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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1화

Author: 서한월
“그래도 국내라서 다행이네.”

청산이 문득 말을 꺼냈다.

“왜?”

그 말에 유하가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국정원 프로젝트가 좀 꼬였어. 당분간은 해외를 오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야. 약혼 일정도 이렇게 촉박한데, 이 일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는 어렵겠더라.”

청산은 담담하게 설명했지만, 말끝에는 숨길 수 없는 피로가 묻어 있었다.

“무슨 문제가 생긴 거야?”

질문이 입 밖으로 나오자마자 유하는 바로 이상함을 느꼈고, 급히 말을 이었다.

“아니야, 방금 말은 못 들은 걸로 해.”

그 프로젝트에 대해 유하는 알고 있었다. 일부 하위 소스 코드 제작에도 직접 관여했고, 구조와 성격도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국가와 직접 연결된 사안이고, 보안 등급이 매우 높은 프로젝트였다.

함부로 묻거나 캐물을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유하는 애초에 이 질문을 꺼내지 말아야 했다.

청산은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 이건 정말 말해줄 수 있는 게 아니야.”

청산은 이미 철저한 보안 서약을 체결한 상태였다.

‘CN 대형 언어 모델’을 핵심으로 하는 이 국정원 프로젝트는 단순한 시스템 방어를 넘어, 대규모 데이터 처리와 정보 분석을 담당하고 있었고, 정보 부서와도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었다.

아주 작은 정보 누출조차도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사안이었다.

이번 사건 역시 외부 세력의 공격이 원인이었지만, 방어 체계가 견고했던 덕분에 역추적까지 성공했고 실질적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결과가 괜찮았다는 것과 별개로, 조직에서는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공격당했다’라는 사실 그 자체였고, 이는 절대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었다.

끝까지 추적할 경우 국제적인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높았기 때문에, 모든 과정은 극도로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었다.

신호의 발신지는 해외로 특정되었지만, 상대는 다층 암호화를 적용해 정확한 위치는 아직 파악되지 않은 상태였다.

프로젝트 총괄 책임자인 청산으로서는 이 중요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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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하는 마우스로 화면 위의 파일을 하나하나 클릭하며 내용을 훑기 시작했다.그중 하나를 열자마자, 유하의 미간이 자연스럽게 찌푸려졌다.“다른 것들은 그래도 정리하거나 이관이 가능한데, 이건 좀...”“많이 번거로워?”청산이 물었다.“응.”유하는 고개를 들어 청산을 바라봤다.“선배도 알잖아, 하연우가 맡고 있는 그 AI 자동화 연구 프로젝트. 아직 시작한 지 얼마 안 됐고, 원래는 이 프로젝트를 계속 붙들고 있으면서 하연우의 진짜 목적을 파악한 다음에, 그에 맞춰서 하연우랑 하씨 집안을 정리하려고 했거든.”“그런데 내가 이사회에서 완전히 물러나면, 더 이상 이 프로젝트를 직접 들여다볼 수가 없잖아. 그게 좀 골치 아파.”“바보.”유하는 이해가 안 됐다.“어?”청산은 손을 들어 노트북 가장자리에 얹으며 가볍게 웃었다.“그게 왜 문제야. 또 잊은 거 아니야? 하연우 프로젝트에 들어간 기술팀, 애초에 내가 붙여준 사람들이잖아. 진행 방향이랑 속도도 다 따로 보고받고 있고. 아직 가공도 안 된 최신 원본 자료도 있는데, 볼래?”“볼래.”“오케이.”청산은 옆에 있던 다른 노트북을 가져와 자신의 계정으로 로그인한 뒤, 자료 하나를 열어 유하에게 넘겼다.유하는 빠르게 훑어보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표정이 묘하게 굳었다.“역시 그렇네. 하연우가 요즘 본사로 올려보낸 진행 보고 자료들, 전부 다 손질된 가짜야. 실제 진행 속도는 훨씬 빠른데... MB그룹 연구비 받아 놓고, 본사까지 속인다는 거네. 대단하다 정말.”“하연우는 원래 야망이 작지 않은 사람이야.”청산은 그다지 놀라지도 않은 표정으로 옅게 웃었다.“겉으로는 AI 자동화 연구라고는 하지만, 실제 방향은 하연우가 밖에다 말한 그 내용이 아니지. 저 정도면 하연우도 사실대로 보고할 생각은 애초에 없었을 거야.”유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올라온 보고서들을 떠올려 봐도, 실제 연구 상황과는 분명 차이가 있었다.‘이 원본 자료... 꽤 흥미로운데.’“하연우... 미친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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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쾅!“소유하, 이게 무슨 뜻이야?!”병실 안에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접이식 의자가 넘어지면서 바닥을 긁었고, 한 손에 구겨진 붉은색 청첩장이 배설아의 손에서 내던져져 바닥을 구르다 천천히 다가오는, 윤이 나게 닦인 적갈색 가죽 구두 앞에서 멈췄다.남진은 허리를 숙여 그것을 집어 들었다. 별다른 표정이 없는 얼굴로 천천히 청첩장을 펼쳤다.종이 위에는 장미가 만개해 있었고, 맨 위에는 또렷하게 ‘배남진 회장님께’라고 적혀 있었다. 분명 남진에게 보내온 약혼 청첩장이었다. 이어서 믿기 어려울 만큼 촉박한 날짜와 장소,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번 약혼식의 주인공 두 사람의 서명이 있었다.소유하, 그리고 임청산.남진은 마치 꿈인 것 같았다.불과 하루 사이에 세상이 이렇게까지 뒤집힐 수 있나 싶을 정도로, 그는 그저 아무 말도 못 하고 서 있었다.하지만 설아는 가만히 있는 성격이 아니었다. 이미 바닥에 완전히 넘어진 접이식 의자를 발로 차며, 병실 안에 있는 유일한 사람인 남진을 손가락으로 가리켜 고함쳤다.“이 쓸모없는 놈아, 기회를 줬으면 좀 써먹을 줄도 알아야지! 어제 소유하 만나서 그 무슨 송 씨선생인지 윤 씨 선생인지 하는 일 얘기하라고 보냈으면 거기서 기회를 잡아야 할 거 아니야! 약속 하나 제대로 못 잡고 와서 지금 이 꼴이야!”“소유하는 번개처럼 약혼해 버렸는데 너는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냐?! 그리고 소유하는 왜 너한테만 청첩장을 보내서, 날 없는 사람 취급하는 거야? 배씨 가문의 실세가 누구인지도 모르나!”설아는 거의 이성을 잃을 지경이었다.승현과 더 이상 얽히지 않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설아는 유하를 아예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집안에 묶어 둘 생각이었다. 마침 집에는 아직 미혼인 남동생도 있었고, 남진이 유하를 좋아하는 것도 사실이었으니 손해 볼 일은 없다고 여겼다.그래서 어제 유하가 찾아와 성이 송인지 윤인지도 헷갈리는 그 선생의 문제를 꺼냈을 때, 설아는 곧바로 남진을 불러 내보냈다.하지만 결과는 이 모양이었다.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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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산은 사실 이 일을 아주 오래전부터 생각해 두고 있었다. 단순히 마음속으로만 그려본 정도가 아니라, 결혼식 현장 구성까지 구체적으로 상상해 두었고, 공간 동선과 무대 배치, 전체 분위기 연출까지 포함된 완성된 기획안을 이미 갖고 있었다. 지금은 일정이 급박해 보였지만, 막상 하나하나 펼쳐 보니 디테일에 허술한 부분이 전혀 없었고, 그대로 가져다 써도 전혀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유하는 그 사실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이런 일이 어쩔 수 없이 드러나 버리자, 늘 직구만 던지던 청산도 조금은 쑥스러워진 기색이었다. 유하가 보내는 놀라움과 감탄이 뒤섞인 시선을 정면으로 받자, 남자의 눈길이 미묘하게 흔들리며 살짝 비껴갔다.“약혼이긴 하지만 네가 말했잖아, 우리 결혼식은 고모할머니가 전부 맡으신다고. 그러면 이번 약혼은 내가 준비해 둔 이 안으로 진행하는 게 좋을 것 같아.”“응, 난 다 괜찮아.”유하는 더 할 말이 없었다. 이렇게까지 다 준비돼 있는데 굳이 손을 보탤 이유도 없었고, 청산이 준비한 약혼식은 오히려 자신이 개입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큰 틀은 무리 없이 정리됐지만, 곧바로 두 사람은 초대 인원 명단 작성에서 난관에 부딪혔다.먼저 유하 쪽이었다. 가장 친한 친구인 이솔은 해외에 있어 올 수 없었고, 소성란 쪽 역시 건강을 생각하면 장거리 이동이 무리라 약혼식에는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소씨 집안 친척들은 애초에 선택지에 없었다. 이미 오래전에 관계를 정리한 사이였고, 초대할 이유도 없었다.문제는 박영심이었다. 박영심은 오랜 시간 유하의 마음속에서 어머니의 자리를 대신해 준 사람이었다. 이런 중요한 순간을 함께해 주길 유하 역시 간절히 바랐지만, 이번 약혼식의 본래 목적이 오씨 가문과의 명확한 선 긋기였기 때문에, 결국 박영심 역시 초대 명단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었다.하나하나 정리하고 나니, 유하는 결국 비즈니스 파트너 외에는 부를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청산 쪽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유하보다는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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