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인의 시점.모두 함께 떠들썩하게 생일을 축하한 뒤, 이동현은 내게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해인 씨, 이건 해인 씨 선물이에요.” 설마 나에게까지 선물을 준비해 주었을 줄은 몰라 놀란 채 눈을 크게 떴다. 심플한 포장지를 열자, 안에서 작은 브랜드 로고가 새겨진 립스틱이 모습을 드러냈다. 케이스는 고급스러운 골드빛이었고, 캡에는 섬세한 조각이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옆면에는 ‘Hae In’라고, 내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그동안 엄마로서 정말 많이 노력해 왔잖아요. 아이들도 이제 걷기 시작했고, 앞으로 외출할 일도 많아질 거예요. 해인 씨가 조금이라도 자기 자신을 위해 시간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동현의 말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육아와 고독에 매달리느라 나 자신을 돌볼 여유는 거의 없었다. 최준혁과 헤어진 뒤로는 꾸미는 일도, 누군가를 위해 화장을 하는 일도 완전히 잊고 지냈다. 그런 내 마음을 이동현 선생님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이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그는 엄마로서의 나를 인정해 주었고, 동시에 한 여자로서의 나도 바라봐 주었다. 청운 산장에 온 이후, 나를 ‘엄마’가 아닌 ‘해인’으로 불러 준 사람은 어쩌면 이동현이 처음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세심함과 배려가 따뜻하게 느껴졌다.“한결이랑 한비가 이제 걸을 수 있게 됐으니, 공원 같은 데도 같이 가 보지 않을래요? 아이들한테도 산장 정원 말고 다른 풍경을 보여 주고 싶고, 해인 씨 기분 전환도 됐으면 좋겠어요.”“고마워요. 정말 기뻐요.”이동현에게 마음을 고백받은 지도 어느덧 1년이 다 되어 갔다. 예전의 나였다면 괜히 멀어질까 봐 조심스레 거절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마음의 의지처이자 믿고 기댈 수 있는 존재가 된 그에게, 나는 솔직하게 기대고 싶어졌다. 이렇게 조금씩, 아주 조금씩 이동현과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나 자신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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