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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렁이

Author: 미먀오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18 11:20:11

그녀들의 손길로 인해서 홀딱 벗겨진 나는 시선을 어디에도 두지 못한 채 목욕은 혼자 할 수 있다며 입씨름하고 있었다.

“정말로 혼자 할 수 있어요.. 괜찮다니까요? 아니…”

네…

그녀들의 현란한 말솜씨로 홀라당 넘어가버린 나는 결국 몸을 맡긴채 욕탕에 누워서 마사지를 받고있었다.

괜히 자기들한테 맟기라고 한게 아니라는 듯 마사지 실력이 아주… 끝내줬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몰랑몰랑한 상태가 되어 방으로 돌아왔다.

“으어어…. 시원해..살아날 것 같아.“

”서하는 이미 살아있지 않습니까?“

”그래도 살아날 것…..뭐야 당신이 왜 여깄어..?“

”당신이 아니라 청령이라니까요.“

너무나 자연스럽게 침구에 누워있는 모습이 자연스러웠다.

하마터면 내가 방을 착각한 줄 알았을것이다.

나는 흠칫하며 다시 나갔다 들어왔다.

”여기 맞는데….“

”제 궁이니 모든 방은 제 방이나 다름 없습니다.“

이,이이!!!

”나가!!!!“

사자후를 내지르자 나를 따라오던 그녀들이 멈칫했다.

왜인지 그녀들의 눈도 세모꼴이되어 주인을 노려보았으나 그들의 주인은 비킬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럼 내가 딴데 가지 뭐.“

나는 애써 웃으며 말했다.

”이런, 저도 갑자기 방을 옮기고 싶어졌습니다.“

이게….?

”지금 나랑 장난해요?“

”그럴리가요. 서하와의 일이라면 그 어떤 것보다 진지한걸요.“

안그래보여서 그래..

능구렁이 마냥 넘어가는 모습이 참 가관이다.

결국 나는 방을 옮기는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면 이 능구렁이 같은 자식이 따라올테니까!

”저리 떨어질 생각은 없는거죠..”

나는 옆에 딱 붙어있는 청령에게 말했다.

그제야 깨달았다는 듯 청령이 말했다.

드디어 알아들은건가?

감격하려는 순간.

“서하는 이런 자세를 더 좋아하는 거군요.”

“…진심이세요..?”

나는 뒤에서 앉아있는 나를 끌어 안은 청령을 향해 물었다.

그러자 상큼한 미소로 뭐가 잘못됐냐는 듯 청령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나도 안 귀여우니까 하지마..

“무엇이 잘못되었습니까? 아, 반려끼리는 서로 닿아있을수록 좋다는걸 모르시는군요.”

“지금껏 잘만 살아왔는데요?”

….. 청령이 할말을 찾지 못했다.

“일방적이었으니까요. 불공평하게, 그러니 이번만큼은 사랑해주면 안되나요?“

”꼭 이전에도 안사랑했다는 듯이 말하네요.“

”..실언했습니다. 잊어주세요.“

아, 사랑해달라는 말은 진심입니다.

청령이 뒤에서 껴안은 자세로 고개를 내 머리위에 괴었다.

뭐가 그리 신기한지 손장난을 치며 손을 만지작대며 내 온기를 앗아갔다.

뱀이라 체온이 낮은건가..

그러고 보니 억지로 키스했을 때 알게 된 불편한 진실이 떠올랐다.

뱀처럼 혀 앞쪽이 살짝 갈라져 있었다.

으- 기억하기 싫어.

그리고 문득 꺠달았다.

난 왜 이렇게 익숙한듯이 청령의 품에서 빠져나갈 생각도 못하고 있는거지?

”청령.“

”네.“

”난 원래 있던 장소로 가야겠어요. 이상해 내가 이렇게 경각심이 없는 사람이 아닌데..”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나 했더니.. 안됩니다.”

“당신이 뭔데 내 행동을 규제하나요. 나한테 뭔데.”

“..반려 이지요.”

“말뿐인 반려? 계속 반려라고 머리에 새겨봤자 의미 없어요. 난 당신한테 안좋은 감정밖에 없거든.”

뒤를 돌아보니 청령이 피가 나도록 입술을 짓씹고 있었다.

눈에선 눈물을 뚝뚝 흘리는 채로.

내게 의미있는 존재가 되고싶거나 되어있다고 생각했나요?

“미안하지만 여기까지가 내가 어울려 줄 수 있는 한계네.“

“….참으로 매정하십니다.. 이렇게 나오신다면 결국엔 방법이 없습니다. 나가보시지요. 얼마든지.”

이렇게 순순히 풀어준다고?

이상…

“윽, 팔에 힘 안풀어? 나가라며?”

“네에, 나가실수 있으시다면요.”

이참에 각인도 해버릴까요?

각인, 그 두글자가 뇌리에 박혔다.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원래 기다려줄 생각이었지만 이리 나오시면 어쩔 수 없죠. 우리 선을 넘어봅시다.”

청령이 싱긋 웃었다.

허리춤을 안고 있던 팔이 위로 올라왔다.

머리카락을 쓸어넘기고 귀를 살짝매만졌다.

“힉!”

눈을 꼭 감았다.

“겨우 이정도에 놀라시면서.”

뺨에 말캉한 무언가가 닿았다 떨어졌다.

“밤일은 어찌하시려고…”

청령이 작게 웃어댔다.

완전히 포식자와 피식자의 관계로 만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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