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휴대폰 표면을 손끝으로 문지르며 그는 최수빈의 말이 머릿속에서 계속 되풀이되는 걸 느꼈다. 가슴 한가운데가 막힌 것처럼 답답하고 숨이 턱턱 막혔다.한편, 최수빈은 전화를 끊자마자 휴대폰을 책상 위에 내려놓고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살짝 눌렀다.그녀 역시 주민혁의 걱정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간섭은 늘 두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서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했다.주민혁은 그녀를 자신의 세계로 들이지 않으면서도, 정작 그녀의 선택에는 관여하려 했다.그리고 그 모순된 태도가 최수빈을 지치게 한 것이다.해 질 무렵, 휴대폰 화면이 다시 켜졌다.주예린이라는 이름이 뜨는 순간, 최수빈의 차갑던 눈빛이 서서히 풀렸다.통화 버튼을 누르자 화면 속에 동그란 얼굴의 딸아이가 나타났다. 이내 콧소리가 섞인 울먹이는 목소리도 들려왔다.“엄마, 언제 와요? 예린이 엄마 보고 싶어요!”“곧 갈게, 우리 아가.”최수빈은 목소리를 한껏 부드럽게 낮추며 딸 뒤편에 보이는 도우미를 힐끗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아이가 잘 케어 받고 있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말을 이어갔다.“엄마 일 조금만 더 하고 바로 가서 놀아줄게. 그동안 이모 말 잘 듣고 있어, 알겠지?”“네!”주예린이 크게 고개를 끄덕이다가 갑자기 화면 앞으로 바짝 다가오더니 소곤거렸다.“엄마, 거기서 아빠랑 잘 지내요? 아빠가 엄마 괴롭히진 않아요?”최수빈의 마음이 순간 흔들렸다.낮에 주민혁과 다퉜던 일이 스쳐 지나갔지만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엄마랑 아빠 괜찮아. 걱정하지 마.”아이를 불안하게 하고 싶지도 않았고 두 사람 사이의 어색한 분위기를 느끼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영상 통화를 끊고 다시 노트북 앞에 앉았지만, 화면 속 프로젝트 자료는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그래서 결국 컴퓨터를 꺼 버리고 의자에 몸을 기댄 채, 창밖 어둠을 바라보며 멍하니 앉아 있었다.아마도 그녀와 주민혁 사이에는 정말 시간이 더 필요할지도 몰랐다....한편, 주민혁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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