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얼굴에 묻은 피를 깨끗이 닦은 뒤, 서철용이 마스크를 내리고 음산한 미소를 지었다. "...소월 씨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 자격 없어요!"장소월은 격렬하게 숨을 들이쉬었다. 머리가 깨질 것 같은 통증에 이어 극심한 기침이 시작됐다. 그 충격에 입안에서 피가 울컥 쏟아졌다.그 모습에도 서철용은 전혀 당황하거나 흔들리지 않았다. 그저 상관없는 사람처럼 그녀가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만 볼 뿐이었다.얼마 뒤, 서철용은 장소월에게 약을 두 알 먹였다. 그녀가 정상 상태로 회복하자 일반 병실로 옮겼다.전연우가 수술실에서 나온 서철용을 붙잡고 물었다."장소월 대체 어떻게 된 거야!"서철용은 가느스름한 눈으로 그를 힐끗 쳐다보고는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병원 규정에 따르면 환자의 질병에 대해 알 권리는 직계 가족이나 배우자만 가질 수 있어. 넌 그중 환자와 어떤 관계야?"서철용은 느긋하게 말하다가 무언가 생각난 듯 손바닥으로 이마를 쳤다. "아, 까먹을 뻔했네. 두 사람은 남매였다는 거."전연우가 차가운 눈으로 그를 노려보며 일갈했다. "내가 듣고 싶은 건 그렇게 쓸데없는 말이 아니야."전연우가 주먹까지 들어 올렸지만, 서철용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전연우, 넌 장소월에게... 점점 더 빠져들고 있는 것 같아!""설마, 정말 사랑에 빠지기라도 한 거야?" 서철용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정말 황당하단 말이야! 넌 장해진의 친아들이잖아. 너와 장소월은 이루어질 수 없어."전연우가 장해진의 친자식이라는 건 서철용을 제외하면 아무도 알지 못하는 사실이었다.서철용의 눈동자가 코너에 숨어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누군가에게로 향했다. 인시윤은 깜짝 놀라 입을 틀어막았다. 그녀는 자신이 조금 전 들었던 모든 것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전연우와 장소월이... 정말... 친남매였다니!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불가능하다!만약... 남매인 사실을 전연우도 알고 있다면, 그들은...미쳤다,
장소월은 가슴이 통증으로 저려왔고 목구멍은 피로 꽉 막힌 듯한 마디도 내뱉을 수가 없었다.아버지는 며칠 뒤에야 돌아오신다고 했는데?왜 이렇게 빨리 돌아왔을까?보아하니 서철용이 그녀의 병을 숨겨준 듯했다. 장소월은 침대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온몸에 힘이 빠져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었다.수다스러운 은경애의 모습은 장소월로 하여금 오랜만에 소현아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의사 선생님께서 최근 영양을 너무 과다섭취해서 코피가 난 거래요. 인삼 삼계탕과 한약을 그렇게 많이 드셨으니... 결론적으로는 괜찮대요." "아가씨, 안심하세요. 퇴원하고 나면 대표님도 더는 아가씨를 괴롭히지 않을 거예요." "그래요!" 장소월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겨우 한 마디 내뱉었다. 장소월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 거의 2주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서철용은 그녀가 직접 장씨 가문의 몰락을 보게 하기 위해 생명 연장의 의지도 없는 장소월에게 항암 약을 먹이기 시작했다. 서철용은 늘 그녀가 약을 다 먹을 때까지 지켜보고 나서야 병실을 나섰다. 하마터면 호시탐탐 그녀의 목숨을 노렸던 사람이라는 걸 잊을 뻔했다. 전연우는 대부분의 시간을 병원에서 그녀와 함께 보냈다. 그동안... 강만옥도 병원에 왔었지만, 전연우의 경호원이 그녀를 들여보내지 않았다. 장소월은 강만옥의 기척을 듣고 있었지만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녀는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까지 들었다. 그녀가 기억하기론 강만옥은 아들을 낳지 않았던가? 최근 며칠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하루가 멀다 하고 비가 내렸다. 장소월은 줄무늬 환자복을 입고 산책하러 병실을 나섰다. 시들고 노랗게 색이 바랜 나뭇잎들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녀가 손을 내밀자 나뭇잎이 마침 그녀의 손바닥에 떨어졌다. 몇 달만 더 지나면 올해는 끝이 난다.그녀는 과연 내년 새롭게 떠오르는 태양을 볼 수 있을까?이번 생에선 고작 31세까지도 살지 못한다...장소월은 조금의 아쉬움도 있는 것 같지 않았다.헤어지기 아쉬운 사람이나
"아저씨는요?" 중년 남자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심장이 안 좋아서 조만간 수술을 받아야 해요. 다만 그 수술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장소월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머리를 숙이고 말했다. "괜찮을 거예요. 좋은 사람에겐 행운이 따르는 법이거든요." 그를 위로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을 위로하는 것인지 모를 한 마디였다. 중년 남자가 신문을 접고 다리를 꼬고 앉아 장소월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 자애롭고 친절한 미소가 번졌다. "아가씨에게도 행운이 깃들길 기도할게요." "시간이 늦었어요. 돌아가야겠어요." 남자가 멀지 않은 곳에서 몰려오는 사람들을 힐끗 보고는 물었다. "가기 전에 한 번만 안아봐도 될까요?" "..." "이 이유가 너무 황당할 거라는 건 알지만... 아가씨를 보면 자꾸 먼저 하늘나라로 간 아내가 떠올라요. 전 그 사람이 너무 그립거든요..." "그냥 수술 전에 위로 한 번만 해준다고 생각해주면 안 되나요?" 그는 말할 때에도 아주 부드러운 사람이었다. 장소월은 고민 없이 머리를 끄덕였다. "네!" 그는 장소월과 몇 초간 포옹한 뒤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떠나기 전, 깜빡하고 신문을 벤치에 남겨두었다. 장소월이 신문을 집어 들고 그를 쫓아가려 한 순간, 돌연 그녀 머리 위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밖에서 바람 쐬니까 재밌어?" 전연우는 차가운 얼굴로 검은색 슈트를 벗어 그녀의 몸에 덮어주었다. "옷 갈아입어. 내가 퇴원 절차 다 밟았어." 전연우는 자신의 정장을 두른 장소월의 어깨를 감싸 안고 걸어갔다. 장소월이 뒤돌아보니, 그 중년 남자는 이미 모습을 감추었다. 장소월의 손엔 그 남자의 신문이 쥐어져 있었다. 차 안에서, 전연우가 병원에서 처방해준 약을 살펴보고 있었다. 단순히 기혈을 회복시키는 약인 듯 보였지만, 이는 서철용이 특별히 그녀를 위해 준비한 것이라는 걸 장소월은 똑똑히 알고 있었다. 섭취량도 예전보다 적잖이 증가했다. "네 하루
장해진은 호흡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는데,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뇌졸중을 앓고 있다고 한다. 초점 없는 눈을 끔뻑거리며 손으로 괴이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말을 할 수도, 남의 도움 없이는 식사를 할 수도 없는 상태였다.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거라곤 휠체어에 앉아있는 것뿐이었다. 3살밖에 되지 않은 여자아이는 강만옥과 똑 닮은 얼굴이었다. 아이는 주눅이 들었는지 몸을 움츠리고 강만옥의 뒤에 앉아 있었다. 4년이 흘렀음에도 강만옥은 전혀 늙지 않았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 성숙한 여성미를 풍기고 있었다. 짙은 파란색에 하얀 꽃잎이 수 놓인 원피스, 옅은 컬러의 립스틱을 바른 입술... 긴 머리는 짧게 잘라 파마를 했고, 귀에는 값비싼 귀걸이를 하고 있었다. 평소 말이 많은 은경애도 오늘은 왠지 조용했다. 강만옥은 예전처럼 여주인의 오만한 자태를 뽐내며 딸아이의 손을 잡고 말했다. "그동안 소월이는 더 예뻐졌구나. 이 아이는 나와 네 아버지의 딸이야, 이름은 장명주고." "명주야, 네 언니야. 얼른 언니라고 부르렴." 장명주는 한 발짝 앞으로 걸어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장소월을 불렀다. "언... 언니!" 장소월은 마치 심장에 비수가 꽂힌 듯한 느낌이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뒤로 물러서다가 도망치듯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아버지가 돌아오시기만 한다면, 예전의 모습이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서철용이 했던 예언은 모두 현실로 구현되고 있었다. "장해진은 절대 무사히 돌아오진 못할 거예요." 그녀의 방에 들어간 전연우는 머리를 푹 숙이고 머리카락을 쥐어뜯고 있는 장소월을 보는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가 앞으로 다가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 의부님이 돌아오시는 걸 원했던 거 아니었어?" "대체 왜 이러는 건데?" 그녀는 전연우가 서울에 데려온 그 날 이후부터 늘 이렇듯 허망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그녀의 눈은 항상 아무런 감정도 없이 텅
계산해보면 아마 아주 오랜만에 열리던 가족 모임일 것이다.세월이 흐르고 흘러, 예전엔 당연했던 모든 것들이 완전히 달라졌다. 장소월은 감정을 추스르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방금 세수를 했는지 머리카락엔 물방울이 묻어있었다.전연우의 눈동자가 그녀를 향했고, 그녀 또한 그의 시선을 의식했다.그와 인시윤 사이엔 빈자리가 하나 있었다. 그녀를 위해 남겨 둔 것일까?장소월은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직접 보지 않아도 날카로운 그 눈길은 고스란히 그녀에게 느껴졌다. 장소월은 잠시 주저하다가 결국 강만옥의 옆에 앉았다."여기로 와." 전연우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장해진이 아직 살아있기는 하지만, 장가의 실질적인 주인은 전연우였기에 다들 삼엄한 분위기에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장소월은 머리도 들지 않은 채 말했다."나 예전에도 여기에 앉았었잖아. 넌 새언니와 같이 앉아야지, 내가 중간에 껴있으면 이상해."새언니라는 말에 전연우의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졌다."여기 앉지 않으면 아무도 밥 못 먹어.""날 두 번 말하게 하지 마." 전연우의 목소리는 차갑기 그지없었다.만약 인시윤이었다면, 결코 전연우를 이토록 화나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인시윤은 명실공히 전연우의 아내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마치 방해꾼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장소월은 머리를 들어 강만옥과 함께 앉아있는 장해진을 바라보았다. 지금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만약 예전의 아버지였다면 그녀와 전연우가 가까워지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다.돌연 그녀의 머릿속에 그날이 떠올랐다. 그녀가 전연우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아버지에게 고백했던 그 날 말이다.아버지는 이유 없이 그녀를 서재에 불러들여 무릎을 꿇리고 엄히 꾸짖었다. 전연우는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조금도 그를 저지하지 않았다. 그 일 때문에 그녀는 2주가 넘게 병원 신세를 져야 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결코 전연우를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에게
장소월이 처음으로 강만옥에게 정면으로 맞서는 순간이었다."팡!" 갑자기 부엌에서 귀를 찢을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부엌에서 바쁘게 일하던 도우미가 장소월이 한 말을 듣고 너무 놀란 나머지 손이 떨려 그릇을 바닥에 깨뜨린 것이다. 그야말로 괴이한 상황이었다. 한 명은 애매모호한 관계의 여동생, 다른 한 명은 현재 명실상부한 와이프이다. 장소월 역시 전연우의 수많은 여자들 중 한 명이 된 건가. 장소월은 창백해진 얼굴로 또다시 몇 번 힘없이 기침했다. 병원에서 퇴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몸이 많이 쇠약한 상태였다. 전연우는 더는 장소월을 몰아붙이지 않았다. 도리어 친절히 그녀에게 소고기 죽을 담아 주었다. "몸이 채 회복되지 않았으니, 이틀 동안은 담백한 음식만 먹어.""고마워." 장소월이 밥상 위 마늘종 볶음을 한 입 맛보았다. 하지만 미처 그 위에 뿌려져 있던 고춧가루를 보지 못했던 그녀는 곧바로 격렬히 헛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몸에 남아있는 상처에서 극심한 고통이 몰려왔다. 한 시도 눈을 떼지 않고 그녀를 지켜보던 전연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는 그가 화를 낼 징조이기도 했다. 하지만 단 한 순간, 그녀는 전연우의 눈동자에서 걱정어린 감정을 읽었다. 아니, 착각일 것이다. 전연우는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않는 사람이다. 장소월은 불같이 화를 내며 날뛰는 전연우의 모습에 이미 내성이 생겨 겁을 먹지도 않았다. 또한 사람들의 눈이 있으니 그 역시 함부로 움직이지는 못할 것이다. 그녀는 약간의 물을 마신 뒤에야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누구 하나 편히 먹지 못한 불편한 식사 자리였다. 인시윤은 빈자리에 자리를 옮겨 앉아 전연우에게 반찬을 집어주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한 집안 안주인이 갖춰야 할 품위를 보여주고 있었다. 보통 사람들은 절대 인시윤처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너그럽게 행동하지 못했을 것이다.테이블에 둘러앉은 사람들은 각자 저마다의 생각에 잠겨 식사를 마쳤다. 강만옥이 위층에
침대에 누워있던 장해진은 장소월의 손에 들려있는 사진을 보고 단번에 자극을 받아 흥분하기 시작했다. 장소월은 아버지가 이렇게까지 크게 반응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 심지어 손을 뻗어 사진을 뺏으려 하기까지 했다."그러니까... 아버지, 정말 이 사람을 알고 계시는 거죠? 그럼 이 사람은 왜 엄마와 함께 있는 거죠?"장소월은 너무나도 간절히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싶었다. 그 사람 때문에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견뎌야 했는지 모른다. 서철용은 그녀에게 악의적인 마음을 품고 그녀를 죽이는 것으로 복수하려 한다. 그와 대화해본 결과 그의 복수심은 그녀뿐만 아니라, 장씨 집안 전체를 향하고 있었다.전연우도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걸까? 모르는 것 투성이인 일들이 얽히고 얽혀 숨이 턱턱 막히는 안개를 형성하고 있다. 그 중심에 서 있는 장소월은 아무리 벗어나려야 벗어날 수가 없었다.그녀는 전생에서도 이 남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서철용이 아니었다면 아버지의 서재에 숨겨진 방이 있었던 것도 까맣게 몰랐을 것이다. 대체 그녀가 모르는 일들이 얼마나 더 많이 있단 말인가?장해진은 점점 더 흥분해 급기야 입에서 거품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장소월은 깜짝 놀라 다급히 밖으로 뛰어나갔다. "도와주세요... 빨리 도와주세요... 아버지가 이상해요!"전연우와 인시윤이 곧바로 달려왔다. 그녀는 얼이 빠진 상태로 멍하니 지켜보다가 아버지가 구급차에 실려 가서야 정신을 차리고 따라가려 했다. 하지만 전연우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가지 마, 집에 있어."장소월은 도저히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버지가...""내 말 들어. 아무 일 없을 거야."그 말에 장소월은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물증은 없고 심증뿐인 그 이야기를 이 오픈된 장소에서 할 수는 없다.건강을 병적으로 챙기는 장해진은 매년 잊지 않고 건강검진을 받았었다. 어떻게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저토록 병이 악화한단 말인가. 장소월은 옆에 있는 강만옥을 힐끗 쳐다보았다.
아마도 아이가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난간에 보호막까지 덧씌웠을 것이다. 심지어 만에 하나 침대에서 떨어졌을 때를 대비해 아래에 부드러운 카펫까지 깔았다.자세히 보지 않으면 평소 이런 디테일엔 주목하지 못했을 것이다.이 모든 것들은 전부 전연우가 직접 시장에서 고른 것이라고 한다. 그는... 장소월이 생각하는 것보다도 이 아이를 훨씬 더 신경 쓰는 것 같았다.무엇이 그를 이토록 변하게 한 걸까? 전생에서 그는 분명 그녀를 지독히도 혐오했었다.그때 그녀를 미워하게 된 이유는 백윤서였을까?아버지가 백윤서를 죽게 만들었기 때문에?전생의 그 날, 아버지는 파티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술에 많이 취한 상태였었다. 당시 그녀는 아버지가 백윤서의 방으로 향하는 발소리를 들었고 곧이어 백윤서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그리고 그녀는... 백윤서에 대한 전연우의 마음을 질투했기 때문에 그 상황을 외면했었다. 그날 마침 전연우는 지방 출장을 가는 바람에 부재중이었다. 하여 자신만 아무것도 모르는 척 지나가면 되리라 생각했다.그리고 그다음 날, 아버지가 백윤서를 범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로 드러났다.그 일을 무기로 장소월은 끊임없이 백윤서를 괴롭혔다.그녀는 백윤서에게 협박했다. 그녀가 장씨 가문을 떠나지 않으면 그녀와 아버지의 비밀을 전연우에게 밝히겠다고.그때의 그녀는 아마 백윤서에 더없이 악독한 악마 그 자체였을 것이다!그녀는 이 비밀을 손에 쥐고 있으면 백윤서를 평생 통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하지만 어느 날... 그녀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백윤서가... 남원 별장 옥상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그녀는 마지막 순간, 하얀색 드레스를 입고 그녀 눈앞에서 피로 물든 채로 싸늘하게 죽어 있었다...장소월은 이젠 그녀가 죽은 뒤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오르지 않았다.모두 장소월 때문에 백윤서가 그런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게 된 것이다.만약... 그날 밤 장소월이 외면하지 않았더라면, 전연우는 그녀를 그토록 혐오하진 않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