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칫하던 주익선은 곁에 서있는 이천의 눈치를 보기 바빴다.‘진이도 참, 너무 대담한 거 아니야?’한편, 두 사람의 모습에 이천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난 이만 가보겠다.”“오라버니, 어디 가시려는 겁니까?”“흠천감.”“도문군 누이는 보러 가지 않으십니까?”이천에게 물어보던 이진은 아무래도 정 태부부터 보러 가야 할 것 같았다.“그럼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저도 흠천감에 갔다가 서원에 갈 겁니다.”이진이 주익선의 옷소매를 살짝 잡아당기자 주익선은 바로 이진과 함께 이천을 따라갔다.한편, 이천은 이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걸음은 여전히 매우 빨랐다.“오라버니, 이 예복부터 갈아입어야 합니다. 잠시만 저 좀 기다려주시면 안 되겠습니까?”“넌 주 장군과 함께 천천히 오거라.”이천의 관저는 궐 밖에 위치해 있다. 정 사부를 만나 뵙고 저택으로 돌아가 예복을 갈아입어야 하기에 이진과 가는 길이 달랐다.한편, 이천의 대답에 입을 뻥긋하던 이진은 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돌려 주익선을 쳐다보았다.“그럼 네가 날 좀 기다려줘.”이진이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주익선은 당연히 그녀를 기다릴 것이다. 하지만…“난 흠천감 안에 못 들어가.”주익선의 말에 이진이 흠칫 놀란 표정이었다.“연희 낭자도 들어갈 수 있는데? 넌 나와 인연이 깊기에 너도 따져보면 특별한 운명을 가진 사람이잖아.”“내? 내가?”그가 흠천감에 들어갈 수 있다고?“응, 보통사람도 특별한 운명을 가진 자들이 있어. 예를 들면 숙부 곁을 지키는 호위무사 경문 아저씨처럼 말이야.”이진은 주익선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이천 오라버니께서 연희 누이를 데리고 흠천감에 들어간 적이 있다고 들었어. 연희 누이가 오라버니와 연이 있어서 들어갈 수 있었던 거야. 너와 내가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면 너도 들어갈 수 있는 게 맞아.”이진의 말을 듣고 있던 주익선은 머릿속에 진주에서 용강한을 마주쳤을 때, 용강한이 그에게 해줬던 말이 떠올랐다.“진아, 용 대감께서 나한테 해줬던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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