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군신의 귀환: Chapter 11 - Chapter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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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주작전존은 화려한 전투 갑옷을 입고 앞서 나아가자, 사대원 철위들 네 명은 관을 어깨에 메고, 연회장 대문을 직접 부숴, 주작전존을 따라 연회장 중앙으로 이동했다. 그들은 관을 무겁게 땅에 내리치며 일제히 외쳤다."생신 선물을 바칩니다. 손씨 어르신, 기쁘게 받아주시길 바랍니다."“과… 관짝 아니야?”남목관을 본 사람들은 아연실색했다.칠순 잔치에 관짝을 들고 오다니. 이건 뭘 의미할까?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뜻으로 볼 수 없었다.일부러 손중천의 기를 채우려는 의도 외엔 보이지 않았다. 손중천의 얼굴이 퍼렇게 질렸다.“염구준, 이게 무슨 짓이야!”손중천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참을 수 없는 화가 속에서 활활 타올랐다.칠순 잔치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염구준 때문에 분위기가 엉망이 되어 버렸다.더 이상 못 참아!“제 선물이 꽤 마음에 드셨나 보네요.”염구준은 당당하게 손중천을 바라보며 말했다.“제 아내와 딸은 5년 동안 모욕과 괄시를 받으며 살았습니다.”“북부를 지키려고 5년이나 전장에서 수많은 전쟁을 치렀지요. 정말 힘들게 고향에 돌아왔는데 처자식이 이런 대우를 받고 살았으니 제 마음이 어떨까요?”“어르신, 말씀해 보시죠!”손중천은 온몸에 피가 거꾸로 솟고 손발이 부들부들 떨렸다.“무엄하다!”그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염구준을 쏘아보며 고함을 질렀다.“염구준, 내가 널 못 죽일 것 같아?”손가의 친척들과 친한 지인들도 분분히 염구준을 비난했다.“염구준, 이건 너무 몰상식하잖아!”“어디 어린 것이 어른 존경할 줄 모르고 설쳐? 죽고 싶어?”“서 대표님도 한말씀 하시죠. 저놈을 어떻게 처리할까요? 살려서 돌려보내면 안 됩니다!”서재원이 일그러진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염구준, 너….”“아직 네 차례 아니니까 입 닥치고 있어!”고개를 돌린 염구준은 그를 향해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너와 손혜린도 죽어 마땅할 짓을 저질렀잖아!”“일주일 뒤에 희주 생일이야. 우리 딸 생일날에 너 손혜린이랑 손잡고 대문 앞에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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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그런데 이때!브레이크 밟는 소리와 함께 기다란 검은색 롤스로이스 밴이 병원으로 서서히 들어오더니 진중기 일행 앞에서 멈춰섰다.전신전 전주 전용 밴이었다!“가을아, 희주야, 이제 내려.”먼저 차에서 내린 염구준이 뒷좌석 문을 열어주었다.진중기는 의료진과 함께 다가가서 그들을 공손히 맞았다.“염 선생님, 이분이 손가을 씨겠군요? 저는 진중기라고 합니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전구 국내 최고의 이비인후과 전문가들이에요. 최선을 다해 치료해 보겠습니다.”염구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부탁 드릴게요.”그런데 그의 날카로운 시선이 어딘가로 향했다.멀리서 이쪽을 바라보던 중년 남자가 경멸에 찬 미소를 지으며 시비를 걸어왔다.“누군가 했더니 너희들이구나! 염구준, 손가을, 두 눈 똑바로 뜨고 내가 누군지 잘 봐!”염구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상대를 노려보았다.그의 장인 손태석의 형, 손태진이자 손씨 가문의 장남!“멍청한 녀석들!”손태진은 앞길을 가로막은 두 전사를 밀치고 경호원들과 함께 염구준에게 다가와서 삿대질했다.“군에 인맥이 좀 있나 봐? 뭐가 그렇게 잘나서 잘난 척이야?”“내 아들 입천장에 물집이 잡혀서 치료 받아야 한다고! 수족구병 알아, 몰라? 나 급해!”“어쩐지 한 선생이 오늘 결근이라더니 네 녀석이 잡아두고 있었구나! 시간 지체해서 내 아들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너부터 죽을 줄 알아!”염구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상대를 노려보았다.조금 전 손중천의 생신 잔치에서 보이지 않더니 아들이 아파서 병원에 방문했던 것 같았다. 누가 손중천 아들 아니랄까 봐 입만 열면 욕설이라니! 정말 주제도 모르고 설치는 부자였다.손가을은 희주를 안은 채, 염구준과 손태진을 번갈아 보았다.일이 왜 이렇게 꼬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기대를 안고 용기 내서 병원에 왔더니 큰아버지를 만날 줄이야! 과거에도 큰아버지와 그녀의 아버지는 승계권을 위해 피 터지게 싸웠다.그 모습에 분노한 손중천은 승계권을 다음 대에 물려주겠다고 선포했고 그래서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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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눈은 뒀다 뭐해!" 곽승환은 분노의 주먹과 발차기로 손태진을 때려눕혔다. 생사 불명할 정도로.또 한 발의 날려 차기로 옆에 멍하니 있던 세 명의 경호원을 때려눕히고, 그들의 발목을 잡고, 손태진과 함께 모두 차에 끌어올렸다. 그리고 염구준에게 예의 바른 경례를 하고 시동을 걸어 떠났다.다시 한번 놀랐다!곽승환이 왔다 간 시간은 총 30초도 채 되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딱 한마디만 하고 깔끔하게 상황정리 하고 축 늘어진 네 구의 몸통을 끌고 사람들의 시선에서 사라졌다.이것이 바로 청해 군사 작전부 수장의 작풍이란 말인가?뜻밖이었다."꿀꺽!"손가을은 멍하니 차가 떠나는 모습을 보다가 침을 삼켰다. 천천히 두 손을 들었다. 손을 들고 수화로 뭔가를 말하려 했으나 어떻게 마음속의 의문을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 정교하고 예쁜 눈썹을 가볍게 찡그려졌다. 말할 수 없이 귀엽고 이뻤다.염구준은 손가을의 귀여운 표정을 보고, 마음속이 부드러워졌다.만약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그녀는 지금 이 순간 무슨 말을 했을까?틀림없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 가장 듣기 좋은 웃음소리였을 것이다!"진 원장님." 고개를 돌려 진중기를 바라보며 정중하게 입을 열었다. "제 아내의 수술을 선생님이 직접 집도해 주세요!”“수술 과정에 가시화 최소침습술로 인후의 화상 흉터 표면을 제거하고 혈락신경을 모두 정리해 주세요.”"마지막으로…”말을 하다가 손가을을 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가을아, 선생님한테 드려.”손가을은 고개를 끄덕이고 주머니에서 작고 귀여운 분홍색 천어화를 조심스럽게 진중기에게 건넸다."이건…." 진중기는 꽃을 받아 자세히 살펴보더니 동공이 점점 커졌다.숨이 가빠지고 가슴이 뛰며 이마에 땀이 나고 손발이 심하게 떨렸다.이, 이, 이……전국에 한 송이밖에 없는 천조국 국주의 궁궐에서 정성껏 키워낸 진기한 품종, 천조국의 국화, 천어화였다.“이… 이 꽃은….”진중기는 두 손으로 천어화를 받들고 조심스럽게 염구준을 바라보았다.그는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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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손혜린?”손혜린 세 글자를 보자 손태석은 좋았던 기분이 다 사라지고 순식간에 표정이 굳었다.5년 전, 그들이 손중천에 의해 가문에서 내쫓기는 상황을 만든 범인이 바로 손혜린이었다.거만하고 이기적이며 악랄하기까지 한 조카.목적을 위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칼춤을 추더니 끝끝내는 손영그룹 부사장 자리까지 꿰찼다. 평소에 그와 진숙영에게 모욕적인 말을 서슴지 않았고 툭하면 월급을 삭감하거나 주기로 한 보너스를 주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손 사장.”하지만 전화를 안 받으면 또 한바탕 난리가 날 것을 알기에 그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로….”탁!수화기 너머로 무언가 던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손혜린은 인사자료를 바닥에 내팽개치더니 냉랭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손태석 씨, 진숙영 씨, 오늘 부로 해고예요.”“난 그래도 옛정을 생각해서 가문에서 쫓겨난 당신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었어요. 그래서 당신들이 여태 잘 먹고 잘 살 수 있었죠.”“그런데 은혜를 원수로 갚다니! 당신들 그 잘난 사위 염구준이 할아버지 생신 잔치에서 무슨 짓을 벌였는지 알아요? 그 인간이 할아버지한테 선물이랍시고 관짝을 보냈어요!”쾅! 두드러지게 낡고 초라한 거실에서, 손태석이 벼락에 맞은 듯 순간적으로 정신이 혼미해졌다. 염, 염구준... '어르신님 칠순 잔치에 관을 선물로 보내다니?! 장수용 황금 불상을 준비했는데, 어떻게 된 거지?!불상은 어디로 갔을까? 그게 어떻게 관으로 바뀌었지?!'"황금, 황금 불상 여기에 있어요."옆에서 진숙영의 목소리가 무의식적으로 떨렸고, 손을 뻗어 거실 구석진 곳을 가리켰다. 그녀는 마치 냉기 가득한 지하에 떨어진 것처럼 온몸이 떨렸다.망했다!그들이 힘들게 모은 돈과 딸이 목욕탕에서 일하면서 모은 돈을 모두 이 작은 황금 불상을 사는 데 사용했다. 그건 다 어르신의 칠순 잔치 자리에서 그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염구준이 생일잔치 자리에서 소란을 피우고 이런 어리석은 짓까지 해버리게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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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발신- 주작'메시지를 전송하고 나서야 염구준이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그의 눈엔 아직도 살기가 느껴졌다.'용운 그룹이 뭐길래?전 신전 전주의 수단이 무엇이지?’3일은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갔다.오늘은 손영 그룹과 용운 그룹이 계약을 체결하는 날이었다."용운 그룹이라니!"용운 그룹의 거대한 사옥 앞에서 손혜린은 저도 모르게 감탄을 내뱉었다. 120여 층이나 되는 건물은 높이만 해도 400미터가 넘었는데 청해의 랜드마크나 다름없었다. 이 건물의 주인은 최근 몇 년 사이 급부상한 용씨 집안으로, 명성이 자자한 재벌가였다. 용운 그룹은 전국에 이미 수많은 지사를 두고 있었다. 손씨 집안은 그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였다. 두 가문 사이의 격차는 실로 어마어마했다."안녕하세요."손에 가죽 서류 가방을 든 손혜린이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차분하게 로비를 걸었다. 그녀의 가느다랗고 요염한 허리가 유독 눈길을 끌었다. 안내 데스크 여직원을 향해 미소 지은 손혜린이 용건을 말했다."용 대표님께 전해줄래요? 손영 그룹 부사장 손혜린이에요. 협력 프로젝트 건으로 이렇게 찾아뵙게 되었습니다."열두 명의 안내 데스크 여직원들은 모두 눈처럼 희고 아름다웠다. 손혜린을 쓱 훑어본 한 여직원이 그림 같은 미소를 지으며 사무적인 목소리로 말했다."초대장을 보여주시겠습니까?"초대장이라니, 손혜린의 낯빛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미 합의를 마친 프로젝트였다. 오늘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끝날 일이란 말이다.용운 그룹 대표를 만나려면 초대장이 필요하다는 말을 전혀 들어본 적 없었다. 손태석, 이 노망난 늙은이가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것이다."방금 말했잖아요, 나 손영 그룹 부사장 손혜린이라고요."손혜린이 정색하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거의 성사된 거나 다름없는 프로젝트예요.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되는 건데, 초대장이라니요? 이게 어떤 계약인지 몰라서 그러나 본데, 1조가 넘는 큰 프로젝트라고요. 계약에 차질이 생기면 당신이 책임질 거예요? 당장 대표님께 연락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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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가문에서 쫓겨나 이곳 청해에 정착하여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올라왔다. 가까스로 이류 가문으로 거듭난 그의 총자산은 1조를 조금 넘어섰다. 이번 계약이 무사히 체결된다면 손씨 집안의 지위가 상승하는 건 물론 당당히 청해의 일류 가문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계약... 얼른 계약을... 잠깐!"떨리는 입술로 연신 계약을 중얼거리던 손중천이 불쑥 고개를 돌리며 양진을 향해 눈살을 찌푸렸다."이렇게 중요한 소식을 내가 몰랐다는 게 말이 되나! 책임자가 누구야? 혜린이 아니었나? 어찌 내게 일언반구도 없어!"양진이 그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혜린 아가씨께서 직접 어르신을 뵙고 말씀드리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제가 연락해 볼까요?""됐어."손중천이 고개를 저었다. 손씨 집안의 미래가 걸린 일인데 고작 통화로 끝낼 수는 없었다."혜린이 호출해."다시 소파에 앉은 손중천이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반 시간 내로 당장 달려오라고 해."양진이 서둘러 손혜린에게 연락했다. 어르신은 어쩐지 잔뜩 화가 난 것 같았다.......반 시간 뒤, 시퍼렇게 질린 손혜린이 고개를 푹 숙인 채 별장에 들어섰다. 당장이라도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죄송합니다. 제가... 망친 것 같아요."진작 알아챘던 손중천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눈빛만으로도 손혜린을 찢어 죽일 기세였다.쓸모없는 것!손혜린의 본명은 진혜린이었는데 사실 손씨 집안의 먼 친척이었다. 손씨 집안은 자손이 부족했다. 수없이 많은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자식을 볼 수 없었던 맏아들 손태진은 하는 수 없이 방계의 사내아이를 양자로 입양했다. 둘째 아들 손태산은 주색에 빠져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작년에 겨우 결혼했다. 그리고 그의 셋째 아들 손태석은 다리를 절었으며 슬하에 딸 하나밖에 없었다.5년 전, 그는 가문의 대를 잇기 위해 진혜린을 손씨 집안의 아가씨로 들였다. 그녀의 부추김으로 손태석 일가는 가문에서 쫓겨났으며, 어처구니없는 가짜 결혼 사건도 그해 벌어진 일이었다. 손중천은 자기 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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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염구준의 넓은 어깨를 뒤에서 바라보던 손태석과 진숙영은 말문이 턱 막혔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위 녀석이 지금 그들의 편을 들어주고 있는 건가?"구준 씨."입술을 깨문 손가을이 염구준 곁으로 다가가며 그의 옷소매를 슬며시 끌어당겼다. 눈빛이 어쩐지 퍽 간절해 보였다.부모님에겐 이 일자리가 꼭 필요했다. 용운 그룹과의 중요한 거래인만큼 손씨 어르신도 안달 내고 있을 게 뻔했다."괜찮아."염구준은 여전히 아랑곳하지 않으며 손가을에게 고개를 저어 보였다. 이윽고 출입문을 향해 싸늘한 시선을 던졌다."손혜린, 같은 말 두 번 하게 하지 말고 썩 꺼져. 아니라면 거기서 경호원 노릇이라도 할 셈이야? 어쩌지, 너 같은 건 필요 없는데."손혜린이 이를 빠드득 갈았다. 살면서 이딴 취급은 한 번도 받아 본 적 없는 그녀였다. 그러나 손태석 부부를 데려가지 못한다면 손중천이 그녀를 죽이려 들 것이다."염구준!"화를 억누른 그녀가 짓씹듯 말했다."대체 이러는 이유가 뭐야? 우린 부부의 인연도 맺었던 사이잖아. 아무리 형식적인 부부였다지만 난 당신 전처라고! 당장 두 사람 내보내. 그럼 우리 사이의 빚도 없던 셈 칠게."전처라고? 어찌 이런 뻔뻔한 말을 내뱉을 수 있단 말인가?이혼 서류가 청해의 길거리 어딘가에 날아다니고 있을 것이다. 애초에 잘못된 이 결혼은 이혼 도장을 찍은 날 완전히 깨진 거나 다름없었다.그의 아내는 오직 손가을 한 사람뿐이었다."간단해."아이를 품에 안은 염구준이 출입문을 향해 무심한 시선을 던졌다."부탁할 땐 성의를 보여줘야지. 다시 싹싹 빌어. 이건 명령이 아니라 부탁이라는 걸 명심해. 설마 내가 비는 방법까지 가르쳐 줘야 하나?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네가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을 거야."손혜린이 악에 받친 눈빛으로 이를 꽉 악물었다. 피처럼 붉은 매니큐어를 바른 손톱이 당장이라도 손바닥을 파고 들어갈 것 같았다.감히 염구준 따위가, 자신에게 부탁을 운운하는 건가? '찢어 죽여도 시원찮은 자식.'"염 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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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그러나 지금은 퇴역한 사위가 돌아와 그들의 복수를 대신해 주고 있지 않은가! 비록 전우의 인맥일지라도, 앞으로 두 번 다시 이런 기회가 없을지라도 괜찮았다.여전히 아이를 안은 채 두 사람의 뒤에 서 있던 염구준이 무심하게 내뱉었다."손혜린, 잊지 마. 3일 뒤면 희주 생일이야. 생일 연회에 너랑 서재원, 두 사람 모두 희주에게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할 거야. 같잖은 자존심 지키려다 망하고 싶으면 어디 마음대로 해봐."손혜린은 당장이라도 욕설을 퍼붓고 싶었지만 간신히 부들거리며 화를 억눌렀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계약이었다. 용운 그룹과 계약을 체결한 뒤 복수해도 늦지 않았다. 그녀는 반드시 염구준과 손가을 집안을 모조리 박살 내겠다고 다짐했다."정말 죄송해요. 두 분께 사과드립니다."손혜린은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꾹꾹 참아내며 간신히 미소를 쥐어짰다."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네요. 용운 그룹에 연락해서 계약 준비를 하라고 할게요. 바로 집 앞에 제 차를 세워두었으니 두 분을 회사까지 모실겠습니다."떠나는 순간 그들의 뒤에 있는 염구준을 표독스럽게 노려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녀는 이를 악문 채 절뚝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5시간이나 허리를 숙이고 있었더니 한 발 내디딜 때마다 온몸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러댔다."장인어른, 장모님, 조심해서 다녀오십시오."염구준과 손가을이 나란히 서서 미소 지으며 두 사람을 배웅했다. 손혜린을 흘깃 쳐다본 염구준이 보란 듯이 말을 보탰다."용운 그룹과의 계약 건은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두 분께 차려진 몫은 꼭 받게 되실 겁니다."두 사람은 쓴웃음을 지었다.그들에게 차려진 몫이라니. 가당치도 않았다. 그동안 무수한 거래를 성사했음에도 배당금이나 상여금은 전부 손혜린 차지였다. 이번 계약을 마지막으로 쫓겨나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상여금 따위는 꿈도 꾸지 않았다."다녀오지."씁쓸한 표정으로 인사하던 손태석은 이내 기운을 차리고 진숙영을 이끌고 밖으로 나섰다.장인, 장모를 눈으로 배웅하던 염구준의 입가에 희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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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그러나 용성우는 두 사람을 거들떠 보지도 않은 채 쌩하니 스쳐 지나갔다. 손태석의 손을 맞잡더니 이번에는 진숙영과도 악수하며 반갑게 말을 걸었다."손 선생님, 사모님, 두 분을 이렇게 뵙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두 분께서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이번 협상을 위해 열과 성의를 다하셨다는 말씀 전해 들었습니다. 제가 직접 두 분을 모셔야 하는 것을... 혹 우리 직원들이 두 분을 홀대한 건 아니겠지요? 부족한 점이 있었다면 부디 두 분께서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참, 제가 자그마한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어서 가져오게나!"재빨리 다가간 경호원이 정교한 순금 카드를 용성우 앞에 공손하게 내밀었다."이건 저희가 특별 출시한 VVIP 카드입니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물건이지요."용성우는 손태석과 진숙영 앞에 조심스럽게 순금 카드를 내밀었다."이 카드를 소지한다면 우리 용씨 가문 휘하의 모든 장소를 전액 무료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제 체면을 봐서라도 받아주시지요!"현장에 있는 모든 이들은 할 말을 잃은 채 눈만 도륵도륵 굴렸다.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지? 용씨 집안 가주 용성우가 손태석과 진숙영 부부에게 이다지도 공손한 태도를 보이다니? 심지어 이건 공손함을 넘어서 마치 비위를 맞추는 것 같지 않은가? 대체 왜?두 사람은 손씨 가문에서 쫓겨난 몸이었다. 기업 내에서도 가장 보잘것없는 직책을 맡고 있기도 했다. 복지나 상여금은 차치하고 툭하면 기본급도 깎이는 처지였다. 딱 굶어 죽지 않을 만큼의 생활비를 제공받는 셈이었다.그런데 오늘, 그 대단하신 용성우가 두 사람을 예우하며 세상에 단 하나뿐이라는 VVIP 순금 카드를 내민 것이다. 게다가 손씨 어르신과 손 부사장에겐 눈길조차 주지 않으셨다.사람들은 혹시 카드의 주인이 뒤바뀐 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손태석은 차마 용성우가 내민 귀한 선물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러나 감히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가주님, 어찌 저희에게 이런 귀한 걸 내어주시는 겁니까. 이것 참... 그저 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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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왜냐하면 아우와 제수씨는 그분의 장인 장모거든.'용성우는 어안이 벙벙한 두 사람을 쳐다보며 드디어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오늘 그는 실로 돈 보따리를 건네러 온 것이다. 손태석과 진숙영의 비위를 잘 맞출 수만 있다면 그분을 위해 큰 공을 세우는 것과 마찬가지였다.주군 앞에서 돈이 대수란 말인가?줄만 잘 탄다면, 그분 말 한마디에 하루아침에 10조, 20조도 벌 수 있었다."다들 이의 있나?"용성우의 지시에 따라 계약서가 회의실 대형 스크린에 공개되었다. 손중천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을 둘러본 그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없으면 이대로 계약하지."사람들이 스크린 속 조항들을 읽어내리기 시작했다. 손태석과 진숙영이 전적으로 책임지고 감독한다는 글자를 읽은 이들의 낯빛이 창백해졌다. 이건 치명적인 유혹인 동시에 날카로운 못이 되어 모든 이들의 심장을 아프게 찔러댔다.손영 그룹의 오너와 고위급 임원들은 모두 이 계약서가 의미하는 바를 명확히 알고 있었다. 계약서에 사인하는 즉시 모두들 손태석과 진숙영의 눈치를 보며 몸을 숙여야 했다.계약이 성사되는 대로 두 사람을 쫓아내려던 계획은 실행하기도 전에 물거품이 되었다. 그렇다고 거절하자니 5조라는 거액과 차후의 추가금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당연히 거절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혹 불만이 있는 건가?"사람들의 표정을 확인한 용성우가 코웃음 쳤다."그렇다면 계약은 없던 일로 하면 되겠군. 하면 아우와 제수씨는 우리 용운 그룹으로 모셔가도록 하겠네. 물론 5조짜리 프로젝트는 여전히 두 사람이 책임지고 말이야. 돈 좀 만져보겠다고 혈안이 된 다른 회사는 많으니까. 널린 게 협력 파트너 아니겠나?"예리한 말들이 비수가 되어 사람들에게 푹푹 내리꽂혔다. 용성우의 태도는 손중천과 손혜린의 모든 환상을 단숨에 깨뜨리는 것이었다. 이젠 결정을 내릴 시간이었다. 거절하면 몇조의 이윤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걸 지켜봐야만 한다. 이류에서 일류로 거듭나려던 손씨 집안의 희망도 함께 사라질 테지. 그러나 계약서에 사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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