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나는 태블릿을 빼앗듯 받아 들었다.
손가락이 떨려 화면이 잘 눌리지 않았다. 재건안에는 자산 매각 순서와 채무조정, 핵심 사업 유지 방안이 적혀 있었다. 완벽한 구제 계획은 아니었다. 인력 감축 가능성도 있었고, 일부 사업을 포기해야 하는 조건도 보였다. 그런데 ‘해체 후 매각’과는 달랐다. 회사를 남기려는 문서였다.“태윤이 이걸 실제로 아버지에게 제안했어요?”“했어.” 지후가 말했다.“네 아버지는 처음엔 들으려고 했지.”“그런데 왜…….”“내가 다른 정보를 줬으니까.” 나는 고개를 들었다. 지후는 태블릿 안의 채권 양수도 내역을 가리켰다.“강태윤이 채권을“다가오지 말아요!” 멀리서 학생들 웃음소리가 들렸지만 이 길에는 둘뿐이었다. 해준은 그제야 하윤이 왜 이 자리를 더 두려워하는지 알아차려야 했다. 그러지 못하고 자신이 오해받았다는 생각에 붙잡혀 있었다. 해준이 다시 말을 건네려 발을 옮기자 하윤이 뒤로 물러났다. 낡은 벽돌담에 등이 닿았다. 더 물러날 곳이 없었다.“내 말 좀 들어 줘요.” 그는 손바닥을 보이며 이야기를 계속하려 했다. 아버지처럼 화를 내고 싶지 않았고, 기석처럼 길을 막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나 하윤 앞에 선 큰 몸과 멈추지 않는 말은 이미 그녀에게 길을 열어 주지 않았다. 해준은 그제야 자신이 목소리를 높였다는 것을 알았다. 하윤의 어깨에 손을 올린 순간 몸이 굳는 것이 손바닥으로 전해졌다.“놔주세요.” 그녀가 몸을 비틀었다. 안경 너머로 눈물이 흘렀다. 해준의 머릿속에 오래전 집 복도가 떠올랐다. 태윤이 서린의 손목을 놓지 않은 채 어디에도 가지 말라고 말하던 모습. 엄마를 사랑한다고 하면서 엄마가 난처해하는 표정을 보지 못했던 아버지. 어린 해준은 그때도 엄마가 웃다가 잠깐 숨을 고르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지금 하윤의 어깨는 웃으며 참아 줄 수 있는 상태조차 아니었다. 해준의 손에 힘이 들어갈수록 그녀는 더 작게 웅크렸다. 그녀를 보호하겠다던 손이 어느 순간 하윤이 벗어나려는 바로 그 손이 되었다. 자신은 지금 벽 앞에 선 하윤을 붙들고 있었다. 사과하러 왔다면서 그녀의 거절을 듣지 않고, 자기가 이해받을 때까지 대화를 끝내지 않으려 했다. 기석의 손에서 구해 낸 사람의 어깨를 자신의 손으로 잡고 있다. 해준은 화상을 입은 듯 손을 떼었다
하윤이 강의실로 들어왔다. 남색 카디건을 입고 있었다. 해준을 발견하자 그녀는 어깨를 굳혔다. 늘 앉던 자리 대신 가장 멀리 떨어진 앞줄로 가 앉았다. 해준의 인사를 듣지 못했을 리 없었다. 그는 입술을 떼었다가 다시 다물었다. 앞자리의 하윤은 노트를 꺼내는 손을 서둘렀고, 몇 번이나 어깨 너머를 의식하는 듯했다. 자신이 뒤에서 쳐다보고 있어서일까. 해준은 일부러 책으로 눈을 돌렸지만 한 줄도 읽지 못했다. 해준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했다. 어제는 구해 주었다고 믿었고, 오늘은 사과하고 싶었다. 하지만 강의 내내 뒤를 돌아보지 않는 하윤의 등을 보는 동안, 자신의 시선마저 그녀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펜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수업이 끝나자 하윤은 누구보다 빨리 교실을 나갔다. 해준은 가방에 노트북을 넣고 따라 나갔다. 앞서 가는 사람을 놓치지 않으려 걸음을 재촉하다가 뒤늦게 생각했다. 내가 쫓는 것으로 보이겠구나. 그래도 지금 말하지 않으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복도에 학생들이 몰려들자 하윤의 뒷모습이 사라졌다가 보였다. 해준은 사람들 사이를 지나며 몇 번이나 이름을 부르려다 멈췄다. 그녀가 빠른 걸음으로 도서관 뒤편의 한적한 길을 택했다. 그곳에서라면 듣는 사람이 없으니 사과하기가 쉬울 거라고, 자신에게 유리한 생각부터 했다.“하윤 씨, 잠깐만요.” 하윤은 걸음을 빨리했다. 도서관 뒤쪽의 한적한 길에 이르러 해준은 그녀와 거리를 둔 채 멈췄다.“어제 일 사과하고 싶어요. 너무 몰아붙였어요. 제가 화가 나서…….” 그가 고개를 숙였다. 잠깐이라도 하윤의 몸에서 긴장
“하윤 씨.” 해준의 부름에 하윤은 다시 물러섰다.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잠시 전 기석을 겁주며 서 있던 자신이 하윤의 눈에는 어떻게 보였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제가 너무…….” 무슨 말을 해도 변명이 될 것 같았다. 하윤은 고개를 젓고 등을 돌려 달려갔다. 그녀가 사라진 뒤에도 해준은 연결 통로에 서 있었다. 녹화를 시작한 일까지 잘못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기석이 손목을 붙잡는 것을 그냥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상대를 무릎 꿇릴 때의 자신은 하윤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선을 이미 넘어 있었다. 그녀가 급히 걸어가는 동안 남색 카디건의 뒷모습이 여러 사람 사이로 사라졌다. 불러 세우면 더 무서울 것이다. 해준은 그 자리에서 어떤 설명도 들려줄 수 없다는 걸 알았다. 동시에 아무 말도 못 하고 보내는 자신이 답답했다. 해준은 오른손을 폈다. 상대의 앞날을 쥐었다고 믿고, 그가 겁먹는 모습을 확인하던 손이었다. 같은 힘이 언젠가는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향할 수 있다는 생각이 무서웠다. 아버지는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말하며 집의 문과 창을 하나씩 잠그곤 했다. 해준은 그 방식이 싫었다. 그런데 오늘 자신은 하윤의 안전을 내세워 기석의 퇴로를 막았다. 목적이 달랐다고 해도, 상대가 숨 쉴 자리를 남기지 않은 것은 똑같았다. 다음 날 아침, 낡은 원룸에 햇빛이 들었다. 해준은 휴대전화 알람을 끄고 몸을 일으켰다. 마르지 않은 빨래 냄새가 났다. 밤새 하윤이 뒤로 물러나는 꿈을 꾸어 제대로 자지 못했다. 딱딱한 바닥에 깐 이불을 걷어 내자 등이 아팠다. 좁은 방에는 다른 사람의 발소리가 없었
“이름이 뭐죠?” 해준이 휴대전화를 들어 보였다. 빨간 녹화 표시가 켜져 있었다. 앞에 선 남학생의 목에 걸린 동아리 명찰에는 ‘김기석’이라고 적혀 있었다.“찍었어? 지워!”“하윤 씨 손목을 잡고 길을 막은 장면까지 들어 있어요.” 기석이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하자 해준이 옆으로 물러났다.“이미 백업해 뒀어요. 휴대전화를 가져가도 영상은 남습니다.” 기석이 멈칫했다. 해준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학생처에 제출하고 하윤 씨가 원하면 경찰에도 가져갈 겁니다. 취업 준비 중이라면 앞으로 어떤 설명을 해야 할지 생각해 두세요.” 해준은 명찰에 적힌 학년과 학과를 눈으로 확인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이 영상이 어떤 문제를 만들지, 기석이 스스로 상상하도록 말을 골랐다. 실제로 어디까지 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런 선택을 쥐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했다. 기석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해준은 뒤에 선 친구들도 보았다. 그들이 한 사람씩 물러났다.“다시는 안 그래. 그러니까 영상은…….”“하윤 씨한테 사과해요.” 기석이 고개를 숙였다. 해준에게는 충분하지 않았다. 조금 전 하윤이 여러 번 거절할 때, 기석은 그 목소리를 끝내 듣지 않았다.“미안합니다. 다시는 안 그럴게요.” 기석은 하윤을 보지 않은 채 해준에게만 말했다. 그 모습에 해준의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 사과를 받을 사람이 누구인지 분명히 가르쳐 주고 싶었다. 그 명분 아래
다음 날, 해준은 강의를 마치고 구내식당으로 걸었다. 전날 하윤이 건넨 초콜릿은 아직 청바지 주머니에 있었다. 포장지 모서리를 만질 때마다 우산 아래에서 그녀가 웃던 얼굴이 떠올랐다. 오늘은 수업이 겹치지 않는 날인데도 사람들 사이에서 남색 카디건을 찾고 있었다. 아버지가 엄마를 향해 늘 시선을 돌리던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렇다고 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하윤을 떠올리는 일이 좋으면서도, 자신이 누군가 한 사람에게 이렇게 빨리 기울 수 있다는 사실이 낯설었다. 식당으로 가는 연결 통로에서 남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캠퍼스에는 강의가 끝난 학생들이 가득했다. 해준이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것은 과하게 친한 척하는 말투 때문이었다. 누군가 이미 거절했는데, 몇 사람이 한꺼번에 대답을 요구하는 소리가 났다.“연락처만 주면 된다니까. 우리 연합 동아리 들어오면 취업에도 도움 돼.”“죄송해요. 다음 수업이 있어서요.” 해준은 걸음을 멈췄다. 자동판매기 옆에 세 남학생이 하윤을 둘러싸고 있었다. 웃으며 비켜 달라는 부탁에도 계속 길을 막았다. 하윤은 바인더를 안은 채 다른 쪽으로 나가려 했다.“말만 하자고. 괜히 까다롭게 굴지 말고.” 한 남학생이 손을 뻗었다. 해준은 휴대전화의 카메라를 켰다. 화면에는 손을 피하려는 하윤과 다시 앞을 가로막는 남학생이 들어왔다. 그가 하윤의 손목을 쥐자 그녀가 짧게 아프다고 말했다. 바인더를 잡은 하윤의 손가락 끝이 하얗게 변했다. 해준은 먼저 그 모습을 찍었다. 아버지였다면 이름을 대는 것만으로 상대를 물릴 수 있었을 것이다. 자신은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다가갔는데,
“여기요. 중요한 필기였나 봐요.”“고마워요, 해준 씨. 시험 준비한 내용이라서요.” 하윤이 노트를 가슴에 안았다. 해준은 괜찮다고 말하고 펜을 다시 들었다. 그런데 방금 전까지 읽던 법학 책의 문장이 들어오지 않았다. 옆에서 페이지가 넘어가는 소리와 펜 끝이 종이를 긁는 소리만 들렸다. 그녀가 자신을 바라볼 때 겁도 계산도 없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오래 마음에 남았다. 해준은 노트 표지에 적힌 작은 글씨가 떠올랐다. 수업에서 몇 번 본 얼굴이지만 이렇게 이야기를 나눈 것은 처음이었다. 시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묻는 일조차 괜히 특별한 말을 고르는 것처럼 어려웠다. 해가 진 뒤 도서관이 문을 닫았다. 입구 처마 아래에서 하윤이 빗줄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까보다 비가 굵어졌다.“우산 없어요?”“오후에 그칠 줄 알았어요.” 해준은 자기가 산 값싼 투명 우산을 펼쳤다. 역까지 같은 방향이었다. 하윤을 여기 남겨 두고 혼자 갈 이유도 없었다.“역까지 같이 가요.”“해준 씨 집은 반대쪽 아니에요?”“조금 돌아가면 돼요. 들어와요.” 하윤은 잠시 망설이다가 우산 아래로 들어왔다. 걷는 동안 어깨가 닿을 듯 가까웠다. 해준은 그녀가 젖지 않게 우산을 기울이다가 자기 팔에 비가 떨어지는 것도 한참 뒤에 알았다.“생각보다 친절하네요.” 빗방울이 투명한 우산을 두드렸다. 해준은 하윤의 노트가 젖지 않게 우산을 조금 더 기울였다. 자기 어깨가 비에 젖는 것은 내버려 두었다.“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