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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렌스의 장미는 시들지 않는다
플로렌스의 장미는 시들지 않는다
Penulis: nomady

1화. 검은 결혼식(1)

Penulis: nomady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5-15 09:20:16

성당의 천장에 매달린 수십 개의 샹들리에는 단순한 조명 기구가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빛의 폭포였고, 그 아래 서 있는 라리엘에게는 날카로운 바늘의 군집이었다.

화려하게 세공된 수백 개의 수정 조각들이 빛을 굴절시킬 때마다 성당 내부의 공기는 비현실적으로 일렁였다.

거울처럼 매끄럽게 닦인 대리석 바닥 위로 부딪혀 산산이 조각나는 빛줄기들은 라리엘의 시야를 어지럽혔다.

제단으로 향하는 길은 핏빛 이었다. 수천 송이의 장미 꽃잎들이 양탄자처럼 두껍게 깔려 막 꺾어낸 꽃 특유의 짙고 달큰한 향기가 진동했다.

사람들은 그 향기를 ‘사랑의 향기’라 칭송했지만, 라리엘에게 그것은 갓 흘린 피의 비릿함과 다를 바 없었다.

바스락.

꽃잎을 밟을 때마다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려왔다. 라리엘의 자존감이, 그녀의 미래가, 그리고 플로렌스 가문의 명예가 되돌릴 수 없이 짓밟히는 파열음처럼 들렸다.

라리엘 플로렌스. 아니, 이제는 라리엘 폰 알브릭.

새하얀 실크 위에 은사로 정교한 문양이 수놓아진 웨딩드레스는 소매 끝마다 달린 진주들이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은은한 광채를 내뿜었다.

그러나 라리엘에게 이 옷은 옷이 아니라 족쇄였다.

베일 아래 가려진 그녀의 얼굴은 대리석 조각처럼 고요했다.

설렘도, 기대도, 미래에 대한 희망도 거세된 눈이었다.

오직 이 치욕스러운 시간을 견뎌내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존 본능만이 그녀를 지탱하고 있었다.

웅장한 파이프 오르간의 연주가 멈추고, 성당을 가득 메웠던 소음이 일순간 잦아들었다. 무거운 침묵을 깨고 주례사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신랑 아르덴 폰 알브릭 공작은, 신부 라리엘 플로렌스 영애를 아내로 맞아 평생을 사랑하고 아끼겠습니까?”

그 질문이 던져지는 순간, 성당 안의 공기가 급격히 냉각되는 기분이었다. 하객들의 시선이 일제히 신랑에게로 쏠렸다.

라리엘은 숨을 죽인 채 곁에 선 남자의 옆모습을 응시했다.

아르덴 폰 알브릭.

태양빛을 녹여 만든 듯 찬란한 금발은 단 한 가닥의 흐트러짐도 없이 정돈되어 있었다.

그가 걸친 검은색 예복은 그의 창백한 피부와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그를 더욱 범접할 수 없는 존재로 보이게 했다.

무엇보다 라리엘을 전율케 한 것은 그의 푸른 눈동자였다. 그것은 겨울의 한복판에서 얼어붙은 호수와 같아, 그 깊은 수면 아래 어떤 괴물이 잠들어 있는지 도저히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렇다.”

짧고 낮은 대답이었다.

거기엔 한 방울의 애정도, 일말의 떨림도 없었다.

사랑의 맹세라기보다 거액의 채무 관계를 청산하는 계약서 위에 인장을 찍는 사무적인 음성이었다. 그의 목소리가 성당의 높은 천장에 부딪혀 되돌아올 때마다 라리엘은 몸을 떨었다.

무의식중에 주먹을 꽉 쥐었다. 정교하게 다듬어진 손톱이 연약한 손바닥 살을 파고들었다. 욱신거리는 통증이 느껴졌지만, 그녀는 오히려 그 감각에 매달렸다.

고통만이 유일하게 그녀가 살아있음을 증명해 주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보다 더한 고통을 이미 겪어본 그녀에게 신체적인 자극은 사소한 소음에 불과했다.

3개월 전, 가문의 파산 직전 그녀를 찾아와 이 미친 제안을 건넸던 남자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왔다.

‘라리엘, 네 아버지가 남긴 도박 같은 빚은 이제 네 동생들의 목숨을 담보로 잡고 있지. 방법은 하나뿐이야. 내 성으로 들어와. 알브릭의 성을 쓰게 해주는 대신, 너는 평생 나의 그림자로 살면 돼.’

먼저 거래를 제안한 것은 아르덴이었다. 그는 도망갈 길을 모두 차단하고, 굶주린 늑대처럼 그녀가 제 발로 덫에 걸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가문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의문의 마차 사고로 죽은 아버지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그녀는 그 덫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아르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한때는, 정말 아주 먼 옛날 같은 한때는 이 얼굴이 세상에서 가장 다정하게 느껴졌던 시절이 있었다.

공작저 정원의 따스한 햇살 아래서, 어린 아르덴은 그녀와 함께 책을 읽어주던 소년이었다.

몰래 부엌에서 과자를 훔쳐 먹다 들켜 함께 손을 잡고 도망치던, 웃을 때면 푸른 눈동자가 부드럽게 휘어지던 소년.

하지만 지금 그녀의 앞에 서 있는 남자는 그 소년의 껍데기를 쓴 악마였다.

아버지를 의문의 죽음으로 몰아넣고, 플로렌스 가문이 몰락하자 결국 막대한 빚을 빌미로 그녀의 인생을 통째로 집어삼킨 냉혹한 포식자였다.

하객석에서는 귀족들의 은밀한 속삭임이 끊이지 않았다. 부채 뒤에 숨겨진 입술들은 독을 머금은 화살이 되어 날아왔다.

“보라고, 제국 최고의 부자가 몰락한 가문의 딸을 거둬주는 꼴을.”

“자선사업가라도 된 모양이지? 아니면 소문대로 그 인장이 찍힌 단추 때문에 입막음이라도 하려는 건가?”

“빚 대신 딸을 넘긴 거겠지. 백작이 죽으면서 남긴 유일한 자산이 저 얼굴뿐이었으니.”

그 말들은 차가운 바람처럼 스쳐 지나갔지만, 정확히 라리엘의 심장에 박혀 흉터를 남겼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버텼다. 주례사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신부 라리엘 플로렌스 영애는, 신랑을 남편으로 맞아…”

그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라리엘의 눈앞에 6개월 전의 참혹한 광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장대비가 쏟아지던 날, 차갑게 식어 돌아온 아버지의 시신. 마차 사고라는 공허한 수사 결과. 그리고 시신의 손안에 꽉 쥐여 있던 알브릭 공작가의 인장이 선명히 새겨진 단추 하나.

사고 전날 밤, 아버지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어 보였다.

‘아르덴을 만나고 오마. 그 아이는 내 오랜 친구의 아들이자, 내가 가장 믿는 사람이니까. 걱정 마라, 라리엘.’

그 ‘믿음’의 결과가 이것이었다. 가문의 파멸과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살해 용의자와의 결혼. 라리엘은 떨리는 숨을 들이켜며 대답했다.

“네, 맹세합니다.”

그것은 신에게 바치는 맹세가 아니었다. 반드시 살아남아 진실을 파헤치겠다는, 그리고 아르덴 폰 알브릭의 목에 칼을 꽂겠다는 피의 서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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