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Chapter 411 - Chapter 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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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1화

구희라는 두 사람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종종걸음으로 달려왔다.표정이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구희라가 구기빈에게 말했다.“오빠, 우리 먼저 블루베리 밭에 가서 블루베리부터 따자. 집에는 조금 있다가 들어가고.”“왜?”구기빈은 구희라의 낌새가 평소와 다르다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보통이라면 강이주가 본가에 온 이상, 먼저 구계배와 이미수에게 인사를 드리는 게 순서였다.그런데 구희라는 강이주가 두 어른을 먼저 찾아 뵙지 못하게 일부러 막는 것 같았다.구기빈의 말을 듣고 강이주도 의아한 눈으로 구희라를 바라보았다.처음에는 구희라의 말이 딱히 이상하다고 느끼지 못했다.하지만 구기빈의 질문 한마디가 강이주도 상황을 다시 보게 했다.구희라가 입술을 삐죽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아빠랑 엄마가 왔어.”구호민과 유만정 이야기가 나오면 구희라의 표정은 늘 좋지 않았다.구기빈이 강이주를 데리러 간 사이, 구희라와 부모님 사이에 또 언짢은 일이 있었다는 건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입이 댓 발은 나온 구희라를 보고 강이주가 다가가 가볍게 볼을 꼬집었다.“그만 삐쳐. 입이 그렇게 나오면 땅에 끌리겠다. 하나도 안 귀여워.”강이주는 구희라와 부모 사이가 편치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구희라가 말하지 않아도 부모가 구희라에게 어떤 말을 했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구호민은 원래부터 허도민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이제 허도민이 구기빈에게 밀려 J시를 떠나게 되었으니, 구호민이 그 일을 빌미로 구희라를 몰아붙였을 게 뻔했다.그 일은 구희라 마음 깊숙한 곳에 남은 상처였고, 강이주는 그 상처를 모르지 않았다.구기빈이 구희라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럼 네가 이주 데리고 블루베리 따러 가. 내가 들어가서 보고 올게.”구호민과 유만정이 본가에 올 때마다 구계배와 이미수 두 어른과도 마찰이 생겼다.부부의 교육관이 구계배와 이미수의 생각과 너무 달랐기 때문이었다.구희라는 강이주의 팔짱을 끼었다.“가자. 우리 블루베리 따러 가.”“희라하고 좀 같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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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2화

부모님은 결국 구희라를 위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구희라의 결혼을 집안의 이익을 위한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것뿐이었다.바로 그 점이 구희라가 가장 견딜 수 없는 부분이었다.강이주가 구희라의 머리를 가볍게 톡톡 두드렸다.“그만 화내. 그런데 아까 말한 작은오빠, 진짜 들어온대?”구기빈에게는 구희라 말고도 오래 해외에 머물고 있는 남동생이 하나 있었다.이름은 구희도.구희도와 구희라는 쌍둥이였고, 구희도가 구희라보다 십 분 먼저 태어났다.구희라는 태어났을 때 몸이 약했다. 게다가 쌍둥이를 한집에서 함께 키우는 게 쉽지 않다는 말도 있어서, 구희도는 한동안 본가에서 자랐다.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어서야 구호민이 데려갔다.다만 구희도는 고등학교 때 해외로 나갔고, 그 뒤로 오래 유학 생활을 했다. 명절이나 집안에 큰일이 있을 때만 가끔 국내에 들어왔다.졸업 뒤에는 해외 지사에 남아 그곳에서 경력을 쌓는 길을 택했다.조금 전 구희라의 말로는 구호민이 구희도를 국내로 불러들이려 하고 있었고, 구계배와 이미수는 그 일에 반대하는 모양이었다.강이주는 구씨 집안 내부 사정을 자세히 알지 못했다.구희도에 대해서도 구희라에게 들은 이야기 정도만 알고 있었다.구희라는 쌍둥이 오빠인 구희도를 꽤 따랐다.평소에 만날 일이 많지 않아서 자주 입에 올리지는 않았지만, 구희도 이야기를 할 때마다 말투에는 애정이 묻어났다.“응. 아빠가 작은오빠를 들어오게 하겠대. 알잖아, 오빠가 늘 해외에 있어서 연락도 가끔밖에 못 해. 사실 나는 작은오빠가 돌아오면 좋긴 해.”구희라는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다만 구계배와 이미수는 구희도를 그다지 반기는 눈치가 아니었다.예전에 구희도를 해외로 보낸 것도 두 어른의 뜻이었다.구희라는 아직도 그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강이주가 고개를 끄덕였다.“이전부터 작은오빠 얘기를 자주 했잖아. 돌아오면 너는 좋겠다.”역시 구희도 이야기가 나오자, 구희라의 얼굴에는 조금 전보다 밝은 기색이 돌았다.“응. 그래도 좋은 소식이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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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3화

강이주는 돌의자에 앉았다.멀리서 구희라가 강이주를 부르는 목소리가 간간이 들렸다.강이주는 웃으며 대답했지만 자리에서 일어나지는 않았다.조금 피곤했다.충분히 쉰 뒤에야 강이주는 구희라를 찾아가려고 몸을 일으켰다.그때 멀리서 중년 여성이 강이주 쪽으로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조금 더 가까워지자 강이주는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유만정이었다.편안한 차림의 유만정은 강이주에게 곧장 다가왔다.보아하니 일부러 강이주를 찾아온 듯했다.강이주는 눈앞까지 온 유만정에게 먼저 인사했다.“여사님.”유만정은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네 얘기는 알고 있어. 희라한테 자주 들었어.”구희라가 강이주 이야기를 자주 한 건 사실이었다.강이주는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구희라는 보이지 않았다.강이주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희라 찾으러 오셨어요? 제가 불러올게요.”왠지 모르게 유만정을 마주한 강이주의 마음 한구석이 불안하게 흔들렸다.강이주가 구희라를 부르러 가려고 하자, 유만정이 웃으며 말을 끊었다.“아니야. 희라 찾으러 온 거 아니야. 너 보러 온 거야.”유만정은 바로 본론을 꺼냈다.강이주가 자신을 가리켰다.“저요?”‘나를 왜?’유만정은 강이주 앞에 앉으며 맞은편을 가리켰다.“그래. 앉아. 나하고 이야기 좀 하자.”그제서야 강이주는 유만정이 정말 자신을 노리고 왔다는 걸 확신했다.유만정의 시선 아래, 강이주는 맞은편에 앉았다.두 손을 맞잡은 강이주의 손끝에는 긴장이 묻어 있었다.유만정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저 조금 굳어 있는 강이주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눈을 가늘게 뜬 유만정의 표정에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기색이 은근히 비쳤다.“요즘 우리 기빈이랑 꽤 가깝게 지낸다면서.”유만정이 구기빈 이야기를 꺼냈다.강이주는 그 말을 듣자마자 허리를 똑바로 펴고서 구기빈과의 관계를 설명하려 했다.하지만 유만정은 강이주가 입을 열 틈을 주지 않았다.“강이주, 나도 돌려서 말하지 않을게. 너랑 기빈이는 사는 세계가 달라. 너희 관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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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4화

강이주는 처음부터 끝까지 유만정의 말을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하지만 단 한 번도 자신이 구기빈에게 부족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유만정의 말은 한마디 한마디가 강이주의 가슴을 찔렀으니,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강이주는 유만정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내며 담담히 말했다.“여사님, 저와 기빈 씨의 일은 저희가 알아서 할 수 있습니다.” “여사님이 기빈 씨 어머니라고 해도, 기빈 씨가 누구를 만나고 누구에게 마음을 주는지까지 간섭하실 권리는 없어요.”“더구나 저는 기빈 씨를 좋아합니다. 여사님의 몇 마디 말 때문에 포기할 생각도 없고요.”“저희 집안이 예전만 못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다시 일어설 기회조차 없는 건 아닙니다.”강이주는 자신을 깎아내리는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럼에도 상대가 구기빈의 어머니이기 때문에 최대한 예의를 지키려고 했다.강이주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저는 기빈 씨도 저를 좋아한다고 확신합니다. 여사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잠깐의 흥미가 아니라요.”“그렇게 말씀하시는 건 기빈 씨의 감정을 의심하는 일이고, 기빈 씨가 사람을 대하는 마음까지 폄하하는 일입니다.”“여사님 눈에는 기빈 씨가 남의 마음을 가지고 노는 사람처럼 보이세요? 저는 기빈 씨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믿습니다.”“그런데 어머니이신 여사님은 아들을 그렇게 보시는 건가요?”강이주의 반문에 유만정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강이주는 자신이 구기빈을 좋아하는 게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강씨 집안이 거의 무너질 뻔했던 것도 사실이고, 심원후와 좋지 못하게 끝난 연애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하지만 그 사실들이 강이주의 전부를 뜻하지는 않았다.자신의 감정 앞에서 강이주는 떳떳했다. 전혀 부끄러울 게 없었다.심원후와 만났을 때도 강이주는 그 관계를 배신한 적이 없었다.오히려 상처받은 쪽은 강이주였다.사랑했던 건 사랑했던 것이지만, 내려놓을 때는 확실하게 내려놓았다. 그게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당연히 그 점이 유만정에게 공격받아야 할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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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5화

“그러니 두 분께 남은 선택지는 두 가지뿐이에요. 저희가 서로 아끼며 잘 사는 모습을 참고 보시든가, 보기 싫으면 멀리서 지켜보시든가요.”“여사님이 저를 보고 싶지 않으시듯, 저도 굳이 여사님을 뵙고 싶지는 않습니다.”강이주의 입가에 도발적인 미소가 살짝 걸렸다.“제가 좋아하는 건 구기빈이라는 사람이지, 그 사람의 부모님이 아니니까요. 앞으로 제 곁에서 평생을 함께할 사람은 기빈 씨입니다.”“저희 둘이 서로에게 가장 중요하고, 그 밖의 일들은 저희가 감당하면 됩니다.”말을 마친 강이주는 일부러 유만정 앞에서 당당하게 웃어 보였다.몇 번을 이야기해도 결국 같은 말이었다.처음에는 구기빈의 어머니라는 이유 때문에 강이주는 그냥 넘기려고 했다.하지만 어떤 사람은 침묵을 배려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더 깊이 파고든다.유만정이 강씨 집안을 들먹이며 강이주를 누르고 구기빈을 포기하게 하려고 했다면, 정말 계산을 잘못한 것이었다.강이주는 헛웃음이 났다. 자신과 구기빈은 이미 혼인신고를 마친 진짜 부부였다.그 사실을 유만정 앞에서 꺼내지 않더라도, 설령 두 사람이 겉으로는 그저 연인으로만 보인다 해도, 유만정이 무슨 근거로 저렇게 확신하며 자신을 깔보는지 도무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강이주는 유만정의 오만한 태도를 보며 지정애와 심원희를 떠올렸다.태도도 놀라울 정도로 비슷했다.똑같이 사람을 질리게 만들었다.똑같이 말문이 막히게 했다.유만정은 강이주의 말에 단단히 화가 난 듯했다.부릅뜬 눈이 강이주를 집어삼킬 듯했다.강이주라는 여자를 얕본 모양이었다. 말솜씨 하나는 자신의 예상보다 더 날카로웠다.강이주는 두려워하지 않고 유만정의 시선을 그대로 받아냈다. 자신의 입장은 흔들리지 않았다.그래도 마음이 아무 영향도 받지 않은 건 아니었다.부모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감정, 거기에 유만정이 쏟아낸 모진 말들이 강이주의 마음을 건드렸다.분노를 억누르지 못한 유만정이 자리에서 일어나 강이주에게 뭐라고 더 하려던 때였다.뒤에서 구희라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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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6화

구희라는 강이주의 손을 잡은 채 씩씩거리며 걸었다.뒤따르던 강이주는 그런 구희라가 오히려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다.유만정에게서 충분히 멀어진 뒤에야 구희라는 강이주의 손을 놓았다.“우리 엄마가 무슨 말을 했든, 너는 아무것도 못 들은 거야. 마음에 담아 두면 안 돼. 알았지?”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유만정은 또 집안과 배경 이야기를 꺼냈을 것이다.구희라와 허도민 사이도 그렇게 억지로 갈라졌었다.구희라는 부모가 집안의 격과 조건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잘 알고 있었다.구호민과 유만정의 눈에 결혼은 이익만 가져오면 충분했다. 감정이 있든 없든, 정은 살면서 키우면 된다고 여겼다.강이주는 화가 난 친구를 보며 살짝 웃었다.“알았어. 마음에 안 담아 뒀어. 너도 그만 화내.”“또 그 얘기였겠지. 진짜 지겹다.”구희라는 말하다가 헛웃음을 터뜨렸다.똑같은 수법을 강이주에게까지 쓰려고 하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구희라가 허리에 손을 얹고 차갑게 말했다.“나랑 오빠는 원래 아빠 엄마 사고방식을 안 따라. 이주야, 내가 살면서 오빠가 누구를 이렇게 먼저 쫓아다니는 거 처음 봤어. 너는 오빠한테 정말 특별해.”“부모님이 아무리 끼어들어도 너는 우리 오빠하고 꼭 붙어 있어. 절대 흔들리면 안 돼. 알았지?”구희라는 단호한 눈으로 강이주를 바라보았다.어쩌면 자신의 끝나 버린 감정이 떠올랐는지, 목소리에는 조금 격한 감정도 섞여 있었다.처음의 허도민은 지금처럼 형편없는 사람이 아니었다.허도민도 두 사람의 감정을 지키려고 반항했고, 온 힘을 다해 싸운 적도 있었다.하지만 구씨 집안 부모의 방식은 너무 치밀했다.나중에 허도민이 그렇게 무너졌어도, 구희라는 시작만큼은 아름다웠다고 믿고 있었다.허도민에게 원망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자신의 감정 자체가 형편없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결국 시간과 사람의 마음 앞에서 진 것뿐이었다. 사람의 마음은 함부로 시험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구희라의 흥분을 느낀 강이주는 친구의 손을 잡고 손등을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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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7화

그때 구기빈은 강이주의 허리를 감싼 채 입을 맞추고 있었다.입술을 떼며 구기빈이 조용히 물었다.“어머니가 당신한테 뭐라고 했어?”유만정이 자신 몰래 강이주를 찾아갔다는 말을 들은 뒤부터, 구기빈에게서는 서늘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그 불쾌함은 숨기려 해도 숨길 수가 없었다.강이주도 그걸 느낄 수 있었다.백 허그 자세로 있던 강이주는 그 말을 듣고 몸을 돌렸다. 두 사람은 마주 보고 섰다.구기빈의 품에 안긴 그대로, 강이주는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우리 집안은 예전만 못하고, 내 집안 배경이 당신한테 어울리지 않는대. 일찌감치 마음 접고 당신 발목 잡지 말래.”강이주는 유만정이 자신을 깎아내린 말을 거의 빠짐없이 구기빈에게 전했다.구기빈에게 뭔가를 해 달라고 하려는 건 아니었다. 그저 유만정의 말을 숨겨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감히 그런 말을 했으면, 그대로 다른 사람에게 전해지는 것도 감수해야 했다.그 말을 다 듣고 나자 구기빈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는 강이주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그래서 당신은 뭐라고 대답했는데?”구기빈의 눈빛은 점점 더 깊어졌다.어머니가 강이주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도 중요했지만, 구기빈에게 더 중요한 건 강이주의 대답이었다.강이주가 눈앞의 남자를 보며 웃었다.“당신은 내가 어떻게 대답하길 바랐어?”강이주는 일부러 자기 답을 바로 알려 주지 않고 구기빈을 놀렸다.구기빈은 허리를 감싼 손에 조금 더 힘을 주면서 목소리가 낮아졌다.“당신은 내가 말하는 대로 할 거야? 그럼 내가 당신을 평생 내 곁에 묶어 두고 싶다고 하면? 당신은 그걸 원해?”강이주는 부드럽게 일렁이는 구기빈의 시선을 마주했다. 까치발을 들고 남자의 입가에 입을 맞췄다.“당연하지. 기꺼이 얼마든지 원해. 걱정하지 마. 당신이 어느 날 마음을 바꿔서 나를 버린다고 해도, 나는 당신 곁을 떠나지 않을 거야.”“나는 이번 생은 당신으로 정했어. 하늘 끝까지 저승 끝까지라도, 당신이 가는 곳이면 나도 따라갈 거야. 말로만 사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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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8화

다음 날 아침.강이주는 구희라가 전화를 한 통 받더니 급하게 나가는 것을 보았다.원래는 구희라에게 같이 놀러 갈 생각이 있냐고 물어보려고 했다.하지만 함께 놀아 줄 친구가 눈앞에서 당당하게 도망쳐 버렸다.강이주는 김이 빠진 듯 한숨을 쉬었다.“얘 혹시 연애하나? 드디어 연애의 신이 양심을 되찾고 우리 희라한테 인연을 하나 이어주려는 걸까?”옆에 앉아 있던 구기빈도 강이주의 말을 따라 구희라가 사라진 방향을 보았다.“진호한테 쟤 요즘 동선 좀 알아보라고 할까?”구기빈도 요 며칠 구희라가 지나치게 들떠 보인다고 느끼고 있었다.강이주는 고개를 돌려 옆의 남자를 보았다.“그 정도까진 아니지 않아? 희라는 누구한테 얽매이는 거 싫어하잖아. 됐어. 당신이 조사한 거 알면 반감이 생길 거야.”친구의 성향은 강이주가 잘 알고 있었다.허도민 일 이후 구희라는 특히 통제 받는 걸 싫어했다.“다 당신 말대로 할게. 어쨌든 당신은 희라가 제일 좋아하는 새언니니까.”구기빈이 강이주의 말에 동의했다.강이주는 그 말에 일부러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괜히 능청 떨지 마.”구기빈이 곧장 허리를 반듯하게 세웠다.“알았어. 안 떨게.”그 모습을 보고서야 강이주는 만족한 듯 웃었다.“내 쇼핑 메이트가 도망갔으니까, 그럼 당신이 나랑 같이 가.”강이주가 구기빈에게 초대하듯 말했다.애초부터 구기빈을 데려갈 생각이 있긴 했다.“그럼 당연히 나를 데려가야지. 계산이랑 가방 드는 건 전부 내가 맡을게.”구기빈은 가슴을 두드리며 장담했다.강이주는 곧장 구기빈을 데리고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전에 일부러 사 둔 커플룩이었다.연한 회색 트레이닝 세트.구기빈은 긴 바지, 강이주는 무릎까지 오는 플리츠스커트였다.신발까지 커플 디자인으로 맞춰 놓았다.두 사람의 차림을 본 구기빈은 입꼬리가 귀밑까지 찢어질 듯했다.구기빈은 강이주의 이런 준비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마음속으로는 앞으로 강이주가 커플룩을 더 많이 사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강이주는 구기빈이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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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9화

강이주는 디자인 시안을 받아 들고 웃었다.“감사합니다.”강이주는 시안을 옆의 구기빈에게 건넸다.“이 디자인 마음에 들어?”구기빈은 시안을 받아 한 장씩 넘겨보았다.“팔찌?”‘오늘 나를 데리고 온 이유가 순금 팔찌 하나 만들려는 건가?’구기빈은 시안에 적힌 재료가 금이라는 것을 보았다.시안 속 체인은 덩굴이 감긴 형태였고, 짧은 간격마다 작은 나비 장식이 달려 있었다.“아니야.”강이주는 고개를 저었다.팔찌가 아니었다.구기빈이 고개를 들고 의아한 눈으로 강이주를 보았다.‘팔찌가 아니면 뭘까?’강이주가 웃으며 말했다.“발찌야. 당신이 직접 만들어서, 당신 손으로 내 발목에 채워 줘. 해 줄래?”강이주는 전에 구기빈이 여러 번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구기빈은 자신을 곁에 묶어 두고 싶다고 말했었다.그 말이 진심이든 농담이든, 강이주는 잊지 않았다.정말 쇠사슬을 발목에 차고 밖으로 다니면 보는 사람마다 놀랄 게 뻔했다.그런 부부만의 장난은 문을 닫고 둘이서만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었다.하지만 발찌라면 훨씬 부드러운 방식이었다.발찌의 디자인은 구기빈이 강이주에게 준 반지에서 이어 온 것이었다.금으로 만들고, 나비 장식에는 붉은 보석을 박기로 했다.강이주는 그 디자인이 꽤 마음에 들었다.남는 금과 푸른 보석으로는 남자용 브로치도 디자인했다. 강이주의 발찌와 한 세트가 되는 물건이었다.덩굴이 감겨 있는 가운데, 날아오르려는 나비가 단단히 감싸고 있는 모양.나비의 날개에는 푸른 보석이 박힐 예정이었다.브로치는 한쪽이 덩굴, 다른 한쪽은 반쯤 드러난 나비 날개 형태였다.브로치에는 작은 체인도 있었다. 열쇠 모양의 작은 장식이 나비 날개 아래에 숨겨지듯 달리도록 설계했다.그 작은 열쇠는 강이주가 직접 고안한 장치였다.그 열쇠로 강이주 발목의 발찌를 열 수 있었다.발찌 연결 부위를 잠금장치처럼 만들었고, 오직 구기빈의 브로치로만 열리게 했다.발찌와 브로치를 만드는 금은 강이주가 직접 가져온 골드바를 녹여서 쓰기로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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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0화

해가 기울어질 무렵에야 강이주의 발찌와 구기빈의 브로치가 완성됐다.붉은 보석과 푸른 보석도 모두 두 사람이 직접 끼웠다.강이주는 구기빈의 브로치에 푸른 보석을 박았고, 구기빈은 강이주의 발찌에 붉은 보석을 박았다.공방 사장이 마감과 광택 작업을 끝낸 완성품을 트레이에 올려 가져오자, 강이주는 무척 만족스러워했다.“앉아.”구기빈은 강이주의 손을 잡아 실내 소파에 앉혔다.강이주가 앉자, 구기빈은 한쪽 무릎을 꿇고 강이주 앞에 앉았다. 손을 뻗어서 강이주의 발을 들어 올렸다.강이주는 그 동작에 놀라 발을 빼려 했다.“더러워. 밤에 집에 가서 해도 돼.”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구기빈은 강이주의 발을 자기 무릎 위에 올렸다.강이주의 신발 밑창이 더러운지 아닌지는 구기빈에게 아무 문제가 아니었다.구기빈은 강이주를 향해 살짝 웃었다. 이어 강이주의 치맛단과 양말 끝을 조심스럽게 정리해 하얗고 가는 발목을 드러냈다.“움직이지 마. 그대로 있어.”넓은 손으로 강이주의 발목을 감싸면서, 발을 빼려는 움직임을 막았다.구기빈이 그렇게 나오니 강이주도 더는 발을 거둘 수 없었다.강이주는 붉어진 얼굴로 살며시 발을 구기빈의 무릎 위에 올려 두었다.눈앞의 남자가 직접 발찌를 채워 주는 모습을 바라보았다.붉은 보석은 강이주의 흰 피부를 한층 더 돋보이게 했다.처음에 구기빈은 발찌에 작은 방울 두 개를 달고 싶어 했다. 하지만 강이주는 너무 튄다고 했다.걸을 때마다 딸랑딸랑 소리가 나면 사람들의 시선이 너무 많이 쏠릴 게 뻔했다.강이주가 민망해하는 걸 보고 구기빈은 결국 방울을 포기하기로 했다.구기빈은 한 걸음마다 소리가 나는 그 의미가 마음에 들었었다.하지만 강이주가 싫다고 하니 어쩔 수가 없었다.그 점이 조금 아쉽긴 했다.강이주는 천천히 발을 거두며 구기빈에게 얼른 일어나라고 눈짓했다.구기빈은 얌전히 일어서며 공방 사장 쪽을 보았다.“아까 찍은 사진들 전부 제 핸드폰으로 보내 주세요.”구기빈은 말을 하며 핸드폰을 꺼내 블루투스를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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