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Kapitel 661 – Kapitel 670

696 Kapitel

제661화

하용건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침묵과 함께 얼굴에 드리운 분노도 서서히 사라졌다.하도연은 상상했던 것과 달리 그가 화를 내지 않자 비로소 누그러진 어투로 덧붙여 말했다.“할아버지, 막내는 엄마의 딸이고 우리 동생이지만 할아버지의 친손녀이기도 하잖아요.”그 말을 듣고 하용건은 하도연을 흘끗 쳐다보았다.“내 앞에서 굳이 강조할 필요 없다.”차마 하도연의 장황한 말을 부정할 수 없었는지 하용건은 표정 관리가 안 되어 잠시 말을 멈춘 뒤 손을 저으며 화제를 돌렸다.“됐어, 그만해. 여긴 돌봐주는 사람이 있으니 너희는 가서 너희들 할 일이나 해.”하도연은 하용건이 생각 정리를 마쳤다는 걸 알고 이쯤에서 그만두었다.“지훈이는 보내고 전 여기서 오후에 할아버지 퇴원하실 때까지 있을게요.”상태가 심각하지 않아 의사는 아침에 회진을 돌며 꼼꼼히 살펴본 뒤 오늘 퇴원해도 된다고 했다.하지훈은 하용건 앞에서도 거리낌 없이 하도연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할아버지도 이젠 누나 말을 듣네.”“이 녀석이!”하용건은 그 말에 체면이 더 구겨지는 것 같아 베개 하나를 집어 그를 향해 던졌다.하지훈은 그 틈에 눈치껏 재빨리 자리를 뜨며 하용건을 향해 손을 흔들더니 농담 섞인 어투로 말했다.“화내지 마세요. 당장 사라져 드릴 테니까.”그리고는 하도연에게 말했다.“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전화해.”하도연은 대답도 없이 그저 손을 저으며 그를 내보냈다.VIP 병동은 비교적 조용했다. 하지훈은 병실을 나와 휴대폰을 주머니에 쑤셔 넣고 성큼성큼 엘리베이터 앞으로 향했다.막 모퉁이를 돌았을 때 뒤쪽 병실에서 격렬한 다툼 소리가 터져 나왔다.“그래, 나랑 네 엄마가 재수가 없어서 너같이 배은망덕한 놈을 고생스럽게 키웠구나. 그래도 책임 회피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마. 네 돈으로 늙은 우리를 챙기는 건 당연한 거야!”이를 갈며 퍼붓는 욕설에 이어 물건 부수는 소리가 들려왔다.하지훈은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지나가던 두 간호사는 깜짝 놀랐다.나이가 좀 더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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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2화

정한결은 그 말을 듣고 눈물 연기하는 것도 잊은 채 정다슬의 앞을 가로막았다.“그래, 아빠 말이 맞아.”정한결은 당당하게 말했다. “누나, 사람이 너무 이기적으로 살면 안 돼.”똑 닮은 부자의 뻔뻔한 낯을 보니 정다슬은 기가 막혀 웃음이 터져 나올 지경이었다.하지만 정작 웃음이 나오진 않았다.이 두 뻔뻔한 남자 중 하나는 그녀의 아버지였고 다른 하나는 남동생이었다.순간 숨조차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대체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런 사람들을 가족으로 만났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정다슬은 힘껏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서둘러 떠나지도 않고 몸을 돌려 정세종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오랫동안 일했지만 제 손에 돈이 있는지 없는지, 가족들에게 속 좁게 구는 건지 잘 아시지 않나요?”그러고는 김미옥을 돌아보며 말했다.“아버지가 모른다고 해도 어머니는 잘 아시잖아요.”일을 시작한 이후로 매달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변함없이 김미옥에게 100만 원을 송금했다.거기에 명절이나 몸이 아플 때를 생각하면 지난 몇 년간 평범한 그녀로선 엄청난 금액을 쏟아부은 셈이었다.그 돈을 대체 어디에 썼는지는 한 번도 묻지 않았다.김미옥은 정다슬이 이 이야기를 꺼낼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지 양심의 가책을 느낀 듯 시선을 피하며 얼버무렸다.“다슬아, 나, 난 당연히...”김미옥이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정세종은 병상에서 벌떡 일어나려 했다. “무슨 소리야?”정세종은 이를 악물고 김미옥에게 따져 물었다.“저 망할 년이 몰래 당신한테 돈을 줬어?”정세종은 정말로 모르고 있었다.이건 정다슬의 예상 밖이기도 했다.김미옥이 정세종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고 숨겨왔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이번에는 정말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줬죠, 그것도 꽤 많이. 돈 주기 전에 김 여사님과 이미 약속했어요. 모든 건 미리 주는 부양비고 이번 달이 마지막이라고요.”정다슬은 정세종이 또다시 난동을 부리기 전에 덧붙여 말했다.“계약서 작성했으니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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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3화

이런 상황이 정씨 가문에선 일상이라 정다슬은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어쩔 도리가 없었다.처음에는 모든 걸 뒤로한 채 달려가 김미옥을 감싸주곤 했지만 언제부터인가 지금처럼 냉혈한이 되어버렸다.아마도 이 둘의 갈등이 그녀를 위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달은 후인 것 같았다.전부 그들의 소중한 아들을 위해서였다.상대의 말을 귀 기울여 들을 리 없었던 정세종은 바로 달려들어 김미옥의 뺨을 때리고 침을 튀기며 소리쳤다.“이 자식이 이렇게 된 건 전부 당신이 오냐오냐 키운 탓이야. 김미옥, 내가 참 재수 없게 당신 같은 여자와 결혼했어. 그렇게 큰돈을 멋대로 가져가서 쟤 빚이나 갚아? 망할 년, 나는 알 권리조차 없는 거야?”갈수록 듣기 거북한 욕설을 내뱉고 있었다.비슷한 말들을 정다슬도 이미 수없이 들어왔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병원에서 이렇게 난리를 피우는 게 너무 창피해서인지, 아니면 김미옥의 모습이 불쌍하게 느껴져서 그런 지는 잘 모르겠다.결국 달려가 정세종을 막은 건 의외로 정한결이었다.정한결은 정세종의 팔을 꽉 붙잡고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아빠! 아빠, 엄마 때리지 마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정말 잘못했어요...”말하며 눈물까지 흘렸다.정다슬은 태연했다. 머릿속으로 저게 거짓된 눈물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하지만 이런 뻔한 수법이 정세종에겐 통했다. 정한결은 그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니까.정세종은 멈칫하며 한심한 눈빛으로 정한결을 노려보더니 곧이어 분노에 차서 정다슬에게 삿대질하며 말했다. “내가 네 속셈을 모를 줄 알아? 그 돈 줬다고 늙은 나를 돌보지 않으면 법원에 고소할 거야. 네 로펌 동료들과 의뢰인에게 전부 네가 얼마나 배은망덕하고 냉혈한 인간인지 알릴 거라고!”“그러세요.”정다슬은 꽉 움켜쥐었던 손을 천천히 풀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저도 주위 이웃들에게 정씨 가문에서 나를 어떻게 키웠는지 다 알릴 테니까.”그 말에 정세종과 김미옥의 안색이 바뀌었다.다른 집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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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4화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눈앞의 남자가 평소 무심하게 건네던 말투와는 다르게 들렸다.하지만 정확히 뭐가 다른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그 질문이 유일하게 나약하고 예민한 부분을 건드린 탓인지 정다슬은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무의식적으로 차갑게 되물었다.“그쪽이랑 무슨 상관인데요? 엿듣는데 재미라도 들렸어요?”온채아가 정씨 가문에 대해 너무 많이 아는 게 싫었지만 만약 누군가 자신의 집안 사정을 알아야 한다면 그 상대가 그녀이길 바랐다.적어도 온채아는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어떤 상황에서든 정다슬을 비웃지 않을 사람이었다.경성은 아주 넓어서 일부러 작정하지 않는 한 마주칠 기회가 거의 없었다.헤어진 지 5년이 넘도록 눈앞의 여자는 훌훌 털고 가버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작년에 재회한 후 매번 만날 때마다 그녀는 여유만만했고 웃음꽃을 피우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하지훈이든, 다른 누구든 막론하고.그래서 가끔 정다슬이 한 번이라도 화를 내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이유가 무엇이든 상관없이.그 이유가 자신이었으면 더 좋을 테지만서도.하지만 지금 하지훈은 드물게 감정 기복을 보이는 정다슬을 마주하고도 마음속에서 조금의 쾌감도 솟아오르지 않았다. 걱정하는 마음과 달리 겉으로는 이런 말을 내뱉었다.“왜 상관이 없어? 그래도 한때는 연인이었잖아.”“방금 그쪽 입으로 한때라고 했어요.”정다슬은 시선을 내린 채 자신의 손목에 얹힌 손을 바라보았다.“이제 그만 손 놓죠?”얼굴에는 늘 그렇듯 정교한 화장을 한 채 예쁘지만 차가운 눈동자로 하지훈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하지훈은 숨결 사이로 정다슬의 은은한 향수 냄새가 느껴졌다.고급스러우면서도 여성미가 느껴지는 향이었다.분명 향긋한데 어딘가 거리감이 느껴졌다.예전과는 달랐다. 하지훈은 지난 몇 년간 한밤중에 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과거 그녀의 목덜미에 파묻혀 맡았던 그 은은한 꽃향기를 떠올리곤 했다.무슨 향수를 쓰냐고 물으니 정다슬이 태연하게 대꾸했다.“가난한 학생이 향수를 살 돈이 어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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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5화

혀를 차는 하지훈의 눈가에 짜증이 묻어났다. 길쭉한 눈꼬리를 살짝 치켜올리자 장현진도 도발과 미소가 뒤섞인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하지만 하지훈에게 말을 걸지는 않고 대신 정다슬에게 물었다.“나도 아저씨, 아주머니 뵌 지 꽤 됐는데 같이 들어갈래?”‘허.’하지훈은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리며 여유 있게 그가 거절당할 것을 기다렸다.“그래.”그런데 뜻밖에도 조금 전 하늘이 뒤흔들릴 정도로 다투고 병실에서 나온 여자가 기꺼이 수락할 줄이야.하지훈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굳어지더니 다시 입을 열었을 때 그의 목소리는 비아냥거림으로 가득했다.“그렇게 욕먹고도 부족해?”그 말을 듣자 정다슬은 온몸의 피가 어느 순간 차갑게 식는 듯했다.처음엔 하지훈이 언제부터 엿들은 건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심지어 어쩌면 자신이 마지막에 한 말만 들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이제는 그가 대화 전체를 들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정세종이 그녀를 냉혈한이고 배은망덕한 년이라고 욕하는 것도, 김미옥에게 다른 남자가 있다고 의심하는 것도, 김미옥을 ‘더러운 년’이라고 욕하는 소리도 다 들은 것이다.이처럼 듣기 거북한 말들은 정세종의 입버릇이나 다름없었다.이러니 한때 하씨 가문의 업신여김을 당한 것도 이해가 갔다.정다슬은 목구멍에서 씁쓸함이 밀려왔지만 겉으로는 애써 미소를 띠었다.“이런 것도 욕인가요? 도련님께선 딱히 이상한 걸 보고 자라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저같이 평범한 사람에게 이런 건 흔한 일이에요.”어릴 적부터 이런 말을 들으며 자랐다.고등학교 때 주말에 아르바이트한 돈을 주지 않자 삿대질 당하며 ‘망할 년’이라는 욕을 들었다.정다슬은 하지훈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찌푸린 눈썹을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문득 마음이 놓인 듯 미소 지으며 고개를 돌려 장현진을 바라보았다.“들어가자.”하지훈과 그녀는 애초에 같은 부류가 아니었다.앞날이 창창한 그와 달리 정다슬은 온 힘을 다해 외나무다리를 건너야 했다.장현진의 눈빛은 온화했다. “응.”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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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6화

지나치게 허를 찌르는 말이었다.이 말이 다른 사람 입에서 튀어나왔으면 반박했겠지만, 하필 어릴 적부터 압도적으로 그의 기를 눌러온 하도연이라 하지훈은 부정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당당하게 인정했다.“어떻게 다 아는 거야?”“내가 점도 보거든.”동정인지 모르겠지만 다시 하지훈을 돌아보는 하도연의 눈에 뜻밖에도 누나로서 연민 같은 감정이 스쳤다.“여자 마음을 얻고 싶으면 그럴듯한 태도부터 보여. 자꾸 오만한 도련님 행세나 하지 말고.”하도연은 정다슬을 두 번밖에 만나지 않았지만 수표를 건넸을 때 이미 알았다. 이 아가씨는 자존심이 강하고 돈 때문에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그러니 이 멍청이가 그녀를 되찾으려면 다른 건 몰라도 우선 그 거만한 고개를 숙여야 했다.그 말을 듣고 하지훈은 침묵했다.‘내가 언제 오만하게 굴었다고. 기껏해야... 자존심 좀 부렸지. 세상에 자존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하도연이 무언가를 말하려던 찰나, 복도에서 그리 뚜렷하지 않은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녀의 착한 남동생은 목을 쭉 뻗어 밖을 나갈 기세로 쳐다보고 있었다.“한심하네.”입으로는 퉁명스럽게 말했지만 말투에는 드물게도 편안함과 웃음이 묻어 있었다.“자존심이 대수야? 걱정되면 가서 봐.”말을 마쳤을 때 곁에 있던 사람은 이미 성큼성큼 밖으로 나간 뒤였다....월강 레지던스.어둠이 깃든 뒤 온채아는 식탁에 앉아서도 자꾸만 마당 쪽을 힐끔거렸다.이미숙은 눈치채고 그녀에게 음식을 덜어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유준이는 똑똑하니까 별일 없을 거야.”“네, 알겠어요.”온채아는 이미숙도 덩달아 걱정할까 봐 겉으로는 그렇게 대답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안심되지 않았다.어제 성유준은 심서정이 오늘 밤 그녀에게 만나자고 했다는 사실을 알고 어떻게 할지 물었다.온채아는 당연히 위험을 무릅쓰지 않았다. 출신이 아무리 중요해도 지금 자신이 임신 중이라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성유준은 그녀가 거절하기도 전에 승낙한 뒤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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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7화

그 말을 듣고 온채아는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아마도 예전에 그녀가 불안해하던 순간마다 곁을 지켜준 사람이 바로 정다슬이기 때문일지도 몰랐다.식사를 마친 후 둘은 이미숙과 잠시 차를 마시다가 방으로 돌아갔다.두 사람은 연달아 샤워를 마치고 소파에 나란히 누워 예능 프로그램을 보았다.문득 온채아는 정다슬과 함께 경원 아파트에 살던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테이블 위에는 도우미가 방금 가져다준 과일이 놓여 있었고 온채아는 정다슬의 입에 딸기를 하나 넣어주며 물었다.“아저씨는 어때? 성일 오빠 말로는 부상이 꽤 심하다고 하던데.”“아주 멀쩡해.”정다슬이 딸기를 한입 베어 물었다. “달리고 펄쩍 뛰고 입에 담을 수 없는 욕도 하는 데 무슨 문제가 있다고.”온채아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또 너한테 돈 달래?”“응.”정다슬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몸을 숙여 딸기를 하나 집어 입에 넣으며 화제를 돌리려 했다.“이 딸기 진짜 맛있네. 슈퍼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달콤해.”“맛있지, 농장에서 오늘 아침에 갓 따서 보낸...”온채아는 무심코 대답하다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정신을 차리고 정다슬을 나무랐다.“말 돌리지 마. 그래도 이대로 그냥 놔둘 수는 없잖아.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지.”“무슨 방법으로 한 번에 끝내? 돈 두둑이 챙겨주고 관계 단절한다는 계약서라도 쓸까?”정다슬은 나른하게 소파에 기대며 고민도 하지 않고 거절했다.“넌 그 인간들을 몰라. 특히 정세종과 정한결은 선을 모르는 사람들이야. 나한테서 돈을 뜯어낼 수 있다는 걸 알면 거머리처럼 영원히 내 몸에 달라붙어 피를 빨아먹을 거야. 죽을 때까지 말이야.”예전에 매달 정기적으로 김미옥에게 돈을 보냈던 건 정황이나 이치를 따졌을 때 그들이 할 말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그 이상의 돈은 그들에게 들켜선 안 됐다.그런데 온채아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내가 말하려는 건 그게 아니야.”정다슬은 호기심이 들었다.“그럼 뭔데?”“사람 시켜서 정한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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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8화

“안 돌아온다니요?”온채아가 간신히 내려놓았던 마음이 다시 불안하게 날뛰기 시작했다.“그 사람한테 무슨 일 생겼어요?”그게 아니면 왜 성구 혼자만 돌아왔겠나.성유준과 성이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온채아의 머릿속에는 온통 나쁜 생각들만 스쳐 지나갔다.성구는 온채아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듣고서야 그녀가 오해했다는 걸 깨닫고 서둘러 설명했다.“아닙니다. 아무 일도 없고 오히려 큰 성과를 거뒀습니다. 도련님께선 지금 하도연 씨, 하지훈 씨와 함께 계십니다.”온채아는 성구의 표정을 보니 거짓말 같지 않아 반신반의하며 물었다. “거짓말 아니죠?”얼마 전 유산 위기를 겪었기에 성유준은 그녀가 걱정하지 않도록 무언가를 숨기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정말 없어요.”성구는 맹세라도 할 기세였다.“도련님은 못 믿어도 하도연 씨는 믿죠? 정 불안하면 그분께 전화해 보세요.”그 말을 듣고서야 온채아는 비로소 믿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근데 왜 지금 먼저 온 거예요?”“챙길 물건이 있어서요.”성구는 얼버무리며 서둘러 말했다.“마음 편히 쉬세요. 전 성일한테 가볼게요.”성유준의 서재에 온채아 외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사람은 온채아를 보호하러 남겨진 성일 뿐이었다.온채아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성유준이 무사하다는 것만 확인되면 됐기에 당부만 남겼다.“다들 조심해요.”온채아는 잘 알고 있었다. 심서정 뒤에는 하예원이 있고 하예원 뒤에는 훨씬 더 복잡한 세력이 있다는 것을.“네, 조심할게요. 그리고 도련님 안전도 확실하게 지킬게요.”성구는 진지하게 대답한 뒤 망설이지 않고 재빨리 위층으로 올라갔다.그날 밤 온채아는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겨우 날이 밝았지만 아래층에서는 여전히 아무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다.곁에 있던 정다슬은 그녀가 뒤척이는 것을 보고 아예 일어나 앉으며 말했다.“나 오늘 로펌에 안 가도 되니까 아침 먹고 쇼핑하러 갈래? 시간도 때울 겸.”“아직 갈 수 없어.”온채아는 몸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두 눈 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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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9화

‘하지훈이 왔다고?’온채아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침실 쪽을 힐끔 쳐다보았다.성유준은 그녀의 생각을 눈치채고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너랑 정다슬 씨 보러 온 거야.”정다슬을 보러 온 건 이해가 갔지만...온채아는 잠시 멈칫했다. “나를?”‘나를 왜?’“아가씨.”온채아가 말을 꺼내자마자 유경애가 아래층에서 올라왔다. “여사님께서 오늘도 약 드실 건지 여쭤보래요.”몸 상태는 안정되었지만 온채아는 아직 약을 끊지 않고 있었다.잠시 망설이던 그녀가 말했다.“일단 안 먹을래요.”그래도 약이기에 적당히 조절해야 하니까.말하는 사이 뒤쪽 방 문이 열리며 정다슬이 세수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은 채 나타났다.어제 갈아입을 옷을 가져오지 않았지만 온채아의 옷이 잘 맞았다.성유준을 본 정다슬이 웃으며 놀렸다.“성 대표님, 어제 채아가 그쪽 기다린다고 밤새 잠을 못 잤어요.”성유준은 별로 놀랍지 않은 듯 무기력하게 말했다. “그럴 것 같았어요.”방금 돌아왔을 때 이미숙은 온채아가 깨지 않도록 조용히 하라고 했었다.하지만 성유준은 자신이 돌아오지 않으면 그녀가 잠을 제대로 못 잘 거라는 걸 알았기에 곧장 위층으로 올라가 문을 두드렸다.결과는 예상대로였다.온채아는 정다슬을 흘겨보더니 아래층을 가리키며 씩 웃었다.“하지훈 씨 왔대.”‘네 전 남친이 왔어.’정다슬은 그 말에 숨겨진 뜻을 곧바로 알아들었다.정다슬이 폭발하기 전에 온채아는 슬그머니 도망쳐 화장실로 들어가 세수했다.성유준은 위층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정다슬은 굳이 방해꾼을 자처할 생각도, 하지훈을 일부러 피할 생각도 없었기에 당당하게 먼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온채아의 신분을 알게 된 이후 이미숙은 하씨 가문 사람들을 더 살갑게 대했고 지금은 마침 한창 하지훈을 열정적으로 대접하고 있었던 참이었다.정다슬과 하지훈의 과거를 몰랐기에 정다슬이 내려오는 것을 보고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다슬아, 잘 잤니? 유준이 그 녀석 또 올라가서 너희들 깨웠지?”“아니요.”정다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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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0화

“당장 박명하를 지목할 증거가 없어서 경찰이 박시훈을 심문 중이야. 입을 열지는 지켜보면 알겠지.”성유준은 말하며 사건의 경위를 간단히 설명했다.요약하자면 ‘온채아’가 약속 장소로 나갔다가 하예원 배후 세력에게 납치되었다.성씨 가문과 하씨 가문의 모든 관심이 그쪽에 쏠렸다고 생각해 그 틈에 마음 놓고 물건을 보내려 했다.그런데 두 집안에선 진작 하예원 뒤에 박명하가 있다는 것을 의심했고 박명하의 대외적인 꼭두각시는 박시훈과 DK 그룹이었다. 그렇게 경찰과 손잡고 그들이 물건을 넘기는 순간을 노려 범인과 증거를 모두 잡아냈다.한편, 박명하는 ‘온채아’를 이용해 협박하려 했으나 ‘온채아’가 가짜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싸움 실력까지 뛰어나다는 것을 깨달았다.온채아는 그 말을 듣자마자 대충 상황을 파악했지만 정다슬은 다소 이해하지 못한 눈치였다.“가짜 온채아라니?”“변장술.”온채아가 대신 대답한 뒤 성유준을 바라보며 확인하듯 물었다. “내 말이 맞지?”사실 여승운도 이 분야에 꽤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한때 온채아에게 가르쳐 주려고도 했지만 거절당했다.이유는 딱 하나, 오직 의술에만 집중하고 싶었던 온채아는 한의학을 완전히 통달하기 전까지 다른 일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그리고 지난 2년 동안은 한의원과 특효약 프로젝트에만 전념하느라 다른 일을 할 여유가 없었다.성유준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똑똑하네.”국내에 뛰어난 변장 술사가 두 명 있는데 한 명은 경찰의 지시를 따르고 다른 한 명은 다년간 음지에서 활동하며 몸값이 어마어마했다.하지만 둘 다 두 손만으로 사람의 외모를 바꿀 수 있었기에 당사자의 행동만 흉내 내면 겉보기에는 가짜와 진짜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다.이번에는 완벽한 비밀 유지를 위해 당연히 하도연이 나서서 오직 경찰의 지시를 따르는 그 사람을 불러왔다.정다슬은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내가 무지했네.”온채아는 박명하를 생각하며 말했다. “만약 박시훈이 계속 입을 다물고 있으면...”박시훈이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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