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앞에선 친구고 뭐고 없네.’하지만 성유준이 이렇게까지 자신에 대해 탈탈 털어놓을 걸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었다.온채아와 정다슬 사이가 좋다는 걸 잘 알았던 하지훈은 평소처럼 거침없는 태도가 아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걱정하지 마, 이번엔 큰누나도 집에서도 간섭 안 할 거야.”온채아가 또다시 하씨 가문 사람들이 끼어들어 정다슬을 난처하게 할까 봐 걱정하는 줄 알았다.온채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제 말은 다슬이가 오빠와 다시 만나든 아니든, 혹 다시 만나게 되더라도 둘 사이가 어떻게 되든 병원을 그만둔 걸 다슬이 탓으로 돌리지 말라는 거예요. 지훈 오빠, 이건 오빠 본인의 결정이지 다슬이와 상관없는 일이잖아요.”온채아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분명하고 또렷해 그 말을 들은 하지훈은 순간 멍해졌다.이렇게 말한 사람이 온채아가 처음은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달가운 마음으로 흔쾌히 받아들이며 입꼬리를 올렸다.“그래, 내 결혼 문제까지 신경 써줘서 고마워.”“...”온채아는 손을 뻗어 하지훈의 이마 열을 짚어보고 싶었다.‘대체 어느 부분에서 내가 신경 써줬다는 거야.’혹시라도 하지훈이 나중에 후회하면서 정다슬에게 책임을 전가할까 봐 그런 것이었다.온채아는 무기력하게 한숨을 쉬었다.“그렇게 생각하면 그런 거겠죠.”조금 전 했던 말을 하지훈이 명심한다면 그걸로 충분했다.정다슬과 하지훈은 집안만 봐도 차이가 너무 컸고 그가 인내심이 많은 남자도 아니기에 어느 날 태도가 돌변했을 때 손해를 보는 건 정다슬이었다.“그래, 내가 데려다줄게.”하지훈은 타협하는 온채아를 보며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고 머리를 톡톡 건드렸다.마음속으로는 왜 진작 그녀가 자기 친동생인 걸 눈치채지 못했는지 수없이 되뇌었다.그랬더라면 온채아의 성장 과정과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단 한 번도 빠짐없이 함께할 수 있었을 텐데.하지훈도 진지하고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여동생이 어른이 되는 모습을 지켜봤을 것이다.온채아는 그가 단지 자신을 문 앞까지 배웅하는 줄 알았
Mehr le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