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안은 결국 뒤돌아보지 않았다.가방을 들고 먼저 나왔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방금 본 화면 일부가 자꾸 눈앞에 남았다.공모전 규정. 이의 제기. 첨부 서류. 재하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이제 대충 알았다. 정작 걸리는 건 그걸 알면서도 붙잡고 싶지 않다는 거였다.집에 돌아오자마자 외장하드를 꺼냈다. 서연 말대로 감정이랑 자료는 따로 놔야 했다. 노트북을 켜고 폴더부터 다시 정리했다.`2018_adfest_final``PT_last_real``mail_capture`파일명은 여전히 촌스럽고 급했다. 그때는 그게 전부다. 졸업 직전이었고, 취업이 급했고, 싸울 기력도 없었다.그런데 지금은 다르게 봐야 했다. 누가 더 상처받았는지가 아니라, 누가 만들었고 누가 가져갔는지로.지안은 숨을 한번 고르고 문서들을 날짜순으로 다시 묶었다. 메일 발신 시점, 발표본 수정 날짜, 저장본 버전.손은 차분하게 움직였는데, 머리는 계속 다른 쪽으로 흘렀다.재하가 지금 뭘 하고 있을지. 그 사람이 가진 건 자기보다 훨씬 많을 텐데, 그걸 진짜 꺼낼 생각인지.문득 짜증이 올라왔다.이제 와서.그 말이 목 안에서 한번 걸렸다가 내려갔다. 늦었다는 생각과, 그래도 해야 하는 건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같이 올라오는 게 피곤했다.노트북을 덮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보기로 했다. 이대로 더 했다간 감정만 터져 나올 것 같아서.휴대폰이 몇 번 울렸지만 확인 안 했다. 재하 쪽에서 온 건 아니었다.서연이 보낸 링크 두 개와, 소율이 올린 단체방 공지, 팀장 수정안 확인 메시지. 평소 같으면 바로 답했을 텐데 오늘은 다 조금씩 늦었다. 손이 느린 게 아니라, 마음이 자꾸 다른 쪽으로 가서.지안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한참 외장하드만 쥐고 있었다. 재하가 진짜 움직이면 어쩌지, 라는 생각과 이제 와서 움직이면 뭐가 달라지지, 라는 생각이 번갈아 올라왔다. 둘 다 싫었지만, 또 무시할 순 없다.그리고 그 사이 어딘가에, 아직 이름은 못 붙이겠지만 화만으로는
Zuletzt aktualisiert : 2026-04-27 Mehr le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