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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잃었다

Penulis: JANGO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8-27 12:43:33

"대신······."

한대령이 말을 이었다.

"조건이 있다."

수려는 침을 삼켰다.

"일본으로 가라."

"······일본?"

"료칸으로."

"료칸이요? 갑자기 왜······."

한대령이 말을 끊었다.

"그곳에서 일하면서 모두에게 인정을 받고 오너라."

"······"

"손님을 직접 상대하고, 청소하고, 음식을 나르고, 객실을 관리해라."

수려는 황당한 표정으로 할아버지를 바라봤다.

"할아버지."

"회장님이라고 불러라."

"······네. 회장님."

"거기서 최고의 서비스가 무엇인지 배워라.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도."

"왜 하필 료칸이에요?"

한대령이 잠시 수려를 바라봤다.

"삶을 살아가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돈? 아니다. 경영 지식? 그것도 아니다."

목소리가 낮아졌다.

"사람이다.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고, 사람을 이끌겠느냐."

수려의 표정이 조금씩 달라졌다.

"료칸은 손님이 원하는 것을 먼저 알아야 하는 곳이다. 말하지 않아도 불편한 것을 찾아내고, 필요한 것을 먼저 내어놓고, 마지막까지 상대를 기억하는 곳이지."

한대령이 수려를 똑바로 바라봤다.

"너는 지금까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법만 배웠다. 이제는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는 법을 배워라."

수려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리고 모두에게 인정을 받을 때."

한대령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돌아와라. 그때 네가 배우를 하든, 아이돌을 하든, 회사의 후계자가 되든, 내가 기회를 주겠다."

짧은 침묵이 흘렀다.

직업을 잃었다. 숙소도 잃었다. 사람들의 신뢰도 잃었다.

그런 자신에게 처음으로 누군가가 새로운 길을 내밀고 있었다.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

"지금 너에게 필요한 건 질문이 아니라 행동이다."

한대령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래서 보내는 거다."

한대령이 비서를 불렀다.

"위 비서. 시모우라 그룹에 연락해."

"알겠습니다."

이미 비서는 전화를 걸고 있었다.

"모시모시. 오히사시부리데스."

'······진짜 가는 건가.'

그때 위 비서의 목소리가 한 톤 낮아졌다.

"네, 네. ······그건 말씀이십니까?"

위 비서가 한대령을 흘낏 보더니 등을 돌려 목소리를 낮췄다.

대화 내용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뭐지?'

수려가 물으려는 순간, 한대령이 먼저 말을 끊었다.

"됐다. 넌 가서 일본 갈 준비나 해라."

"할아버지, 방금 무슨······."

"회장님."

"······회장님. 방금 무슨 얘기예요?"

한대령은 대답 대신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별거 아니다."

수려는 그 표정에서 익숙한 위화감을 느꼈다.

어릴 적, 할아버지가 저런 얼굴을 할 때는 늘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다.

회장실을 나온 수려는 복도를 걷다가 걸음을 멈췄다.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얼굴은 석준이었다.

몇 년 만이었다.

"석준이 형."

석준은 아무 말 없이 지나치려다 걸음을 멈췄다.

"······료칸이라고?"

'나보다 먼저 알고 있다니.'

석준이 낮게 웃었다.

"거기, 아무 데나 보내는 게 아니야."

"그게 무슨 소리야?"

석준은 더 대답하지 않고 회장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혔다.

'방금 그 말은······ 무슨 의미지?'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지갑 안에는 천 원짜리 몇 장뿐이었다.

'돈도 거의 다 떨어졌네.'

택시를 잡으려다 포기하고 그냥 걸었다.

그때 뒤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 사람······ 한수려 아니야?"

"학폭 아이돌."

휴대전화가 하나둘 올라왔다.

예전 같았으면 모자를 눌러 쓰고 고개를 숙인 채 도망쳤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수려는 오히려 등을 펴고 고개를 든 채 사람들을 잠시 바라본 뒤, 아무 말 없이 다시 걸었다.

'그래. 마음대로 생각해. 어차피 내 인생은 내가 사는 거니까.'

그날 밤, 짐을 챙기던 수려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모르는 국제전화 번호였다.

"여보세요······?"

낯선 일본어 억양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한수려 씨 되시죠? 저는 시모우라 료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목소리가 뚝 끊겼다.

통화 시간, 1초.

'뭐야, 방금······.'

다시 전화를 걸려던 순간, 화면에 문자 한 통이 떴다.

발신자 표시 없음.

〔일본, 오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수려는 한동안 화면을 내려다봤다.

'······뭐야,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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