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Kapitel 651 – Kapitel 660

696 Kapitel

제651화

방 안에서 온채아는 침을 놓은 뒤 평소처럼 옆 의자에 앉았다.커튼을 쳐서 햇빛이 들어오진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온몸이 포근하고 편안하며 든든한 기분이 들었다.시선을 내린 뒤 강미진의 부드럽고도 단호한 눈빛을 마주하자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둘만 있는 상황에서 강미진은 자신과 온채아 사이에 벽이 생기는 걸 원치 않아 먼저 나지막이 말을 걸었다.“마음에 걸리는 게 있으면 말해요. 아버님께서 돌아오신 뒤에 다시 한번 호되게 혼내라고 할 테니까.”혼낼 상대는 당연히 하선호였다.하용건은 차경희와 함께 임종을 앞둔 옛 전우를 보러 갔기에 집에 돌아오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릴 터였다.“불편하다면...”온채아는 잠시 생각하다 웃으며 솔직하게 말했다.“그런 마음이 조금은 있지만 이미 어르신께서 제대로 처리하신 것 같아요.”모든 직책을 회수했다는 건 하선호의 손에 쥔 모든 권력을 빼앗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반평생 권력을 쥐고 살았던 사람이니 이번 일로 꽤 고생할 것이다.강미진은 온채아의 속 깊은 말에 마음이 아팠다. “그저 조금만 있어요?”“네, 진짜 조금이요.”온채아는 살짝 웃으며 농담했다.“임신 중이라 감정 기복이 크면 좋지 않으니까요.”강미진은 그런 그녀를 돌아보며 눈치껏 더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대신 부드러운 눈빛으로 온채아의 배를 바라보며 물었다.“아기는 착해요? 괴롭히진 않고요?”온채아는 강미진의 시선을 놓치지 않았다. 왠지 모르게 코끝이 찡했다.만약 엄마가 자신이 임신했다는 걸 알았다면 아마도 강미진처럼 다정하게 기대와 안타까움이 뒤섞인 눈빛으로 바라보지 않았을까.온채아는 고개를 돌리고 감정을 가라앉힌 뒤 어쩔 수 없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아니요. 전 잘 먹고 잘 자요. 아기도 얌전한데 가끔 발로 가볍게 두 번 정도 배를 차요.”온채아도 무척 의외였다. 입덧 같은 증상이 며칠 만에 사라졌기 때문이었다.배가 나온 것 외엔 임신 전과 다를 바 없었다.강미진은 마음이 놓여 다정함이 넘쳐흐를 듯한 눈빛으로 웃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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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2화

‘여자 앞에선 친구고 뭐고 없네.’하지만 성유준이 이렇게까지 자신에 대해 탈탈 털어놓을 걸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었다.온채아와 정다슬 사이가 좋다는 걸 잘 알았던 하지훈은 평소처럼 거침없는 태도가 아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걱정하지 마, 이번엔 큰누나도 집에서도 간섭 안 할 거야.”온채아가 또다시 하씨 가문 사람들이 끼어들어 정다슬을 난처하게 할까 봐 걱정하는 줄 알았다.온채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제 말은 다슬이가 오빠와 다시 만나든 아니든, 혹 다시 만나게 되더라도 둘 사이가 어떻게 되든 병원을 그만둔 걸 다슬이 탓으로 돌리지 말라는 거예요. 지훈 오빠, 이건 오빠 본인의 결정이지 다슬이와 상관없는 일이잖아요.”온채아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분명하고 또렷해 그 말을 들은 하지훈은 순간 멍해졌다.이렇게 말한 사람이 온채아가 처음은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달가운 마음으로 흔쾌히 받아들이며 입꼬리를 올렸다.“그래, 내 결혼 문제까지 신경 써줘서 고마워.”“...”온채아는 손을 뻗어 하지훈의 이마 열을 짚어보고 싶었다.‘대체 어느 부분에서 내가 신경 써줬다는 거야.’혹시라도 하지훈이 나중에 후회하면서 정다슬에게 책임을 전가할까 봐 그런 것이었다.온채아는 무기력하게 한숨을 쉬었다.“그렇게 생각하면 그런 거겠죠.”조금 전 했던 말을 하지훈이 명심한다면 그걸로 충분했다.정다슬과 하지훈은 집안만 봐도 차이가 너무 컸고 그가 인내심이 많은 남자도 아니기에 어느 날 태도가 돌변했을 때 손해를 보는 건 정다슬이었다.“그래, 내가 데려다줄게.”하지훈은 타협하는 온채아를 보며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고 머리를 톡톡 건드렸다.마음속으로는 왜 진작 그녀가 자기 친동생인 걸 눈치채지 못했는지 수없이 되뇌었다.그랬더라면 온채아의 성장 과정과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단 한 번도 빠짐없이 함께할 수 있었을 텐데.하지훈도 진지하고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여동생이 어른이 되는 모습을 지켜봤을 것이다.온채아는 그가 단지 자신을 문 앞까지 배웅하는 줄 알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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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3화

매일 막내를 만나길 고대했으면서 정작 막내가 왔는데 이렇게 울고 있다니.강미진은 여전히 꽉 막힌 가슴을 문지르며 대답 대신 물었다. “네 아버지는 오늘 본가에 있었니?”“운동하러 가셨어요.”하용건은 하선호가 또 어리석은 실수를 저지를까 봐 본가에 상황을 수시로 보고할 사람을 남겨뒀다.오늘 아침, 하선호가 집을 나서자마자 누군가 그의 동향을 하희민에게 보냈다.하선호는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라 예전에도 일하는 틈틈이 운동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조기 퇴직한 지금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마음이 편한가 보네.”강미진은 주먹을 꽉 쥐고는 길게 탁한 한숨을 내쉬었다.“조금 있다가 네 할아버지가 돌아와 채아 얘기를 꺼내면 혼자 외롭게 크느라 억울해도 참는 게 버릇이 됐다고 말해. 사실을 알고도 남을 탓하지 않고 오히려 네 아빠를 변호해 줬다고 말이야.”그 말을 듣고 하희민은 코끝에 걸린 무테안경을 살짝 밀어 올리며 이해했다는 듯 말했다.“알겠어요. 어떻게 말해야 할지 알아요.”원래도 막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던 하용건이 그 말을 들으면 더욱 죄책감을 느낄 테고 더욱이 그날 하선호에게 내린 벌이 너무 가벼웠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참, 그리고 채아가 딸아이를 임신했다고 말해. 머지않아 두 분이 증조할아버지, 증조할머니가 된다고.”말하는 동안 강미진의 얼굴에 드리운 차가움이 조금 사라지며 고개를 들어 하희민을 바라보았다.“너희들도 이제 고모, 삼촌이 되겠네.”“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알아요.”하희민이 서둘러 손을 내저었다.“저희는 아빠랑 달라요. 핏줄을 생각해도 그렇고 마음속으로도 여동생은 막내뿐이에요.”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었다.이 집에서 하예원을 제외한 모두가 하루빨리 막내를 찾길 바랐다.그리고 하선호를 제외한 모두가 막내를 유달리 아꼈다.월강 레지던스로 돌아가는 길에 하지훈은 계속해서 시답잖은 말을 꺼내며 온채아와 어정쩡한 대화를 이어갔다.드디어 친동생과 함께 시간을 보낼 기회가 생긴 터라 차마 입 닫고 있을 수가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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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4화

사진 속에는 한두 살쯤 된 어린 소녀가 인형을 꼭 껴안은 채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환하게 웃고 있었다.아주 밝고 햇살 같은 모습이었다.그동안 조심스럽게 행동하던 온채아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지만 그녀는 본능적으로 자신을 알아보았다.이 어린 소녀는 바로 그녀 자신이었다.양부모에게 입양되기 전의 모습이었다.온채아는 소름이 끼쳤다.[뭘 알고 있는 거죠?]본인조차 모르는 출신을 심서정이 어떻게 잘 알고 있는 건지.옆에 있던 하지훈은 온채아의 휴대폰 화면을 볼 수 없었지만 그녀의 감정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하지만 이번에는 굳이 묻지 않았다.차는 내내 질주하며 월강 레지던스에 도착했고 자리에 멈춘 후 문이 밖에서 열렸다.고개를 든 온채아는 성유준의 먹물 같은 눈동자와 마주했다. 혼란스러웠던 마음이 순간적으로 조금은 가라앉는 듯했다.“일 끝났어?”적어도 오후가 되어야 집에 올 거라 생각했다.성유준이 온채아를 부축하며 차에서 내리는 걸 도왔다. “응, 남은 일은 집에서도 처리할 수 있어.”말하면서 슬쩍 불청객을 흘겨보았다.하지훈은 그가 왜 불쾌해하는지 알고 코를 긁적이며 말했다.“요즘 같은 세상에 아버지의 잘못을 아들에게 돌리는 법이 어디 있어.”성유준은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식사 시간 맞춰 남의 집에 찾아오는 법도 없지.”“넌 그만 좀 해.”이미숙이 때마침 나와서 웃으며 하지훈을 불렀다.“이 녀석 말 듣지 말고 빨리 들어와서 밥이나 먹어.”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지만 성씨 가문에서 온채아의 친정 식구 중 그 누구도 건드리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렇지 않고 상대의 기분을 언짢게 했다가 손자며느리를 잃을 수도 있었다.이내 이미숙은 온채아의 손을 잡았다.“배고프지?”온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배고프네요.”집에 들어선 온채아가 화장실에 손을 씻으러 간 사이 하지훈이 성유준에게 눈짓했다.“쟤 좀 이상해. 나 가면 네가 한번 물어봐.”온채아가 친오빠인 자기보다 성유준을 더 믿는 건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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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5화

온채아는 성유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오는 소리를 들었다.그래서 잠든 척하지 않고 눈을 떠 성유준을 바라보았다.“어떻게 그런 것까지 알아봐?”성유준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한 손으로 그녀의 뒷머리를 받쳐준 다음 다른 손으로 베개를 좀 더 높여주었다. 온채아가 그의 힘을 빌려 침대 머리에 반쯤 기대자 성유준이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너랑 관련된 건 내 예리한 눈썰미를 벗어날 수 없지.”그 말을 듣고 온채아는 웃음이 났다.이런 말을 눈앞의 이 남자에게서 들을 거라 상상이나 했을까.한마디 한마디를 뱉는 게 미치도록 어색했는데 지금은 애정 어린 말들이 이렇게나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온채아는 손을 뻗어 남자의 크고 따뜻하며 건조한 손을 잡고 입술을 달싹였다.“돌아오는 길에 심서정이 나한테 연락했어.”“그 여자가 왜?”성유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다가 곧바로 알아차렸다.“하예원이 연락했겠지.”이 점에 대해 온채아도 그와 생각이 같았다.온채아는 사실대로 말했다. “내 출신을 안다면서 내일 밤 만나자고 했어.”한편, 교외 별장 안.하예원은 심서정의 전화받고 분노가 치밀었다.“며칠 동안 생각해 낸 방법이 이게 다야?”박시훈은 그녀에게 열흘밖에 주지 않았고 내일이 마지막 기한이었다.그런데 어떻게 안달이 나지 않을 수 있겠나.만약 박시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경찰서로 바로 돌려보낸다면 그녀는 다시는 도망칠 기회를 얻지 못할 것이다.그 증거들만으로도 하예원은 큰 곤경에 처할 것이다.하도연이 온채아의 분을 풀어주기 위해 아무 말이나 하면 내일의 태양을 볼 수 없을지도 몰랐다.며칠 동안 심서정도 사건의 경위를 파악한 터라 비웃으며 말했다.“명심해, 지금은 네가 내 도움을 구걸하는 입장이야. 아직도 하씨 가문에서 권력을 휘두르던 셋째 아가씨인 줄 알아?”심서정도 온채아가 당장 죽어버리길 바랐다.특히 아이를 잃은 후로는 온채아를 더 증오하게 되었다.대체 왜 자신은 모든 걸 잃었는데 온채아는 행복하고 완벽한 삶을 사는 걸까.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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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6화

이 말을 듣고 박시훈은 휴대폰을 받아 슬쩍 훑어본 뒤 짜증스럽게 휴대폰을 다시 탁자 위로 내던졌다. 사악한 눈빛에 차가운 살기가 스쳤다.“너희 둘이 멍청한 거야, 내가 멍청한 거야?”박시훈이 위에서 내려다보며 상대를 조롱하는 시선을 보냈다.“온채아가 기꺼이 나와도 성유준과 하씨 가문 사람들이 바보인 줄 알아? 그 여자 혼자서 약속 장소에 가게 내버려두겠어?”온채아가 오늘 그린 빌라에 간 걸 박시훈도 모르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성유준이 철통같이 경계를 하고 있어서 손 쓸 틈조차 찾을 수 없었다.앞으로 한동안 성씨 가문에선 줄곧 이 정도로 철저히 경계할 것이다.그러니 하예원과 심서정이 부리는 수작은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하예원은 마음이 조마조마해졌다.“그럼 나보고 어떡하라고?”직접 월강 레지던스에 잠입해서 온채아를 기절시켜 끌고 나올 수는 없지 않나.그건 스스로 함정에 뛰어드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어쨌든 내가 준 시간은 내일까지야.”박시훈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아무런 감정도 담겨있지 않은 어투로 말했다.“자신 있으면 그 여자 혼자 약속 장소로 오게 해. 못하면 감옥이나 가야겠지.”말을 마친 박시훈은 하예원에게 말할 틈도 주지 않고 곧장 뒤돌아 걸어갔다.하예원을 감시하던 부하가 눈치 빠르게 문을 열어주며 공손히 말했다.“형님.”“응.”박시훈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뒤를 힐끔 쳐다보더니 엄숙한 목소리로 지시했다.“잘 감시하고 수상한 움직임 보이면 즉시 보고해.”“네.”부하가 대답하며 아첨하듯 차 문을 열어주었다. “형님, 운전 조심하십시오.”박시훈은 대답하지 않고 몸을 굽혀 차 안으로 들어갔다. 유려한 라인의 검은색 맥라렌이 쌩 달려 나갔다.항상 조수석에 던져두는 휴대폰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박시훈은 손을 뻗어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조금도 떼지 않은 채 발신자를 흘끗 확인한 그의 눈빛이 날카로워졌지만 전화를 받은 후엔 정중한 어투로 말했다.“의부님, 지금 바로 찾아뵐 참이었습니다.”“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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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7화

하선호가 하씨 가문에 의해 싱커프 프로젝트로 발령 나갔다는 소식은 다음날 성유준의 귀에도 들어왔다.소식을 전한 사람은 다름 아닌 하선호의 친아들이었다.성유준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 프로젝트는 언제 끝나?”“다다음 해.”전화기 너머로 하지훈은 시원하게 대답했다. 아버지에 대한 미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남 일처럼 말하고 있었다.“내가 듣기론 할아버지께서 그린 빌라로 돌아간 지 한 시간도 안 돼서 아빠가 전용기에 실려 갔대.”성유준은 의미심장하게 농담을 던졌다.“어르신께서 대의를 위해 가족까지 버리셨네.”“그게 아니지.”하지훈이 단번에 허를 찔렀다.“친손녀가 불쌍해서 그런 거지. 할아버지께서 오자마자 형이 무슨 말을 했는지 화가 나서 병원에 실려 가셨대. 할머니 말씀으로는 병상에 누워서 울기도 하셨다네. 우리 할아버지 성격 몰라? 강철 같은 장군이야. 예전에 총알을 맞고 꺼낼 때도 소리 한번 내지 않으셨던 분인데...”“그만해.”성유준은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았다. “나 대신 할아버지께 감사하다고 전해줘.”하씨 가문이 온채아를 이렇게까지 감싸는 건 다소 예상 밖이었다.한 명은 어르신의 기대를 온몸에 받고 돈독한 정을 자랑하는 친아들에, 다른 한 명은 몇 번 본 적도 없는 손녀였다.혈연으로 따져봐도 성유준은 사실 큰 기대를 품지 않았기에 온채아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괜히 그녀가 실망할까 봐.“고맙긴.”하지훈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채아는 내 친동생이자 할아버지 친손녀야. 이러는 게 당연하지. 하씨 가문이 채아에게 빚진 거야.”“알겠어.”성유준도 더 이상 예의를 차리지 않았다.“조금 있다가 채아랑 같이 병원에 가서...”“그러지 마.”하지훈이 단호히 거절했다. “할머니와 어머니께서 거듭 당부하셨어. 채아를 병원에 데려가지 말라고.”하씨 가문 사람들은 온채아가 보고 싶었지만 병원은 별로 좋은 곳이 아니기에 임산부는 가능한 한 가지 않는 게 좋았다.“알겠어. 그럼 네가 친오빠로서 대신 문병 가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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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8화

강미진이 잘 챙겨주는 건 알았지만 그래도 하선호는 그녀의 남편이자 하도연의 아버지였다.온채아는 그 관계가 가볍지 않다고 여겼다.게다가 하선호는 하용건의 친아들이기도 했다.그런데도 하씨 가문에서 자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내리는 건 예상 밖이었다. 하씨 가문에서 하선호의 권력을 거두어간 것만으로도 온채아에겐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였다.그런데 중년의 하선호를 해외로 추방하다니.이것은 단순한 해외 유배가 아니었다. 하씨 가문과 접점이 있는 재벌 가문에게 하선호가 큰 잘못을 저질렀으며 하씨 가문의 실권자 자리는 영원히 그와 무관하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알리는 행위였다.그러니 앞으로 하선호가 설령 귀국한다고 해도 하씨 가문 사람이라는 신분으로 누군가에게 부탁할 때 상대는 먼저 하용건이나 하도연의 눈치를 볼 것이다.몰래 하예원을 보석으로 풀어주는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성유준이 온채아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가족을 버리긴 무슨...”‘널 빨리 가족으로 데려오고 싶은 거지.’옆에서 사정을 다 알고 있던 이미숙이 그 말에 슬쩍 이렇게 말했다.“가족을 버릴 수도 있지. 그 정도로 옳고 그름을 가리지 못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자기 친딸을 해친 사람에게 동정심을 느끼다니, 정말 어리석은 일이었다.온채아는 이미숙이 자기편을 들어주는 걸 알고 웃으며 말했다.“그 사람들이 원칙보다 감정을 따른다고 해도 어쩔 수는 없죠.”하씨 가문 사람을 직접 찾아가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성유준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럼 더 이상 하씨 가문과 연락하지 않으면 되지.”온채아는 그가 농담하는 줄 알고 장난스럽게 말했다.“그렇게 협박하면 하씨 가문에서 놀라 쓰러질걸?”“그렇겠지.”성유준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온채아는 그의 이런 모습이 익숙했다. 그러다 문득 무언가 생각난 듯 화제를 돌렸다.“참, 성일 오빠가 다슬이 가족들을 위해 병실 마련해줬어?”오늘 아침 온채아는 아침을 먹자마자 정다슬의 인스타그램 사진을 보게 되었다.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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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9화

말은 그렇게 했지만 하지훈은 인내심 있게 병실 밖에서 꽤 오랫동안 기다렸다. 도중에 하희민이 연락받고 회사로 달려간 탓에 혼자 남게 되었다.문병하러 온 지인들이 떠난 뒤에야 그는 느긋하게 안으로 들어갔다.하도연이 옆에서 사과를 깎고 하용건은 병상에 누워 있었는데 안색이 그리 좋지 않았다. 가장 아끼는 손자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도 얼굴에 기쁨을 드러내지 않았다.하지훈이 하도연에게 눈짓을 보냈지만 하도연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손에 과도를 단단히 쥐고 두께가 일정하지 않은 사과 껍질이 때로는 빠르고 때로는 느리게 쓰레기통으로 떨어지도록 깎고 있었다.누가 봐도 기분도 좋지 않은 모양이었다.하지훈이 병상 옆으로 다가가 하용건을 향해 히죽 웃음을 지었다.“무슨 일이에요? 누가 눈치도 없이 할아버지를 화나게 했어요?”하용건은 표정이 냉랭했다.“누가 날 건드렸는지 정말 몰라서 물어?”하지훈은 정말 모르고 있었으나 하용건이 그렇게 묻자 알 것 같았다.얼굴에 머금은 미소가 옅어지며 알면서도 일부러 이렇게 물었다.“조금 전에 누가 언짢은 말이라도 했어요? 누군데요, 제가 가서 따질게요.”“네 엄마가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그 사람들이 말할 기회나 있었겠어?”하용건은 어두운 표정으로 강미진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어젯밤, 그린 빌라가 아니었다면 하용건은 뭐가 됐든 요란하게 병원으로 이송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곳의 도우미들은 모두 하도연이 배치한 사람들로 하용건보다는 강미진에게 복종하고 있었다.물론 가문의 원칙대로 하선호를 한바탕 혼내주고 싶었지만 집안 망신이 밖으로 새어나가서는 안 되었다. 하선호가 아무리 어리석어도 그의 명성까지 더럽혀서는 안 된다.앞서 하선호를 직위에서 해임했을 때 대외적으로는 그가 강미진을 깊이 사랑해서 아내가 다리를 회복하는 중요한 시기에 가정으로 돌아가 아내를 잘 돌보기 위해서라고 알렸다.그런데 강미진 때문에 모든 게 들통날 줄이야.오늘 해가 뜨자마자 하씨 가문 사람들의 휴대폰은 한시도 조용할 틈이 없었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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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0화

그 말 한마디에 병실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남들 눈에 하용건은 그 누구보다 공정하고 엄격한 인물로 오랜 세월 고위직에 있으면서 단 한 번도 사적으로 편의를 봐준 적이 없었다.그런데 지금 가장 눈여겨보는 손녀가 대놓고 ‘불공평’하다며 지적한 것이다.하용건은 잠시 멍하니 있었다. 표정 변화는 없었지만 타고난 기품에서 은은한 위압감이 느껴졌다.“그럼 결국 내가 잘못했다는 말이구나?”하용건이 이렇게 행동할수록 그가 분노를 억누르고 있다는 의미였다.하도연이 이룬 성과가 아무리 뛰어나도 하용건과 정면으로 맞서기엔 아직 한참 멀었다.하지훈도 그 내막을 잘 알았기에 옆으로 걸어가 손을 뻗어 친누나를 자기 뒤로 보내 보호하려 했다.수년간 성실하게 일해 왔고 지금 막 출세 가도를 달리는 하도연에 비해 ‘망나니’인 그가 하용건의 분노를 받아내는 데 더 적합했다.어차피 원래도 나쁜 평판이 더 망가져도 상관없었다.그런데 뜻밖에도 하도연이 살짝 손을 들어 하지훈을 제지하며 평소와는 달리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굳이 그렇게 말하신다면 저도 부정하지 않을게요.”틀렸다니!하용건이 병상을 세게 내리치며 노려보았다.“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는 거냐?”하용건이 가장 아끼는 자식은 하지훈이었지만 가장 눈여겨본 건 언제나 하도연이었다.어릴 때부터 영리하고 차분했던 손녀는 처세술이 뛰어나고 이득과 손해를 따질 줄 알았으며 어디에서나 가문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가장 적합한 후계자였다.그래서 하도연이 착실하게 기반을 다지는 동안 하용건도 줄곧 아낌없이 그녀를 지지하며 길을 터주었다.하도연이 젊은 나이에 지금의 위치까지 오른 건 하용건에게도 큰 자랑이었다.그런데 지금 자랑스럽게 여기던 그 손녀가 대놓고 그에게 불공평하다며 잘못했다고 지적한 것이다.분위기는 순식간에 팽팽해졌다.하지훈도 속으로 깜짝 놀라 다소 당황한 표정으로 큰누나를 바라보았다.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하도연이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하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하도연의 평소 일을 처리하는 스타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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