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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그리움이 가장 아프다

하필 그리움이 가장 아프다

에:  안정참여
언어: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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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챕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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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을 올린 지 5년이 지나도록 우성엽은 심예서와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 우성엽은 늘 회사가 바빠 시간을 내기 어렵다고, 법적인 형식과 상관없이 부부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예서는 순진하게도 우성엽의 말을 믿었다. 오늘, 심예서가 5년 동안 사라졌던 언니 심예린과 우성엽이 구청의 혼인신고 창구에서 나란히 나오는 모습을 직접 보기 전까지는. 심예린은 눈시울을 붉힌 채 우성엽의 품으로 뛰어들었고, 손에는 흰 봉투 속 혼인관계증명서를 꼭 쥐고 있었다. “오빠, 그때 결혼식장에서 도망친 건 내가 잘못했어...” 심예린의 목소리가 젖어 있었다. “이번에 내가 암에 걸렸다는 말 때문에 혼인신고까지 해 준 거 알아. 그래도 묻고 싶어. 그동안 정말로 나를 잊고 예서를 사랑하게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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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챕터
제1화
우성엽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우성엽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주먹을 굳게 쥔 심예서의 손끝은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살갗이 찢기며 피가 배어 나왔다.“아니.” 우성엽이 마침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난 한 번도 그런 적 없어.”심예린은 울다가 웃으며 발끝을 들어 우성엽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우성엽의 손은 허공에 멈춰 있다가 천천히 심예린의 허리로 내려갔고, 그 입맞춤은 더 깊어졌다.멀지 않은 곳에 선 심예서는 세상이 무너지는 감각을 느꼈다.‘언니를 잊은 적이 없다면, 나는 우성엽한테 대체 뭐였지?’빵-날카로운 경적에 심예서는 정신을 차렸다. 떨리는 고개를 돌리자 검은색 대형 세단 세 대가 길가에 멈춰 섰고, 심씨 집안의 세 형제가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내렸다.“절차 끝났어? 축하 자리 잡아 놨어.”심예서의 몸이 가늘게 떨렸다.오늘 아침에도 직접 아침밥을 차려 주던 오빠들이었다.“큰오빠, 둘째 오빠, 막내 오빠!” 심예린이 울며 세 사람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다시는 나를 동생으로 인정 안 해 줄 줄 알았어...”세 형제는 서로를 바라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결국 막내 심주한이 심예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바보야. 어릴 때부터 네가 사고 치면 우리가 뒤처리 안 한 적 있었어?”심예린은 금세 웃으며 어린 시절처럼 세 오빠의 팔을 끼었다.네 사람은 다정한 분위기 속에서 차에 올랐다. 길 건너편에 창백한 얼굴로 혼자 서 있던 심예서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차들이 시야에서 사라진 뒤에야 심예서는 비틀거리며 가로수를 붙잡았다. 거친 나무껍질에 팔이 쓸려 피가 났지만, 가슴을 찢는 통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어릴 때부터 심예린은 모두의 사랑을 받는 아이였다.같은 날 태어난 쌍둥이였지만 세 오빠의 눈에는 늘 심예린만 있었다.심예서가 고열로 침대에 누워 있을 때, 오빠들은 심예린과 놀이공원에 있었다.생일날 심예서가 밤늦게까지 혼자 기다렸을 때, 오빠들은 심예린의 생일 파티를 열어 주고 있었다.심예서가 우성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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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매니저는 심예서의 붉어진 눈을 보았지만 더 묻지 않았다.서류를 빠르게 정리한 뒤 공손히 말했다.“절차는 최대한 빨리 처리하겠습니다. 입도 가능 일정이 나오면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심예서는 망설임 없이 서명했다. 지갑에서 블랙카드를 꺼내 결제할 때도 손은 차분했다. 조금도 떨리지 않았다.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밤이 깊었다.심예서가 문을 열자 거실의 따뜻한 조명이 흘러나왔다. 소파에는 더없이 화목한 장면이 펼쳐져 있었다.우성엽은 심예린에게 사과를 깎아 주고 있었다. 길고 곧은 손가락으로 과도를 쥔 모습은 조각품을 다듬는 사람처럼 우아했다. 세 오빠는 소파 옆에 둘러앉아 있었다. 심주재는 약그릇을 들고 부드럽게 달랬다.“예린아, 약 먹어야지.”“너무 써...” 심예린은 코를 찡그리며 애교를 부렸다. “사탕 먹고 싶어.”심주한이 곧장 주머니에서 우유 맛 캐러멜을 꺼냈다.“어릴 때 네가 제일 좋아하던 거야. 늘 갖고 다녔어.”심예서는 현관에 서서 두 주먹을 꼭 쥐었다.“예서야?” 우성엽이 가장 먼저 심예서를 발견했다. 과도를 내려놓고 다가왔다. “오늘 집에 없던데 어디 갔었어?”목소리는 여전히 다정했다. 오후에 구청 앞에서 심예린을 끌어안고 입 맞추던 사람이 아닌 듯했다.심예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시선은 우성엽 너머 심예린에게 닿았다.우성엽은 심예서의 시선을 따라가더니 너무도 자연스럽게 설명했다.“예린이 말기암 판정을 받고 돌아왔어. 마지막 소원이 우리가 곁에서 남은 시간을 함께 보내 주는 거라고 해서.”우성엽은 잠시 말을 멈췄다.“그때 결혼식장에서 도망친 건 예린이 잘못이지만, 그래도 네 언니잖아. 네 체면을 생각해서라도...”“내 체면?” 심예서가 웃었다. “아니면 오빠가 원래 언니를 잊지 못했던 거겠지?”우성엽의 미간이 살짝 구겨졌다.“예서야...”“예서야...” 심주민이 다가왔다. 습관처럼 심예서의 머리를 쓰다듬으려던 손이 허공에서 멈추더니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예린이 얼마 못 산대. 집에 밥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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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다음 날이었다.심예서는 천천히 눈을 떴다. 소독약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사모님! 드디어 깨어나셨어요!” 이정순이 퉁퉁 부은 눈으로 병상 곁에 달려와 거칠어진 손으로 심예서의 차가운 손가락을 꼭 잡았다.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저...” 심예서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저 어떻게... 산 거예요?”이정순의 눈물이 다시 흘렀다.“차마 못 보겠다고 한 젊은 의사 선생님이 몰래 혈청을 놔주셨어요. 10분만 늦었어도 살리기 어려웠다고 했습니다.”말을 잇던 이정순의 목소리가 더 심하게 떨렸다.“제가 큰도련님께 가서 사모님이 정말 독사에게 물렸다고 말씀드렸는데, 큰도련님은 꾀병이라고 했습니다. 둘째 도련님은 만나 주지도 않았고, 막내 도련님은... 사모님이 당해도 싸다고 했어요...”이정순은 눈물을 훔치며 말을 이어 갔다.“우 대표님은 더했습니다. 무릎 꿇고 한 번만 와 달라고 빌었는데, 사모님이 갈수록 유난을 떤다고, 저까지 한패가 되어 속인다고 했습니다.”“사모님...” 이정순이 심예서의 손을 붙잡았다. 거친 손바닥에서 온기가 전해졌다. “사모님이 그분들께 얼마나 잘하셨는데요. 작년 겨울 큰도련님이 새벽 세 시까지 접대하고 들어왔을 때, 얇은 옷만 입고 부엌에서 콩나물해장국을 끓이다가 감기까지 걸리셨잖아요.”“둘째 도련님 회사 자금줄이 막혔을 때는 외할머니 유품인 비취 팔찌를 몰래 팔아 도와주셨어요.”“막내 도련님이 고열로 쓰러졌을 때는 사흘 밤낮을 못 주무시고 간호하다가 사모님이 쓰러지셨고요.”이정순은 점점 더 격해졌다.“우 대표님도 마찬가지예요. 좋아하는 넥타이 브랜드, 커피 취향, 친어머니도 기억 못 하는 것까지 사모님은 다 기억하시는데...”“그런데 지금은 전부 장녀분만 바라봅니다. 우 대표님을 버리고 결혼식장에서 도망친 사람, 어릴 때부터 사모님을 괴롭힌 언니가 모든 사랑을 가져가다니. 세상이 어찌 이리 불공평합니까?”심예서는 조용히 듣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심장을 세게 움켜쥔 듯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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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무릎 꿇어.” 심주한이 차갑게 명령했다.경호원들이 곧장 다가와 죄인을 다루듯 거칠게 심예서의 어깨를 눌렀다. 심예서는 버텼지만 결국 어쩔 수 없이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무릎이 세게 부딪혀 통증에 눈앞이 아득했다.심주민은 미리 준비된 등나무 회초리를 들었다. 허공을 가르는 매서운 소리가 난 뒤, 그것이 심예서의 등에 내리꽂혔다.짝!극심한 통증이 터졌다. 수만 개의 바늘이 동시에 살을 찌르는 것 같았다. 심예서는 입술을 깨물었다. 피 맛이 입안에 번졌지만 한마디 신음도 흘리지 않았다.“네 잘못이 뭔지 알겠어?” 심주민은 차갑게 물었다.“나는... 잘못한 게 없어...” 심예서가 간신히 말했다.짝!이번에는 더 세게 내려왔다. 얇은 원피스에 피가 배어 나와 등 위에 선명한 붉은 꽃처럼 번졌다.“잘못을 알겠어?”“없어...”회초리는 몇 번이고 심예서의 몸을 갈랐다. 매질 하나하나가 영혼을 찢는 것 같았다. 피는 점점 흰 원피스를 적셨고, 바닥에는 선명한 붉은 물웅덩이가 생겼다.“그만 때리세요... 제발 그만해 주세요...” 늙은 가사도우미 이정순이 울며 무릎을 꿇었다. “이러다간 사모님 죽습니다... 정말 죽어요...”하지만 세 오빠는 듣지 않았다. 매질은 멈추지 않았다.심예서의 의식이 흐려졌다. 어렴풋이 심주한이 비웃듯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끝까지 인정 안 하면 인정할 때까지 맞아야지.”마지막 회초리가 내려왔을 때, 심예서는 더 버티지 못했다. 눈앞이 아득해지며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어둠에 빠지기 전 마지막으로 심예서의 눈에 보인 것은 바닥에 고인 선명한 피였다.그리고 심예서의 세 오빠가 보내던 차가운 눈빛이었다.심예서는 방에 홀로 방치된 채 꼬박 사흘을 보냈다.침대에 누워 있으면 옆방에서 웃음소리가 선명히 들렸다.심예린의 달콤한 애교, 세 오빠의 다정한 달램, 우성엽의 낮은 웃음. 그 모든 소리는 칼이 되어 이미 너덜너덜한 심예서의 마음을 밤낮없이 베어 냈다.“예린아, 약 먹자.”“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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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네 남자는 심예린이 다쳤는지만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심예린의 팔에는 작은 붉은 자국 하나가 생겼을 뿐이었다.“예린아! 괜찮아?”“얼마나 다쳤어? 빨리 보여 줘.”“조금 뎄네. 약 가져와!”마지막에 심예서를 발견한 사람은 지나가던 선원이었다. 선원은 겁에 질린 얼굴로 달려와 소화기로 심예서 몸에 붙은 불을 껐다.“아가씨! 조금만 버티세요!” 선원이 당황한 목소리로 외쳤다.흐려지는 시야 속에서 심예서는 네 남자가 심예린을 안고 선실로 달려가는 모습을 보았다. 심예서 쪽으로 던져지는 시선은 하나도 없었다.심예서가 방으로 옮겨졌을 때는 통증 때문에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피부에 넓은 면적의 화상을 입었고, 조금만 움직여도 피 섞인 진물이 배어 나왔다. 선원은 급히 의사를 부르러 갔고, 방에는 심예서 혼자 남았다.핸드폰이 진동했다.[심예서 님, 매입하신 무인도 관련 추가 서류가 필요합니다.]“지금 보내드릴게요...” 심예서는 극심한 통증을 참으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 “최대한 빨리 처리해 주세요... 빨리 들어가고 싶어요...”말이 끝나기도 전에 등 뒤에서 우성엽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누구랑 통화했어?”“아무도 아니야.” 심예서는 전화를 끊고 핸드폰을 이불 속에 숨겼다.문가에 선 우성엽은 미묘한 낌새를 느낀 듯 미간을 찌푸렸다. 캐묻기 직전, 우성엽의 시선이 심예서 몸의 처참한 화상에 멈췄다.“어쩌다 이렇게 뎄어?” 우성엽이 빠르게 다가왔다. 드물게 목소리에 당황이 섞였다. “왜 나를 안 불렀어?”심예서는 눈을 내리깔았다. 입가에는 쓴웃음이 걸렸다.‘안 불렀다고?’방금 갑판 위에서 통증에 몸부림치며 비명을 질렀다. 불길이 머리카락까지 태웠는데 우성엽은 고개 한 번 돌리지 않았다. 불러 봐야 무슨 의미가 있을까?“괜찮아.” 심예서가 낮게 말했다. “의사 선생님도 곧 올 거야. 우리 언니한테 가. 언니가 더 필요할 테니까.”우성엽은 뜻밖에도 침대 곁에 앉았다.“예린이 쪽은 돌보는 사람이 있어. 네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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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그때 거센 바람이 큰 파도를 일으켰다. 요트가 심하게 흔들렸고, 심예서의 목소리는 파도 소리와 비명에 완전히 묻혔다.우성엽이 미간을 찌푸렸다.“방금 뭐라고 했어? 바람이 너무 세서 못 들었어.”심예서가 다시 말하려던 때, 심예린이 애교 섞인 목소리로 끼어들었다.“지금 밖이 너무 위험해. 무서워. 빨리 선실로 들어가자.”모두는 서둘러 심예린을 감싸며 들어갔다. 심예서는 맨 뒤에서 걸었다.심예서는 점점 멀어지는 돌고래를 돌아보다가 웃었다.어쩌면 이것도 하늘의 뜻일지 몰랐다. 네 사람은 영원히 알지 못할 것이다. 심예서가 빈 소원이 다시는 만나지 않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는 사실을.네 사람이 심예서의 진심을 한 번도 소중히 여기지 않았듯, 심예서가 곧 네 사람의 세계에서 완전히 사라질 거라는 것도 모를 것이다....심예린이 재벌가와 명문가 자제들이 모이는 사교 파티 초대장을 받은 날, 네 남자 중 아무도 시간을 낼 수 없었다.“큰오빠, 둘째 오빠, 막내 오빠는 해외에 있는 아주 유명한 경매장에 가서 내 핑크 다이아를 낙찰받아 온대.” 심예린은 초대장을 흔들며 달콤하게 말했다. “성엽 오빠는 회사에서 조 단위 계약을 체결해야 하고... 예서야, 네가 나랑 같이 가 주면 안 돼?”심예린은 눈을 깜빡이며 가련한 표정을 지었다.“나... 이런 자리는 5년 만이라 실수할까 봐 무서워.”“안 가.” 심예서는 단호하게 거절했다.하지만 네 남자는 심예서에게 거절할 틈을 주지 않았다.“예린이는 몸이 안 좋으니까 네가 따라가.” 심주민이 차갑게 명령했다.“그런 자리는 네가 제일 잘 알잖아.” 심주재가 안경을 밀어 올렸다. “예린이 망신당하지 않게 해.”심주한은 심예서를 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예린이 잘 돌봐. 문제 만들지 말고.”쾅!차 문이 닫혔다. 심예서는 창밖에서 심예린만 걱정하는 네 남자의 표정을 보며 웃음이 나왔다.네 남자는 심예린이 실수하거나 망신당할지만 걱정했다. 심예서가 원하는지는 묻지 않았다....파티 연회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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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심예서가 눈을 떴을 때, 병원 침대 위였다.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찔렀고, 심전도 모니터가 규칙적으로 삐삐 소리를 냈다.“깨어나셨네요?” 간호사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많이 다치셨어요. 갈비뼈 세 개가 부러졌고, 보호자가 필요합니다. 가족분께 연락하세요.”간호사가 핸드폰을 건넸다. 심예서는 떨리는 손으로 받았다.화면에는 읽지 않은 메시지가 수십 개 떠 있었다. 전부 심예린이 보낸 것이었다.[성엽 오빠가 직접 깎아 준 사과야. 정말 달아!][큰오빠가 새 원피스 사 줬어. 흰색이 제일 잘 어울린대.][둘째 오빠랑 막내 오빠가 하루 종일 검사 같이 해 줬어. 나를 얼마나 걱정하는지 몰라.][벌써 이틀이나 됐네. 내가 머리 아프다고 딱 한 마디만 해도 다들 내 곁을 지켜. 누구도 네가 어디 있는지 묻지 않아.][도둑은 도둑일 뿐이야. 훔친 사랑은 언젠가 돌려줘야 해. 심예서, 너 참 불쌍하다. 진심으로 널 사랑하는 사람 하나도 없잖아. 나라면 벌써 혀 깨물고 죽었을 거야.][...]심예서는 조용히 화면을 보았다. 손가락은 무의식적으로 굳어 관절이 하얗게 질렸다.“가족 없어요.” 심예서는 핸드폰을 간호사에게 돌려주었다. 목소리는 깃털처럼 가벼웠다. “저 혼자예요.”간호사는 무슨 말이라도 하려다 끝내 한숨을 쉬고 나갔다.창밖에는 플라타너스잎이 바닥 가득 떨어져 있었다. 심예서는 수액관에서 반복해서 떨어지는 약 방울을 셌다. 하나, 둘...그동안 짓밟힌 진심을 세는 것 같았다.닷새 뒤, 심예서는 혼자 퇴원 절차를 밟았다.집 현관문을 열자 웃음소리가 밀려왔다.거실에서 우성엽은 심예린에게 귤을 까 주고 있었다. 세 오빠는 옆에서 무언가를 의논하고 있었다. 심예서가 들어서자 웃음이 멎었다.“어디 갔었어?” 심주민이 미간을 찌푸렸다. “왜 집으로 안 들어왔어?”심예서는 곧장 계단을 올랐다. 뒤에서 심주한의 비웃음이 들렸다.“또 성질 부리긴.”침실 문이 닫히자 심예서는 바닥에 주저앉았다.갈비뼈 쪽 통증이 은근히 올라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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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거센 바람이 몰아쳤다. 심예린은 흰 원피스를 입고 절벽 끝에 서 있었다. 해풍이 치맛자락을 들어 올리자 종잇장처럼 가늘어 보였다.“예린아!” 세 오빠가 다급히 외쳤다. “빨리 돌아와!”심예린이 돌아보았다. 얼굴은 눈물로 젖어 있었다.“오빠들, 성엽 오빠, 오빠들이랑 헤어지기 싫어... 그런데 예서가 나를 받아들이지 않아... 어차피 나는 곧 죽을 텐데... 차라리 여기서 끝낼래. 예서 눈에 더는 거슬리지 않게...”네 남자는 즉시 심예서를 노려보았다.“심예서!” 우성엽이 심예서를 앞으로 밀었다. “말해! 어서 예린이를 설득해!”심예서는 이 촌극을 조용히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정말 예린을 죽음으로 몰아넣어야 만족하겠어?” 심주민이 고함쳤다.심예서가 침묵하자 심예린은 더 서럽게 울었다. 갑자기 몸을 돌려 절벽 아래로 뛰어내리려 했다.“예린아!!!”네 남자가 동시에 달려들어 가까스로 심예린의 손목을 붙잡았다.끌어올려진 심예린은 그 품 안에 쓰러져 목 놓아 울었다.“괜찮아, 괜찮아...” 우성엽이 심예린을 단단히 안았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다정한 목소리였다. “우리가 여기 있어.”“겁내지 마.” 세 오빠가 심예린의 등을 토닥였다. “우리가 널 다치게 두지 않아.”심예린은 우성엽의 품에서 흐느끼다가 다시 몸부림쳤다.“아니야, 놔줘! 죽게 해 줘! 예서가... 예서가 나를 도저히 못 받아들이잖아...”다시 절벽으로 달려가려 하자 네 남자는 황급히 막았다.“그만해!” 심주한이 심예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네가 예린이를 저 지경으로 만들었어!”심주재는 떨리는 심예린의 어깨를 감싸며 부드럽게 말했다.“걱정 마. 우리가 있으니 누구도 널 내쫓지 못해.”심예서는 그 장면을 조용히 보다가 입가에 차가운 웃음을 띠었다.심예린을 너무 잘 알았다. 심예린은 늘 이런 식이었다. 죽겠다고 협박하며 동정을 샀고, 네 사람은 언제나 속아 넘어갔다.“사람 불러.” 심주민이 차갑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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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예린아,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심예린이 눈을 뜨자 모두가 곁으로 몰려들었다. 걱정이 가득한 눈이었다.심주민이 먼저 입을 열었다.“앞으로 이런 위험한 짓 하지 마. 너는 언제나 우리 동생이야.”그 말을 듣자 심예린은 때맞춰 눈가를 붉혔다.억울함이 가득한 얼굴로 가장 가까운 우성엽의 손을 붙잡았다.“난... 오빠들이 나를 버릴까 봐 너무 무서웠어. 그때 일은 분명 내 잘못이지만...”심예린은 고개를 숙이고 두어 번 흐느꼈다.그 반응은 당연히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우리 동생, 겁내지 마. 그때 일은 이미 지나간 과거야. 우리가 네 곁에 있을게.”세 오빠가 맞장구쳤고, 목소리에는 넘치는 애정이 담겨 있었다.우성엽은 심예린을 바라보다가 마음 한쪽에서 불안이 솟구치는 걸 느꼈다. 마치 영영 무언가를 잃어버린 듯했다.“성엽 오빠, 아직 날 원망해?”심예린이 우성엽과 눈을 맞췄다. 목소리는 가엾었다.“아니야. 괜한 생각 말고 쉬어.”그때 의사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박사님, 제 동생 몸은 어떻습니까?”지금 모두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심예린의 몸이었다.“이분은 몸에 특별한 이상이...”의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심예린이 가슴을 움켜쥐고 급히 비명을 질렀다.“가슴이... 너무 아파...”모두가 곧바로 심예린을 에워싸고 저마다 걱정했다.“오빠들, 성엽 오빠, 나 병원에 있기 싫어. 집에 가고 싶어.”심주민은 못마땅한 얼굴이었다.“몸이 안 좋으면 병원에서 치료받아야지.”심예린은 고개를 숙이고 흐느꼈다.“내 병은 내가 알아. 병원 말고 집에서 오빠들과 함께 있고 싶어.”결국 모두 더는 반대하지 못하고 심예린을 집으로 데려왔다....다음 날 점심때가 되도록 심예서는 보이지 않았다.“예의라곤 하나도 없군. 이게 뭐 하는 짓이야!”심주민이 젓가락을 식탁에 세게 내려놓았다. 얼굴에는 불쾌함이 가득했다.“큰오빠, 화내지 말고 국 드세요.”심예린이 국 한 그릇을 그의 앞에 놓았다.큰오빠의 분노는 금세 누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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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앞뒤가 없는 말을 들은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의아해했다.“무슨 밧줄이 끊어져?”결국 우성엽이 물었다.“절벽에 매달아 둔 밧줄이 끊어졌습니다. 예서 아가씨도 사라졌습니다!”그 말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모두를 그 자리에 굳게 만들었다. 얼굴마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떠올랐다.심주민이 달려가 경호원의 멱살을 잡았다.“정말이야? 거짓말 아니야?!”눈가가 붉어졌고, 옷깃을 움켜쥔 손등에는 힘줄이 돋았다. 경호원의 입에서 나올 대답이 두려운 듯했다.경호원은 떨리는 입술로 말했다.“정말입니다. 찾으러 갔을 때 절벽 끝 밧줄은 이미 끊어져 있었고, 그 자리에는 예서 아가씨 외투만 걸려 있었습니다.”우성엽은 빠르게 다가가 경호원이 들고 있던 외투를 받아서 들었다. 몸이 거의 휘청일 지경이었다.심예서가 입고 있던 외투였다.모두가 이 변고 앞에 얼어붙었다.“큰형, 사람을 보내서 풀어준 거 아니었어?”심주재의 말에 심주민의 눈에 공포가 번졌다.“내가... 어제 병원에서 돌아와서... 나는...”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지만 모두가 의미를 알아들었다.어제 병원에서 돌아온 뒤, 모두의 관심은 심예린에게만 쏠려 있었다. 심예린이 어디 아픈지, 불편한 곳은 없는지만 살폈다.심예서는 심씨 집안에서 언제나 존재감이 미미했다. 아무도 심예서를 떠올리지 않았다.“성엽 오빠, 괜찮아?”심예린은 우성엽이 무너질 듯한 모습을 보고 다가가 부축하려 했다. 하지만 우성엽은 심예린을 거칠게 밀쳤다.우성엽은 밖으로 걸어 나가며 경호원들에게 절벽으로 갈 차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심예린은 우성엽이 자신을 밀칠 줄 몰랐다. 균형을 잃고 바닥에 넘어졌다.세 오빠도 곧장 심예린을 일으키지 않았다. 모두 심예서가 사라졌다는 소식에 넋을 놓았다.가사도우미가 심예린을 부축해 일으켰다. 심예린은 억울한 얼굴로 하소연하고 싶었지만, 세 사람은 급히 한 번 바라보기만 하고 따라 나갔다....밤의 해안 절벽에는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우성엽이 바라본 절벽 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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