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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물푸레나무 회초리, 그리고 닦아낸 눈물

Penulis: 오필리아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10-01 20:53:12

드르륵- 쾅!

진실의 방 앞문이 거칠게 열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미친개를 향해 매섭게 소리쳤다.

"부장님. 큐대 내려놓으시지요."

차분하지만 날 선 목소리. 우리 반 담임인 40대 중반의 정인숙 선생님이었다.

안경 너머로 매서운 눈빛을 빛내며 들어온 정 쌤은 큐대를 치켜든 미친개와 책상 위의 우리를 번갈아 보더니, 미친개를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제 반 아이들입니다. 훈육은 담임인 제가 직접 하겠습니다.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평소 원리원칙이 확실하고 깐깐해 학교 내에서도 입지가 높고 존경받는 정 쌤의 개입에, 미친개는 미간을 팍 구기며 헛기침을 했다.

"…이시은 저 녀석이 이번엔 아주 대형 사고를 쳤습니다. 정 선생이 알아서 엄하게 교육시키세요."

미친개는 마지못해 큐대를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진실의 방을 빠져나갔다.

문이 닫히자, 정 쌤은 바닥에 뒹구는 큐대를 한쪽으로 치워놓고는 우리를 가만히 응시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보거라."

나는 어제 하굣길에 있었던 납치부터,

녀석들이 나를 인질로 시은이를 꿇어앉히고 구타했던 일,

그리고 나를 구하기 위해 시은이가 어쩔 수 없이 주먹을 휘둘렀던 과정까지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필사적으로 설명했다.

이야기를 잠자코 듣던 정 쌤의 시선이 책상 위에 꿇어앉은 시은이에게 향했다.

"이시은. 네가 생각은 어때. 억울하니?"

"…제가 먼저 시비 건 적 없습니다. 제 친구 지키려고 싸운 거라 후회 안 합니다."

시은이는 입술을 꽉 깨물며 꼿꼿하게 대답했다.

정 쌤은 굳은 얼굴로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너희들 말 믿는다. 친구를 구하려다 벌어진 일이라는 것도 알아."

그 한마디에 내 어깨를 짓누르던 무거운 긴장감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하지만 정 쌤은 이내 교탁 밑에서 가늘고 매끈한 물푸레나무 회초리를 꺼내 들었다.

당구 큐대처럼 뼈를 부수는 둔기는 아니었지만, 살갗을 예리하게 파고드는 매였다.

"하지만 폭력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한다. 이유가 어찌 됐든 네가 사람을 병원에 실려 갈 정도로 다치게 한 건 사실이니까. 억울한 부분은 빼고, 딱 네가 힘을 조절하지 못하고 선을 넘은 만큼만 체벌하겠다. 열 대다."

나는 다시 눈앞이 하얘져 다급하게 한 발짝 나섰다.

"서, 선생님! 시은이 지금 어제 맞아서 몸도 제대로 못 가누는데 매를 맞으면…!"

"윤태경. 그만해."

내 말을 끊은 건 시은이었다.

내가 흠칫 놀라 고개를 돌자, 시은이는 나를 향해 짧게 눈짓을 하고는 다시 상체를 꼿꼿이 세우고 두 발바닥을 뒤로 내밀었다.

그 시선에 담긴 단단한 의지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뒤로 물러섰다.

"시작한다. 매 댓수 세어라."

쉭- 찰싸아악-!!!

공기를 날카롭게 가른 물푸레나무 회초리가 시은이의 맑은 맨발바닥을 쩍, 하고 후려쳤다.

"흣…! 하, 하나."

당구 큐대처럼 뼈가 울리는 소리가 아닌, 살갗이 찢어지는 듯한 예리한 마찰음.

시은이의 상체가 앞으로 작게 움찔하며 발가락이 하얗게 질리도록 오므라들었다.

휘익- 짝-!!!

"두, 둘…!"

정 쌤은 일정한 간격으로 매섭게 회초리를 내리쳤다.

세 대를 넘어가자 하얗던 발바닥 위로 선명하고 붉은 줄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세, 엣…! 네, 엣…!"

이마에 송글송글 식은땀이 맺혔지만, 시은이는 두 손으로 허벅지 부근의 교복 바지를 꽉 쥔 채 호흡을 가다듬으며 버텨냈다.

나는 숨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그녀의 발바닥에 붉은 줄이 그어질 때마다 내 손톱으로 손바닥을 파고들며 고통을 나누려 애썼다.

쉭- 찰싸악-!!!

"여, 덟…! 읏, 아, 홉…!"

매가 거듭될수록 발바닥 전체가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살갗이 얇은 발아치 쪽을 맞자 시은이의 입술 사이로 결국 짧은 신음이 터져 나왔지만, 그녀는 허물어지려는 허리를 끝까지 세웠다.

휘이익- 짜아악-!!!

"여, 열…! 하아으흣..."

마지막 열 번째 매가 떨어지자, 시은이는 참았던 숨을 길게 토해내며 땀에 젖은 고개를 푹 숙였다.

"고생했다."

정 쌤은 회초리를 거두고, 나를 향해 "약 잘 발라줘라"라는 짧은 한마디를 남긴 채 진실의 방을 빠져나갔다.

문이 닫히자마자 나는 허둥지둥 책상 앞으로 달려갔다.

시은이는 땀범벅이 된 얼굴로 거친 숨을 고르며 모서리에 걸터앉아 있었다.

"시은아…."

나는 오늘 아침 등굣길에 약국에 들러 미리 사두었던 연고를 주머니에서 꺼내 뚜껑을 열었다.

어제 폐공장에서 다친 시은이의 상처를 위해 챙겨둔 것이었다.

나는 그녀가 걸터앉은 책상 바로 앞에 의자를 끌고 와 앉았다.

그리고 시뻘겋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 그녀의 두 맨발을 아주 조심스럽게 감싸 쥐어, 내 교복 바지를 입은 허벅지 위로 겹쳐 올렸다.

손끝에 그녀의 체온이 닿자 발끝이 파르르 떨리는 것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차가운 연고를 짠 내 손가락이 붉은 핏줄이 터진 상처 위에 닿자, 시은이는 아픈 듯 얕은 신음을 흘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벌겋게 달아오른 상처를 조심스럽게 문지르던 내 시야가 순식간에 뿌옇게 번졌다.

나 때문에 피 흘리며 싸우고, 기어코 매까지 맞은 그녀를 보고 있자니 속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미안해… 진짜 미안해, 시은아… 나 때문에 맨날 너만 다치고…."

결국 꾹 참고 있던 눈물방울이 툭, 툭 떨어져 내 무릎에 놓인 그녀의 발등 위를 적셨다.

내가 코를 훌쩍이며 눈물을 떨구자, 가만히 내 정수리를 내려다보던 시은이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 순간, 시은이의 하얀 손이 내 턱을 거칠게 틀어쥐더니 위로 확 당겨 올렸다.

"누가 미친개 앞에서 나대래. 대가리 깨지고 싶냐?"

퉁명스러운 핀잔.

턱이 들린 탓에, 나는 책상 모서리에 걸터앉아 허리를 숙인 그녀와 코끝이 닿을 듯 아슬아슬한 거리에서 시선을 마주치고 말았다.

"어? 아니, 난 네가 맞을까 봐..."

"오지랖은."

그녀는 내 턱을 쥔 손에 힘을 살짝 풀더니, 굳은살이 박힌 엄지손가락으로 내 눈물범벅이 된 눈가를 꾹꾹 눌러 거칠게 닦아냈다.

"어젠 눈깔 뒤집혀서 잘만 덤비더니. 질질 짜지 말고 약이나 발라."

말투는 평소처럼 험악하고 날이 서 있었지만, 좁은 교실 안에서 초밀착 상태로 닿아오는 그녀의 눈빛은 물기를 머금은 듯 묘하게 젖어 있었다.

숨을 쉴 때마다 그녀의 터진 입술 틈새로 새어 나온 옅고 더운 숨결이 내 뺨을 어지럽혔다.

나를 바라보는 흔들리는 눈동자와, 눈가를 쓸어내리는 손끝에 닿은 미세한 온기.

내 심장이 터질 듯 쿵쾅거렸지만, 이번에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나는 붉어진 얼굴로 바보처럼 코를 훌쩍이면서도 옅게 입꼬리를 올리며, 내 허벅지 위에 놓인 그녀의 발바닥에 부드럽게 연고를 펴 발랐다.

창문 틈으로 새어 들어온 늦은 아침 햇살이, 조용한 교실 안에서 마주 본 두 사람의 어깨 위로 부드럽게 내려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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