 덜었다."오라버니 쪽은 어찌 되었느냐?"유지영이 물었다.운민은 고개를 저었다.그때 문밖에서 평안이 황급히 달려와 보고했다."세자비 마마, 세자께서 이미 북신의 육공주를 잡아 옥에 가두셨습니다. 큰공자께서는 어젯밤 독 기운이 발작했으나, 다행히 제때 해독제를 써서 억눌렀습니다."그 말을 듣고 유지영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평안이 말을 이었다."세자비 마마, 소인이 궁에서 돌아오는 길에 정군왕부를 지나치다 들은 소식입니다. 정군왕 세자비에게 변고가 생겼다고 합니다. 백성들 사이에서는 정군왕 세자가 살기를 타고나서, 불과 넉 달 만에 정실과 평처가 모두 제 명에

  • 피안을 거슬러   제503화

    유지영은 천천히 다가가 허리를 굽히고 쪼그려 앉았다. 손수건을 꺼내 북명연의 얼굴에 묻은 핏자국을 가볍게 닦아내며 나직하게 말했다."고작 호위무사 하나일 뿐인데, 공주에게 그리 대단한 자도 아니지 않습니까. 공주부에 거느린 남총만 서른 명이 넘는데 어찌 그 자를 놓아주지 않는 겁니까?"북명연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나를 협박하는 것 말고 네가 뭘 할 수 있는데?"유지영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얼굴에는 조금의 조급함도 비치지 않았다.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혔다.북명연이 돌연 입을 열었다."해독제를 주마. 대신 나를 여기서 내보내 다오.""그건 안 됩니다."유지영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단칼에 거절했다."양나라와 북신의 전쟁이 코앞입니다. 공주 같은 핵심 인물을 어찌 풀어줄 수 있겠습니까?""그렇다면 너도 헛수고하지 마라."북명연이 고개를 돌리며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유지영은 손수건을 북명연의 얼굴에 내던지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배준형도 해독제를 미끼로 나와 협상하려 들더군요. 나는 단지 두 사람 중 누구와 거래하는 것이 더 나은지 저울질하고 있었을 뿐입니다."배준형이라는 이름은 과연 북명연을 자극했다. 그녀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 없어. 허튼수작 부리지 마.""어리석군요!"운민이 코웃음을 치며 욕설을 내뱉었다."배준형은 지금 하루가 멀다고 세자비 마마께 협력하자며 매달리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유관성이라는 이름을 벗어던지고 정통 핏줄을 회복하여 큰 뜻을 품으려 안달이 났단 말입니다."북명연의 얼굴에 미세한 동요가 일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녀가 상체를 일으켜 세워 유지영을 바라보았다."협상을 하려거든 응당 대가를 치러야지. 네가 본궁을 찾아온 걸 보면 틀림없이 해독제를 바라는 것일 테니.""아무도 방해하지 못할 곳으로 거처를 옮겨 연금하는 건 어떻습니까?"유지영이 물었다.북명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거절하려 했다. 하지만 온몸의 상처에 더해, 신방에 갇혀 매일 만두 반 개로 연명하며 시도

  • 피안을 거슬러   제502화

    사람들의 질책과 경멸 어린 시선이 이연령을 향했다. 그녀는 입을 벙긋거리며 변명하려 했다."제, 제 본의는 그게 아니었습니다…."변명은 너무도 창백하고 무력했으며,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안 부인은 화가 치밀어 올라 그대로 혼절하고 말았다."부인!"유지영은 비명을 지르며 황급히 사람을 시켜 의원을 모셔 오게 했다.이연령은 얼굴을 굳히며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유지영을 바라보았다.빈소 안은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간신히 정신을 차린 안 부인은 애가 끊어질 듯 통곡했다. 그 누구라도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 만큼 안타까운 모습에 유지영이 위로를 건넸다."부인, 마음을 추스르십시오."곁에 있던 이연령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다. 시녀가 자리를 피하자고 권했지만, 이연령은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안 부인의 곁에 바짝 붙어 있더니 급기야 이런 말을 내뱉었다."이 일의 원흉은 북명연입니다. 그 여자를 만나야겠습니다."이러니저러니 해도 이연령의 속셈은 뻔했다. 안창준이 진짜 죽었는지 가짜로 죽었는지 확인한 다음, 이를 빌미로 북명연을 찾으려는 것이었다."안 부인, 연령 군주 역시 부인만큼이나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든 것입니다. 차라리 군주의 뜻대로 해주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둘째 공자께서도 구천에서 이승의 일을 안다면 군주의 뜻을 따를 것입니다."유지영이 거들었다.하지만 그렇게 거들면 거들수록, 이연령의 마음속에는 오히려 불안감이 엄습했다.그녀와 유지영은 진작에 얼굴을 붉히고 틀어진 사이였다. 유지영이 대범하게 자신을 편들어 줄 리 만무했다. 경계심이 일긴 했지만, 확실히 북명연에게 따져 물어야 할 말들이 있었다.안 부인은 간신히 기운을 내어 이불을 걷어내고 시녀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났다."그렇다면, 군주께서는 저를 따라오시지요."무려 안 부인이 직접 이연령을 안내하겠다고 나섰다.이연령이 미간을 찌푸렸다."군주, 얼른 안 부인께 감사 인사를 올리지 않고 뭘 하십니까?"유지영이 넌지시 일깨웠다.정신

  • 피안을 거슬러   제501화

    "한 가지 일이 더 있습니다. 오늘 연령 군주가 조문을 와서는 옥패 하나를 꺼내 관 속에 함께 묻겠다고 했는데, 안 부인께서 거절하셨습니다. 제 짐작건대 연령 군주는 필시 안씨 가문 둘째 공자의 사인을 의심하는 듯합니다."운민이 아뢰었다.유지영은 손놀림을 멈추고 바늘과 실을 내려놓았다. 그녀는 문득 이연령 역시 자신처럼 회귀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곰곰이 따져보면 이연령이 한 말이나 행동에는 미심쩍은 구석이 많았다.전생에 안창준은 확실히 죽지 않았었다.장례를 치른 지 벌써 사흘째인데, 관을 열어 안을 확인하겠다고 나선 사람은 이연령이 처음이었다."오늘 연령 군주가 안씨 저택에서 어찌나 서럽게 울던지, 하마터면 혼절할 뻔했습니다."운민이 말했다.유지영은 찻잔을 들어 입가로 가져가 가볍게 두 모금 축이고는 다시 내려놓았다. 손가락 끝으로 톡톡 탁자를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 이연령은 왜 안창준의 죽음에 관심을 가지는 걸까?그녀의 미간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내일이면 보름이었다.오라버니의 몸에 퍼진 독은 매월 초하루와 보름마다 한 번씩 발작을 일으켰다. 북명 대사는 지금 황제의 해독제를 짓기 위해 폐관 수련 중이라, 오라버니의 해독제를 만들 여력이 없었다.당장 급한 불을 끄려면 스스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었다."세자비 마마, 정군왕 세자에게 해독제가 있을지도 모릅니다."운민이 조심스레 일깨웠다.유지영이 고개를 저었다."배준형은 교활한 자다. 우리가 오라버니에 대한 걱정을 내비쳤다간, 그는 차라리 죽을지언정 결코 해독제를 내어주지 않을 거야."저런 부류는 죽을 때 죽더라도 반드시 물귀신처럼 누군가를 끌고 들어갈 위인이었다.그리되면 오히려 일만 더 꼬일 뿐이었다.그에 비하면 북명연 쪽을 뚫는 편이 훨씬 수월했다.다음 날.유지영은 안씨 저택을 찾았다. 마차가 멈춰 서자마자, 파리한 안색의 이연령이 마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유지영을 보자 눈시울을 붉히며 왈칵 눈물을 쏟았다."어젯밤 안 공자가 꿈에 나왔어. 자신이 아직

  • 피안을 거슬러   제500화

    정군왕부.담시령이 본가에서 들은 이야기를 전하자, 배준형은 미간을 확 찌푸렸다. 그는 얼굴을 딱딱하게 굳힌 채 뼈 소리가 날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정군왕은 오히려 냉정을 되찾고 물었다."배현준과 유정남이 한통속인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허나 폐하께서는 어찌하여 그들의 장단에 맞춰주시는 게냐?"아무리 배현준을 총애하신다 한들, 강산과 사직을 걸고 장난을 치실 분은 아니었다."호랑이를 산에서 꾀어내려는 속셈 아닐까요?" 담시령은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배준형이 경성을 떠난 틈에 경성에 무슨 변고가 생겨도 그는 돌아올 수가 없었다.사실 배준형의 속마음도 그러했다."할머님 말씀으로는, 서방님의 신분이 아직 불분명하니 무언가 거사를 도모한다 해도 문무백관이 서방님을 옹립하지 않을 것이라 하셨습니다. 이대로라면 여전히 배현준을 이길 수 없다고요." 담시령은 손수건을 꽉 움켜쥐었다. 이토록 비열한 수단으로 배준형에게 해독을 강요하다니, 그녀는 속으로 배현준과 유지영을 향해 역겹다며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정군왕은 담씨 노부인의 뜻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유관성의 신분이 명확해지면 너도 신분에 대한 의혹을 벗을 수 있다. 게다가 유정남이 전장에 나갔다가 조금이라도 실수를 범한다면, 적과 내통하여 나라를 팔아먹었다는 죄명을 뒤집어씌울 수 있지. 우리로서는 이로울 뿐 해가 될 것이 없다."하지만 배준형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조금 더 기다려 보시지요."*안씨 가문 저택.빈소가 차려졌고, 통곡 소리가 귀를 찌를 듯 울려 퍼졌다.신방 안, 북명연은 여전히 붉은 혼례복 차림으로 구리 거울 앞에 앉아 있었다. 바깥의 곡소리를 듣고 있자니 짜증이 치밀어 올라, 그녀는 벌떡 일어나 방문을 거칠게 두들겼다."문 열어라! 본궁은 유지영을 만나야겠다!"손바닥이 벌겋게 부어오르도록 문을 쳤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화가 단단히 난 북명연은 입에 담지 못할 악담을 퍼부었다.마침내 그 패악질이 안 부인을 자극했다. 소복 차림의 안 부인이 방 안으로 득달같

  • 피안을 거슬러   제499화

    "경성에 남아 있는 편이 더 골치 아픕니다. 차라리 전장에서 죽는 게 낫지요. 게다가 제가 주장을 맡았고 제 친병들인데, 저들의 말을 따라줄 리가 없지요."배현준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전장에서 죽겠다는 말을 내뱉자, 유정남은 그 대담함에 화들짝 놀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자, 자네. 말을 삼가게."유정남의 훈계에 배현준은 고분고분한 태도로 얌전히 대답했다.사람들이 전쟁 여부를 두고 왈가왈부할 무렵, 황제는 이미 담성국과 배준형 두 사람을 불러들여 좌우 선봉 부장으로 임명했다.그 말을 듣고 배준형이 미간을 찌푸렸다."폐하, 하오면 주장은 누구신지요""짐에게 다 생각이 있다."황제는 더 이상 설명할 기색 없이 고개를 숙인 채 상소문 처리에만 몰두했다. 배준형은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 경성 밖으로 차출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다.부장 신분으로 전장에 나가는 것 역시 완전히 예상을 빗나간 일이었다.두 명의 부장이 내정되었다.병부는 군량과 마초, 병기 등을 조달하기 시작했고, 북신 토벌은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담씨 가문 저택.담성국은 담씨 노부인의 처소를 찾아가 머지않아 전장에 나가게 되었으니, 저택의 대소사는 둘째네가 돌보도록 당부하겠다며 수심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전장에 간다고?"담씨 노부인이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너는 문신인데 전장에 가서 뭘 한단 말이냐. 무거운 걸 들 줄 아느냐, 칼을 쥘 줄 아느냐? 폐하께서는 어찌 너를 보내시는 게야?"담성국에게 군량 통계를 맡겨 군사로서의 경험을 쌓게 하겠다는 것이 황제의 명분이었으니, 그로서는 반박할 기회조차 없었다.담씨 노부인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담성국을 쳐다보았다."아들아, 너 누구에게 단단히 밉보인 것은 아니냐?"담성국의 눈빛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 역시 속으로 의심하던 바였다. 그는 목소리를 낮춰 대답했다."만약 주장이 유국공이라면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폐하께서 유국공을 따로 부르셨다 하니, 전장 경험이 풍부한 그가 십중팔구 주장을 맡게

  • 피안을 거슬러   제4화

    측문으로 나와 마차에 오른 둘은 거리를 따라 서북쪽으로 향하다가 골목을 지나 취선루에 도착했다.홍주는 아연실색한 얼굴로 문앞에서 잘록한 허리를 씰룩이며 호객하는 여인들을 바라보았다.“아… 아가씨, 저희가 올 곳이… 아닌 것 같은데요.”유지영은 이곳에서 만날 사람이 있었다. 이틀 전에 그가 왔다는 소식은 이미 전해 들었다. 전생에 그녀가 배준형과 혼약을 정한 뒤, 그는 찾아오지 않고 사람을 시켜 커다란 야명주만 선물로 보내고는 홀연히 사라졌다.만약 배현준이 도와준다면 앞으로 반드시 그 은혜를 갚을 생각이었다.유지영은 품에서

  • 피안을 거슬러   제3화

    옥신각신하는 사이, 유씨 노부인이 소식을 듣자마자 대전으로 달려왔다. 송씨는 재빨리 다가가 그녀를 부축해주었다.“지영이는 다 좋은데 고집이 너무 세서 문제에요. 분명 마음속에 세자를 품고 있으면서도 자존심을 굽히지 못해 세자에게 심통을 부리고 있지 뭐예요. 내일 혼사가 정해지지 않으면 우리 유씨 집안은 온 인주의 웃음거리가 될 텐데 말이에요.”참으로 뻔뻔하기 그지없는 인간이었다.유씨 노부인은 불쾌한 눈으로 유지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지영아, 세자께 사죄드리거라.”양모가 돌아가신 뒤, 유씨 노부인은 유지영을 슬하에 두고 보살

  • 피안을 거슬러   제2화

    종령각 이층 누각.유지영은 부스스 눈을 뜨고 사방을 둘러보았는데, 이곳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까지 유난히도 익숙하게 느껴졌다. 회랑 아래에서는 하인들이 정원을 단장하며 내일 있을 성년례가 떠들썩할 거라며 수근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손톱으로 손바닥을 꾹 눌렀다. 아픔이 몰려왔고, 곧바로 이 모든 게 꿈이 아님을 직감했다.그녀는 죽임을 당한 뒤 성년례 하루 전으로 돌아온 것이었다.이때 밖에서 고씨 어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가씨, 부인께서 대전으로 들라 하십니다. 경성에서 사람이 온 듯합니다.”전생의 배준형도 성년

  • 피안을 거슬러   제1화

    7월의 장안 거리는 굉장히 시끌벅적했다.마차 한 대가 성문 입구에서 멈추었다.털썩!유지영은 온몸이 꽁꽁 묶인 채 마대에 담겨 바닥에 내던져졌다. 온몸으로 극심한 통증이 몰려왔다.특히 하반신에서는 찢어질 듯한 고통이 계속되고 있었다.“읍….”지나가던 백성들이 소리를 듣고 마대를 풀어주었다.창백하게 질린 얼굴과 사내의 옷가지를 걸친 여인의 모습이 드러났다.하얗고 가는 목덜미 아래에는 붉은 자국이 가득했다.“이 사람은 정왕 세자비 아닌가?”누군가가 유지영을 알아보고 비명을 질렀다.“옷매무새가 이 모양인 것을 보아 불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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