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위태로운 제안: Chapter 11 - Chapter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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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아니.”부승민은 의자에 기대앉아 눈썹을 문질렀다. 그는 컴퓨터를 끄고 일어섰다.“가자.”집에 돌아오니 도우미들이 이미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간단하게 저녁 밥을 먹은 뒤 부승민은 서재로 가서 또 일을 했다.온하랑은 거실에 앉아서 드라마를 보았다. 따뜻한 물 한 컵을 받고 약상자에서 약을 꺼내 함께 넘겼다.“무슨 약 먹은 거야? 어디 안 좋아?”뒤에서 갑자기 부승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온하랑은 가슴이 철렁했다.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침착하게 대답했다.“요즘 소화가 잘 안돼서.”부승민은 걸어와서 물 한 컵을 부었다.“병원에는 가 봤어?”그는 오늘 점심 식사에서 따뜻한 음식만 먹겠다고 했던 온하랑을 별로 의심하지 않았다.“응, 가 봤어.”“그럼 됐어. 이제부터 건강 잘 챙겨.”그의 관심 어린 말에 온하랑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 한구석이 조금 서글펐다.이른 아침, 온하랑은 핸드폰 벨 소리에 잠에서 깼다.그녀는 졸린 두 눈을 겨우 뜨고 침대 옆 탁자 위에 놓인 핸드폰을 확인한 뒤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비서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온 전무님, 일이 터졌습니다. 지금 실시간 검색어 확인 부탁드립니다.”온하랑이 물었다.“무슨 일인데요?”한편으로 재빠르게 태블릿으로 각 포털 사이트의 뉴스피드를 확인했다.“부 대표님과 추서윤 씨의 사진이 찍혔습니다.”비서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온하랑도 기사를 클릭했다.비서는 온하랑이 목소리가 들리지 않자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온 전무님, 어떻게 처리할까요?”“먼저 추서윤 씨 소속사에 연락해서 대응하지 말라고 하세요. 내가 회사에 갈 때까지 기다리라고 해요.”실시간 검색에 두 사람이 함께 레스토랑에 출입하는 사진이 찍혔다. 각 사이트에서 모두 화제가 되었다.두 회사에서 레스토랑에 출입하는 사진을 동시에 올려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것을 홍보하면 된다.“알겠습니다.”비서가 전화를 끊으려고 할 때 온하랑이 말했다.“잠깐만요. 어제 다 같이 찍은 사진 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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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부승민은 BX 그룹의 대표로서 전에도 여러 번 경제 뉴스에 얼굴을 보였었다. 잘생긴 외모와 큰 키, 그리고 대단한 집안까지, 거기에 스캔들도 별로 없어서 그를 좋아하는 팬들까지 있었다. 팬들은 그의 태생이 소설 남자 주인공이라고 말했다.추서윤은 예쁘고 해외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어 성공을 이루었다. 두 사람은 외모면 외모, 능력이면 능력 모든 면에서 잘 어울렸다. 언론플레이까지 더 해져 네티즌들은 두 사람을 축복했다. 두 커플을 응원하는 팬까지 생겼다. 그들은 부승민과 추서윤 커플의 별명을 ‘윤민커플’이라고 지었다.짧은 시간 내에 팬은 수만 명으로 늘어났다.글을 잘 쓰는 팬들은 두 사람을 주인공으로 감동적인 러브 스토리를 썼고, 미술을 전공한 팬들은 두 사람의 캐리커처를 그렸다. 전에 추서윤이 출연한 드라마의 장면과 부승민이 경제 뉴스에 나온 장면을 편집해 짧은 영상도 만들었다.온하랑은 팬카페에 들어가서 팬들이 닉네임을 바꾼 것도 보았다. 「오늘 부승민과 추서윤은 결혼했나요?」팬들은 두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며 달콤한 시간을 포착하려고 했다.그들은 추서윤이 출국한 뒤 부승민은 계속 솔로였고 어떠한 스캔들도 없이 추성윤이 귀국하기를 기다렸다고 생각했다.정말 완벽한 커플이다!그러나 온하랑에게 이런 말들은 날카로운 칼이 되어 그녀의 심장을 찔렀다. 핸드폰을 들고 있는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목이 꽉 메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분명 그녀가 부승민의 부인이다.부승민이 이렇게 하는 것은 그녀의 입장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행동이었다.온하랑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핸드폰을 끄고 대표 사무실로 향했다.그녀는 문 앞에 서서 잠시 머뭇거리다가 노크했다.“들어오세요.”안에서 부승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온하랑은 문을 열고 테이블 앞으로 걸어가서 진지하게 말했다.“부 대표님, 오늘 스캔들에 대한 홍보팀의 대처가 부적절했다고 생각됩니다.”부승민을 차가운 눈빛으로 온하랑을 바라보았다.“말해 봐, 어떤 게 부적절했다는 거지? 뭐가 부적절한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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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침묵이 흘렀다.한참 지난 뒤 부승민이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너무 조급했어. 미안해...”미안해...허.결혼 3년 만에 그가 남긴 건 미안하다는 세 글자뿐이었다.“내가 미안해. 원하는 거 있으면 내가 다 보상해 줄게. 하지만 이 일은 서윤이와는 상관없어. 서윤이는 내가 결혼한 것도 몰라. 그러니까 서윤이는 건드리지 마.”온하랑은 쓴웃음을 지었다.이게 바로 그녀의 남편 부승민이었다.한편으로는 그녀에게 미안하다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추서윤을 위해 그녀를 협박했다.온하랑은 급격하게 피로감이 몰려왔다. 더 이상 부승민과 대화하고 싶지 않았다.“마음대로 생각해요.”그녀는 성큼성큼 사무실을 걸어 나갔다.연약하고 처량한 뒷모습.부승민은 온하랑의 뒷모습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갑자기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다.부승민은 번호를 확인한 뒤 전화를 받았다.“승민아, 스캔들 너도 봤지? 미안해. 내가 좀 더 조심했으면 찍히지 않았을 텐데.”핸드폰에서 추서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부승민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네 탓 아니야. 내가 이미 처리했어. 너한테는 피해 안 갈 거야.”“정말? 고마워 승민아. 진짜 너밖에 없어.”추서윤이 전화를 끊자 옆에 있던 안수빈은 감탄했다.“진짜 이런 방법이 통하는구나. 근데 무서운 건 저러다 온하랑이 같이 죽자고 두 사람이 결혼했다는 사실을 폭로하면 어떻게 해?”추서윤은 꺼진 핸드폰 화면을 보며 자신 있는 얼굴로 말했다.“걔는 그렇게 못해.”여자의 직감이 가장 예리하다.3년 전 추서윤은 은연중에 온하랑이 부승민을 좋아한다는 느낌을 받았었다.온하랑은 잘 숨겼지만 추서윤은 눈치채고 있었다. 부승민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온하랑은 절대로 경거망동하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요즘 그녀와 부승민이 함께 있을 때 그가 좀 변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종종 그녀 앞에서 집중을 못했기 때문이다. 최대한 빨리 두 사람을 이혼시켜야 했다.자기 사무실로 돌아온 온하랑은 이혼 합의서를 꺼내 앞에 놓고 한참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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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본가에 도착하니 도우미가 그들을 반갑게 맞아주었다.“할머님께서는 지금 주방에서 요리 중이세요. 먼저 앉아 계세요.”말을 마친 뒤 도우미는 두 사람에게 티와 과일을 가져다주었다. 부씨 가문의 안주인인 김정숙은 평범한 집안 출신으로 반평생을 재벌 집 사모님으로 축복받은 인생을 살았지만, 여전히 평범한 가정의 할머니처럼 아이들을 돌보는 걸 좋아하고 직접 음식을 하는 걸 즐겼다. 가끔은 뜨개질로 목도리를 떠주는 것도 좋아하셨다.부씨 가문의 후대들은 암암리에 서로 권력 다툼을 벌였지만 김정숙은 모두가 존경했다.온하랑은 신발을 벗으며 도우미에게 물었다.“할아버님은요?”도우미는 위층을 가리키며 말했다.“쉬고 계세요. 요즘 할아버님의 정신 상태가 점점 더 안 좋아지세요.”온하랑과 부승민은 그 말을 듣고 모두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부씨 가문의 사업은 할아버지의 선대로부터 물려받았으나 할아버지의 손에서 사업이 발전하고 규모가 커졌다. 젊으셨을 때 일하시느라 몸을 혹사하셨는데 나이가 드시니 이제야 건강에 무리가 왔다. 간이식까지 받으시고 계속 거부반응을 억제하는 약을 드셔야 했다.“임 원장님은 뭐라고 하세요?”부승민이 물었다.임 원장은 현대병원의 병원장이자 할아버님의 개인 주치의이다.“임 원장님도 최선을 다하고 계십니다.”부승민은 무거운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온하랑은 주방으로 가서 김정숙을 도와주려고 했다.“하랑아, 밖에서 쉬고 있어. 안 도와줘도 돼. 나 혼자서도 거뜬하다.”김정숙은 도우려는 온하랑에게 쉬라고 하자 그녀가 말했다.“할머님, 거실에 앉아서 할 일도 없는데요. 도와드리고 싶어요.”김정숙은 그녀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왜 할 일이 없어? 앉아서 승민이 하고 얘기라도 나누고 있어.”아무 말도 없는 온하랑을 보고 김정숙은 또 말했다.“승민이 하고 싸웠니? 뉴스라면 나도 봤다. 걱정하지 마라. 내가 승민이 단단히 혼낼 테니.”“할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와 승민 씨 사이의 일은 저희가 잘 처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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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온하랑은 재빨리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부승호에게 음식을 집어드리며 입을 열었다.“할아버지 가지무침 드셔보세요. 제가 직접 만들었어요. 할아버지가 제일 좋아하시는 반찬이잖아요.”김정숙이 말했다.“이것 좀 봐요. 하랑이가 다 기억하는 거. 내가 다 질투 나네.”“우리 하랑이 밖에 없다.”부승호는 젓가락을 들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하랑이는 누구처럼 양심도 없이 이 할아비를 화나게 하지도 않고. 에이, 어느 놈은 이 할아비가 화가 나서 죽길 바라는지.”양심 없는 부승민은 아무 말도 없었다.“할아버지 그런 말씀 마세요. 할아버지는 꼭 오래오래 사실 거예요.”온하랑의 부모님은 그녀가 어렸을 때 이혼했다. 어머니는 그녀를 원하지 않았고 아버지가 부양권을 가져왔다. 이후에도 어머니는 그녀를 한 번도 보러 오지 않았다.그녀의 아버지는 일 때문에 바빠서 그녀를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 고향 집으로 보냈다. 그러나 몇 년 뒤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잇따라 돌아가셨고 그녀는 다시 아버지의 곁으로 왔다. 16살이 되던 해에 아버지도 돌아가셨고 그녀는 완전히 혼자가 되었다.지금까지 부승호와 김정숙이 그녀를 데려와 따뜻한 가족이 되어 주었다.가족이 차례로 세상을 떠나는 고통을 더 이상 견디고 싶지 않았다.그녀만큼 부승호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식사하는 동안 부승민을 빼고 남은 세 사람은 아주 화목했다.온하랑은 부승호와 김정숙을 기쁘게 해주고 싶어 노력했다. 서로 대화를 나누며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 그 모습이 진정한 한 가족으로 보였다.옆에 있던 도우미가 말했다.“아가씨가 오시니 할아버님이 전보다 훨씬 활력이 넘치네요.”식사를 마친 뒤 온하랑은 부승호와 함께 바둑을 두었다.온하랑은 부승호가 직접 하나하나 가르쳐 준 것이다. 그녀는 빠르게 배웠고 이젠 부승호보다 더 잘 두었다. 부승호도 이젠 진지하게 그녀를 상대했다.“할아버지, 안 돼요. 이건 반칙이에요.”부승호는 온하랑의 불만에 수를 물렀다. 하지만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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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두 사람은 오후가 되어서야 본가를 떠났다.차 안에서 온하랑이 말했다.“할아버지 말씀 들었지. 우리 이혼하는 거 반대하시는 거 같은데 이제 어떻게 할 거야?”부승민은 창밖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먼저 할아버지 모르게 이혼하자. 나중에 천천히 말씀드릴 거야.”역시 그는 이미 선택했고 바꿀 생각이 전혀 없었다.부승호가 그에게 심각하게 말했다고 해도 그는 부승호를 속이면서까지 거역하려고 했다.온하랑은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한숨을 쉴 때마다 칼에 베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언제 이혼 서류 접수할 거야?”부승민은 핸드폰 안의 스케줄을 확인했다.“요 며칠은 내가 바쁘고 다음 주 월요일에 하자.”“알았어.”온하랑의 깔끔한 대답에 부승민은 입술을 깨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솔직히 말하면 온하랑은 아주 아름다웠다.까만 눈동자가 반짝이는 눈은 눈꼬리가 살짝 올라가 부드러우면서도 매력적이다. 그런 눈을 바라보고 있으면 자기도 모르게 빠져드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눈빛은 단호하면서도 밝게 빛나고 있어 무시할 수 없다.그녀는 전형적인 계란형 얼굴이다. 부드럽고 우아한 얼굴선에 오똑한 코와 작고 도톰한 입술이 조화로웠다. 웃을 때 올라가는 입꼬리와 쏙 들어가는 보조개가 귀여웠다.온하랑의 몸매는 유연하면서도 아름다웠다. 그녀는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했다. 일주일에 며칠은 퇴근 후에 시간을 내서 요가를 하곤 했다.이점은 부승민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지난 3년 동안 부부의 관계는 종종 부승민의 욕망을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눈을 감고 부승민은 황홀경을 떠올렸다.이런 외적인 조건을 제외하더라도 그녀는 능력도 대단했다. 대학 시절 우수한 성적으로 전액 장학금을 받았고 심지어 전국 영어 경시대회에서 참가해 우수한 성적을 거두어 유학 기회까지 얻었다. 그녀는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모든 것을 잘 처리했다. MQ를 이 정도로 발전시킨 것도 부승민의 예상을 뛰어넘었다.이런 여자를 어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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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본격적인 광고촬영이 시작되었다. 온하랑은 사전에 스튜디오에 도착해 스탭들에게 현장 세팅을 부탁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촬영 감독과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도착했다. 두 사람은 온하랑의 오래된 파트너로서 수년 동안 함께 일해왔다. 그녀가 한마디만 해도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효과가 무엇인지 이해했다.현장 세팅이 거의 준비가 끝나갔고 온하랑은 시계를 확인했다. 9시가 거의 되고 있었다. 약속 시간이 30분이나 지났는데 추서윤과 그녀의 스텝들은 아직도 도착하지 않았다.비서가 한번 연락해 이미 재촉했다고 한다.촬영 감독인 주현은 카메라를 세팅하며 감탄했다.“추서윤도 갑질이 심하네요.”메이크업 아티스트인 김시연도 비웃으며 말했다.“어쩔 수 없죠. 외국에서 오셨으니 갑질을 해도 우리가 뭘 어떻게 하겠어요? 모델을 교체할 수도 없고. 하랑 씨가 마음대로 교체할 수도 없는 거니까요.”이번에 모델이 부 대표님이 직접 뽑은 것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그전에는 온하랑이 MQ의 총괄 디렉터로서 모델을 교체할 권리가 있었다. 하지만 추서윤은 그녀가 마음대로 교체할 수가 없었다.추서윤이 갑질을 한다고 해도 그들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온하랑은 핸드폰을 꺼내 안수빈의 번호로 바로 전화를 걸었다.핸드폰에서 통화 연걸음이 들려왔다.그러나 잠시 뒤 뚝하는 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어졌다.김시연은 깜짝 놀라며 화를 참지 못했다.“이 사람들 정말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 부 대표님이 꽂아주니까 하랑 씨를 완전히 무시하네.”몇 분이 지나도 어떠한 전화나 문자도 없었다.온하랑은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상대방이 또 전화를 끊어버렸다. 몇 번 더 전화해도 똑같았다. 온하랑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김시연에게 말했다.“늦어도 점심쯤에는 올 거예요. 먼저 돌아가요. 도착하면 내가 연락할게요.”온하랑은 오랫동안 일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다. 안수빈이 무슨 생각인지는 미팅하던 그날 온하랑은 이미 파악했다.김시연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오랫동안 일하면서 이 정도로 갑질하는 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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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회의가 끝난 뒤 부승민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눈썹을 문질렀다.바로 그때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다.핸드폰을 들어 화면을 보고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승민아 지금 회사야? 나 지금 너한테 가도 돼?”부승민은 테이블 위에 놓은 캘린더를 확인했다.“오늘 촬영 이렇게 빨리 끝났어?”추서윤은 머뭇거리며 말했다.“오늘... 오늘 촬영 못했어.”“촬영을 못했다고? 왜?”부승민이 물었다.그는 아까 화장실을 다녀오다가 온하랑의 사무실 문이 잠겨있는 것을 보고 외근을 나간줄 알았다.매번 광고 촬영에 온하랑은 모두 현장에 가서 지켜보았다.아마 오늘도 그녀는 이미 스튜디오로 갔을 텐데 왜 촬영하지 않았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우리가 스튜디오에 도착했을 때 하랑이가 갑자기 급한 일이 있어서 촬영 못 한다고 하더라고. 그러고는 바로 떠나버렸어. 우리도 무슨 일이 있는 건지는 몰라.”“그럼 긴급한 상황이 있나 보네. 촬영 없으면 회사로 와.”3년 동안 온하랑의 일 처리를 부승민은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만약 정말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그녀가 이렇게 촬영을 접는 일은 없었다.부승민의 말투에 온하랑에 대한 책망이 전혀 없는 것을 듣고 추서윤은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여전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나도 특수한 상황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어. 맞다, 승민아. 나 한 가지 부탁해도 돼?”“뭔데?”“이번 촬영에서 내 개인 메이크업 아티스트 데려와도 괜찮을까? 몇 년 동안 해외에 있다가 돌아와서 그런지 물이 잘 안 맞아서 피부상태가 너무 안 좋아. 국내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내 상황을 잘 모를 거 같아서. 메이크업 잘 안되면 카메라에도 당연히 예쁘게 나올 수 없으니까. 내 전담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내 피부 상태도 제일 잘 아니까 실력을 잘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아.”부승민은 큰일인 줄 알았다.“뭘 이런 작은 일까지 나한테 보고해?”추서윤이 말했다.“이게 어떻게 작은 일이야?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제대로 소통해야지. 서로 존중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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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부승민이 이미 동의했다는 것이 밝혀지자 온하랑은 갑자기 이 상황이 매우 우스워진 느낌이 들었다.추서윤 때문에 부승민은 또 한 번 MQ의 일에 개입했다. 그리고 또 한 번 온하랑의 계획을 망쳐 버렸고 수습은 결국 그녀가 다 해야 했다.이미 준비되어 있던 마케팅 계획도 모델을 바꿨기에 결국 폐지되었다. 부승민은 온하랑이 현재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큰 노력을 들였는지 모를 것이다.그는 단지 추서윤을 기쁘게 하려고 신경을 쓸 뿐이었다.일의 진행에 얼마나 더 문제가 생기든지 모두 온하랑이 감당해야 했다.그는 어떻게 이런 일에 신경 쓸 수 있을까?김시연이 듣더니 더 어이가 없어 물었다.“부 대표님이 동의하셨다고요? 부 대표님이 이런 사소한 문제까지 신경 쓰셨다니.”추서윤이 웃었다.“시연 씨도 알다시피 사소한 문제니까 승민이가 나한테 마음대로 하라고 한 거겠죠.”김시연이 말했다.“추서윤 씨, 지금 내가 말한 사소한 문제는 부 대표님께만 해당하는 말이고요. 메이크업과 스타일링은 촬영에서 제일 중요한 문제예요. 추서윤 씨가 이해해 주길 바랍니다. 전 단지 부 대표님이 왜 이런 일에 개입하셨는지가 의문이 들어서요.”안수빈이 말했다.“그쪽 말은 우리 서윤이가 거짓말이라도 하고 있다는 거예요? 온 전무님 만약 믿을 수 없다면 부 대표님께 전화해서 확인해 보세요. 이 일은 부 대표님이 저희에게 일임한 사안이에요. 저희는 지금 메이크업 바꿀 생각 없습니다. 남은 건 두 분이 해결하세요. 해결하지 못한다면 계약을 해지하면 되고요. 저희 서윤이는 이 광고 찍지 않아도 딱히 문제 될 게 없어서요.”추서윤은 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시연은 안수빈의 말에 화가 났지만 참고 있었다.분장실을 나오자마자 그녀는 손으로 가슴을 퍽퍽 치며 말했다.“이 업계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많은 연예인 하고 일해 봤는데 이렇게 뻔뻔한 사람은 처음 보네요. 이 광고 안 찍어도 되면 왜 임리안 손에 들어간 광고를 뺏은 거래요? 나쁜 년이 정당한 핑계까지 대는 거 보니까 역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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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온하랑은 그 자리에 서서 한참 동안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그녀는 천천히 무릎을 굽히며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온하랑은 더 이상 이런 굴욕을 당하고 싶지 않았다.부승민의 마음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추서윤에게로 향해 있었다.어제 일도 부승민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싶었다면 사람을 보내 조사를 하면 바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추서윤을 더 믿었기에 그렇게 하지 않았다.이게 바로 남자들이 제일 못 잊는다는 첫사랑인 걸까?“온 전무님, 김시연 씨와 주현 씨가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비서가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온하랑을 보고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말을 전했다.“네, 알겠어요.”온하랑은 바로 자기 기분을 정리하고 성큼성큼 대기실로 향했다.“어떻게 됐어요? 부 대표님이 뭐라고 하세요?”대기실로 들어오는 온하랑을 보고 김시연이 바로 물었다.주현도 고개를 들었다.온하랑이 고개를 젓자 주현은 한숨을 쉬었다.김시연은 감탄하며 말했다.“정말 이런 건 예상도 못 했어요. 부 대표님은 정조인 줄 알았는데 숙종이었네요.”“그럼, 이제...”“내가 가서 얘기해 볼게요. 조금이라도 메이크업 수정하고 또 촬영 소품도 좀 바꾸면 될 것 같아요. 주현 씨 후반 작업 잘 부탁드려요. 지금 막 아이디어가 떠오르니까 저녁에 가서 시안 보내드릴게요.”온하랑이 말했다.“네, 좋아요.”주현이 대답했다.온하랑은 다시 분장실로 들어가서 추서윤의 스텝들과 지금 메이크업을 조금 수정해 달라고 소통했다.온하랑은 이미 짜증이 났지만 그녀는 MQ의 책임자로서 반드시 자신의 업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했다.만약 광고 효과가 좋지 않으면 MQ의 책임자인 온하랑에게도 안 좋은 영향이 있을 테지만 추서윤이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지난번 추서윤은 부승민과 스캔들이 터짐과 동시에 MQ의 홍보모델이 되었다. 비록 평화로워 보였지만 실제로는 피바람이 불었다.임리안은 최근 가장 인기 있는 연예인이기에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 임리안의 손에서 광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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