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서 집을 보고 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유진은 그에게 어떤 업데이트도 주지 않았다.새로 구한 집이 어디인지,계약은 잘 진행되었는지,언제 짐을 옮기는지조차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하지만 요스케는 굳이 묻지 않아도 직감할 수 있었다.매일 새벽마다 실험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어김없이 마주치던 유진…그녀의 가녀린 실루엣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그리고 이제는 아주 가끔씩만…늦은 밤에만 실험실에 남아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다가 서둘러 자리를 떴다.요스케는 알았다.그녀가 이미 자신만의 은신처로 이사를 끝마쳤다는 것을…그와 동시에 두 사람이 새벽이라는 은밀한 시간대를 공유하며 마주 할 특별한 이유도 자연스럽게 사라져 버렸다.그렇게 유진은 요스케의 세계에서 다시 한 발자국 더 멀리 달아났다.항상 이런 식이었다.요스케가 아주 조금 다가갔다고 생각하면,그녀는 어김없이 그 거리만큼,혹은 그보다 더 멀리 도망쳐 버렸다.달팽이가 단단한 껍데기 속으로 몸을 숨기듯 방어벽을 세웠다.그래서 그는 섣불리 그녀를 붙잡을 수도 없었다.여기서 더 강하게 붙잡는다면…그의 앞에서 그대로 도망쳐 영영 사라져 버릴 테니까…결국 다가서지도 물러서지도 못한 채…두 사람 사이에는 다시금 묘하고도 서먹한 어색함이 감돌기 시작했다.그렇게 며칠이 지난 오후.실험실 파티션 너머로 유진이 누군가와 통화하는 목소리가 나직하게 들려왔다.수화기 너머의 상대에게 내뱉는 그녀의 어조는 온기를 전부 잃어버린 듯 너무도 차갑고 냉정했다.[또 무슨 일이지…?]파티션에 기댄 채 펜을 만지작거리던 요스케의 미간이 좁아졌다.이토록 어쩌다 우연히 건너 들리는 그녀의 서늘한 목소리 단 한 조각만으로도,유진은 그의 심장을 제멋대로 들었다 놓았다 했다.그녀의 일거수일투족에 온 신경이 곤두서는 스스로가 당혹스러울 정도였다.잠시 후 통화를 끝낸 유진이 무거운 한숨을 쉬며 실험실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가방 지퍼를 닫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유진이 파티션 너머의 요스케를
최신 업데이트 : 2026-06-04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