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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화 — 물려받은 죄

Author: 8489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5-23 20:51:41

차 안은 숨소리조차 조심스러웠다.

김포 전용 게이트를 빠져나온 뒤에도 누구 하나 안도하지 못했다. 하윤은 서아의 품 안에서 작게 몸을 웅크리고 있었고, 서아의 어머니는 옆자리에서 도윤이 덮어준 담요를 손끝으로 움켜쥐고 있었다. 태준은 맞은편 좌석에서 저장장치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지연은 창밖을 보면서도 계속 뒤쪽 거울을 확인했다.

먼저 입을 연 건 도윤이었다.

“추적 신호가 계속 붙어 있습니다. 저장장치 내부에 심어진 태그가 주기적으로 위치를 흘리고 있어요. 지금 이대로 강릉으로 가면 은신처까지 바로 노출됩니다.”

서아는 하윤의 등을 천천히 쓸며 물었다.

“지울 수 있어?”

도윤은 잠깐 침묵했다가 말했다.

“완전히 지우려면 장치를 열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러면 원본 기록 손상 위험이 있습니다.”

태준이 낮게 말했다.

“버리면?”

도윤이 고개를 저었다.

“원본이 사라집니다. 일부 복사본은 있지만, N-12 이동 기록과 Alive 상태값, G-17, R-3, 민서윤 직접 승인 라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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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핏빛 유산   100화 — 법의 얼굴

    《핏빛 유산》100화 — 법의 얼굴서울로 향하는 차 안은 숨 막히게 조용했다.강릉 바닷가의 불빛은 이미 멀어졌고, 창밖에는 새벽을 앞둔 검은 고속도로만 길게 이어졌다. 도윤은 운전대를 잡은 채 한재욱이 보낸 답장을 몇 번이고 확인했다.서울로 오십시오. 단, 아이는 데려오지 마십시오.서아는 그 문장을 오래 바라봤다.태준이 낮게 말했다.“마음에 걸려.”서아가 묻지 않아도 무엇을 말하는지 알았다.“아이를 데려오지 말라는 말?”“응. 함정일 수도 있어. 네 약점을 일부러 떼어놓은 거니까.”회장이 조수석에서 무겁게 입을 열었다.“한재욱은 그런 식으로 움직인다. 직접 위협하지 않아. 상대가 스스로 안전하다고 믿게 만든 뒤, 법으로 길을 끊는다.”서아는 손에 쥔 Y-01 봉투를 내려다봤다.오래된 봉투. 그 안에 있던 한 여자와 아이의 기록. 지워진 엄마. 방계 가문으로 흡수된 아이. 그리고 지금의 한재욱.“그 사람도 피해자였죠.”회장은 대답하지 못했다.서아는 고개를 들었다.“그런데 지금은 하윤이 이름을 막으려고 해요.”도윤이 조심스럽게 말했다.“한재욱 쪽에서 긴급 가처분 초안이 실제 법원 접수 단계로 넘어갔습니다. 아직 정식 접수 전이지만, 준비는 끝났습니다.”태준이 이를 악물었다.“우리가 도착하기 전에 넣을 수도 있어.”서아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넣지 않을 거야.”태준이 그녀를 봤다.“왜 그렇게 생각해.”서아는 Y-01 봉투를 손끝으로 눌렀다.“이걸 봤으니까.”짧은 침묵.“그 사람은 자기 이름이 나오는 걸 두려워해. 그런데 단순히 들킬까 봐가 아니야.”회장이 낮게 물었다.“그럼 뭐냐.”서아는 잠깐 생각하다 말했다.“자기가 피해자였다는 사실이 나오면, 지금까지 자기가 만든 법이 전부 다르게 읽히니까.”차 안이 조용해졌다.서아는 이어 말했다.“가해자였기만 하면 버티기 쉬워요. 권력자였으니까. 그런데 피해자였던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다른 피해자를 묶었다는 게 드러나면, 그건 변명이 아니라 선택이

  • 핏빛 유산   99화 — 지워진 피의 후손

    불타는 집은 생각보다 오래 타지 않았다.겉으로는 작은 불길뿐이었다. 하지만 땅 아래에서는 무너지는 소리가 계속 났다. 지하 기록실이 하나씩 주저앉는 소리였다.태성의 피를 승인하고, 지우고, 분류해온 기록들. 엄마들의 이름. 아이들의 코드. 유지, 관찰, 폐기라는 말로 사람을 나눴던 문서들.그중 일부는 사라졌다.하지만 전부는 아니었다.도윤의 장비 안에는 피해자 인덱스가 남았다. 회장의 손에는 Y-01 봉투가 있었다. 서아의 품에는 Y-00, S-01, N-12 파일이 있었다.그리고 하윤은 민유라의 품 안에서 조용히 숨 쉬고 있었다.서아는 불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지연이 옆에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언니, 여기 오래 있으면 안 돼. 불 났다고 신고 들어가면 경찰이든 소방이든 올 거고, 그 전에 위원회 쪽도 다시 붙을 수 있어.”태준도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이동해야 해.”서아는 하윤을 바라봤다.“엄마.”민유라는 하윤을 꼭 안은 채 대답했다.“응.”“괜찮아?”민유라는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아. 하윤이도… 아직은 괜찮아.”그 말이 끝나자마자 하윤이 작게 몸을 뒤척였다. 서아는 본능적으로 손을 뻗었다가 멈췄다. 조금 전, 자신의 목소리에 반응한 하윤이의 작은 손이 떠올랐다.그 반응은 하윤을 구했다.하지만 동시에 또다시 시스템 안에서 사용될 뻔했다.서아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다시는 안 돼.”태준이 그녀를 봤다.“뭐가.”“하윤이 반응.”짧은 침묵.“다시는 저 사람들 조건값으로 쓰이게 안 해.”민유라의 눈가가 젖었다.“서아야…”서아는 엄마의 손을 잡았다.“엄마도 마찬가지야. Y-00, 민유라, 한서윤. 저 사람들이 어떤 이름을 붙였든 이제 우리가 정해.”민유라는 대답하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그때 도윤이 장비를 들여다보다가 낮게 말했다.“서아 씨.”모두의 시선이 도윤에게 향했다.도윤은 복사된 인덱스 파일을 화면에 띄웠다.“Y-01 아이 기록, 일부 더 열렸습니다.”

  • 핏빛 유산   98화 — 300초의 이름들

    285.숫자가 내려가고 있었다.지하 기록실의 모든 화면이 붉게 깜박였다. 캐비닛 안의 오래된 문서들, 벽면을 채운 서버 장치, Y-00과 S-01, N-12로 이어진 파일들.그리고 그 아래 묻힌 수많은 이름들.강도현은 화면 앞에 서 있었다.“네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다 가져갈 순 없다.”서아는 그를 보지 않았다.“도윤.”“네.”도윤은 단말 앞에 주저앉듯 앉아 장비를 연결했다. 손이 빠르게 움직였지만 얼굴은 굳어 있었다.“전체 복사는 불가능합니다. 5분 안에 이 기록실 전체를 긁는 건 무리예요. 우선순위 정해야 합니다.”태준이 바로 말했다.“Y, S, N 라인 전체.”회장이 벽에 기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아니. 혈연 승인권 원본과 Founder Line 프로토콜도 같이 가져가야 한다. 그게 없으면 강도현이 개인 일탈로 빠져나간다.”지연이 계단 위에서 소리쳤다.“그럼 다 가져가! 왜 자꾸 고르래!”도윤이 이를 악물었다.“시간이 없습니다!”267.서아는 화면을 봤다.“도윤, 이름부터.”도윤의 손이 멈췄다.“네?”서아가 말했다.“코드 말고 이름.”강도현의 시선이 서아에게 향했다.서아는 차갑게 말했다.“Y-00, S-01, N-12처럼 숫자로 묻힌 사람들. 그 이름부터 긁어.”도윤의 눈빛이 바뀌었다.“전체 문서가 아니라 인덱스.”“응.”“코드와 실명 매칭표를 먼저 빼내면, 나중에 다른 자료가 일부 손상돼도 피해자 목록은 남습니다.”태준이 바로 이해했다.“그리고 승인권 문서와 연결하면 누가 지웠는지도 남아.”회장이 낮게 말했다.“그걸 가져가라. 그게 뿌리다.”강도현의 얼굴이 처음으로 날카롭게 굳었다.“그 명단은 안 된다.”서아가 그를 봤다.“왜.”“그 이름들이 밖으로 나가면 살아 있는 사람들까지 다친다.”서아는 한 걸음 다가갔다.“당신이 언제부터 그 사람들 걱정했어?”강도현은 낮게 말했다.“이름은 보호이기도 하다.”서아가 웃었다.“아니.”짧은 숨.“당신한테 이름은 목줄이었

  • 핏빛 유산   97화 — 왕관의 덫

    UPLOAD COMPLETE.그 문장이 지하 기록실 모든 화면에 떠오른 순간, 강도현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완전한 평정이 사라졌다.그는 분노하지 않았다. 소리치지도 않았다. 다만 아주 오래 관리해온 질서가 손끝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본 사람처럼,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서아는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Blood Approval Authority leaked.Signatory: Kang Do-hyun.강도현의 이름. 태성의 피를 승인하고 지우던 자의 이름. 그 이름이 마침내 세상 밖으로 나갔다.위쪽 계단에서 발소리가 거칠게 쏟아졌다.“언니!”지연이 먼저 뛰어 내려왔다. 손에는 부서진 잠금장치 조각이 들려 있었다. 그 뒤로 도윤이 장비 가방을 메고 내려왔고, 숨을 헐떡이며 주변을 빠르게 훑었다.“서아 씨, 괜찮습니까?”서아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엄마랑 하윤이는?”지연이 바로 답했다.“차 안. 내 사람 둘이 붙어 있어. 문 잠그고 있어. 지금은 안전해.”그제야 서아의 어깨에 아주 짧은 힘이 빠졌다.하지만 태준은 여전히 강도현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끝난 거 아닙니다.”강도현은 조용히 웃었다.“그래. 끝난 게 아니지.”그 목소리가 너무 차분해서, 지연의 얼굴이 구겨졌다.“아니, 이름 까였는데도 왜 이렇게 여유로워?”강도현은 지연을 보지 않았다. 시선은 오직 서아에게 고정돼 있었다.“강서아.”서아는 차갑게 대답했다.“내 이름 부르는 거 허락한 적 없어.”“네가 방금 뭘 했는지 알고 있나.”“당신 이름을 공개했지.”“아니다.”강도현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너는 유산의 문서를 열었고, 네 생체키로 원본에 접근했으며, 외부망으로 전송했다.”서아의 눈이 가늘어졌다.도윤이 급히 단말을 확인했다. 몇 초 뒤 그의 표정이 굳었다.“서아 씨.”태준이 바로 물었다.“뭔데.”도윤은 화면을 확대했다.“전송된 파일에 접근 로그가 같이 붙었습니다. S-01 생체 접근, 원본 권한 열람, 외부 전송 승인.”지연이

  • 핏빛 유산   96화 — 묻힌 이름들

    바닥 아래로 열린 계단은 생각보다 깊었다.집 안의 불은 꺼졌고, 현관문은 잠겼다. 밖에서는 지연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언니! 들려? 강서아!”도윤의 목소리는 이어폰 속에서 끊겨 있었다. 잡음만 희미하게 튀었다.태준은 서아의 팔을 잡은 채 현관 쪽을 한 번, 열린 계단을 한 번 바라봤다.“지금 내려가면 저 사람 뜻대로 움직이는 거야.”서아는 어둠 속 계단을 내려다봤다.“이미 여기까지 오게 만든 것도 저 사람 뜻이었어.”“그러니까 더 조심해야지.”“조심할 거야.”서아는 태준을 봤다.“근데 피하면 안 돼.”태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서아.”“하윤이를 지키려면 이 안에 뭐가 있는지 알아야 해. 엄마가 숨긴 집이 왜 관찰점이 됐는지, 강도현이 왜 나를 기다렸는지, 왜 나더러 유산을 받으라고 했는지.”짧은 숨.“그 답이 저 아래 있잖아.”태준은 반박하지 못했다.그때 뒤쪽에서 회장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내가 먼저 내려가겠다.”서아가 돌아봤다.회장은 아직도 이마에 피가 말라붙어 있었고, 얼굴은 창백했다. 하지만 눈빛만큼은 이상하게 또렷했다.서아는 차갑게 말했다.“몸 상태로요?”회장은 강도현을 노려봤다.“저 사람은 내 형이다.”강도현은 계단 입구에 서서 조용히 웃었다.“그래. 그래서 네가 제일 늦게 내려와야 한다, 무진아.”회장의 얼굴이 굳었다.강도현은 천천히 말했다.“너는 늘 바닥을 보지 않으려 했다. 위에서 명령을 내리고, 중간에서 모른 척하고, 마지막엔 인정하지 않은 채 물러섰지.”짧은 침묵.“오늘은 끝까지 봐라.”서아가 그 말을 잘랐다.“회장님은 뒤에 계세요.”회장이 서아를 봤다.서아는 단호하게 말했다.“이번엔 회장님이 먼저 막는 그림 필요 없어요. 제가 보고, 제가 판단할 거예요.”“위험하다.”“계속 위험했어요.”짧은 정적.“다만 지금은 제가 위험한 이유를 알고 싶을 뿐이에요.”그 말에 회장은 입을 다물었다.태준은 서아 옆에 섰다.“그럼 같이 내려가.”서아는 짧게

  • 핏빛 유산   95화 — 유산의 규칙

    “그럼 그 문, 내가 열게.”서아의 말이 떨어지자 강도현의 눈빛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그는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오래 기다리던 대답을 들은 사람처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좋다.”서아는 바로 말했다.“대신 먼저 조건이 있어.”강도현의 입가에 희미한 웃음이 걸렸다.“조건을 거는 버릇이 있군.”“당신이 나를 필요로 하니까.”서아는 하윤이 있는 차를 가리켰다.“엄마랑 하윤이를 우리 쪽 차로 옮겨. 그다음 내가 들어가.”강도현은 곧장 대답하지 않았다.그의 시선이 민유라가 탄 차량으로 향했다. 차 안에서 민유라는 하윤을 품에 안은 채 창밖을 보고 있었다. 창백한 얼굴, 떨리는 손. 그러나 아이를 안은 팔만큼은 단단했다.강도현이 낮게 말했다.“유라는 늘 도망칠 곳을 만들었다.”서아가 차갑게 답했다.“당신은 늘 그 도망칠 곳까지 따라왔고.”강도현은 서아를 보았다.“그 집을 남겨둔 건 나다.”“그러니까 이번엔 당신 뜻대로 안 들어가.”짧은 정적.“엄마랑 하윤이 먼저.”태준이 서아 옆으로 다가왔다.“내가 데려올게.”서아는 그를 보지 않은 채 말했다.“아니. 지연이가 가.”태준의 표정이 굳었다.“서아.”“넌 내 옆에 있어.”짧은 침묵.“저 사람은 네가 움직이는 것도 보고 있을 거야.”태준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지연이 피식 웃으며 앞으로 나섰다.“나 또 쓰네.”서아가 낮게 말했다.“이번엔 믿어서.”지연의 얼굴이 아주 잠깐 멈췄다.“…그런 말 갑자기 하지 말라니까.”“가.”지연은 대답 대신 민유라의 차 쪽으로 걸어갔다. 걸음은 가벼워 보였지만, 손은 언제든 움직일 수 있게 준비돼 있었다.강도현은 막지 않았다.그가 뒤에 서 있던 사람들에게 짧게 손짓했다.“물러서라.”검은 옷의 남자들이 몇 걸음 뒤로 빠졌다.민유라가 차 문을 열고 내렸다. 하윤은 그녀의 품 안에서 잠든 채 작은 숨을 쉬고 있었다. 지연이 얼른 다가가 주변을 확인한 뒤, 낮게 말했다.“괜찮아요. 빨리 움직여요.”민유라는 서아

  • 핏빛 유산   6화 — 피 묻은 반지

    비는 그날도 내리고 있었다.마치—3년 전 그날처럼.윤서아는 우산도 쓰지 않은 채 골목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오래된 주택가. 사람이 거의 드나들지 않는, 기억 속에만 남아 있던 장소.그리고—멈췄다.낡은 철문 앞.“…여기네.”한수민이 살던 집.어머니의 집.손을 들어 문을 밀었다.끼이익—쇠가 갈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안쪽 공기가 그대로 흘러나왔다.오래된 냄새.먼지.그리고—버려진 시간.서아는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발걸음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웠다.거실.낡은 소파.뒤집힌 액자.그대로 멈춰버

  • 핏빛 유산   5화 — 가짜 딸의 눈물

    태성가 저택은 평소보다 더 조용했다.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는 듯 평온했지만, 그 안쪽 공기는 이미 완전히 뒤틀려 있었다.윤지연은 2층 자신의 방 거울 앞에 서 있었다.아무 표정도 없었다.그저—자신의 얼굴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진짜 딸.”입술이 아주 작게 움직였다.거울 속 자신을 보며, 천천히 웃었다.“웃기지 마.”그녀는 손을 들어 자신의 뺨을 살짝 쳤다.짝.그리고—다시.짝.점점 세게.순간, 하얀 피부 위로 붉은 자국이 올라왔다.지연은 멈췄다.거울을 보며 고개를 기울였다.“…이 정도면 되겠네.

  • 핏빛 유산   4화 — 네가 내 딸이라고?

    회장실 문이 닫히자, 바깥의 소음이 완전히 차단됐다.고요했다.너무 조용해서, 숨소리조차 크게 들릴 정도로.강진호는 여전히 서류를 쥔 채 서 있었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DNA 검사 결과.단 한 줄.부녀 관계 일치그는 그 문장을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말이 안 된다.”낮게, 거의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서아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저 가만히 서 있었다.그 눈빛은 이미 답을 알고 있는 사람의 것이었다.“이건 조작일 수도 있어.”강진호가 서류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요즘은 이런 거—”“그럼

  • 핏빛 유산   3화 — 죽은 사람이 돌아왔다

    태성그룹 본사 로비는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출근 시간인데도 사람들의 움직임이 둔했다. 오늘은 이사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차기 후계 구도를 논의하는 자리.겉으로는 회의.하지만 실제로는—권력을 나누는 날.그때였다.건물 앞에 검은 세단 한 대가 멈췄다.문이 열렸다.구두가 바닥에 닿았다.또각.로비 유리문이 열리자, 직원 한 명이 먼저 고개를 들었다.그리고—숨이 멎었다.“…어?”옆에 있던 직원이 물었다.“왜 그래?”대답이 나오지 않았다.그저 시선이 한 곳에 고정됐다.천천히 걸어오는 여자.검은 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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