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인천국제공항 출국장.
안내 방송과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뒤섞인 소음 속에서, 지안은 두 손으로 여권과 탑승권을 꽉 쥐고 있었다.[방콕행 탑승 수속을 시작하겠습니다.]
안내원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지안의 핏기없는 입술 사이로 옅은 숨이 새어 나왔다.
선배가 마지막으로 융통해 준 편도 티켓이었다. 이곳을 벗어나면, 그 지독한 차태경의 시야에서 영영 도망칠 수 있었다. 지안은 캐리어 손잡이를 고쳐 쥐며 게이트를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그 순간이었다.
“출국 수속, 취소합니다.”
등 뒤에서 들려온 낮고 서늘한 음성에 지안의 전신이 벼락을 맞은 듯 굳어버렸다.
주변의 공기가 일순간 얼어붙은 듯 차갑게 가라앉았다. 지안이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들이 게이트 앞을 철통같이 가로막았다.갈라진 인파 사이로, 태경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완벽하게 빗어 넘긴 머리칼, 한 치의 구김도 없는 슈트. 하지만 그의 짙은 흑안은 짐승의 그것처럼 시퍼런 광기를 번뜩이고 있었다.“누구, 마음대로.”
태경의 시선이 지안의 손에 들린 탑승권에 꽂혔다.
지안은 뒷걸음질을 쳤지만, 태경의 손이 그녀의 손목을 뱀처럼 낚아채는 것이 더 빨랐다.“놓으십시오. 이거 놔!”
“쥐새끼처럼 제법 잘도 숨어 다녔더군. 내가 모를 줄 알았습니까?”태경은 지안의 손에서 탑승권을 빼앗아 들었다.
지직, 지지직. 종이가 무참하게 찢겨 나가는 소리가 지안의 귓가를 때렸다. 두 조각, 네 조각으로 찢긴 탑승권이 공항 바닥 위로 눈송이처럼 흩뿌려졌다.“당신 미쳤어? 당신이 뭔데 내 출국을 막아! 이거 놔!”
“그 어설픈 선배 놈이 쥐여준 티켓 하나로 내 손바닥을 벗어날 수 있을 거라 믿었나 봅니다.”태경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그놈, 오늘 아침부로 회사에서 배임 혐의로 해고당했습니다. 당신 비행기 삯을 대주려다 제 인생을 통째로 날렸지.”
“……뭐라고요?”지안의 두 눈이 공포와 경악으로 크게 뜨였다.
자신을 돕기 위해 무리했던 선배마저 기어코 파멸시켰다는 뜻이었다. 태경은 얼어붙은 지안의 허리를 거칠게 끌어당겨 제 품에 가뒀다. 그의 굳은 턱관절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완벽했던 이성이 완전히 끊어진 얼굴이었다.“차에 태워.”
태경의 짧은 명령과 함께, 지안은 발버둥 칠 새도 없이 경호원들에게 이끌려 공항 밖으로 끌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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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을 질주하는 최고급 세단의 뒷좌석.
숨 막히는 정적이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지안은 창문에 바짝 붙어 앉은 채,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태경은 넥타이를 거칠게 끌어내리며 지안을 향해 서늘한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왜, 왜 이러는 건데! 내 회사도, 가족도, 다 부숴버렸잖아!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
지안의 목소리가 좁은 차 안을 찢어지게 울렸다.
태경은 대답 대신 앞좌석의 차단 벽을 올리는 버튼을 눌렀다. 외부와 완벽하게 단절된 공간이 되자, 그가 지안의 어깨를 꽉 틀어쥐었다.“네가 내 통제를 벗어나려 했으니까.”
“나는 네 장난감이 아니야! 사람이라고!” “사람? 아니. 넌 내 거야. 네 숨통, 네 절망, 네 목숨까지 전부 다 내 것이어야만 해.”태경의 두 눈에 짙은 소유욕과 집착이 일렁였다.
그는 지안이 자신에게서 멀어지려 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끔찍한 갈증과 분노에 시달려야 했다. 자신의 손아귀 안에서만 부서지고, 자신의 손아귀 안에서만 울어야 했다. 그것이 차태경이 송지안을 사랑하는, 아니 소유하는 유일한 방식이었다.차량이 미끄러지듯 멈춰 섰다.
서울 한복판에 우뚝 솟은 최고급 주상복합의 지하 주차장이었다. 태경은 지안의 손목을 억센 악력으로 쥐고 엘리베이터로 끌고 갔다.철컥. 띠리릭.
태경의 철통같은 펜트하우스 현관문이 열렸다. 그는 지안을 거실 한가운데로 거칠게 밀어 던졌다. 바닥의 두꺼운 카펫 위로 넘어진 지안이 다급히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태경이 짐승처럼 달려들어 그녀의 두 팔을 바닥으로 짓눌렀다.“이거 놔! 살려주세요, 제발, 제발……!”
지안은 고개를 내저으며 필사적으로 발버둥 쳤다.
하지만 태경의 단단한 체격 아래서 그녀의 저항은 무력하기 짝이 없었다. 태경은 지안의 턱을 억센 손아귀로 쥐고 자신을 똑바로 보게 만들었다. 그의 숨결이 지안의 입술 위로 위태롭게 떨어져 내렸다.“너는 평생, 내 통제 아래에서 숨을 쉬어야 해.”
“읍, 으읍!”태경의 입술이 지안의 입술을 폭력적으로 집어삼켰다.
거칠고 무자비한 키스였다. 지안은 꽉 다문 이를 열지 않으려 버텼지만, 태경이 그녀의 아랫입술을 짐승처럼 깨물었다. 입안으로 비릿한 피 맛이 퍼져나가는 순간, 작은 틈을 비집고 그의 혀가 밀려 들어왔다.숨이 막혔다.
산소가 차단되고, 시야가 점멸했다. 지안은 태경의 가슴을 주먹으로 내리치고 할퀴었다. 하지만 태경은 그 어떤 통증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지안을 더욱 깊이, 빈틈없이 옭아맸다. 그녀의 영혼까지 빨아들일 듯한 잔혹한 집착이었다.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지안의 귓가에서 이명이 울렸다. 자신을 짓누르는 이 거대한 폭력과 광기 앞에서, 그녀는 짐승의 아가리에 물린 작은 새처럼 철저한 무력감을 느꼈다.대군저의 은밀한 뒷마당.검은 무복을 입은 흑위대 무사들이 사내 하나를 거칠게 끌고 와 흙바닥에 무릎을 꿇렸다.포박된 채 발버둥 치는 사내는 형조 관아의 하급 관복을 입고 있었다.“대군 자가, 이놈이 어젯밤부터 대군저 담장을 기웃거리며 안채의 동정을 살피고 있었사옵니다.”흑위대장의 보고에, 툇마루에 앉아 있던 이헌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그의 짙은 시선이 포박된 사내의 얼굴에 닿는 순간, 이헌의 턱관절이 일순간 딱딱하게 굳어졌다.형조 옥사의 옥졸.서연이 참수형을 기다리며 쓰러져 있던 그 끔찍한 지하 옥사에서, 낄낄거리며 그녀의 손톱을 뽑고 인두로 살갗을 지졌던 바로 그놈이었다.“살, 살려주시옵소서! 그저 대군저의 위용이 궁금하여 담 너머를 훔쳐본 것뿐이옵니다! 맹세코 다른 뜻은……!”옥졸이 사색이 되어 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변명했다.이헌은 아무 말 없이 툇마루에서 내려와 옥졸의 앞까지 걸어갔다.그의 서늘한 시선이 옥졸의 투박하고 거친 두 손에 머물렀다.저 더러운 손으로 그녀의 가녀린 손가락을 짓이겼다.당장이라도 허리춤의 검을 뽑아 저놈의 손목을 날려버리고 싶었다.하지만 이헌은 넓은 소매 자락 안에서 주먹을 꽉 말아 쥐며 살인적인 충동을 억눌렀다.‘단칼에 베어 죽이는 건 너무 가벼운 자비지.’사적인 복수로 피를 묻히면 사헌부의 쥐새끼들에게 꼬투리를 잡힐 뿐이다.이헌은 현대의 로펌에서 상대를 합법적으로 파멸시키던 그 서늘한 이성을 끌어올렸다.폭력보다 더 잔인하고 완벽한 도륙은, 언제나 율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법이다.“이놈의 소속이 형조 옥사라 하였느냐.”“예, 자가.&
소신은 그 가르침에 따라, 역모의 잔당이 어찌 움직일지 그 여식을 미끼로 삼아 철저히 짓밟으려 하는 것이옵니다.”완벽한 궤변이었다.현대 법정에서 배심원들의 감성을 흔들며 교묘하게 논점을 흐리던 차태경의 특기.선대왕의 유훈이라는 거룩한 방패를 내세우자, 그를 애첩에 미친 색정광으로 몰아가려던 사헌부의 논리는 단숨에 패륜적인 불충으로 역전되었다.“또한.”이헌이 말을 이었다.“대군의 사유 재산인 사노비를 두고 국정을 논하는 것은, 전하의 하해와 같은 통치를 고작 계집 하나와 비교하며 깎아내리는 불경이옵니다. 사헌부가 어찌 이리 편협한 상소로 전하의 성심을 어지럽힌단 말이옵니까.”대사헌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올랐다.왕 이도조차 이헌의 완벽한 수사학 앞에 말문이 막혀 헛기침만 내뱉었다.결국 편전을 뒤흔들던 탄핵의 불길은, 이헌의 날카로운 혀놀림 한 번에 허무하게 사그라졌다.---그 시각, 대군저의 마당.서연은 처소의 창문 틈으로 바깥을 내다보고 있었다.숨 막히는 정적을 깨고, 대문을 열어젖히며 이헌이 들어왔다.편전에서 대신들을 짓누르고 온 서늘한 기백이 채 가시지 않은 얼굴이었다.그의 등장에 가솔들이 혼비백산하며 길을 터주었다.이헌은 곤룡포를 휘날리며 성큼성큼 안채 쪽으로 다가왔다.서연은 창백해진 얼굴로 창문에서 뒤로 물러섰다.또 자신을 찾아와 그 기괴한 맹종을 바치려 할까 봐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그런데 이헌의 발걸음이 안채 앞마당에서 뚝 멈추었다.그의 시선이 마당 한구석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땔감용 통나무들을 향했다.“이것들은 무엇이냐.”“아, 예! 겨울을 대비하여 오늘
그의 숨소리, 그가 마루에 살갗을 비비는 소리 하나하나가 전부 수천 개의 바늘이 되어 온몸을 찌르는 것 같았다.이 끔찍한 긴장감과 감시 속에서 차라리 미쳐버리는 것이 빠를 것 같았다.“그만…….”서연의 입술 사이로 한계에 다다른 억눌린 비명이 새어 나왔다.그 작은 소리에, 바닥에 엎드려 있던 이헌이 번개처럼 상체를 일으켰다.“아가씨, 어디가 편찮으십니까.”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짐승의 눈동자.그 서늘하고도 맹목적인 시선을 마주한 순간, 서연의 안에서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이성의 끈이 툭 끊어졌다.“그만해! 제발 그만해!”서연이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나 악을 썼다.“네가 내 발밑에 기어 다닌다고 내가 기뻐할 줄 알아?! 차라리 나를 죽여! 네 그 잘난 권력으로 내 목을 치라고! 왜 나를 이 숨 막히는 지옥에 가둬놓고 말려 죽이려는 거야!”피를 토하듯 쏟아내는 서연의 절규가 빗소리를 뚫고 처참하게 울렸다.자신을 고문하고, 농락하고, 끝내 껍데기만 남겨버리려는 이 악마의 잔혹한 놀음에 더는 놀아나고 싶지 않았다.“날 죽여! 죽여 달란 말이야!”서연은 방구석에 있던 화병을 집어 들어 이헌을 향해 사정없이 집어 던졌다.챙그랑!도자기가 이헌의 어깨를 맞고 산산조각이 났다.날카로운 파편이 그의 뺨을 스치며 붉은 피가 맺혔지만, 이헌은 피하지 않았다.아니, 오히려 그는 무릎을 꿇은 채로 미친 듯이 앞으로 기어 왔다.“아가씨, 제발, 제발……!”이헌은 문지방에 엎드려, 깨진 도자기 파편이 뒹구는 바닥에 이마를 박았다.
짜악! 짝!살갗이 터지고 뼈가 울리는 기괴한 파열음이 서연의 고막을 잔혹하게 때렸다.방바닥에 엎드린 거구의 사내가 제 뺨을 미친 듯이 후려치고 있었다.입술이 터져 붉은 피가 튀고, 날카로운 턱선이 멍으로 얼룩졌지만 이헌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잘못했습니다. 제가, 제가 감히 당신을 울렸습니다.”이헌의 눈동자는 이미 반쯤 핀트가 나가 있었다.자신이 서연에게 쥐여준 완벽한 구원의 족쇄(노비 문서)가 그녀를 절망으로 몰아넣었다는 사실을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이헌은 스스로를 징벌하듯 무자비하게 뺨을 내리쳤다.짜악!“그만…… 그만해!”서연은 양손으로 귀를 꽉 틀어막으며 비명을 질렀다.공포에 질린 그녀의 비명에, 그제야 이헌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그의 뺨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어올랐고, 턱을 타고 흐른 피가 마루 바닥을 붉게 적시고 있었다.“…….”이헌은 핏발 선 눈으로 서연의 덜덜 떨리는 작은 어깨를 올려다보았다.내가 또 그녀를 겁에 질리게 했다.그녀가 원하는 것은 자신이 망가지는 꼴조차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라는 존재 자체가 그녀에게는 지독한 공포였다.이헌은 천천히 바닥에 엎드려 이마를 마루에 박았다.그리고 믿을 수 없는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서연 아가씨.”갈라진 목소리 끝에, 생전 처음 들어보는 비굴한 호칭이 매달려 있었다.“쇤네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아가씨의 심기를 어지럽힌 이놈을, 부디 찢어 죽여주시옵소서.”조선의 진안대군이.만조백관을 발밑에 두던 오만한 권력자가.
오후 내내 이헌은 대군저 별당에 머물며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들과 씨름했다.서연을 사헌부와 형조의 마수에서 완벽하게 빼내기 위한 법적 절차.그것은 서연을 진안대군의 ‘전속 사노비(私奴婢)’로 공식 등록하는 일이었다.‘단 한 글자의 허점도 남겨선 안 된다.’이헌의 눈빛이 매섭게 번뜩였다.역적의 핏줄인 서연을 관아가 아닌 대군의 사가로 귀속시키려면 율법의 미세한 틈새를 억지로 벌려야 했다.그는 조선의 노비 문건 양식을 현대식 소유권 이전 계약서만큼이나 촘촘하게 변형했다.[본 노비에 대한 모든 징벌과 생사여탈권은 오직 대군에게만 귀속되며, 타 기관의 감찰이나 양도는 절대 불가함.]탁.이헌은 붉은 인주를 묻힌 관인을 서류 마지막 장에 꾹 눌러 찍었다.이 종이 한 장이면 그 잘난 사헌부 대사헌조차 서연의 머리카락 한 올 건드릴 수 없게 된다.그때, 형조에서 파견 나온 서리가 식은땀을 흘리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대, 대군 자가. 하오나 역적의 핏줄은 본디 관노(官奴)로 속하게 되어 있사옵니다. 이를 사노비로 돌리는 것은 명백히 형조의 관할을 벗어나는…….”“형조의 관할?”이헌이 붓을 내려놓고 서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그 서늘한 시선에 서리는 흠칫 몸을 떨었다.“네놈이 형조판서의 지시를 받고 율법의 절차를 따지는 모양인데. 내가 그 절차를 몰라서 억지를 부리는 것 같으냐.”“그, 그것이 아니오라…….”“형조판서 그 늙은이가 지난달 이조참판의 노비를 뇌물로 받고 사적 장부에 몰래 올려둔 판례가 내 손에 있다. 관노를 사노비로 둔갑시킨 그
서연은 숨을 죽인 채 문틈으로 바깥의 동정을 살폈다.아침부터 대군저의 마당이 요란했다.검은 관복을 차려입은 사헌부의 관료 수십 명이 병사들을 대동하고 들이닥친 것이다.사헌부 대사헌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문풍지를 뚫고 서연의 귓가에 꽂혔다.“대군 자가! 어서 그 역적의 핏줄을 내놓으시옵소서! 전하께서 내리신 참수형을 자의적으로 감형하시다니, 이는 명백한 국법의 유린이옵니다!”서연의 심장이 발밑으로 쿵 떨어졌다.자신을 당장 끌어내어 목을 치겠다는 맹렬한 압박.어제 옥사에서 형 집행을 막아선 이헌의 행동이 조정에 거대한 파장을 일으킨 것이 분명했다.‘결국, 죽는 건가.’서연은 붕대 감긴 손으로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았다.아무리 대군이라도, 사헌부의 공식적인 감찰과 탄핵 요구를 무력으로 막아설 수는 없다.만약 이 미치광이가 자신을 내어준다면, 결국 망나니의 칼을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그때였다.안채의 문이 거칠게 열리고, 이헌이 마당으로 걸어 나갔다.어젯밤, 서연의 방문턱에 무릎을 꿇고 애원하던 그 비참하고 가여운 사내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화려한 곤룡포를 휘날리며 선 이헌의 뒷모습은, 당장이라도 눈앞의 적들을 도륙 낼 듯한 포식자의 기백 그 자체였다.“사헌부가 언제부터 남의 사가(私家)에 허락 없이 군사를 끌고 들이닥치는 권한을 가지게 되었지?”이헌의 서늘한 음성이 마당을 얼어붙게 만들었다.대사헌이 흠칫 놀라면서도 꼿꼿하게 맞섰다.“이것은 국법을 바로잡기 위함이옵니다! 자가께서 어제 형장에서 행하신 감형은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불법이오니, 즉각 죄인을 형조로 다시 인계하시옵소서!”“불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