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사람이 모여 사는 오피스텔 30층에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테리였다.그녀는 의사가운 대신 가죽 재킷을 입고 양손에는 피자 상자를 들고 있었다."와, 여기 진짜 대박이네. 루카스, 당신 돈 좀 썼네요?"테리는 아리나의 집 거실에 주저앉아 피자를 한 조각 집어 들었다.그녀의 시선은 구석에서 조용히 성경을 읽고 있는 카시엘에게 향했다."카시엘, 당신 안색이 왜 그 모양이야? 모델 일 한다고 영혼이라도 팔아 버린거야? 엉망이네.."테리는 의사답게 카시엘의 신체 변화를 예민하게 포착했다.카시엘은 답하지 않았지만,그의 손목에 감긴 소매 아래로 검은 멍과 비슷한 무늬가 번지고 있었다.인간들의 집단적인 욕망과 시선에 노출되면서천사의 순수성이 오염되고 있다는 증거였다."교수님, 카시엘이 좀 피곤해서 그래요. 촬영이 워낙 많거든요."아리나가 방에서 나오며 카시엘을 변호했다.테리는 아리나를 보며 진지하게 물었다."아리나, 너 조심해. 카시엘이 빛을 받을수록 주변에 그림자도 짙어져. 아까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오는데, 복도 끝에서 기분 나쁜 한기를 느꼈어. 루카스가 설치한 센서? 그거 순전히 인간용이야. 악마들한테는 그저 장난감이라고..."루카스는 피자를 먹다 말고 테리를 노려 보았다."교수님, 초 치지 마시죠. 내 보안 시스템이 얼마나 철저한데."하지만 테리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그날 밤, 모두가 각자의 방으로 돌아간 뒤,오피스텔 복도의 전등이 이유 없이 깜빡였다.루카스가 설치한 최첨단 센서들은 조용히 꺼졌고,아리나의 방문 앞에는 형태가 없는 검은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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