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생각이 가시지 않았다. 이정환 포트폴리오, 재하 표정, 그 사이 어딘가에 걸린 찝찝함이.다음 날 자리에 앉으려다 멈췄다. 책상 위에 컵이 하나 놓여 있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컵 아래 깔린 포스트잇.`괜찮아요?`지안은 포스트잇부터 떼어 구겼다. 쓰레기통에 버리진 않고 서랍 맨 안쪽에 밀어 넣었다. 버리지도 못하고 숨기는 쪽이 제일 웃겼다.맞은편에선 재하가 이미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좋은 아침입니다, 선배님" 정도는 붙였을 인간이, 오늘은 눈만 한번 올렸다가 내렸다. 말은 안 걸면서 커피는 놓고 가는 사람. 지안은 컵만 한번 들었다가 내려놨다. 재하는 끝까지 고개를 안 들었다.서연이 옆에서 그걸 보더니 말했다."오지안, 너 오늘 눈이 작아졌다.""원래 이 정도야.""아니거든."서연은 더 안 캐고 자기 모니터로 돌아갔다.피곤한 건 맞았다. 잠을 제대로 못 잤으니까. 다만 그 이유가 야근이 아니라 어젯밤 화면 두 개였다는 점이 더 피곤했다.오전 회의는 태준까지 들어오면서 조금 더 팽팽해졌다. 클라이언트가 다시 요구한 수정안 때문에 영업, 크리에이티브, 전략이 같이 붙는 자리였다. 소율은 매체 쪽 수치 정리표를 들고 들어왔고, 서연은 벌써 짜증난 얼굴로 태블릿을 넘기고 있었다."이거 또 바뀌었네요."태준이 자료를 보며 말했다."타깃을 넓히자더니 다시 좁히자고요.""클라가 원래 그렇죠."지안이 바로 받았다."말 바꾼 건 바꾼 거고, 그럼 메시지 축도 다시 잡아야 해요.""오대리는 어떻게 보는 게 맞을 것 같아요."태준이 물었고, 지안은 화면을 돌려 포인트를 짚었다. 문제 정의, 소비자 핑계, 해결 포지션. 말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속도가 붙었다. 그 순간만큼은 어젯밤 화면도, 포스트잇도 다 멀어졌다. 원래 자기 자리로 돌아오는 건 늘 일이었다."그러니까 제품 장점을 먼저 세우지 말고, 왜 지금 이걸 고를 이유가 필요한지부터 밀어야 해요.""맞아요."재하가 바로 받았다."선배님이 잡은 방향이 이쪽이 더
Zuletzt aktualisiert : 2026-04-21 Mehr le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