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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6화

Author: 레몬과 향수
“오셨습니까, 형수님.”

배이수는 유지영을 보자 반갑게 웃으며 인사했다.

"아바마마께서는 제가 경성에 처음 왔으니, 이참에 친지들 부저에 자주 들러 얼굴을 익혀 두라 하셨습니다."

그는 입에 붙은 듯, 아주 자연스럽게 아바마마를 불러댔다.

유지영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예를 행했다.

"장차 양나라 전체가 전하의 것인데,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어디든 가실 수 있지요. 누가 감히 막겠습니까?"

얼굴에 면사포를 쓰고 참석한 방현숙은 유지영을 매섭게 흘겨보더니 이내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 않느냐, 조카며느리?"

"조정의 대사를 아녀자가 함부로 논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폐하의 옥체가 저리 강건하신데 제가 어찌 감히 왈가왈부하겠습니까?"

유지영의 담담한 대꾸에 방현숙은 말문이 막혔다.

여기서 한마디만 더 보태면 황제가 일찍 승하하시길 저주하는 꼴이 될 터였다.

배이수는 품에서 초대장을 꺼내 유지영에게 건넸다.

"일부러 환궁연 초대장을 전하러 왔으니, 형수님도 꼭 오십시오."

웃는 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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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안을 거슬러   제472화

    당응성은 다급히 당윤을 바라보며 소리쳤다."그 아이들을 다치게 해선 안 된다!"당윤은 대답조차 하지 않고 한시라도 지체할세라 서둘러 몸을 돌려 빠져나갔다."학아, 학아…."방금 전 어미의 생사를 안중에 두지 않는 듯했던 당학의 태도에 류씨는 적잖이 경악해 있었다.당학은 허리를 굽혀 류씨를 부축해 일으키며 말했다."당윤을 속이려 그리 말한 것입니다. 괜찮으십니까?"류씨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아들이 자신을 내버린 것은 아니었다."아버지, 당윤이 절연하고 경성을 떠났으니 앞으로는 아버지 뜻대로 통제할 수 없을 것입니다."말을 마친 당학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당윤이 대체 뒤로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해두었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오늘 짐을 챙기러 온 것은 핑계였고, 진정한 목적은 이혼과 절연이었던 것이다.당응성은 어둡게 굳은 얼굴로 내뱉었다."그 패륜아 놈은 제멋대로 살라지. 앞으론 내 앞에서 다시 입에 올리지 말아. 나가서 대체 무슨 재주를 부릴지 똑똑히 두고 볼 테니!"마차 안.우씨는 연신 휘장을 걷어 밖을 내다보며 불안해하다가, 당윤이 무사히 나오는 것을 보고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윤아, 그 인간들이 널 괴롭히진 않더냐? 정 안 되겠으면 내가 남으마. 넌 운연이만 데리고 떠나거라."당윤이 답했다."이혼서와 절연서를 받아냈습니다. 어머니는 이제 더 이상 당씨 가문의 사람이 아닙니다."우씨는 그 말에 놀라움과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혼은 예전엔 감히 상상조차 못 하던 일이었다. 당윤이 설득했을 때 즉각 고개를 끄덕인 것도, 행여 아들의 앞길에 짐이 되느니 무슨 짓이든 하겠다는 마음에서였다."그래, 그래. 참으로 잘됐다."우씨는 감격하여 뜨거운 눈물을 글썽였다.백작부.저택의 짐 정리는 이미 얼추 끝나 있었다. 당윤은 곽운연에게 말했다."지체할 것 없이 오늘 밤에 바로 떠나야겠소."곽운연은 시어머니인 우씨와 시선을 교환한 뒤,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늦은 밤.배현준과 유지영이 배웅을 나왔다. 성

  • 피안을 거슬러   제471화

    "너는 차라리 앞길을 망칠지언정….""아버지, 오해하셨습니다. 아우는 앞길을 망친 게 아닙니다."당학이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다가왔다. 십 년간 출사 금지는 당학에게 파멸이나 다름없는 타격이었다.그는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르는 비릿한 피 맛을 억지로 삼키며 회랑 아래 서서 당윤을 향해 말했다."아우가 대의를 위해 친아비를 고발한 대가로 얻어낸 앞날이구나. 영주는 곽 장군의 고향이 아니냐. 산세 좋고 물 맑은 참으로 좋은 곳이지."당윤은 당학이 눈치 빠른 자라는 걸 알면서도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코웃음을 쳤다."이 지경이 되어서도 이간질할 궁리를 하다니, 참으로 눈물겹군.""아우야, 배현준은 황위를 노리고 있지? 네가 영주로 가는 것도 그가 병권을 쥐도록 돕기 위함 아니더냐?"당학은 당윤의 표정을 뚫어지게 살폈다.그 말에 당응성은 코방귀를 뀌었다."저 무능한 놈이? 영주로 간 건 그저 우연일 뿐이다. 학아, 저놈은 망나니인데 대체 무슨 재주를 부린단 말이냐."그의 말투에는 조롱과 경멸이 가득했다.하지만 당학의 생각은 달랐다.아우는 늘 자신의 감시망 안에 있었다. 온종일 투계나 개싸움에 미쳐 노름과 여색을 일삼던 놈이 어느 순간부터 서서히 통제를 벗어나기 시작했다.후작 자리에 오르더니 곽운연과 혼인까지 했다.그리고 지금은 당씨 가문을 벗어나 영주로 가려 하고 있다.절대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아버지, 할머니께선 영주에 가보신 적이 없습니다. 차라리 아우가 할머니를 모시고 가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경성에 남아 계시면 상심만 크실 테니, 영주로 가시면 명색이 백작부의 노부인으로서 존경받으며 지내실 수 있을 겁니다."당학이 제안했다.당응성은 단칼에 거절하려다 당학이 눈짓을 보내자 말을 바꿨다."그래, 할머니를 모시고 가거라. 손자로서 마땅히 효도를 다해야지."마침 우씨의 짐이 모두 정리되어, 호위들이 커다란 상자 몇 개를 밖으로 나르고 있었다."아버지."당학이 당응성의 소매를 끌어당기며 넌지시 말했다."부부는 떨어져 살아

  • 피안을 거슬러   제47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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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안을 거슬러   제469화

    곽운연은 당윤을 믿었다.잠시 후, 신랑이 당도했다. 곽운연은 붉은 너울을 쓰고 시녀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걸어 나와 시끌벅적한 환호 속에 꽃가마에 올랐다.오늘따라 유난히 훤칠한 당윤은 만면에 홍조를 띠고 의기양양하게 성대한 행렬을 이끌며 출발했다.어느새 곁으로 다가온 배현준이 유지영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유지영이 물었다."당씨 가문에서 훼방을 놓으러 오진 않겠죠?""그럴 배짱도 없는 자들이야."배현준이 웃으며 답했다.알고 보니 서 태후가 의용후부에 친히 자리하고 있었고, 양옆으로 금군이 호위하고 있었다. 태후가 친히 혼례에 참석했으니 그 누가 감히 소란을 피우겠는가?곽운연의 혼수 행렬은 그야말로 십 리에 걸쳐 붉은빛으로 물들이며 뭇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다. 신부 행렬이 경성을 한 바퀴 도는 동안 수백 개의 혼수 상자가 끝도 없이 이어졌다. 상자마다 네 명의 가마꾼이 멨는데, 꾼들의 땀방울 맺힌 얼굴만 보아도 상자 안이 얼마나 꽉꽉 들어찼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꽃가마가 당씨 저택 앞을 지나갈 때쯤, 시끌벅적한 나팔 소리와 요란한 폭죽 소리가 점차 가까워졌다.당학은 마당에 앉아 있었다.마침 지나가던 당응혜가 눈살을 찌푸렸다."명색이 형제인데 어찌 이리 딴판일까. 쯧쯧, 저 대단한 위세 좀 보거라."그 말에 당학의 미간이 좁아졌다."당씨 가문에 오면 호강할 줄 알았더니, 하마터면 덩달아 화만 입을 뻔했네."당응혜는 생각할수록 부아가 치밀었다. 먼 길을 마다치 않고 의탁하러 왔건만, 호강은커녕 사람들의 손가락질이나 받고 온 집안의 뒤치다꺼리를 떠안은 꼴이었다. 게다가 매일같이 당씨 노부인의 수발까지 들어야 하니 허리가 휠 지경이었다."고모님, 고정하십시오.""고정? 지금 고정하게 생겼느냐? 네 아비는 하옥되어 처분만 기다리고 있는데! 저들은 이미 분가해 나갔건만 굳이 사서 화를 자초하더니, 꼴좋게 감옥 신세나 지고 말이야."당응혜는 끊임없이 불평을 쏟아냈다. 그녀는 몇 번이나 우씨를 찾아갔으나 문전박대만 당했다.마당을 가득 채운

  • 피안을 거슬러   제468화

    "아우야, 그런 농담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 할머님 연세도 있으신데 그런 자극을 어찌 견디시겠느냐. 당장 이틀 뒤면 네 혼례가 아니냐."당학이 자리에서 일어나 당윤에게 다가섰다. 그는 방금 한 말이 진심인지 떠보려는 듯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이내 의심을 거두었다. 당윤이 감히 그럴 배짱이 있을 리 만무했다."당 대인!"일사불란한 발소리와 함께 경조윤이 모습을 드러냈다.당응성과 당학의 안색이 동시에 굳어졌다."아우야!"당학은 경악하며 당윤을 불렀다.당윤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수많은 무고한 백성의 목숨이 달린 일 아닙니까. 제가 평소 망나니짓은 좀 했어도 양심은 남아 있어서요. 대의를 위해 혈육의 정을 끊을 수밖에요."처음에는 약간 망설였지만, 지금은 한 치의 후회도 없었다. 당응성 같은 인간에게는 뼈아픈 교훈을 안겨 단번에 숨통을 끊어놓아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어머니에게 영영 평안은 없을 터였다."너, 네놈이!"당응성은 가슴을 부여잡고 헐떡였다.경조윤이 다가와 당응성에게 말했다."어명이오. 당 대인은 지금 즉시 입궁하시오."당응성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고, 곧 호위들에게 끌려갔다.사방이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 당학은 고개를 들고 당윤을 쳐다보았다.그 순간, 당윤은 상대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오래도록 벼르며 힘을 실은 일격이었다. 무방비 상태로 얻어맞은 당학은 비틀거리며 물러섰고 입가엔 피가 터졌다. 당학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노려보았다.당윤은 손목을 돌리며 비웃었다."이틀 뒤 내 혼례가 무사히 치러지지 않으면, 류씨는 뼈도 못 추리게 만들 거다!"그는 할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렸다."거기 서지 못할까!"소란을 듣고 달려온 당씨 노부인이 시녀의 부축을 받으며 다가왔다. 그녀는 지팡이로 바닥을 짚으며 원망 어린 눈으로 당윤을 쏘아보았다.당윤의 말에 기겁했던 당학은 그제야 급히 등 뒤의 호위에게 눈짓했다. 호위는 재빨리 물러났다."이 몹쓸 놈! 네 아비에게 감히 무슨 짓을 한 것이냐!"당씨 노부인은 가쁜

  • 피안을 거슬러   제467화

    유지영은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유 공자께서는 버림받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도 크게 만족하셨다며, 걱정하지 말고 때를 기다리라 하셨습니다."유관성이 했을 법한 말이었다.유지영은 코끝이 찡해졌다. 안도감과 죄책감이 뒤섞여 당장이라도 오라버니를 만나고 싶은 심정이었다."육공주는 양나라에 오면 쉽게 떠나지 않을 거다. 언젠가 남매가 다시 만날 날이 올 테니 너무 걱정 말거라."배현준이 그녀의 손을 쥐며 다독였다.유지영은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육공주는 북신에서 너무 많은 사람의 미움을 샀어. 북신의 태자와 태자비는 육공주를 찢어 죽이고 싶어 할 정도지. 그러니 화친을 맺는다면 육공주로서도 매우 반가운 일일 거다."배현준이 설명했다.그제야 유지영도 상황이 납득되었다. 육공주가 오라버니의 신분을 알고 있고, 그가 자신의 믿는 구석임을 안다면 결코 쉽게 해치지 않을 터였다. 전후 사정을 파악하고 나니 비로소 긴장했던 마음이 놓였다."이틀 뒤면 자네도 혼례를 올려야 하니 푹 쉬게."배현준은 당윤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당윤은 돌아오는 길에 지난 한 달간 당씨 가문에 일어난 일들을 전해 들었다. 그는 진작에 가문에 미련을 버렸고 마음에 걸리는 건 오직 어머니뿐이었다. 하지만 이제 어머니마저 후부에 모셨으니 그에게 더는 약점이 없었다."한 가지 더. 류씨는 가사약을 먹고 죽은 척 운산 뒷마당에 숨어 있더군. 내가 사람을 시켜 결박해 자네의 후원에 던져두었네."배현준이 담담히 덧붙였다.당윤의 눈썹이 꿈틀거리더니 이내 짙은 미소가 번졌다."고맙습니다, 세자."그때 호위무사가 다급히 알렸다."나으리, 대감께서 부인을 찾으러 후부로 가셨습니다. 어서 가보셔야겠습니다."그 말에 당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표하고 즉시 물러났다.의용후부 앞.당응성은 사람들을 이끌고 후부로 들이닥쳤다. 그는 달려 나온 당 부인 우씨를 향해 호통을 쳤다."꼴이 이게 뭔가! 집안이 쑥대밭이 되었는데 혼자 여기서 호의호식하며 숨어 있다니, 당장 나와

  • 피안을 거슬러   제4화

    측문으로 나와 마차에 오른 둘은 거리를 따라 서북쪽으로 향하다가 골목을 지나 취선루에 도착했다.홍주는 아연실색한 얼굴로 문앞에서 잘록한 허리를 씰룩이며 호객하는 여인들을 바라보았다.“아… 아가씨, 저희가 올 곳이… 아닌 것 같은데요.”유지영은 이곳에서 만날 사람이 있었다. 이틀 전에 그가 왔다는 소식은 이미 전해 들었다. 전생에 그녀가 배준형과 혼약을 정한 뒤, 그는 찾아오지 않고 사람을 시켜 커다란 야명주만 선물로 보내고는 홀연히 사라졌다.만약 배현준이 도와준다면 앞으로 반드시 그 은혜를 갚을 생각이었다.유지영은 품에서

  • 피안을 거슬러   제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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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안을 거슬러   제2화

    종령각 이층 누각.유지영은 부스스 눈을 뜨고 사방을 둘러보았는데, 이곳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까지 유난히도 익숙하게 느껴졌다. 회랑 아래에서는 하인들이 정원을 단장하며 내일 있을 성년례가 떠들썩할 거라며 수근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손톱으로 손바닥을 꾹 눌렀다. 아픔이 몰려왔고, 곧바로 이 모든 게 꿈이 아님을 직감했다.그녀는 죽임을 당한 뒤 성년례 하루 전으로 돌아온 것이었다.이때 밖에서 고씨 어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가씨, 부인께서 대전으로 들라 하십니다. 경성에서 사람이 온 듯합니다.”전생의 배준형도 성년

  • 피안을 거슬러   제1화

    7월의 장안 거리는 굉장히 시끌벅적했다.마차 한 대가 성문 입구에서 멈추었다.털썩!유지영은 온몸이 꽁꽁 묶인 채 마대에 담겨 바닥에 내던져졌다. 온몸으로 극심한 통증이 몰려왔다.특히 하반신에서는 찢어질 듯한 고통이 계속되고 있었다.“읍….”지나가던 백성들이 소리를 듣고 마대를 풀어주었다.창백하게 질린 얼굴과 사내의 옷가지를 걸친 여인의 모습이 드러났다.하얗고 가는 목덜미 아래에는 붉은 자국이 가득했다.“이 사람은 정왕 세자비 아닌가?”누군가가 유지영을 알아보고 비명을 질렀다.“옷매무새가 이 모양인 것을 보아 불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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