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Chapter 1461 - Chapter 1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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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1화

“형님과 같이 조금만 먹겠습니다.”심초운의 말에 이천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하인에게 말했다.“가서 수저와 그릇을 가져오거라. 그리고 술 한 병도 가져오거라.”“네, 저하.”심초운이 이천 곁으로 다가가 앉았다.“폐하께서 주익선을 월성국 진압에 주익선을 보내기로 했습니다.”“예상했던 바다.”“그리고 한 사람 더 보낸다고 하셨는데 형님은 누구일 것 같습니까?”이천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주익선 한 사람만 보내도 월성국을 충분히 진압할 수 있을 텐데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한 명 더 보내려는 걸까?“진규 장군이냐?”“아닙니다.”“주 두독?”“부자가 함께 전장에 나갈 거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두 사람이 담소를 나누던 그때, 하인이 수저와 그릇 그리고 술병과 술잔을 챙겨왔다.하인이 술잔에 술을 따른 뒤, 이천이 손을 쓱 내저었고 하인은 이내 방문을 닫고 밖으로 물러갔다.“그럼 누가 더 있느냐?”“진이요.”“진이? 진이가 주익선을 따라갈 거라고는 생각하였다.”이천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누이와 오라버니가 보고 싶어서 경성으로 돌아온 거라고 하더니, 속세에 처한 남녀들은 서로에게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 가족보다 부부가 된 서로가 더 소중해지는 법이다.물론 이진과 주익선은 아직 부부가 아니지만 아바마마와 어마마마께서도 허락하셨으니 이영이 혼인만 하사하면 부부가 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다.심초운과 이천은 동시에 술잔을 들어 술을 한 모금 마셨다.“하지만 진이가 어떤 신분으로 월성국에 가게 되는지는 절대 맞추지 못하실 겁니다.”이에 이천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황제가 이진에게 직위를 책봉했다고?이천의 속마음을 꿰뚫은 심초운이 고개를 끄덕였다.“장공주?”“아닙니다.”“여장군으로 책봉한 것이냐?”심초운은 여전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아닙니다.”이천은 다시 생각에 잠겼다. ‘장군도 아니고 장공주도 아니라면… 심초운의 표정으로 보면 분명 생각지도 못한 직위를 책봉한 건데…’“친왕으로 책봉했습니다.”심초운의 말에 이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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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2화

자리에서 일어난 심초운이 직접 이천을 위해 술 한 잔 따라주며 물었다.“이렇게 계속 혼자 계시면 정녕 외롭거나 무료하지 않으십니까?”이에 이천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술을 벌컥벌컥 마시고는 고개를 저었다.심초운은 그런 이천을 쳐다보며 한숨을 살짝 내쉬었다.그리고는 몰래 사람을 시켜 경장명을 확실하게 조사해볼 생각이었다. 그에게 정말 ‘서장자’가 있는지 어떻게든 알아내야 한다.다음날 조정에서.하룻밤 사이에 급하게 제작해낸 친왕 예복을 깔끔하게 차려 입은 이진이 정전에 나타났다.한편, 주서양 등 대신들은 어젯밤 이미 황제의 결정을 알게 되었다.하지만 엄숙하고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정전에 나타난 이진을 두 눈으로 직접 본 순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아니, 저, 저건 친왕 예복 아닙니까?”대신들 중 한 명이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이에 주서양과 경성세가 서로를 힐끔 쳐다보았다.‘친왕 예복이 확실하지. 공주 마마를 월왕으로 책봉하신다고 하셨으니…’한편, 주진우는 친왕 예복을 입고 나타난 이진을 보며 그녀에게서 친왕의 위엄이 느껴지기도 했다.이때, 진규가 진우의 팔을 툭툭 치며 물었다.“공주 마마가 친왕으로 책봉된다는 걸 진작 알고 있었느냐?”이에 진우가 눈썹을 들썩이며 낮은 목소리로 대꾸했다.“장군님보다 조금 일찍 알게 되었을 뿐입니다.”어마어마한 기세에 진규는 그제야 깨달았다. 이진이야말로 조정에 참석한 첫 여성 관원이라는 것을 말이다.태의원의 여성 의원들은 정사에 관여하지도 않았고 조정에 참석하지도 않는다.하지만 이진은 다르다. 이진은 상운국의 첫 여성 친왕이다!“오라버니.”이진이 이천 곁으로 다가와 이천에게 인사를 했고 이천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제 보니 황제 폐하는 진작부터 널 친왕으로 책봉할 계획이 있었나 보네.”그렇지 않았다면 친왕 예복을 이렇게 빨리 제작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어젯밤, 이진은 이당궁으로 돌아오자마자 궁녀가 친왕 예복을 들고 찾아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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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3화

세상 사람들은 남녀유별을 떠들면서 여인들이 손목이나 발목을 조금이라도 보이면 반드시 상대방과 혼인을 해야 한다고 얘기했다.이영은 바로 이런 말도 안 되는 세속을 깨트리려는 것이다. 조금 전에 이영이 그렇게 많은 대신들의 손을 잡아주었는데 그렇다면 그녀와 살결이 닿았던 대신들은 전부 그녀의 시군이 되어야 한단 말인가?이때, 병부상서가 한 걸음 나서서 말했다.“폐하, 이번 전란에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병사들이 많습니다. 폐하께서 그자들의 가족들에게도 위로의 뜻을 전해주시길 바랍니다.”“알겠소. 병부상서 대감 뜻대로 하겠네.”“소신,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병사들을 대신하여 폐하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이영은 손을 내두르며 병부상서에게 일어나라고 했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이천을 쳐다보았다.“이번 진주 지역의 전란에서 천왕 저하와 심초운 대감도 큰 공을 세웠는데 혹, 짐에게 바라는 건 없습니까?”이에 이천이 허리를 살짝 숙이며 대답했다.“폐하께서는 소신이 공을 세우기도 전에 이미 상을 주셨습니다. 전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습니다. 하지만 굳이 한 가지를 택하라고 하면…”잠시 생각하던 이천이 말을 이어갔다.“나라를 위해 용맹하게 싸워준 수천수만 명의 병사들에게 급료를 올려주고 식량을 상으로 내려주십시오!”“알겠습니다!”다른 데서 아낀다고 해도 병사들의 급료나 식량은 충분히 지급해야 한다!“진주 전란으로 다들 고생이 많았네. 짐이 오늘밤 궁에서 연회를 크게 열 테이니 대신들은 참석해서 충분히 즐기고 가시게.”“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고개를 끄덕인 이영은 다시 용상으로 돌아갔다.“현재 우리 상운국은 백성이 태평하고 나라가 강대하네. 진주 지역에서 전란이 일어나기 전후로 월성국은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가 감히 우리 나라 변경 지역의 백성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들었소. 여러분들은 이 일을 어찌 처리하면 좋을 것 같소?”주익선을 출정대장군으로 책봉했는데 답은 너무도 명확한 것 아닐까?이에 이천이 한 걸음 나서서 대꾸했다.“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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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4화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이영은 고개를 돌려 이천을 쳐다보며 물었다.“그럼 오라버니께서는 언제 출정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하십니까?”눈을 지그시 감고 점괘를 보던 이천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대답했다.“2주 뒤가 적절합니다.”“알겠습니다. 그럼 2주 뒤로 결정하겠습니다.”이영과 이천의 말에 이진은 심장이 두근거렸다. 2주 뒤에 경성을 떠나 누이 대신 출정할 생각만 하면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한편, 이영은 고개를 돌려 당안을 힐끔 쳐다보았다. 이에 당안이 옷자락을 쓱 내두르더니 큰소리로 외쳤다.“폐하께 아뢸 말씀이 없으신 대신들은 이만 물러나도 좋습니다!”대신들은 서로를 힐끔힐끔 쳐다볼 뿐, 아무도 나서서 상주를 하지 않았다.용상에서 일어난 이영은 근정전으로 향했고 당안은 바로 뒤따라갔다.황제가 떠난 뒤, 조정은 시끌벅적했다. 전례 없는 여왕야에 대해 대신들은 속으로 살짝 불편하고 어색했지만 황제가 친히 책봉한 왕야이기에 아무도 감히 함부로 반대 의견을 낼 수가 없었다.그렇게 30분 지난 뒤, 웅성거리던 대신들이 떠나고 조정에는 이천과 이진 그리고 주익선 세 사람만 남게 되었다.이진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조정을 쓱 훑어보았다. 조금 전, 문무백관이 모인 조정에 여관원은 그녀 한 명밖에 없었다.“뭘 보고 있어?”주익선이 물었다.“여기 이곳에 말이야. 누이와 누이 뒤에 서있던 궁녀 두 명 빼고 전부 남자였어.”이에 이천이 대꾸했다.“머지않은 미래에 이곳에 반드시 훌륭하고 유능한 여관원들이 서있게 될 것이다.”“네.”곁에 있던 주익선도 말을 보탰다.“월왕 저하께서 이번에 출정하셔서 누구보다 멋진 승리를 거두시고 복귀하실 겁니다!”“그래, 멋지게 승리해야지! 돌아오면 바로 너와 혼사를 치를 거야!”“왕야, 절대 약속을 어기시면 안 됩니다!”“걱정하지 말거라!”주익선은 이진의 약속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는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이천을 쳐다보며 말했다.“천왕 저하, 제 증인이 되주셔야 합니다.”고개를 끄덕인 이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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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5화

흠칫하던 주익선은 곁에 서있는 이천의 눈치를 보기 바빴다.‘진이도 참, 너무 대담한 거 아니야?’한편, 두 사람의 모습에 이천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난 이만 가보겠다.”“오라버니, 어디 가시려는 겁니까?”“흠천감.”“도문군 누이는 보러 가지 않으십니까?”이천에게 물어보던 이진은 아무래도 정 태부부터 보러 가야 할 것 같았다.“그럼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저도 흠천감에 갔다가 서원에 갈 겁니다.”이진이 주익선의 옷소매를 살짝 잡아당기자 주익선은 바로 이진과 함께 이천을 따라갔다.한편, 이천은 이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걸음은 여전히 매우 빨랐다.“오라버니, 이 예복부터 갈아입어야 합니다. 잠시만 저 좀 기다려주시면 안 되겠습니까?”“넌 주 장군과 함께 천천히 오거라.”이천의 관저는 궐 밖에 위치해 있다. 정 사부를 만나 뵙고 저택으로 돌아가 예복을 갈아입어야 하기에 이진과 가는 길이 달랐다.한편, 이천의 대답에 입을 뻥긋하던 이진은 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돌려 주익선을 쳐다보았다.“그럼 네가 날 좀 기다려줘.”이진이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주익선은 당연히 그녀를 기다릴 것이다. 하지만…“난 흠천감 안에 못 들어가.”주익선의 말에 이진이 흠칫 놀란 표정이었다.“연희 낭자도 들어갈 수 있는데? 넌 나와 인연이 깊기에 너도 따져보면 특별한 운명을 가진 사람이잖아.”“내? 내가?”그가 흠천감에 들어갈 수 있다고?“응, 보통사람도 특별한 운명을 가진 자들이 있어. 예를 들면 숙부 곁을 지키는 호위무사 경문 아저씨처럼 말이야.”이진은 주익선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이천 오라버니께서 연희 누이를 데리고 흠천감에 들어간 적이 있다고 들었어. 연희 누이가 오라버니와 연이 있어서 들어갈 수 있었던 거야. 너와 내가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면 너도 들어갈 수 있는 게 맞아.”이진의 말을 듣고 있던 주익선은 머릿속에 진주에서 용강한을 마주쳤을 때, 용강한이 그에게 해줬던 말이 떠올랐다.“진아, 용 대감께서 나한테 해줬던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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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6화

“이천 오라버니께서는 정녕 짝이 있는 우리가 부럽지 않은 걸까?”혼자서 외롭게 사는 게 도대체 뭐가 좋다고 그러는 걸까? 함께 모여서 북적거리면서 사는 게 본디 인간의 천성인데 말이다!한편, 주익선도 이천의 생각을 알 수 없었다. 그러다가 머릿속에 조금 전에 이진이 다정하게 그의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주던 장면이 떠올랐다.“너 혹시 일부러 천왕 저하에게 보여주려고 내 땀을 닦아준 거야?”“당연하지. 아바마마와 어마마마께서는 겉으로 대놓고 말씀은 안 하시지만 오라버니가 누군가에게 마음이 흔들리길 바라고 있는 게 분명해. 홀로 외롭고 쓸쓸하게 늙어가는 것보다 곁에서 걱정해주고 희로애락을 함께 하는 사람이 있는 게 낫지.”이진의 말에 주익선이 목청을 가다듬고는 대꾸했다.“천왕 저하께서 평생 혼인을 하지 않으신다고 해도 저하의 신분 그리고 저하께서 불교와 도학에 대한 열정만으로도 절대 외롭고 쓸쓸하지는 않을 거야.”“누가 그래?”“그냥 내 분석이야.”이에 이진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안 돼. 누이께서는 아직까지 회임 소식도 없으시잖아. 황실에 아기가 없는데 오라버니께서는 어찌 모른 척할 수 있어?”황실은 물론이고, 평범한 가정집에 오랫동안 아기가 태어나지 않으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고 수군거릴 것이다.“진이 네 말이 맞아.”“안 그러면 누이와 초운 오라버니가 이렇게까지 이천 오라버니 개인 감정사에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을 거야.”주익선은 이진의 말도 일리가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천왕 저하와 심연희 낭자의 도화 비녀 이야기를 들으며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다.“천왕 저하는 바라시는 것도, 그 어떤 욕구도 없는 분이야. 저하께서 유일하게 바라시는 건 아마도 천하의 백성들이 태평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 아닐까?”“오라버니께서 어렸을 때부터 장공 스님 밑에서 크는 바람에 그렇게 된 거야… 장공 스님의 가르침만 받았으니까. 물론 정 태부와 호범 아저씨의 영향도 있었겠지. 안 그랬으면 지금쯤 오라버니는 머리를 싹 자르고 스님이 되었겠지.”이에 주익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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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7화

“너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아무래도 물어보고 와야겠어.”흠천감 계단 앞에 선 이진이 주익선을 돌아보며 말했다.이에 계단에 발을 내디딘 주익선이 흠칫했다.“조금 전에는 그렇게 자신만만하더니…”“자신은 있어. 하지만 무엇보다 건장이 제일 중요하니까.”더군다나 용강한도 주익선이 참 괜찮은 사람이라고 평가했으니까 말이다. 이진이 친왕으로 책봉 받아 황제 대신 출정하는 건 주익선의 공적을 절반이나 빼앗아간다는 뜻인데 주익선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렇게 좋은 주익선을 그녀가 어찌 소중하게 대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이런 생각에 이진은 주익선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으며 말했다.“잠깐만 기다려…”“들어오거라.”이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천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이내 이천이 흠천감 안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오라버니, 마침 나오셨네요?”“너희 두 사람을 데리러 나온 것이다.”벌건 대낮에 혼인을 치르지도 않은 남녀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밖에서 꽁냥거리고 있다니.이진이 주익선을 쳐다보며 말했다.“너 진짜 들어갈 수 있어.”그리고는 주익선의 손을 잡고 그와 함께 계단 위로 올라갔다. 이에 이천은 꼴불견이라는 듯이 홱 돌아서서 앞에서 홀로 뚜벅뚜벅 걸어갔다.그의 목적지는 현명루였다.주익선은 이토록 가까운 거리에서 현명루를 보는 게 처음이었다. 멀리서 본 것보다 훨씬 높았다.“가자. 오라버니는 이미 정 태부를 만나 뵙고 왔을 거야. 우린 정 태부 만나 뵙고 오라버니와 다시 합치면 돼.”“그래.”주익선은 정 태부와 처음 만나는 자리인데 선물도 준비 못했다는 생각에 살짝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발걸음이 가벼운 이진을 보며 주익선도 예전처럼 그녀와 아무 고민이나 걱정 없이 방방 뛰어다니고 싶었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었다.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전장을 겪고 난 뒤로부터 주익선의 발걸음은 자신도 모르게 무거워졌다.똑똑똑!“정 태부.”“왕야, 어서 오십시오.”자신을 왕야라고 부르는 정 태부를 보며 이진은 흠칫했다. 아마도 이천 오라버니가 정 태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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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8화

이진은 오라버니의 인연을 확실하게 맺어주기 위해 정 태부를 찾아왔는데 정 태부의 말을 듣고 나니 걱정이 더욱 커졌다.한편, 정 태부는 흰 수염을 쓱 쓸어내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정말 다른 방도가 전혀 없는 것입니까? 용 숙부께서는 도화 비녀를 선물했는데 정 태부께서는 손을 쓸 수 있는 물건이 없으신 겁니까?”이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묻자 정 태부는 고개를 홱 돌려 이진을 쳐다보았다.이진은 그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영특하고 머리가 좋았다.“있으신 겁니까?”“그게…”“제발 한번만 도와주십시오. 만에 하나 나중에 들킨다고 해도 전 절대 정 태부에 대한 얘기를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을 겁니다.”말을 하던 이진이 고개를 돌려 주익선을 쳐다보았다.“너도 절대 얘기해서는 안 된다.”한편, 주익선은 입을 떡 벌린 채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이진을 바라보았다.‘진이가 무슨 뜻이지? 설마 몰래 손을 써서 천왕 저하와 연희 낭자의 인연을 엮어주겠다는 건가? 하지만 만약 서로를 진심으로 좋아하지 않고 수단과 방법으로 맺어진 인연이라면 그게 참 인연이라고 할 수 있을까?’“저, 저도 절대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않겠습니다!”주익선은 당연히 무조건 이진의 편이었다.“나중에 혹시라도 들키면 전부 내가 저지른 짓이라고 할게!”이에 이진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오라버니께서 너한테 손찌검을 못할 것 같아?”“상관없어. 아무튼 네가 좋은 일을 하면 그건 다 네 공이고 나쁜 짓을 저지르면 그건 전부 내가 한 짓이야.”주익선의 옹호는 이렇듯 간단명료했다.한편, 정 태부는 그런 주익선을 흐뭇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참 괜찮은 사내놈이네!’소우연의 두 딸들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이다. 이 세상에 둘도 없을 좋은 남자들을 만났으니 말이다.이천도 이 세상에서 둘도 없을 정도로 성품이 바르고 훌륭한 사내이지만 유일한 참 인연이 언제쯤 그의 마음을 활짝 열게 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이러다가 상대방이 정말 다른 사내와 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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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9화

도화살이라… 몇 년 뒤에 사람이 어떻게 변할지 누가 알기나 할까?이진은 자신도 모르게 곁에 서있는 주익선을 힐끔 쳐다보았다. 이에 화들짝 놀란 주익선은 입술을 살짝 오므리고는 단호하고 확신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난 절대 변하지 않아!”‘그렇다면 더더욱 오라버니를 도와야겠어!’굳게 결심한 이진은 정 태부에게서 약가루를 받아 주익선과 함께 방을 나섰다.밖에 나와보니 날은 어느새 어두워져 있었다. 그리고 이천은 진작 서원에 찾아갔다가 자신의 저택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이진이 이 최음향을 이천에게 주어도 이천은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심지어 최음향을 뭔가에 섞어서 선물할 이유도 없었다. ‘아무래도 오라버니의 의심을 받지 않을 완벽한 방법을 생각해봐야겠어.’“주익선, 넌 이 최은향이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정 태부께서 주신 약이면 효과가 없을 리가 없지 않을까?”“그렇지. 하지만 이천 오라버니는 의술을 어느 정도 익혀서 이 약이…”“정 태부는 천왕 저하를 아주 어렸을 때부터 키우셨어. 누구보다 천왕 저하를 잘 알고 있지. 그런 정 태부께서 만들어낸 약은 절대 저하께 들키지 않을 수 있을 거야.”주익선의 말에 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말이 맞아. 하지만 과연 효과가 어떨지…”말을 하던 이진이 주익선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그러지 말고 네가 일단 가지고 가서 한번 써봐. 그리고 나중에 효과가 어떤지 나한테 얘기해 줘.”“내가?”주익선이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그러다가 이진이 미간을 확 찌푸리자 주익선은 바로 알겠다고 했다.“알겠어. 내가 한번 써볼게.”그렇게 두 사람은 궐을 나섰다.돌아가는 마차 안에서 이진은 작은 병에 최음향을 잘 보관한 뒤, 종이에 남은 가루들을 잘 모아 주익선에게 건넸다.“내일 궐에 날 찾으러 와.”“알겠어.”주익선도 이 최음향이 매우 궁금했다. 얼마 되지도 않은 가루로 그렇게 대단한 효과를 볼 수 있을까? 이천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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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0화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하. 소인은 이곳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도문군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곳에 온 뒤로 도문군은 황제 폐하께서 과거시험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부정적인 감정을 빠르게 거두고 과거시험을 준비했다.이때, 이진이 도문군에게 영패 하나를 건넸다.“누이, 이건 제 영패입니다. 이것만 있으면 언제든 옥에 찾아가도 됩니다. 누이는 제 영패를 받은 첫 사람입니다.”도문군은 고개를 들어 이진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이진이 정말 약속을 지킬 줄은 몰랐기에 잔뜩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저하, 정말 너무 감사합니다.”“아직 감동받긴 이릅니다. 사실 저도 누이께 부탁드릴 게 있어서 이렇게 누이를 찾아온 겁니다.”“편하게 말씀하십시오.”이진은 이내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는 말을 이어갔다.“누이도 제 오라버니를 뵌 적이 있을 겁니다. 성격이 한없이 냉정하고 차갑지요.”이진의 말에 도문군이 흠칫 놀란 표정이었다. 천왕 저하에게서 확실히 남다른 기품이 느껴졌다.“소인, 왕야의 말뜻을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제 오라버니와 국공부의 심연희 낭자는 하늘이 정해준 참 인연입니다. 심연희 낭자도 이곳 서원에 계시지요. 2주 뒤면 전 변경 지역에 월성국을 진압하러 가야 합니다. 때문에 제 오라버니를 위해 뭔가를 해드릴 시간 여유가 없습니다…”“소인은 오늘 서원에 처음 들어왔지만 이곳 사람들한테서 심연희 낭자에 관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심연희 낭자는 경장명 대감과 혼약이 맺어진 사이라고 들었습니다. 다들 선남선녀를 부러워하는 눈치인데 설마 두 분의 인연을 깨트릴 생각이신 겁니까?”도문군의 단도직입적인 물음에 이진은 말문이 턱 막혔다. 그녀는 도문군을 한참동안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가 설명을 시도했다.“혹시 전 흠천감 감정 나으리 용강한 대감을 아십니까? 용 대감의 점괘는 단 한번도 틀린 적이 없습니다. 그런 용 대감께서는 연희 낭자와 제 오라버니가 하늘이 맺어준 천생연분이라고 했고 유일한 참 인연이라고 했습니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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