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Kapitel 671 – Kapitel 680

696 Kapitel

제671화

온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묻지 않았다.애초에 괜한 걱정이었다. 용지호는 의리 있는 사람이 아니었고 게다가 성유준을 두려워하는 상황에서 심서정을 위해 애쓸 리가 없었다.그렇지 않으면 대놓고 성유준과 맞서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사생아로서 오랜 세월 사람을 잡아먹고도 뼈 하나 남기지 않을 용씨 가문에서 잘 버텨온 그라면 이런 것조차 분간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아침 식사를 마친 후 정다슬은 로펌에서 전화가 와서 급히 나가야 했다.온채아는 조금 아쉬웠다.“드디어 쇼핑하러 가나 했는데...”“자기야.”정다슬은 온채아가 임신 후 은근히 더 감성적으로 된 것 같아 무기력하게 말했다.“그냥 의뢰인 만나러 가는 거야. 장기 출장을 가는 것도 아니고 보고 싶으면 문자 보내면 되지.”잠시 생각하던 온채아도 괜스레 감정적으로 군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과거 정다슬이 자주 출장을 가서 혼자 경원에 있을 때도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말이다.아마도...사람이 너무 한가하게 지내서는 안 되는 것 같았다.하지훈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일어섰다. “나도 마침 회사로 돌아갈 참인데 가는 길에 데려다줄게.”무심한 말투만 보면 아무 생각 없이 던진 말처럼 들렸다.정다슬은 살짝 멈칫하다가 앞마당을 가리켰다. “도련님 호의는 감사하지만 차 끌고 와서요.”이내 온채아에게 몇 마디 당부한 뒤 부드러운 양가죽 구두를 신고 서둘러 떠났다.온채아는 생각 나는 일이 있어 성유준에게 말했다.“둘이서 이야기해. 난 선배한테 전화 좀 할게.”온채아가 뒷마당으로 간 뒤 성유준은 손목시계를 쳐다보고는 천천히 하지훈을 흘겨보며 매정하게 쫓아냈다.“둘 다 갔는데 이제 너도 좀 가지?”“...”하지훈은 또다시 거절을 당해 기분이 좋지 않았던 터라 성유준을 쳐다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이 자식이, 잊지 마. 난 네 형님이야!”하지훈이 말하지 않아도 성유준은 잘 알고 있었다.그러니 굳이 일부러 상대를 자극하지는 않았다.“당연히 잊지 않지.”곧이어 비꼬는 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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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2화

성유준이 쉽게 허락하자 하지훈은 오히려 살짝 긴장감이 스쳤다.‘나를... 온채아가 이런 오빠를 좋아해 줄까?’전에 데려올 수 없을 때는 온 가족이 고대해 왔는데 이제 가능해지자 오히려 어색해졌다.하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온채아가 어린 시절 무사히 자랄 수 있었던 건 성유준의 보호 덕분이었다.지금 두 사람이 또다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었는데, 하씨 가문에서 갑자기 나타나지 않았다면 성유준은 진작 온채아와 함께 혼인 신고하러 갔을 것이다.논리적으로 따져봐도 하씨 가문에서 먼저 성유준에게 알릴 필요가 있었고 심지어 먼저 그의 동의를 거치면 더 좋았다....뒷마당, 온채아는 그네에 웅크린 채 통화하고 있었다.강태무는 여느 때처럼 온화하고 듣기 좋은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다.“다시 한의원에서 진료할 거야? 네 몸 상태가 허락한다 해도 이건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선생님께서 허락하셔야지.”“네.”온채아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오빠가 먼저 동의해야 제가 선생님한테 조르죠.”강태무가 동의하기만 하면 사모님을 찾아뵙고 겸사겸사 선생님께 이 일을 졸라볼 생각이었다. 확신이 있었다. 선생님께서 맥을 짚어본 뒤에 분명 동의하실 거라는걸.여승운은 항상 건강한 사람은 무언가 할 일이 있어야 한다고 여겼다.그게 아니면 시간이 지난 후 사람 자체가 생기를 잃고 시들해진다면서.그러니 온채아가 시들해지는 걸 원치 않으실 거다.강태무는 그녀를 꽤 잘 알고 있었다. “보아하니 승산이 있나 보네?”“어떻게 알았어요?”온채아는 부인하지 않고 미소 지으며 물었다. “그래서, 동의하는 거예요?”“나야 당연히 좋지.”강태무는 비로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계속 말 못 하고 있었는데 네가 맡았던 환자들이 한의원 올 때마다 매번 접수처 직원한테 온 선생님 언제 출근하냐고 물어본대. 직원들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라고.”온채아와 여승운은 진료 스타일이 달랐다. 한 명은 인내심 있고 상냥하며 정서적 위로를 주는 반면, 다른 한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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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3화

성유준은 온채아를 믿었다.온채아가 우선 자신의 몸을 챙길 것이라 믿었기에 그녀가 내리는 모든 결정을 존중했다.온채아의 불안했던 마음이 서서히 평온을 되찾았다.“정말?”성유준이 이 아이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알 수 있었기에 이렇게 쉽게 동의할 줄은 예상치 못했다.“아니면?”성유준은 그녀의 하얀 뺨을 살짝 꼬집었다.“설마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내가 너한테 일도 포기하고 취미도 접고 하루 종일 집에서 태교만 하라고 강요할 줄 알았어? 구아야, 아이도 물론 중요하지만 네가 마음 편히 지내는 게 더 중요해.”성유준은 지그시 온채아를 바라보며 한 마디 한 마디 강조하듯 말했다.“이건 내가 너를 배려하거나 이해하는 게 아니라 애초에 네 자유야.”자유...순간 온채아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그렇다. 그녀는 어릴 적부터 자신이 자유로워지기를 바랐다.온채아는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햇살이 마치 그에게 필터를 씌운 듯 깊고 뚜렷한 이목구비가 더욱 선명해 보였다.“그래, 알겠어.”성유준은 진지한 표정의 온채아를 보며 웃었다. “가자, 내가 선생님 댁까지 데려다줄게.”“오늘 회사에 안 가도 돼?”“안 가.”성유준은 온채아의 손을 잡고 거실로 가며 한숨 쉬는 척 이렇게 놀렸다.“시간 아껴야지. 온 선생님께서 한의원으로 돌아가기 전에 좀 더 같이 있으려면.”온채아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그럼 잘해야 할 거야. 온 선생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람을 바꿔버릴지도 모르거든.”“네, 알겠습니다.”두 사람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앞뒤로 차에 올랐다.성일은 운전석에서 차를 몰며 백미러를 통해 두 사람을 바라보더니 문득 미소를 지었다.성유준이 그를 흘겨보며 물었다. “뭘 웃어.”“기뻐서요...”성일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대표님과 아가씨가 이렇게 있는 모습을 보니 마치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예전에 대표님이 매일 아가씨 등하교에 함께할 때도 이렇게 화목하고 즐거웠죠.”지난 2년 동안 성유준과 온채아는 만날 때마다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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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4화

여승운은 온채아에게 있어 스승이자 아버지였다.예전에 여승운이 온채아를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감히 온채아를 소원희의 저택으로 돌려보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사방에서 제약받아 그와 온채아 모두... 좋은 결말을 맞이하지 못했을 테니까.“그래, 좋아.”손정원은 성유준이 온채아를 소중히 여겨 자기들도 존중해 주는 것임을 알고 마음속으로 온채아를 위해 기뻐하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거기 서 있지 말고 안으로 들어와.”“네.”온채아는 여승운을 돌아보며 허리를 굽혀 그를 부축하려 했다. “선생님...”“됐어.”여승운이 서둘러 말을 끊고 흔들의자 팔걸이를 짚으며 날렵하게 일어섰다.“난 아직 젊어. 너희가 부축해 줄 정도는 아니야.”나이는 들었지만 늙은 것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었다.손정원이 참지 못하고 한마디 던졌다. “그래요, 당신이 채아보다 더 젊네요.”온채아와 성유준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렸다.여승운과 손정원은 결혼한 지 수십 년이나 되었는데도 보기 드물게 금슬이 좋았다.온채아는 어릴 적부터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지만 정작 싸우는 건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성유준은 성일에게 뭔가 지시를 내리러 갔고 온채아와 손정원 일행은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자리에 앉자마자 온채아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손정원을 바라보며 다소 자책하는 어투로 말했다.“사모님... 회복 잘하고 계세요? 불편한 곳은 없으신가요?”이 얘기를 꺼내자 오히려 손정원의 마음이 쓰라렸다.“난 진작 거의 다 나았어.”손정원은 온채아의 손을 잡더니 이미 불룩하게 나온 배를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오히려 너랑 아이까지 나 때문에 위험에 빠질 뻔했잖아...”“사모님!”온채아가 급히 말을 끊으며 더 자책하는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사모님께서 저 때문에 피해를 보신 거잖아요. 저를 탓하지 않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사모님 때문에 그렇게 된 거라니요.”온채아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아니었다면 하예원이 손정원을 노릴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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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5화

온채아는 멈칫했다.분명 직접 선생님께 여쭤보라고 했으면서 강태무가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일러바쳤을 줄이야.어떻게 말을 꺼낼지 고민하고 있었던 찰나, 이쯤 되니 더 이상 생각할 필요도 없어 곧장 말을 이어갔다.“네, 몸도 완전히 회복됐고 출산 예정일까지도 아직 시간이 좀 남아서 한의원에 다시 출근하면 좋을 것 같아요.”여승운이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손 내밀어 봐.”“네.”온채아는 여승운이 곧 동의할 거라 생각하며 자신감 넘치게 손을 내밀었다.며칠 동안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 몸을 돌보았던 게 헛되지 않았다.여승운은 손가락으로 그녀의 맥을 짚은 뒤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지만 아직 허락은 하지 않았다.“성유준이랑 상의해 봤어?”말하며 턱을 부엌 쪽으로 살짝 치켜들었다.온채아가 그 동작을 따라 시선을 돌리자 등진 채 서 있는 남자의 곧은 뒷모습만 보였다.채소를 씻는 듯 콸콸 물소리가 들려왔다.온채아의 마음은 무척 평온했다. “아니요...”“상의도 안 하고 나한테 한의원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하는 거야?”여승운의 표정이 확 굳어지며 그녀의 말을 끊었다.“이 아이를 낳고 쟤와 가정을 꾸리기로 선택했으면 이런 일은 둘이 상의해서 결정해야지. 혼자 결정하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건 안 돼.”“...”지난 몇 년간 여승운은 온채아에게 단순한 스승을 넘어서 대부분 경우 아버지의 역할까지 대신해 주었다.온채아는 조금 마음이 무거워져 변명 대신 솔직하게 말했다.“예전부터 혼자 지내는 데 익숙해져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래도 오기 전에 이미 말했어요.”“쟤는 뭐래?”“제 선택을 응원한대요.”온채아는 입술을 달싹이며 성유준이 당시 했던 말을 대략 되풀이했다.“그건 제 자유라고 했어요.”그 말을 듣고 여승운과 손정원은 놀라움과 함께 안도감을 느꼈다.그들은 온채아와 성유준 사이에도 어쩔 수 없이 마찰이 있을 거라 생각하며 서로 포용하고 양보하는 과정이 빠질 수 없다고 여겼다.그런데 성유준이 사리에 밝고 이해심 깊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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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6화

아마도 온채아의 반응이 너무 담담했던 탓인지 서강진은 다소 의아해했다.하지만 서둘러 말하지 않고 온채아에게 먼저 진찰을 부탁했다.“요즘 기침이 예전보다 훨씬 심해졌는데 선생님께서 봐주시죠.”“그래요.”온채아는 애초에 강씨 가문의 체면을 생각해 서강진의 치료를 맡았었다.최근 치료를 중단했던 것도 그저 그와 연락이 닿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온채아는 맥을 짚은 뒤 먼저 처방을 다시 내리고 치료 계획을 세웠다.이날 예약한 환자들을 모두 본 후 그녀는 서강진을 진료실 침대에 눕히고 침을 놓기 시작했다.“온 선생님.”온채아가 막 침을 꽂는데 서강진이 아무런 감각도 없는 듯 아무렇지 않게 그녀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하씨 가문 사람들 어떻게 생각하세요?”“하씨 가문이요?”온채아는 살짝 멈칫했다. 상대가 왜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지 모르겠지만 재빨리 침을 꽂으며 대충 대답했다.“괜찮은 사람들 같아요.”강미진이나 하도연, 하용건과 차경희 모두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았다.하선호는 그녀에게 있어서 시비 도리를 가릴 줄 모르는 사람이지만 하예원에겐 애정을 쏟아부었다.어떤 면에서는 온채아도 꽤 부러웠다.‘내 아버지도 그렇게 날 지켜줬다면...’“괜찮다고요?”서강진은 피식 웃는 듯했다.“대외적인 평판은 나쁘지 않죠. 어르신은 정직하고 올곧은 사람인 데다 그 댁 아가씨는 청출어람이 따로 없고 사모님은 자선 사업을 도모해 수많은 사람을 도와줬으니까요.”그러다 말을 돌렸다.“하지만 남몰래 의구심을 품는 사람들도 적지 않아요.”온채아는 더 이상 말을 이어갈 마음이 없었다.남들이 하는 말보다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본 것을 더 믿고 싶었다.서강진은 그녀의 불쾌함을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저도 이번에 해외에 갔다가 예전 친구들을 만나서야 과거 온 선생님 양부모님 사건이 하씨 가문과 관련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온채아는 바짝 긴장했다.“그게 무슨 말씀이세요?”“그분들이 공무 중 순직하게 된 이유는 하씨 가문에서 권력을 사적으로 이용했기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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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7화

서강진은 노련한 여우답게 온채아의 흔들림을 금방 간파하고 진지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중대한 사건이라 연루된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남들이 쉽게 제게 증거를 넘겨줄 리가 없죠. 저한테 시간 좀 주시면 증거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래도 두 부부의 오랜 지인이었는데 제가 이런 일로 농담할 리가 없죠. 무엇보다 온 선생님을 속여서 제게 좋을 게 뭐가 있겠습니까?”온채아는 시선을 살짝 내리며 모든 감정을 감추었다.무슨 생각을 하는지 한참 침묵하다가 비로소 다시 서강진을 향해 담담한 눈빛을 던졌다.“뭐가 됐든 직접 증거를 봐야만 믿을 수 있을 것 같아요.”말을 마친 온채아는 서강진의 말을 더 기다리지 않고 가방을 집어 든 뒤 한 마디를 남기고는 재빨리 자리를 떴다.“35분 뒤에 간호사 불러 침 뽑아달라고 하세요.”강태무가 온채아의 외래 진료 재개를 흔쾌히 허락한 것 같아도 사실 추가로 예약하려는 환자를 전부 막아 근무 시간은 예전보다 꽤 줄어들었다.온채아도 이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임신 후기에 접어드니 장시간 앉아 있는 것은 그녀에게도 좋지 않아 지금의 근무 시간이 딱 적당했다.명안 한의원을 나선 뒤 습관적으로 주차장으로 가서 자신의 차를 찾으려 했다.“아가씨?”막 돌아서던 참에 성이가 그녀를 불렀다.온채아는 무의식적으로 뒤 돌아보고서야 성유준이 그녀를 걱정해 출퇴근을 도와줄 사람을 보냈다는 걸 깨달았다.“성이 오빠.”온채아가 이마를 ‘탁’ 치며 다가가 설명했다.“데리러 올 거란 걸 잊고 있었어요.”성이가 그녀를 위해 차 문을 열어주며 농담을 건넸다.“대표님께서 그럴 줄 알고 한 시간 전부터 저보고 데리러 가라며 재촉했어요.”온채아는 괜스레 웃음이 터지며 몸을 숙여 차에 올랐다. 성이가 차에 오른 뒤에야 그녀가 입을 열었다.“앞으로 두세 달 동안은 신세 좀 져야겠어요.”“신세는요.”성이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차에 시동을 걸고 히죽 웃으며 말했다.“아가씨는 어릴 때부터 성격도 좋고 온화해서 저희도 아가씨를 따르는 게 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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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8화

온채아가 간신히 마음을 가다듬고 더 이상 헛된 생각을 하지 않으려 애쓰던 찰나 불쑥 가방 속 휴대전화가 울렸다.발신자는 경성 경찰서였다.온채아는 다소 의아한 표정으로 전화받았다. “여보세요?”“여보세요.”전화 너머로 사무적인 젊은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경성 경찰서입니다. 심서정 씨 가족분인가요?”‘심서정’이라는 이름을 듣자 온채아는 무의식적으로 눈썹을 찌푸렸다. “아니요. 전화 잘못 거셨어요.”“온채아 씨 맞으시죠?”경찰이 온채아의 신원을 확인하고 있을 때 다소 초조한 목소리가 갑자기 끼어들었다.“채아... 채아 씨, 예전에 내가 잘못한 게 많다는 거 알아요. 당신이 나를 형님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도 알지만 내가 지난번에 보낸 메시지 기억해요? 거짓말 아니에요. 내가 진심으로 잘못 뉘우치고 있으니까 우리 한 번만 만나면 안 될까요?”심서정의 목소리였다.온채아는 바로 전화를 끊으려다가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손이 멈췄다.‘심서정이 지난번에 보낸 메시지가 뭐였지?’자신이 온채아의 출신을 알고 있다는 내용이었다.전화 너머에서 경찰이 뭐라고 꾸짖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곧바로 다시 온채아에게 말했다.“여기 온 뒤로 계속 온채아 씨를 만나고 싶다고 하던데 원치 않으시면 안 만나도 됩니다.”“갈게요.”온채아는 잠시 고민한 뒤 이렇게 말했다.“언제 가면 될까요?”경찰이 말했다. “오후 5시 전에 오시면 됩니다.”5시.온채아는 시선을 내려 시간을 확인했다. “그럼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경찰서라면 적어도 안전하겠지.’심서정이 무슨 수작을 부릴 수는 없을 테니까.통화를 끝낸 후 온채아가 입을 열기도 전에 성이가 먼저 물었다.“아가씨, 레지던스로 안 가요?”“네.”온채아는 숨김없이 말했다. “일단 경찰서에 가서 심서정부터 만나보려고요.”조금은 궁금했다. 도마 위의 생선이나 다름없는 처지면서도 심서정이 또 무슨 소동을 일으키려는지.“그래요.”성이는 다른 건 몰라도 충성심만은 대단했지만 잊지 않고 덧붙여 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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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9화

경찰이 나간 뒤 문을 닫자 심서정은 심호흡하며 마음속 불만을 억누르고 등받이에 기댄 채 말했다.“말해줄 수는 있지만 나도 조건이 하나 있어요.”온채아의 눈빛은 담담했다. “뭔데요?”심서정은 그녀를 바라보며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나를 여기서 꺼내줘요.”당당한 요구에 온채아는 웃음이 나올 뻔했다.“나를 너무 대단하게 생각하네요. 당신이 연루된 건 마약 관련 사건이에요. 제가 마음대로 뭘 할 수 없어요.”온채아의 기억이 맞다면 심서정은 하예원과 같은 혐의가 있었다. 납치와 마약 밀매 가담.후자는 언제나 혜국에서 엄중히 단속해 온 범죄였다.심서정은 함부로 혀를 놀려도 온채아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아무리 막강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도 이런 대형 사건에는 감히 개입할 엄두조차 내지 못할 터였다.“당연히 당신만으로는 안되죠.”심서정이 이런 제안을 할 수 있었던 건 당연히 깊이 고민한 끝에 나온 말이었다.“하지만 성유준이라면 가능해요. 그 사람한테 말하기 어렵다면 하씨 가문의 도움을 청하는 것도 나쁘지 않죠.”첫 마디는 딱히 놀랍지 않아도 이어지는 뒷말에 온채아는 경악했다.“당신을 위해 하씨 가문에 부탁하라고요? 그분들은 평생 정직하게 살아왔는데 외부인인 나 때문에 그 원칙을 깨겠어요?”온채아는 이제 막 자신과 강미진 일행이 함께 지내다 보니 정이 들었다는 것을 받아들였다.그들도 무척 잘해주긴 하지만 단 한 번도 선 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지난번 하선호가 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하예원을 감싸주었을 때조차 온채아는 하씨 가문과 어떤 논쟁도 벌이지 않았다.하선호는 그들의 남편이자 아버지였고 자신은... 그저 지인일 뿐이니까.어느 쪽이 더 중요한지 잘 알았기에 하씨 가문 일행에게 막무가내로 자기를 위해 하선호를 질책하도록 강요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심서정은 이토록 당당하게 하씨 가문을 찾아가 마약 밀매 같은 중대 사건에서 권력을 이용해 자신을 꺼내달라고 요구하고 있었다.온채아의 말에 심서정의 표정이 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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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0화

문득 온채아는 몸이 오싹해졌다.마치 밖의 찬 기운이 핏속으로 스며들어 온몸이 시릴 정도로 식어가는 듯했다.심서정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지만 그게 독을 묻힌 은 바늘처럼 간신히 억눌러 두었던 의심을 정확히 찔렀다.심서정과 서강진은 아마도 서로 모르는 사이일 텐데 그들이 한 말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설마... 하씨 가문이 정말로 그해 살인 사건에 연루된 걸까? 그렇다면... 하씨 가문의 권력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내 출신을 알았던 걸까? 그동안 나한테 베풀었던 호의는... 보상을 위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진심에서 우러난 것일까?’온채아의 손톱이 손바닥에 찍혀 붉은 자국을 남겼다. 다행히도 날카로운 통증이 이성을 되찾게 해주었다.“실수?”온채아는 벌떡 일어나 살짝 몸을 기울여 심서정을 내려다보며 의외로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심서정 씨, 날 세 살배기 어린애로 보는 거예요? 이렇게 모호한 말 몇 마디로 자유를 얻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한 거라면 어림도 없어요. 말을 똑바로 하든지, 아니면 얌전히 처벌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든지 해요.”한 마디 한 마디 또박또박 말을 뱉은 뒤 심서정에게 생각할 틈도 주지 않고 뒤돌아 취조실을 떠나려 했다.“온, 온채아 씨!”심서정은 당황스러운 마음에 무의식적으로 온채아를 불렀지만 감히 온채아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 보지는 못했다.“나... 내가 지금 모든 걸 다 말해도 당신이 뒤통수를 칠지 누가 알아요? 나도 날 위해 여지를 남겨두는 거예요.”이대로 온채아에게 사실대로 털어놓기엔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하지만 온채아가 지금처럼 쉽게 넘어오지 않고 강경한 태도를 보일 줄은 예상치 못했다.꼭... 성유준의 모습을 닮아있었다.온채아가 지금 사업과 가정을 모두 이루고 하씨 가문이라는 강력한 본가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만 해도 이가 갈렸다.아래로 떨군 시선이 온채아의 불룩한 배를 스치자 마음속에는 더 증오가 번져갔다.‘도대체 왜! 하늘은 왜 이렇게도 불공평한 거야!’온채아는 하늘의 편애를 온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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