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약혼식 3일 전, 조민석이 내게 전화를 걸었다. “우리 약혼식 한 달만 미루자. 우리가 약혼식을 하기로 한 날이 하필이면 시영이가 귀국한 뒤 처음으로 하는 연주회가 있는 날이거든. 내가 꼭 가봐야 해.” “그렇게 큰일도 아니고 그냥 약혼식을 조금 미루는 것뿐이야.” 조민석은 1년 동안 벌써 세 번째로 약혼식을 미루고 있었다. 처음에는 해외에 있던 임시영이 갑자기 맹장염으로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임시영을 돌봐줘야 한다며 부랴부랴 출국해 약혼식을 미뤘다. 두 번째는 임시영이 기분이 안 좋다고 하자, 이러다 우울증에 걸릴까 봐 걱정된다며 곧바로 항공권을 예매하고 약혼식을 미뤘다. 그리고 이번이 세 번째였다. 나는 알겠다고 대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잘생기고 귀티 나는 남자에게 물었다. “혹시 나랑 결혼할 생각이 있어?” 그런데 이후 임시영의 연주회에서 조민석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임시영을 버리고, 눈이 벌게진 채 내 약혼식장으로 달려왔다. “강유연, 너 정말 이 남자랑 약혼할 거야?”
Ver más임시영의 얼굴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임시영은 원망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다 너 때문이야. 강유연, 다 너 때문이라고!”“너만 아니었으면 조민석이 나를 버릴 리가 없었어. 왜 나한테서 조민석을 빼앗으려고 해? 왜?”나는 기가 막혔다.“하, 누가 너한테서 조민석을 빼앗는다는 거야?”“조민석 같은 쓰레기를 좋아하는 건 너 하나뿐이야. 그러니까 제발 부탁인데, 그 인간 데리고 내 인생에서 같이 사라져 줄래?”그런데 바로 그때, 조민석이 나타났다.아마 이 소식을 전해 듣고 급히 여기까지 달려온 모양이었다.“강유연, 강유연!”조민석은 어떻게든 내 앞까지 달려오려고 했다.“내 말 좀 들어줄래? 나 얘랑은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니야!”임시영은 이를 악물고 울부짖었다.“오빠,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난 오빠 아이를 가졌다고!”“자기 자식까지 버리려는 거야?”그 순간 다들 넋이 나갔고, 나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둘이 아무 일도 없었다면서? 그럼 아이가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는 거야?”그러나 조민석은 죽어도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다.“저건 다 거짓말이야. 난 쟤를 좋아하지 않아!”“강유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오직 너뿐이야. 예전에 내가 너한테 잘해주지 못한 거 나도 알아. 그러니까 우리 다시 시작하자. 응?”“이번에는 꼭 너랑 잘 지낼 테니까 나를 용서해 줄래?”나는 조민석에게 눈길조차 주고 싶지 않았다.“조민석, 그냥 포기해.”나는 조금 전 최승운이 머리에 씌워준 핑크 다이아몬드 왕관을 쓰다듬으며 말했다.“봤지? 이건 승운 오빠가 나를 위해 특별히 주문 제작한 거야.”“게다가 승운 오빠가 직접 디자인한 거야. 오직 나만을 위한,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물건이지.”“나한테는 이미 가장 좋은 게 있어. 그런데 내가 네가 가진 중고품이 필요할까?”“이만 가봐. 나랑 승운 오빠 곧 결혼할 거야.”“앞으로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말고 내 행복을 방해하지도 마. 그리고 가능하다면
하지만 그런 것까지 신경 쓰고 싶지는 않았다.“네가 계속 쟤한테 기회를 줬으니까 쟤가 저렇게 뻔뻔하게 내 앞에 나타나서 나를 불쾌하게 만드는 거잖아.”“너는 여자 하나로는 만족이 안 돼서 바람을 피웠어. 아마 결혼하고 나서도 개 버릇 남 못 주겠지. 솔직히 말하자면 여기서 제일 역겨운 사람은 너야.”임시영은 옆에서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울먹였다.“미안, 미안해. 내 잘못이야. 내가 언니랑 오빠 사이에 끼어들면 안 됐어. 지금 바로 떠날게.”나는 짜증이 나서 미간을 찌푸렸다.“꺼질 거면 빨리 꺼져. 네가 어디를 가든 아무도 관심 없으니까 그냥 내 눈앞에서 얼른 사라져.”“임씨 가문은 3대째 내리막길을 걷더니, 네 대에 와서 완전히 끝장났네.”“그러니까 어떻게든 조민석을 꽉 붙잡아. 이번 기회를 놓치면 두 번 다시 이런 기회가 없을 테니까.”임시영은 수치심과 분노를 참지 못하고 그대로 뛰쳐나갔다.조민석은 여전히 나를 붙잡고 늘어지려 했지만, 최승운이 사람을 시켜 두들겨 팬 뒤 밖으로 내쫓아서 그럴 수가 없었다.약혼식이 끝난 후 내 친구들은 하나둘씩 찾아와 내게 축하 인사를 하며 기다렸다는 듯이 이야기를 쏟아냈다.“유연아, 너 그날 이후로 순진한 척 가식을 떨던 임시영이 얼마나 비참해졌는지 알아?”“다들 임시영을 비웃고 있어. 임시영은 집으로 돌아가 소문이 사그라질 때까지 숨어 있으려고 했는데, 가족들이 임씨 가문 얼굴에 먹칠을 했다고 하면서 앞으로는 임시영의 계모가 데려온 딸만 임씨 가문의 딸로 여기겠다고 했대. 임시영이랑은 완전히 연을 끊겠다는 거지.”“그 말을 듣고 임시영은 그 자리에서 쓰러졌대.”“그리고 그 이후에는 조민석을 찾아갔는데, 조씨 가문 사람들이 결혼 약속이 깨진 것 때문에 임시영을 못마땅해한대. 그래서 집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했대.”나는 그 말을 듣고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조민석이 가만히 있었겠어? 걔가 임시영을 얼마나 애지중지하는데.”친구는 크게 웃었다.“역시 너는 조민석을 잘 아네.”“결국 조민석은 어쩔
조민석이 약혼식장에 난입했을 때, 마침 나는 최승운과 반지를 교환하고 있었다.조민석은 두 눈이 빨개진 채 내 앞으로 달려와 내 손을 꽉 붙잡았다.“강유연, 이제 그만해. 나랑 돌아가자.”최승운이 미간을 찌푸리며 조민석을 밀어냈다.“조민석 씨, 저는 조민석 씨를 초대한 기억이 없는데요.”“소란을 피울 생각이라면, 저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조민석의 부모님 역시 깜짝 놀랐다. 사람들이 모두 지켜보는 앞에서 망신을 당하고 싶지 않았던 그들은 조민석을 붙잡아 밖으로 끌고 가려 했다.“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오늘 이렇게 많은 사람이 와 있는데 남의 약혼식을 망칠 생각이야?”하지만 조민석은 그들의 말을 듣지 않고 집요하게 나를 끌어당기며 식장을 나가려고 했다.“약혼식은 무슨, 저는 동의 못 해요!”“강유연은 제 약혼녀예요. 우리는 아직 헤어지지 않았어요. 그런데 어떻게 최승운이 강유연의 약혼자가 될 수 있는 거죠?”“강유연, 정말 화나기 전에 얼른 나랑 같이 돌아가!”임시영이 옆에서 순진무구한 얼굴로 조민석의 편을 들었다.“맞아. 민석 오빠는 한 번도 약혼식을 취소하겠다고 한 적이 없잖아.”“전에는 일이 있어서 미뤘던 것뿐이지. 솔직히 말해서 나는 언니가 다른 남자랑 만나고 있었을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어. 사람이 그러면 안 되지.”나는 참지 못하고 눈을 흘겼다.“너는 닥치고 있어. 어디서 순진한 척이야?”“조민석이 왜 그동안 계속 약혼식을 미뤄왔는지 정말 몰라서 그래?”“네가 매번 약혼식을 앞둔 시점에 자꾸 조민석한테 들러붙으니까 조민석이 매번 나를 버리고 너한테 간 거잖아.”“그동안 계속 딴마음을 품고 있었으면서 나한테 잘못을 뒤집어씌우려고 해? 정말 뻔뻔하네.”임시영은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조민석의 뒤에 숨었다.“나, 나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나도 민석 오빠가 정말로 언니와의 약혼식을 미룰 줄은 몰랐다고...”조민석은 슬픔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날카롭게 따져 물었다.“강유연, 대체 뭘 어쩌고 싶은
최승운은 젊은 나이에 최씨 가문의 실세로 자리 잡았다. 심지어 최승운이 발을 한 번 구르면 태원시의 절반이 흔들린다는 말도 있을 정도였다. 그러니 최승운의 약혼식은 당연히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성대해야 했다.장소는 태원시에서 가장 큰 호텔로 정했고, 아예 전문 인력을 따로 섭외해 생중계까지 진행할 예정이었다.우리 부모님은 아무런 불만도 없었고, 오히려 내가 최승운과 결혼할 날만 손꼽아 기다리며 즐거워하셨다.나는 부모님이 줄곧 조민석을 못마땅하게 여겼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다만 딸인 내가 조민석에게 푹 빠져 있었기에 그동안 참고 있었던 것이다.그러나 이제는 조민석과 헤어졌으니 부모님도 더 이상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엄마는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그거 기억나니? 너 어렸을 때 승운이 뒤만 졸졸 따라다니면서 오빠라고 불렀잖아.”“그랬던 애가 왜 사춘기가 시작되고 나서는 조민석 그 녀석한테 푹 빠졌는지 모르겠다니까.”“그때 엄마랑 아빠가 그랬었잖아. 조민석 걔는 조신하지 못하다고. 그런데도 너는 우리 말을 듣지 않았지.”“참 다행이야. 드디어 네 콩깍지가 벗겨졌으니 말이야.”“승운이는 정말 좋은 애야. 앞으로 승운이랑 잘 살아야 해.”예전에 조민석 때문에 했던 멍청한 짓들이 떠오른 나는 얼굴이 화끈거려 당장이라도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었다.“엄마, 그만 말씀하세요.”비록 갑작스럽게 결혼을 결정하게 되었지만 최승운의 부모님은 나에게 매우 잘해주었다. 처음 만난 날에는 사양할 틈도 주지 않고 내 손목에 집안 대대로 내려오던 비취 팔찌를 직접 채워주셨다.“이, 이건 너무 귀한 물건인 것 같아요.”나는 몰래 최승운에게 물었다.“이거 대체 얼마짜리야?”최승운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괜찮아. 주는 거니까 그냥 하고 있어.”나는 사람들이 한눈을 파는 틈을 타 몰래 가격을 검색해 봤다가, 가격표에 적힌 0의 개수를 보고 충격을 받아 입이 떡 벌어졌다.최승운의 엄마는 내 손을 꼭 잡고 다정하게 말했다.“유연아, 걱정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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