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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화

Author: 양순이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2-26 17:22:26

“옷을 지을 줄 아나?”

“바느질은 꽤 합니다만, 천자님의 마음에 들만한 옷을 지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꿈도 야무지구나. 누가 너 같은 것이 만든 옷을 입고 싶다더냐. 버리기 아까운 이불이니 홑청으로 옷이나 한 벌 지어보아라.”

“이 귀한 비단 이불을 버린다고요? 차라리 빨아서 쓰심이.”

“내 심기를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했거늘!”

화들짝 놀란 그녀는 입을 꾹 다물었다.

“한번은 그냥 넘어가나, 앞으로 내 말에 어떤 토도 달지 말아라.”

“저…, 그러면 누구의 옷으로 할까요?”

“그런 것까지 알려주랴? 그냥 네 마음대로 해.”

“예, 알겠습니다.”

미옥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연호의 눈이 스르륵 감겼다.

한참을 목석처럼 가만히 서 있던 미옥은 목을 빼내어 연호의 모습을 살폈다.

‘진짜 잠이 들었나?’

거칠지만 일정한 그의 숨소리를 확인하고 나서야 온몸에서 힘이 빠졌다.

“하아, 이제야 살 것 같네.”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낸 미옥은 급히 손으로 입을 막으며, 연호를 쳐다보았다.

다행히도 그는 깊은 잠에 빠진 듯 눈썹 한 가닥의 미동도 없었다.

“그나저나 높으신 분이라 그런지 사람을 부리는 것은 타고 난 것 같네. 내가 쉬기라도 할까 봐서 옷을 지으라니.”

이불 천을 뜯어낼 생각을 하니 한숨이 절로 나왔지만, 곧 생길 저녁밥을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뭐, 아무렴 어때. 자고로 밥 많이 주는 주인이 최고라고 했는데.”

**

“이게…, 밤새 만든 거라고?”

미옥이 내미는 옷에 연호는 기가 차서 할 말을 잃었다.

‘제 옷이나 해 입으라는 것도 모르고.’

“네, 아직도 천이 많이 남아서 몇 벌은 더 만들 수 있습니다. 너무 귀엽지요?”

그의 생각을 알 리 없는 미옥은 자랑스럽게 옷을 펼쳐 보이기까지 했다.

갓난아이를 싸둘 수 있는 작은 싸개 보자기와 삼, 사세 정도의 어린아이가 입을 만한 옷 한 벌이었다.

“어째서 애들 옷을 지은 거지? 천이 별로였나?”

“예에? 그럴 리가요. 제 생전에 이리 고운 천에다가 바느질을 해 본 것은 처음입니다. 낡은 무명이나 만져본 제가 마음에 들고 말고 할 게 어디 있습니까.”

행여 또 오해라도 살까 싶어서 과장되게 손까지 크게 저으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럼 왜 네 옷을 해 입지 않은 거지?”

“어른 옷은 한 두벌이지만, 아이들 옷은 여러 벌이 나오니까요. 그리고 험한 일을 하는 제가 이렇게 하늘거리는 옷을 입으면 하루도 못가서 찢어지거나 해질 겁니다.”

“네게 험한 일을 시킨다고 누가 그러 더냐? 혹시 날 돌보는 것이 험한 일인가?”

연호의 표정은 더욱 심각해졌다.

“아닙니다! 다만, 이 넓은 별채 안에 노비는 저 하나입니다.”

여전히 이해가 안 된다는 연호의 표정을 본 미옥은 작은 한숨을 쉬며 말을 덧붙였다.

“밖에서 길어온 물을 들여놓는 것도, 약을 달이는 것도, 밤새 아궁이를 지키며 불을 조절하는 것도, 마당을 쓸고, 별채 안을 닦는 것까지 모두 저 혼자서 하는 것이란 말입니다.”

옷 짓는 것 외에 또 무슨 일을 더 시킬까 싶은 걱정에 미옥은 과장된 몸짓으로 하는 일들을 하나하나 나열했다.

‘이 정도 말했으면, 본인이 자는 사이에 내가 쉴 거라는 생각은 안 하겠지?’

“이런 망할 놈이 있나.”

“예? 아, 아니 저는 그게 힘들다는 게 아니라 그저 바쁘다는 것을 설명한 것입니다….”

어린 요행으로 행여나 그를 또 화나게 만든 것은 아닌지 미옥은 바싹 얼어붙은 몸을 움츠렸다.

“당장 하륜에게 가서 힘 좋은 놈 한 명을 별채로 보내라고 전해라.”

“잘못했습니다, 하나도 힘들도 힘들지 않습니다! 그러니 저를 다시 내보내지 마세요.”

‘이번에는 아예 대 놓고 힘 좋은 놈을 요구했으니, 장형을 맞고 노예상인에게 팔릴 것이 분명해.’

미옥의 등줄기로 땀방울이 또르륵 흘렀다.

“내가 언제 널 내보낸다고 했느냐, 난 그저 노비 한 명을 더 들이라고 했다.”

질끈 감을 두 눈을 뜬 미옥은 잠시 멍하니 연호를 바라보았다.

“하, 한 명 더…, 말씀입니까?”

“그래, 별채 내 잡일은 모두 그놈에게 맡기거라.”

미옥의 광대가 탐스러운 복숭아처럼 솟아올랐다.

“알겠습니다! 당장 주인님께 전달하고 오겠습니다.”

나가보라는 말이 있기도 전에 미옥은 함박웃음을 날리며 달음박질을 쳤다.

그녀의 뒷모습이 사라지자, 연호는 미옥이 남기고 간 작은 아기 옷을 조심스레 집어 들었다. 거칠고 투박한 바느질이었으나, 그 안에는 주인을 향한 교태 대신 기묘할 정도의 다정함이 깃들어 있었다.

‘…겨우 이런 것이었나.’

사경을 헤매는 황후가 마지막까지 하륜과 머리를 맞대며 설계한 독을 품은 꽃의 정체가 고작 이런 것이었는지.

연호의 머릿속에 홀로 남겨질 어린 아들, 상이의 얼굴이 스쳤다.

“아이를 지극히 여기는 천한 여인이라….”

연호는 미옥이 지은 싸개 보자기를 손끝으로 느리게 쓸어내렸다.

“내 아들의 어미가 되기에, 이보다 더 다루기 쉬운 패는 없겠군.”

그의 눈에 서늘한 이성과 함께, 묘한 기대감이 스치며 갈무리되었다.

“주인님! 주인님!”

안채 복도를 가로질러 달려오는 미옥의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희열이 가득했다. 얼마나 급하게 뛰어왔는지 발그레하게 달아오른 뺨은 햇살 아래 잘 익은 살구처럼 보드라운 빛을 냈다. 하륜은 서책을 넘기던 손길을 멈추고, 문밖에서 숨을 몰아쉬는 그녀를 가만히 응시했다.

“무슨 일이기에 이리 호들갑이냐.”

“그게…, 손님께서 별채에 힘 좋은 사내놈을 한 명 더 들이라 명하셨습니다! 그에게 잡일을 다 맡기라고요!”

미옥은 제게 쏟아질 고생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에만 취해 아이처럼 웃었다. 하지만 하륜의 눈은 차갑게 가라앉았다.

‘힘 좋은 사내를 들여 잡일을 맡겨라?’

그것은 단순한 배려가 아니었다. 황제가 미옥을 부려 먹는 노비가 아니라, 다른 용도로 곁에 두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그 단단한 철벽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제 뜻대로 되어가는 판국이었으나, 하륜의 가슴 한구석이 기묘하게 뒤틀렸다.

그것은 기분 좋은 간지러움이 아니라 날카로운 가시가 박힌 듯 불쾌한 자극이었다. 마치 정성껏 길들여온 매를 사냥터에 내놓아야 하는 사냥꾼의 심정이 딱 이럴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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