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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보스의 순정: Chapter 11 - Chapter 20

81 Chapters

11

눈을 떴다. 희미한 빛에 의지해 눈을 깜빡이자 도혁의 맨 가슴이 눈에 보였다. 어젯밤의 강렬한 기억이 떠오르자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 같았다. 세나는 제 몸을 단단하게 감싸고 있는 도혁의 팔을 풀어 내려 몸을 비틀었다. 아… 아래에서 강한 통증이 느껴졌다. “일어났어요?” 도혁은 진작에 일어났지만 세나가 깰때까지 누운 채 기다리던 중이었다. “몇 시예요?” 룸은 아직 어둑해 몇 시나 됐는지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9시쯤? 몸은 괜찮습니까?” 몸을 움직일 때마다 허리 아래가 화르륵 불타는 것 같지만 괜찮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인상을 쓴 채로. 도혁이 찡그린 두 눈썹을 손가락으로 쓱 문지른 후 몸을 일으켰다. 가운을 가져와 이불로 앞을 가리고 있는 세나의 어깨를 덮어 주었다. “식사는 룸서비스로 먹죠.” 가운을 입고 일어나는데 다리가 풀려 스르르 침대에 주저 앉았다. “이런.” 그 모습을 본 도혁이 침실을 나가려다 세나 앞으로 와서 섰다. 괜찮다고 말하려는데 세나의 몸이 공중으로 들렸다. 짧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도혁의 목을 꽉 안았다. “괜찮아요. 내려 주세요.” 도혁은 욕실 거울앞에 세나를 내려 주었다. “힘들게 해서 미안해요. 씻고 나와요.” 괜찮다고 하지만 세나의 온 몸이 괜찮지 않다고 말하고 있었다. 세나를 어르고 달래며 의식같은 첫 날밤을 끝내긴 했지만 결국 울먹이던 얼굴이 마음 한 구석에 새겨졌다. 본능마저 통제가능한 범위안에 있던 도혁인데 어젯밤에는 이성의 끈이 툭하고 끊어졌다. 제 몸 아래에서 가는 숨을 색색 내밭으며 울먹이던 세나를 보자 미안한 감정이 울컥 올라왔다. 여자의 눈물에 어쩔줄 몰라 하며 세나를 안고 등을 쓸어 주고 아파서 일어 나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밤을 샜다. 오늘은 아무데도 나가지 말고 온전히 휴식하는데 써야 겠다. 도혁은 룸서비스 주문을 위해 전화를 들었다. ***** 새벽 5시. 도혁이 일어 났다. 매일 같은 시간에 눈을 뜨고 같은 시간에 운동을 하는 그였다. 알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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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에 올려진 진한 보라색의 카드. “필요한 거는 이걸로 써요. 한도는 없어요.” 카드와 도혁의 얼굴을 번갈아 보는 세나에게 도혁이 카드를 쥐어 주었다. “뭘 사든, 어디에 쓰든 상관 없어요. 하고 싶은 거 하고 사고 싶은 거 사면 됩니다.” 얼떨결에 손에 들린 카드를 보며 세나가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도혁은 그 고맙다는 인사마저 자신에게 선을 긋는 행동으로 느껴졌다. 마음 한 켠이 뻥 뚫린것 같았다. “퇴근은 7시쯤 하죠. 저녁은 집에서 먹는 걸로 하고.” 제 할 말만 하며 현관으로 향하는 도혁의 뒤를 세나가 따랐다. “네.” 구두에 발을 넣고 현관 출입문을 열던 도혁이 멈칫하며 문을 닫았다. “갔다 올게요.” 문을 열고 나가려다 다시 들어 온 도혁이 세나의 앞에 섰다. "다녀 올게요." 큰 산같은 도혁의 몸이 세나에게 가까워 지는가 싶더니 그의 입술이 뺨에 닿았다. '촉'하는 소리와 함께. 세나가 깜짝 놀라 한 발자국 뒤로 물러 섰다. 저도 모르게 나온 반응이었다. 얼떨떨한 채로 어떤 대답도 하지 못 하고 있자 도혁이 뺨을 한 번 쓸어 내렸다. "저녁에 봅시다." 놀란 얼굴의 세나를 남겨 두고 도혁이 나갔다. 두 손바닥으로 열이 오른 뺨을 감싼 세나가 눈을 질끈 감았다. 아버지 회사의 부도를 막아 주는 대신 이루어진 결혼. 이 제안의 이면에는 만남을 거절한 제가 괘씸해서 옆에 묶어 두려한 것. 결국은 애정없는 결혼. 세나는 도혁의 마음이 그렇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이 행동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생각해 봤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해석 불가능. ***** 결혼식 후 첫 출근한 도혁이 비서실 직원들의 축하를 받으며 집무실 문을 열었다. “회장님. 신혼 여행을 잘 다녀 오셨습니까.” 뒤따라 들어온 태오가 다 알면서도 능청을 떨었다. “잘 갔다 왔지. 카지노 VIP갈라쇼만 아니면 외국이라도 갔다 왔을 건데.” 코트와 수트 재킷을 옷걸이에 걸고 책상에 앉았다. 태오가 도혁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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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에 잠깐 닿은 그 입술이 뭐라고.세나의 온 몸이 붉어지는 것 같았다.그보다 더한 것도 했으면서 이 정도에 설렐일 인가 싶었다.길게 숨은 뱉은 세나가 정신을 차리고 주방으로 갔다.도혁이 출근하고 난 집은 적막했다. 커피잔을 씻어 놓고 거실로 나가자 이제 해가 뜨는지 밖이 어스름했다.서서히 제 존재를 드러 내는 겨울해를 보며 세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생각했다.학교 오케스트라 수업은 주로 오후였고, 오전은 부모님 회사에 나가 일을 도왔는데 할 일이 없었다.결혼을 하며 학교 오케스트라 수업은 그만 뒀다. 결혼 허락을 받으며 부모님을 설득할 때 걱정없이 바이올린만 하고 싶다던 세나의 말을 도혁이 기억했다.오디션이 있으면 그것에만 집중하라고.다행히 개학전이라 세나의 사표는 쉽게 받아들여졌다.늘 바쁘게 살아 온 세나는 이 고요가 어색했다.뭐라도 해야지.도혁은 엄청난 금액을 지불해 아버지 회사의 부도를 막았다.그렇게 지불한 기대에 부응하려면 시간을 허투루 쓸 수는 없었다.한강 조망권을 가진 이 고급 빌라의 탑층 펜트하우스는 도혁이 살던 집이었다.혼수를 준비할 것도 없이 결혼식만 올리고 그가 살던 집에 세나만 들어와 신혼집이 되었다.신혼집으로 가져 온 세나의 짐이라고는 바이올린과 당장 입을 옷이 전부였다.결혼식을 올리는 날짜가 너무 촉박한데다 모든 게 갖춰져 있는 도혁의 집에 필요한 게 없다고 했다.다행히 시어머니인 서애리도 수긍해 줘서 세나는 혼수라고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침실옆의 드레스룸으로 가 친정에서 가져다 놓은 옷부터 정리하기로 했다.한 쪽면을 가득 채운 검은 색이 눈에 먼저 들어 왔다.수트만 줄지어 걸려 있었다. 검은 색 수트 다음 검은색 수트, 다음 검은색.뭐가 다른 거지?세나의 눈에는 옷감의 차이만 보일뿐 다 같은 옷으로 보였다.장례식장에만 다니나?온통 검은 수트들을 보니 차가운 도혁의 얼굴이 떠올랐다.잘 웃지 않는 입매.속을 알 수 없는 깊은 눈.그래서 무서웠나 보다.그런 그가 출근 길에 한 볼키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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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갈아 입고 오세요.”드레스룸으로 가는 도혁의 뒤를 세나가 따르며 말했다.고개를 돌려 자세히 보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도혁은 드레스룸에만 시선을 두었다.평범한 옷에 앞치마 하나 걸쳤을 뿐인데 그런 세나가 너무 자극적이라 눈을 맞출 수가 없었다.당장 달려 들어 입술을 빨고, 목에 코를 박고 깊게 숨을 쉬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환상적인 곡선과 직선이 잘 어우러진 몸을 감싸고 있는 저 천쪼가리들을 벗기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세나에게 몸을 묻고 싶지만…미친 놈처럼 다짜고짜 손을 잡아 끌고 침대로 뛰어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배꼽아래로 뜨거운 기운이 부글부글 끓어 오르는 것을 참고 도혁은 드레스룸의 문을 열었다.도혁이 대답없이 드레스룸 문을 닫자 세나는 당황했다.그래라든가 알겠다라는 대답도 없이 세나 앞에서 문을 닫아버렸기 때문이었다.퇴근하고 들어올 때 부터 기분이 안 좋아 보이긴 했다.사람이 들어 올때 마중하는게 당연하다고 배운 세나는 현관에서 도혁이 들어 오기를 기다렸다.눈이 마주쳤는데도 별 다른 말 없이 쓱 세나앞을 지나쳐 드레스룸으로 가 버렸다.도혁에게 할 말이 있는데 다음으로 미뤄야 하나 고민을 하며 주방으로 발을 옮겼다.이미 다 해 놓은 음식을 식탁에 올리기만 하면 되는 터라 준비라고 할 것도 없었다.왜 기분이 좋지 않을까.세나는 괜히 도혁의 눈치가 보였다.샤워를 하고 가운을 걸친 도혁이 다이닝룸에 모습을 드러냈다."식사합시다.""네."같이 하는 저녁 식사가 시작됐다."오늘은 뭐 했습니까."일과 보고를 원하는 건가.별로 보고할 것도 없는 일과를 시간대별로 브리핑하듯 보고했다.사소한 것들까지."그래서 말인데요..."다음으로 미룰까 고민하던 말을 꺼냈다."요리...학원에 다니고,싶어요."도혁이 오케스트라 수업도 그만 두기를 원했으니 세나가 원하는 것, 하나쯤은 들어줄 것 같았다.이 남자는 주고 받는 것에는 정확한 사람이니까.매일도 아니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라는 희망 회로를 돌리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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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혁이 출근하자마자 태오에게 요리 전문가를 알아봐 올 것을 지시했다."요리...라니요?""아내가 요리를 배우고 싶어해."세나와 저녁을 먹던 때가 생각나자 입술끝이 실룩거렸다.여보오.그 한 마디가 도혁의 마음을 녹였다.세나가 도혁을 부르는 호칭은 특별히 없었다.회장님이라고 부르다가 한 두번, 어른들앞에서 오빠라고도 했었던가.장모님의 지적 이후에는 그마저도 부르지 않았다.그저 저기…라고 얼버무리고 말더니.또박또박 부르는 여보라는 호칭에 그만 온 몸이 흐물흐물해지는 것 같았다."요리 스튜디오도 좋고 쉐프도 좋고. 다만 아내 혼자만 수업해 줄 수 있는 사람으로.""너무 깐깐하게 재지 말고 적당한 사람으로 결정하십시오. 아니면 월급을 월등하게 높게 제시하시든가요. 일할 사람이 없어서 사모님이 나서는 거 아닙니까.""배우고 싶다잖아. 하고 싶다니까 하게 해 줘야지."도혁이 이렇게 말랑한 사람이었나.하긴 옆에 여자가 있었던 적이 없었으니 알 리가 없지.사람들은 도혁을 완벽한 알파 메일이라고 해도 태오는 인정하지 않았다.결벽증같이 여자를 거부하는 모습을 오래 봐 왔기 때문이었다.트라우마가 있는 건지 나중엔 남자를 좋아하는 건지, 별의 별 오해를 다 한 적이 있었다.그런데 민석의 결혼식에서 처음 본 오세나가 자꾸만 생각난다며 어깨를 늘어뜨릴 때 드디어 연애를 한는 건가사실 반가웠다.그런데 연애를 건너뛰고 결혼을 감행한 용기에 비해 어쩔 줄 몰라하는 저런 태도는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나 싶다.지시를 받은 태오가 어깨를 으쓱하며 집무실을 나섰다.*****"오셨어요?출근하면서부터 퇴근을 기다리는 도혁에게 제일 반가운 시간이 왔다.세나가 기다리고 있는 집에 도착했다."씻고 오세요."늘 그렇듯 샤워하는 동안 저녁이 준비되고 씻고 나와 세나와 함께 저녁을 먹는 게 하나의 루틴이 되었다."오늘은 잡채를 배워 왔습니까."밥과 국이 두 개씩 차려진 식탁의 중간에 깨소금을 잔뜩 뿌린 잡채가 놓여 있었다.도혁의 지시로 요리 명장이 세나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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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결에 이마에 닿는 도혁의 입술이 느껴졌다.세나는 눈을 떴다.새벽 5시인가.도혁은 늘 5시에 일어나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니까.늘 그랬던 것처럼 도혁의 아침을 준비하려면 일어 나야 하는데 몸이 무거웠다.억지로 몸을 일으키려는데 도혁의 희미한 목소리에 눈꺼풀부터 밀어 올렸다."이마가 따뜻한데."세나의 이마와 목에 도혁의 손이 닿았다."일어날 수 있겠어요?"도혁이 세나의 등 뒤로 팔을 둘러 일으켰다. 상체를 세워 앉자 눈 앞이 빙글 돌았다."어지러워요."눈을 질끈 감았다.도혁이 세나를 다시 눕혔다.세나의 따뜻한 이마를 다시 한 번 짚어 본 도혁이 수건을 물에 적셔 왔다.마른 입술과 붉어진 귀를 보니 어젯밤일 때문인가 싶어 미안한 마음이 울컥 솟았다.바뀐 환경에 적응하느라, 그리고 요리를 배우러 다니느라 애쓰는 세나를 어젯밤 너무 몰아 붙였나 싶었다.마른 입술을 엄지 손가락으로 쓸어 보았다.일어 났을 때보다 열이 더 오르는 듯했다."나 때문인 거 같네. 오세나씨, 미안합니다.”하지만, 열때문에 기절하듯 다시 잠이 든 세나는 대답이 없었다.도혁은 휴대 전화를 꺼내 태오에게 전화를 했다."닥터 신 불러 주고 오늘 내 일정 전부 취소해."“무슨 일이야?”새벽에 걸려 오는 전화는 보통 좋지 않은 예감과 함께하기 마련이었다."아내가 아파."회의는 부회장인 민석이 총괄하고 다른 일정들도 조율하도록 지시했다.“그러면 오후쯤에는 출근이 가능한지…”"아프다고! 아픈 사람을 두고 내가 어떻게 출근을 해!"도혁의 목소리가 커지자 세나가 눈을 가늘게 떴다."...자고 일어 나면 괜찮을 거예요. 그냥 출근하세요. 커피 못 챙겨서 죄송해요.”아파서 그런지 얇은 목소리가 꽉 잠겨서 잘 들리지 않았다.“지금 커피가 문제입니까!”그깟 커피가 뭐라고.이마가 따끈한데도 제 커피를 걱정하는 사람앞에서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 졌다.“출근은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아프지나 말아요. 주치의 불렀어요.”미지근해진 물수건을 다시 적셔 이마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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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오의 충고대로 적당한 사람을 보내 달라고 했다. 이것 저것 따지는 게 많았던 도혁의 요구를 태오가 적정한 선에서 잘라 냈다. "최대한 빨리. 내일 아니 오늘이라도 당장 올 수 있는 사람으로 해 줘." "그게 어디 네 입맛대로 되냐. 제수씨는 좀 괜찮아?" "어제보다는 나아졌는데 안쓰러워서 못 보고 있겠네. 휴..." 새벽 댓바람부터 남의 연애사는 듣고 싶지 않다며 태오가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하루를 꼬박 앓고 일어 난 세나는 다음 날 오후가 되어서야 컨디션을 회복했다. 결혼하자 마자 감기 몸살이라니. 핏기 하나 없는 얼굴에, 열 때문에 입술마저 바짝 마른 세나를 보는 도혁의 마음은 쩍쩍 갈라지는 것 같았다. 아프게 하려고 결혼한 게 아닌데. 내조같은 것은 바라지도 않았다. 좋은 것만 주고, 웃게 해 주겠다는 처음의 결심대로 주방일은 전문가에게 맡기기로 했다. "내일부터 주방일 맡을 사람이 올 겁니다.” 세나와 저녁을 막 먹으려던 참이었다. 본가에서 급하게 사람을 보내와 세나의 기운을 돋아줄 만한 음식을 차렸다. "네? 제가 하면 되는데." 아픈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감기 몸살때문에 효용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한 건가. 세나가 어쩔 줄 몰라 했다. “몸이 이렇게나 약한지 몰랐습니다. 집안일 무리해서 하려 하지 말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지내요.” “그러면 집에서 제가 할 일이 없어요. 뭐라도…” “나한테 기쁨을 주고 있지 않습니까. 그거면 됩니다.” 오세나 그 자체가 기쁨이니까. 그리고 오세나가 기다리는 집. 도혁에게 그것만큼 행복한 단어는 없었다. 처가 회사의 부도를 막아 주는 조건을 붙이긴 했지만 그것쯤이야. “요리 수업 원하면 계속 다니고 다른 거 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해요. ” “…네. 요리 수업은 가고 싶어요.” “그렇게 해요.” 아프고 나서 그런지 세나가 먹는게 영 시원찮아 보였다. 입맛이 떨어진 건가. “뭘 좋아합니까.” “네?” “음식.”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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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혁의 퇴근 시간은 늘 한결 같았다.현관에서 마중 인사를 하고 나면 도혁은 샤워를, 세나는 주방으로 간다.주방 살림을 맡은 사용인이 저녁을 요리해 두고 퇴근했고 그 음식을 세나가 차리기만 하면 됐다.저녁을 먹은 후에 서재에서 두 시간 정도 업무를 봐야 할 정도인데도 꼭 퇴근 시간은 지켰다.회사에서 일을 처리하고 저녁까지 먹고 퇴근해도 괜찮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내 하루를 보고 받아야 하니까.세나는 그렇게 생각했다.“식사합시다.”사용인들은 퇴근하고 둘만 남은 집에서 둘만의 시간이 시작되었다.식탁은 봄을 알리듯 제철 나물과 매콤한 주꾸미 볶음으로 차려졌다.“이 주꾸미 볶음은 세나씨가 요청한 겁니까.”“아니..요. 왜요? 주꾸미 싫어하세요?”“내가 매운 음식은 하지 말라고 했는데. 온지 얼마나 됐다고 내 지시를 잊어 버린 건가.”싸늘한 도혁의 목소리에 괜히 세나가 겁을 먹었다.매운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이었지 아예 안 먹는다는 말이 아니었는데.겨우 매콤한 볶음 하나가 이렇게 목소리를 깔 정도인가.“주꾸미가 싱싱하고…그리고 마, 많이 맵지는 않아요.”"매운 음식 잘 못 먹는다고 했지 않습니까.""아, 이정도는 괜찮아요."세나는 분명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 한다고 했다.그건 도혁도 비슷했다. 자극적인 양념을 싫어해 고추장 베이스 음식을 잘 먹지 않았다.그래서 그런 음식은 하지 말라고 지시했는데.세나가 양념이 배인 주꾸미를 얼른 한 입에 넣고 오물거렸다.뭐가 됐든 잘 먹고 빨리 몸을 회복하면 될 일이지.잘 먹는 모습이 좋아 머리라도 한 번 쓰다듬어 주려다 참았다. 도혁은 움찔거리는 손에 힘을 주어 젓가락을 잡고 식사를 이어 나갔다."내일 저녁은 나가서 먹읍시다.""무슨 일 있으세요?""일은 무슨..."갑자기 밖에서 밥을 먹자고 하니 세나는 더럭 겁이 났다.집에서 할 얘기가 아닌가. 뭐지.퇴근하면 바로 집으로 와 꼬박꼬박 저녁을 먹으며 제 일과를 보고 받는 걸로는 성에 차지 않는 건가.그렇게 생각하자 밥맛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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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의 정원은 알록달록 하지는 않지만 온통 초록이라 보는 것만으로 눈이 정화되는 기분이었다.이른 봄의 시린 공기가 오히려 시원하게 느껴졌다.세나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바로 차로 돌아가기 아쉬워 도혁에게 걷고 싶다는 청을 했다.“추울텐데.”“그러면 오래 말고 잠시만 걸을게요.”도혁이 어떤 대답도 하지 않자 별로 내키지 않아 하는구나 싶어 마음을 접으려던 찰나 그의 큰 손이 쑥, 세나의 얼굴 근처로 오더니 코트의 깃을 세워 올렸다.“또 아프지 말고.”깃을 올려 목으로 바람이 들지 않도록 잘 여며 주었다.또 아프면.또 출근을 못 하겠지.아니, 자주 아프다며 사람을 시키겠지.그런데 코트깃을 올려 주는 세심한 도혁의 손길에 그만 세나의 마음이 어지러웠다.아프면 번거로워지니 미리 단속하려는 것일텐데 뭔가 다른 마음인건가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춥습니까.”“아, 아니, 괜찮아요.”스칠듯 두 사람의 팔이 스치며 음식점의 정원을 잠깐 산책했다.“4월이면 입구에 벚꽃이 장관이고 6월말쯤? 그 때는 수국이 절정이고. 꽃을 좋아하면 시기 맞춰서 한 번 더 와도 되고.”“정말요?”꽃들이 흐드러지게 핀 것을 상상하자 빨리 보고 싶어졌다.그래서 들뜬 목소리로 도혁에게 되물은 세나가 금세 목을 가다듬으며 마음을 가라 앉혔다.“꼭 그 때 아니라도 언제든. 오고 싶으면 말해요.”오늘, 도혁은 이상했다.여름에도 으스스할 것 같은 목소리에 냉기가 꽤나 빠진것 같이 느껴졌다.“네. 고마워요.”그렇게 말해줘서.“이제 그만 돌아 갑시다.”몸이 약한 세나가 찬 공긱에 감기라도 덧날까 걱정되는 도혁이 귀가를 재촉했다.*****“아…손이라도 잡아 드리지 그러셨습니까. 사모님이 기대하셨을 수도 있는데.”오전의 모든 회의를 끝내고 한승우를 호출했다.시작은 태오의 한 마디였다.하루 종일 집에 있는 세나가 신경쓰인다면 종종 밖에서 시간을 보내라.앞으로 어떻게 하면 세나의 마음을 잡을 수 있을지.조언을 듣고 피드백을 받고 싶었다.“불편하고 어색해 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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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도혁이 보낸 차를 타고 백화점으로 간 세나는 입이 떡 벌어 졌다.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태오를 따라 간 곳은 일반 매장이 아니었다. 출입문에 아무 것도 쓰여져 있지 않은 곳. 문을 열자 푹신한 양탄자가 깔린 넓은 응접실에 앉은 도혁의 뒷모습이 보였다. "사모님, 도착하셨습니다." 태오의 말에 깔끔한 원피스 정장을 입은 여자가 나타나 세나를 응대했다. "반갑습니다, 사모님. 오늘 사모님의 쇼핑을 도와 드릴 전담 쇼퍼 한은우입니다." 숱이 많은 짧은 단발 머리를 귀 뒤로 단정하게 넘기고 과하지 않은 메이크업은 은은한 세련미를 풍겼다. 한은우의 안내를 받아 소파에 앉아 있는 도혁에게로 갔다. 눈이 마주치자 어색하게 목례를 하고 도혁의 옆에 섰다. 세나를 올려다 보는 도혁이 제 옆 자리를 손바닥으로 톡톡 두드렸다. 그제서야 세나가 도혁의 옆자리에 앉았다. "쇼핑 끝나고 나면 점심 먹읍시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네." 한은우가 사라 지자 다른 직원이 와 도혁의 옆으로 와 음료가 적힌 리스트를 내밀었다. 도혁에게는 커피를, 세나에게는 녹차를 주문 받은 직원은 잠시 후 테이블 위에 커피와 녹차를 올려 주고 돌아 갔다. 쇼핑을 하자더니 커피를 마시고 일어날 건가. 말이 없는 도혁의 옆에서 세나도 말없이 녹차를 마셨다. 길어지는 침묵이 불편해 질 때쯤 한은우가 등장했다. "오늘 사모님을 처음 뵙는 거라 사모님의 취향보다는 어울릴 만한 것으로 셀렉해 봤습니다." 한은우의 뒤로 옷이 걸린 행거가 줄을 지어 들어 왔다. "사모님. 피팅 한 번 해 보시겠습니까." 얼떨떨한 얼굴로 세나가 도혁을 돌아 보았다. 
"입어 보고 마음에 들면 그렇다고 말만 하면 됩니다. 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준비해 오라고 하면 되니까 편하게 말을 해 줘요." 도혁이 어서 일어나라는 듯 세나의 등에 손을 올렸다. 오라는 대로 가서 옷을 벗고 입어 보기를 수차례. 입는 옷 마다 도혁에게 확인을 받았는데 결혼식때 웨딩 드레스를 셀렉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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