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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e Kapitel von 내 남편은 억만장자: Kapitel 4391 – Kapitel 4400

4571 Kapitel

제4391화

용정이가 집을 나서는 순간 김청산은 그 상황을 이미 알고 있었다.김청산은 굳이 아이를 붙잡지 않고 조용히 뒤를 따라나섰다.약곡 마을은 깊은 산속에 자리 잡은 곳이라 길을 잘 모르는 사람은 한낮에도 선뜻 들어가기를 꺼렸다.길을 잃고 나오지 못할까 봐, 혹은 야생 동물을 만나 목숨을 잃을까 봐 두려워 감히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밤이 되면 상황은 더 심각했다. 새와 벌레, 야수들의 울음소리가 뒤엉켜 듣기만 해도 혼이 빠져나갈 만큼 오싹했다.용정은 또래에 비해 대담한 편이었지만 그래도 몇 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아이였다.한참을 걷다 보니 점점 겁이 나기 시작한 꼬마는 사나운 맹수를 만나 잡아먹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결국 그는 풀이 죽은 채로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김청산은 여느 때처럼 모른 척했고 아이는 조용히 자기 방으로 들어가 짐가방을 제자리에 두고는 그대로 몸을 눕혀 잠들어 버렸다.‘그래도 여기가 제일 안전하고 편해.’한밤중에 가출했다가 겁에 질려 돌아온 일이 있은 뒤로 용정은 의학 책을 베껴 쓰는 벌을 몇 번이나 받았지만 얌전하게 받아들이며 다시는 집을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통화를 마친 모연정은 김청산에게 연락해 용정이 하예진에게 전화를 걸도록 부탁했다.잠시 후, 하예진은 김청산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두 사람은 서로 안부를 나눈 뒤 각자 휴대전화를 두 아이에게 건넸다.“우빈아, 네가 너무 보고 싶었어.”용정은 전화 너머로 친구를 향한 그리움을 털어놓았다.“나도 네가 보고 싶어. 곧 여름방학인데 방학이 되면 돌아올 거지? 네가 오면 내가 너희 집에 놀러 갈게. 그리고 너도 우리 집에 와서 놀고.”용정이 말을 이었다.“잘 모르겠어. 사부님이 어떻게 하실지에 달렸거든. 사부님이 돌아가도 된다고 해야 갈 수 있어.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 그러면 혼자 어디든 나갈 수 있을 텐데.”지금처럼 어른들에게 자유를 제한받지 않아도 될 것이다.“나도 빨리 커지고 싶어.”하예진은 노동명과 눈빛을 주고받더니 휠체어를 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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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92화

우빈은 곧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우리 동생도 나중에 말할 수 있어. 나를 형이라고 부르게 될 테고. 내 동생도 크고 우리도 크는 거잖아.”우빈은 용정을 처음 만났던 때가 떠올랐다. 그때는 두세 살밖에 안 되었는데 어느새 다섯 살이 되었고 키도 눈에 띄게 컸다.우빈이 다시 입을 열었다.“용정아, 우리 엄마가 나를 강성으로 데려가서 학교에 다니게 할 거래. 난 가기 싫은데 어떡하지?”동생 자랑에서는 도저히 용정을 이길 수 없다고 느낀 우빈은 화제를 바꾸었다.두 아이는 워낙 할 말이 많았다.생각나는 대로 털어놓고 상대가 다 이해하든 말든 상관없이 이야기를 이어 갔다.용정이 물었다.“강성은 어디야? 거긴 재미없어? 왜 거기서 학교에 다녀야 해?”“엄마 말로는 일이 강성에 있어서 오래 머물러야 한대. 나랑 떨어지고 싶지 않아서 같이 데려가겠다고 하시는데 나는 이모랑 떨어지기 싫어.”용정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그게 뭐가 어려워? 나도 모 엄마랑 아저씨랑 떨어지기 싫었어. 그래도 사부님이 여기로 데려와서 학교에 다니게 했잖아. 난 지금 사는 곳 이름이 뭔지도 몰라.”어른들은 그에게 아무것도 알려 주지 않았다.몇 년이나 이곳에서 살고 유치원까지 다니고 있는데도 왜 사부님과 어른들은 자신이 머무는 곳의 이름조차 알려 주지 않는지 용정은 이해할 수 없었다.게다가 유치원에 가려면 매번 꽤 먼 길을 가야 했다.어차피 이동할 때는 전용기를 타야 했다.유치원에 다니던 때에도 어른들이 번갈아 가며 개인 헬리콥터를 몰고 와 그를 유치원에 데려가곤 했다.용정이 불만을 털어놓았다.“우빈아, 넌 전학을 가도 엄마가 곁에 있잖아. 난 엄마도 옆에 없어. 사부님은 매일 나한테 벌을 주면서 약초를 말리게 하고 약초를 심고 캐게 하고 의학 책도 외우게 해. 조금이라도 제대로 못 하면 의서를 베껴 쓰라고 하고 매일 수련도 시켜. 게으름 피울 틈도 없다니까. 유치원에 가기 전에도 연습해야 하고 저녁에 돌아와서도 또 연습해야 해.”그렇게 혹독하게 단련된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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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93화

“우빈아, 이모는 왜 너한테 여동생 안 만들어 줘? 우리 모 엄마처럼 말이야. 난 남동생도 있고 여동생도 있어서 정말 좋아.”우빈은 잠시 말을 고르더니 대답했다.“이모가 그러는데 내 여동생은 아직 공원에서 그네 타고 있대. 아직 나랑 놀러 오기 싫대. 나중에 그네 타는 게 싫어지면 나 만나러 올 거래. 그 여동생은 어느 공원에서 그네 타고 있어? 우리가 직접 찾아가면 안 돼? 우리도 같이 그네 타면 되잖아.”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이모가 어디에 있는지 안 알려 줬어. 나도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용정이 핀잔을 주듯 말했다.“넌 왜 그걸 제대로 안 물어봤어?”우빈은 할 말을 잃었다.그러더니 잠시 후 다시 입을 열었다.“그럼 내일 이모한테 물어볼게. 내 여동생이 어느 공원에서 그네 타는지. 가서 여동생도 찾고 여동생 몇 명 더 데려오자.”그러자 용정이 곧장 말했다.“꼭 물어봐. 여동생 어디 있는지 알면 나도 같이 찾으러 갈래. 난 여동생이 너무 좋아. 남동생은 맨날 울기만 하는데 여동생은 훨씬 귀엽고 얌전하잖아. 여동생은 한 명으로는 부족해. 난 여러 명 있었으면 좋겠어.”우빈이 답했다.“그럼 내가 먼저 여동생을 찾아보고 나중에 알려 줄게.”공원에서 그네 타는 여동생을 정말로 찾게 된다면 우빈은 몇 명이든 집으로 데려가고 일부러 용정에게 비밀로 할 작정이었다.용정에게는 여동생이 하나뿐이지만 자기에게는 여러 명이 있다는 것을 은근히 자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알게 되면 꼭 나한테 말해 줘.”용정은 몇 번이나 거듭 당부했다.두 아이는 한참 동안 수다를 떨다가 전화기가 뜨끈해질 만큼 오래 얘기를 나누었다.우빈은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용정아, 나 이제 전화를 끊을게. 여름방학 때 다시 보자. 내가 엄마랑 강성에서 살게 되면 꼭 놀러 와. 강성 겨울에는 눈이 오는데 내가 눈놀이도 같이해 주고 눈사람도 만들어 줄게.”관성에서는 겨울에도 눈이 거의 내리지 않았다. 그래서 관성 사람들은 유독 눈에 대한 동경이 강했고 우빈 역시 지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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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94화

김청산은 용정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말했다.“용정아, 공부도 수련도 끝까지 성실하게 해야 한다. 사부가 가르쳐 주는 것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익혀야 해. 네가 지금까지 무사히 자라 온 것만 해도 쉽지 않은 일이야. 이렇게 살아서 어른이 될 수 있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거든.”하지만 그 아이는 알지 못했다.자신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희생하고 있는지, 그가 무사히 자라고 훌륭하게 성장하도록 모두가 얼마나 큰 대가를 치르고 있는지를 말이다.용정은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한 채 대답했다.“사부님, 저 요즘 공부도 열심히 하고 수련도 게을리하지 않았어요. 정말로 노력하고 있어요.”그는 아직 자신의 출생에 얽힌 비밀도, 깊은 원한을 짊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또 많은 이들이 그의 행방을 찾고 있다는 것 역시 전혀 모르고 있었다.모연정과 예준성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으며 정겨울과 김청산의 사랑 속에서 그는 걱정 없이 자라고 있었다. 친부모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사실도 그의 밝고 즐겁게 자라는 데는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다만 그의 등에 새겨진 도템만이 늘 의문으로 남아 있었다.하지만 정겨울은 그 이야기를 절대 밖에서 하지 말라고 당부했고 가장 친한 친구 우빈이가 우연히 그것을 보았을 때도 하예진은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거듭 일러두었다.용정은 그 문양이 자신의 출생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짐작했다.자신은 직접 볼 수 없었지만 우빈은 그것이 용을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어딘가 기묘하다고 말했었다.어른들이 굳이 숨기려 한다면 용정도 더는 캐묻지 않기로 했다.차라리 아무 걱정 없이 즐겁게 자라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사부님,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김청산이 나직하게 대답했다.“물어보렴. 사부가 아는 건 다 답해 줄게.”그러자 용정이 진지하게 말했다.“우빈의 이모가 남동생을 낳았는데 우빈은 여동생을 갖고 싶어 해요. 그래서 이모한테 언제 여동생이 생기냐고 물었대요. 그랬더니 여동생은 아직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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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95화

형들이 장난감을 다시 빼앗아 갈까 봐 겁이 났기 때문이다.물론 예훈이가 형들의 장난감을 빼앗아 가면 돌아오는 건 형들에게 밀쳐지거나 장난감으로 맞는 일이었고 곧이어 리조트 안에 그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질 터였다.다들 한두 살밖에 안 된 아이들이라 아직 양보라는 걸 알 리 없었다.그렇게 매일같이 함께 놀면서도 매일같이 싸우는 나날이 반복되었다.그중에서도 막 걸음마를 뗀 예지호가 가장 심했다.형제 중 맏이는 아니면서도 늘 대장 노릇을 하려 들었고 위로는 두 형을 괴롭히고 아래로는 동생까지 건드리며 제멋대로 굴었다.또래들 가운데서도 유난히 성격이 거칠었다.그런 그가 유일하게 꺼리는 상대는 바로 쌍둥이 여동생 예지연이었다.남매가 장난감을 두고 다투면 예지호가 지면서 울음을 터뜨렸고 예지연은 승자인 듯 태연하게 그를 내려다보곤 했다.계속 여동생에게 지다 보니 예지호는 자연스럽게 여동생이 만만치 않은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그래서 늘 겁을 내게 되었다.게다가 아이들은 아직 말을 또렷이 하지 못하면서도 어른들 눈치를 볼 줄 알아서 예지연이야말로 어른들의 가장 큰 보물이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예씨 할머니는 종종 어쩌다가 남자애만 이렇게 줄줄이 태어났냐면서 혀를 차며 말했다.용정이 다시 물었다.“사부님, 웃지 마세요. 아는 건 다 대답해 준다고 하셨잖아요. 우빈이가 그러는데 여동생은 공원에서 안아 온다던데 정말이에요? 우리 집 여동생도 거기서 데려온 거예요? 나중에 집에 가면 엄마한테 물어볼래요. 왜 여동생을 더 안 데려왔냐고요. 남동생 말고 여동생만 데려오면 안 되는 거예요?”김청산은 아이의 천진한 말이 너무 웃겨 배를 잡고 한참을 웃었다.용정은 못마땅하다는 듯 사부님을 빤히 노려보았다.질문에 답해 주겠다고 해 놓고는 왜 자꾸 웃기만 하는지 이 꼬마는 전혀 알 수 없었다.자기 말이 그렇게 우스운가 싶었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전혀 웃긴 질문이 아니었다.용정에게 이건 꽤 진지하고 중요한 문제였다.“사부님, 계속 웃으면 정말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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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96화

용정은 여동생이 공원 그네에서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만 확인하면 되었다.그렇다면 우빈도 여동생을 몇 명씩 데려올 수는 없을 것이다.하하, 자기에게는 여동생이 있지만 우빈에게는 여동생이 없어서 너무 좋다는 의미였다.“사공님, 또 울보 예훈이가 보고 싶으신 거예요?”김청산은 용정의 이마를 가볍게 톡 치며 웃었다.“애들은 원래 잘 우는 법이야. 그런데 내 보물 같은 손자에게 그런 별명을 붙이다니. 무슨 울보야. 귀염둥이지. 우리 훈이가 얼마나 귀여운데.”예훈은 그에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존재였다.“너도 가끔 울잖아. 그러니까 동생한테 울보라는 말은 하지 마라.”용정은 맞은 이마를 문지르며 투덜거렸다.“예훈이 제일 잘 우는 건 사실이잖아요. 그럼 나도 어릴 때 그랬어요? 아니죠? 엄마 말로는 난 어릴 때 정말 얌전하고 엄마만 보면 꼭 안기려고 했대요. 늘 엄마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입만 열면 엄마라고 불렀다던데요.”모연정은 그것을 늘 엄마와 자식 사이의 특별한 인연이라고 말했다.“너 지금도 아직 애인데 다 컸다고 생각하지 마. 고작 네다섯 살짜리 꼬마면서. 네가 예훈만 했을 때 어떤 아이였는지는... 나도 잘 모르는군.”모연정이 용정을 발견했을 때 용정은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아이였다.말도 제대로 못 하고 아빠, 엄마밖에 부르지 못했는데 모연정을 보더니 곧바로 엄마라고 불렀다.그 한마디에 모연정의 마음은 단숨에 녹아내렸다.결국 그 인연은 모자의 연으로 이어졌고 결국 모연정 부부의 양자가 되었다.“사람은 다 엄마에게서 태어난다고 하셨잖아요. 그럼 제 엄마는 어디 계세요? 모 엄마 말고 저를 낳아준 엄마요.”용정은 모연정을 친어머니처럼 따랐지만 자신이 그녀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예지호와 예지연과는 달랐다.용정은 모연정의 배가 날로 불러오는 과정을 지켜보았고 병원에 다녀온 뒤에는 세상에 나온 동생들을 맞이했다.그러나 그는 모연정의 배에서 태어난 아이가 아니라 그녀가 데려와 키운 아이였다.김청산은 용정을 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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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97화

김청산은 잠시 망설이다가 용정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물었다.“왜 그렇게 물어봐?”“저는 친부모님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어떤 분들인지도 모르고요. 만약 살아 계셨다면 왜 저를 찾아오지 않으셨겠어요? 그랬다면 제가 길에 버려졌다가 모 엄마에게 데려와질 일도 없었을 거잖아요.”아이는 또래보다 훨씬 영리했다. 상황을 스스로 되짚고 이유를 논리적으로 따져 볼 줄 알았다.“우빈은 부모님이 이혼하셨다고 해도 아빠를 자주 만나요. 엄마랑 살고 있지만 엄마가 멀리 가서 일해도 꼭 돌아와서 우빈을 돌보잖아요. 하지만 저는 아니에요. 저의 부모님은 저를 찾으러 오지도 않고 보러 오지도 않는 걸 보면... 아마 하늘의 별이 되어 위에서 저를 내려다보고 계시는 거겠죠.”김청산은 아이를 더 꼭 안아주며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용정아, 너에게는 우리가 있잖아. 모 엄마와 아저씨도 널 친자식처럼 아끼고 예씨 가문 사람들 모두 너를 친조카처럼 여기고 있지. 비록 친부모님은 곁에 없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널 사랑하고 있으니 넌 꼭 밝고 건강하게, 행복하게 자라야 한단다.”용정은 김청산의 품에 깊이 파고들었다.역시 그의 친부모님은 이미 세상을 떠난 것이 틀림없었다.기억이 생겼을 무렵부터 그는 이미 모연정의 양자가 되어 있었고 모연정과 예씨 가문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 왔다.그래서 자신을 불쌍하다고 여긴 적도, 친부모를 떠올리며 슬퍼한 적도 거의 없었고 그런 생각을 할 겨를조차 없었다.하지만 요즘 다섯 살을 넘긴 용정은 또래 아이들과 자신이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혼자 나름대로 곰곰이 생각한 끝에 친부모가 이미 세상에 없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그 추측이 사실임을 확인했지만 마음이 저릴 뿐 울지는 않았다.“사공님, 제 친부모님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알고 계세요?”김청산은 아이를 안심시키려는 듯 말을 돌리며 부드럽게 말했다.“너를 제자로 삼은 건 네 스승님이셨고 나는 그때야 널 알게 됐어. 네가 겪어 온 일에 대해서는 나도 아는 게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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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98화

먹는 얘기만 나오면 용정의 눈이 번쩍였다.김청산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는 곧장 뒷마당으로 향했다.김청산이 기르는 닭들은 전부 뒷마당에 풀어 키웠는데 김청산은 늘 직접 키운 토종닭이 제일 맛있고 말하곤 했다.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김청산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이 먹보 녀석, 닭 얘기만 나오면 친부모 생각은 쏙 잊어버리는구나.”그도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를 따라갔다.“나는 나이가 많아서 이도 성하지 않으니까 닭 다리는 안 먹을게. 네가 두 개 다 먹어.”용정이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홱 돌렸다.“이 다 있으시잖아요. 닭 다리가 살도 많고 맛있는 건데... 사공님도 예전에 닭에서 제일 맛있는 부위가 닭 다리라고 하셨잖아요. 이가 멀쩡한데 닭 다리를 못 드신다고요?”어쨌든 그는 닭 다리 하나만 먹을 생각이었고 다른 하나는 무조건 사공님 몫이라고 생각했다.김청산이 슬쩍 말했다.“이 이빨들은 진짜가 아니라 틀니야.”“그래도 닭 다리 하나는 드실 수 있잖아요. 만약 안 드시면 제가 스승님께 전화할 거예요. 어떤 할머니가 자주 찾아와서 사공님이랑 같이 살고 싶어 한다고 말해 줄 거예요.”김청산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이 녀석아, 네가 감히 스승님께 전화라도 해 봐. 그땐 내가 어떻게 가만히 놔두지 않겠다.”사실 요즘 들어 어느 할머니가 수시로 찾아와 그와 함께 노후를 보내자며 집요하게 매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제안이 달갑기는커녕 귀찮기만 했다.이 나이에 무슨 동반자란 말인가.그에게는 제자도 있고 오래된 벗들도 있으며 효심이 제자들까지 여러 명 있었다.게다가 딸처럼 아끼는 제자가 손자까지 안겨 주었고 곁에는 하루 종일 함께하는 용정까지 있지 않은가.외롭다고 느낄 틈도 없었고 누군가와 기대어 살아야 할 이유도 없었다.젊었을 때도 결혼에는 별 관심이 없었고 중년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제자를 거둔 뒤에는 온 마음을 다해 아이를 키우느라, 그 아이에게 엄마를 만들어 줄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었다.이제는 그도 은퇴해 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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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99화

한바탕 소동 끝에 용정은 마침내 암탉 한 마리를 붙잡았다.그는 닭을 들고 김청산에게로 달려왔다.“사공님, 이거면 되죠?”김청산은 아이에게서 닭을 건네받아 손에 들어 보며 무게를 가늠했다.“그래, 이걸로 하자. 가자, 오늘은 우리 직접 요리해 보자꾸나.”용정은 신이 나서 김청산의 뒤를 따라가다가 먼저 주방으로 달려가 물부터 올렸다.용정이 사공님과 함께 닭을 잡아 요리해 먹는 사이 우빈은 휴대전화를 들고 부모님을 찾으러 밖으로 나갔다.하예진 부부는 정원 한가운데 있는 나무 아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우빈의 눈에 노동명이 엄마의 얼굴을 다정하게 쓰다듬는 모습이 들어왔고 곧 하예진이 그의 어깨에 기대는 장면도 보였다.이윽고 노동명이 하예진의 입술에 입을 맞추는 모습까지 눈에 띄었다.‘뭐야? 입술을 먹어? 그걸 먹어도 되는 거야? 맛있나?’“아저씨!”우빈이 달려가며 큰 소리로 불렀다.그 외침에 노동명과 하예진은 깜짝 놀라 황급히 몸을 떼어 냈다.하예진의 얼굴은 단숨에 붉어졌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감정이 한껏 스며드는 순간 아이에게 보여 주기에는 다소 민망한 장면을 연출해 버린 것이다.그리고 그 장면을 하필이면 아들에게 들켜 버렸다.하예진은 노동명을 힐끗 보며 타박했다.우빈은 부모 앞으로 달려가 노동명을 똑바로 바라보며 따졌다.“아저씨, 왜 우리 엄마 입을 물었어요?”노동명은 말문이 막혔다.아무리 뻔뻔한 편이라 해도 아이의 천진난만한 질문 앞에서는 도무지 뭐라고 답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우빈아.”하예진은 아들을 곁으로 끌어당기며 아이 손에 들려 있던 휴대전화를 받아 들었다.“용정이랑 통화는 끝났어? 오랜만에 연락하는 건데 왜 조금 더 얘기하지 않았어?”그녀는 일부러 화제를 바꿨다.부부 사이에 흐르는 민망한 분위기를 넘기고 아들의 집요한 질문을 피하려는 속셈이었다.우빈이 해맑게 대답했다.“엄청 오래 얘기했어요. 핸드폰이 뜨거워질 만큼요. 아, 맞다. 엄마. 용정이가 여동생 하나로는 부족하다면서 동생을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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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00화

노동명이 웃으며 거들었다.“그렇지. 우리 우빈이 이제 세 살짜리 아기 아니야. 벌써 다섯 살이나 됐지.”결국 아직 어린애라는 뜻이었다.“용정이는 언제쯤 돌아온대? 돌아오면 같이 놀러 가면 되겠네.”하예진은 또다시 화제를 돌렸다.이 고집 센 아들이 집요하게 캐묻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였다.사실 하예진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했다.“용정이는 여름방학이 돼야 돌아온대요. 지금은 사공님이랑 지내고 있는데 사공님이 매일 의서 베끼기를 시켜서 손이 아플 정도래요.”작년에 예진 리조트에 있었을 때 우빈도 의서를 따라 베껴 쓴 적이 있었다.조금만 써도 손이 금세 뻐근해져 오래 버티지 못했고 글씨는 엉성한 데다 모르는 글자도 수두룩했다.용정의 글씨는 훨씬 반듯했고 아는 글자 수도 우빈보다 많았다.하예정은 용정이는 김청산에게 매일 벌로 베껴 쓰기를 해서 글씨가 예뻐진 거라며 우빈을 달래 주었다.우빈이 붓글씨를 못 쓰는 건 연습이 부족해서 그렇다며 하예정 자기도 글씨도 별로라고 웃어넘기기도 했다.우빈은 그 말을 그대로 믿었다.하지만 집에 돌아온 뒤 어느 날 하예정이 붓글씨를 쓰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진실을 알게 되었다.그녀의 글씨는 놀라울 만큼 곱고 단정했으며 용정보다도 훨씬 예뻤다.그제야 우빈은 이모가 자기 자존심이 상할까 봐 일부러 위로해 준 거였다는 걸 깨달았다.“저도 용정한테도 말했어요. 강성으로 전학 갈지도 모른다고요. 방학 되면 강성에 와서 같이 놀자고 했어요.”우빈은 고개를 들어 하예진을 바라보며 말했다.“엄마, 저 결정했어요. 엄마랑 강성에 가서 살래요. 거기서 학교 다닐래요.”용정은 부모님 곁에 있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고 했다고 했다.김청산에게 의술을 배워야 하여 방학 때만 집에 올 수 있는데 자신은 그에 비하면 훨씬 나은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우빈은 부모님을 보고 싶을 때면 언제든 만날 수 있었고 아빠도 하나가 아니라 둘이나 있었다.엄마 말로는 노동명 아저씨도 아빠이고 친아버지 역시 아빠라고 하셨다.노동명은 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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