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임신이 맞다면 정리하는 게 나아.”
지후가 아주 조용히 말했다. 나는 처음에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뭘…… 정리해요?”“그 아이.” 방 안의 공기가 멎었다.“지금이라면 네 몸에 부담이 적은 방법을 의사와 상의할 수 있어.”“싫어요.” 대답은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지후는 마치 예상하지 못한 답을 들은 사람처럼 나를 바라봤다.“서린아.”“싫다고 했어요.”“감정적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야.”“그래서 병원에서 확인하고, 내가 생각하겠다고요.”“생각할 게 뭐가 있어?”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이음이가 소파를 붙잡고 서기 시작한 뒤로 거실은 바빠졌다. 작은 발이 바닥을 두드릴 때마다 해준이가 뒤를 따라다녔다.“넘어져, 이음아.” 태윤은 모서리마다 보호대를 붙이고 낮은 탁자까지 치웠다. 내가 안전 교육장 같다고 하자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넘어질 곳을 줄인 거야.” 어느 오후, 이음이가 소파에서 손을 뗐다. 한 발을 내디딘 뒤 그대로 주저앉았다. 태윤의 손이 먼저 나갔지만, 딸은 울지 않았다. 매트를 짚고 몇 번 미끄러진 끝에 혼자 다시 일어섰다.“안 일으켜 줘도 되는 거야?”“응. 다시 해 보려나 봐.” 이음이는 아빠 쪽을 돌아봤다. 태윤이 바닥에 앉아 팔을 벌렸다.“이음아. 이리 와.” 딸은 아빠 얼굴과 바닥을 번갈아 보고, 잡았던 천을 다시 만졌다. 태윤은 더 부르지 않고 기다렸다. 해준이가 내 무릎에 기대 속삭였다.“아빠 숨 안 쉬어.” 태윤의 눈썹이 움직였다. 나는 웃음을 참느라 해준이의 손을 잡았다. 소파 모서리 보호대가 조금 삐뚤었는데, 태윤은 접착력이 약해진다며 다시 붙이는 것도 막았었다. 그 아래서 딸의 발이 바닥을 더듬었다. 손가락이 천에서 떨어졌다. 한 발, 두 발, 세 발. 맨발이 바닥에 붙었다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음이는 휘청일 때마다 발가락을 벌렸다. 거실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나는 해준이가 내 옷을 당기는 힘으로 그 아이도 숨을 참고 있다는 걸 알았다. 태윤은 팔을 뻗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아빠.” 태윤의 얼굴이 무너졌다. 마
건우 아버지가 손을 뻗는 순간, 가방 안에서 긴급 호출을 작동시켰다. 휴대전화가 짧게 진동했다. 등록해 둔 경비실과 태윤에게 현재 위치와 함께 자동으로 시작된 현장 녹음이 전송됐을 것이다.“당신 때문에 다 잃었어!” 팔목을 잡혔다. 손을 빼려 했지만 남자의 손가락을 떼어 낼 수 없었다. 내 손톱만 피부를 긁었다.“놓으세요!” 남자의 팔이 올라갔다. 그때 주차장 끝의 비상등이 깜빡이고, 휴대전화에서 경비원이 오고 있다는 안내가 흘러나왔다. 남자가 고개를 돌린 사이 팔을 빼서 차 뒤로 물러났다. 차체를 짚은 손까지 떨렸다. 구두 뒤축을 다시 딛고 거리를 벌렸다. 상대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으려고 눈을 들었다. 발 아래에는 떨어진 선물 가방이 있었다. 태윤에게 어떻게 건넬지 생각하며 골랐던 시계인데, 지금 주우려고 몸을 낮출 수는 없었다. 복도 쪽에서 여러 명이 달려오는 소리가 났다. 맨 앞의 백화점 경비원이 남자를 막았다. 이어 박현석과 이동훈, 그리고 태윤이 들어왔다. 남자가 도망치려 하자 경비원 둘이 붙잡았다.“이건 집안일이라고!” 나는 그 얼굴을 오래 볼 수 없었다. 붉게 자국이 남은 손목을 감싼 채 차 옆으로 기댔다. 태윤은 내 손목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 주먹이 굳어 가는 게 보였다. 나는 그의 소매를 붙들었다.“태윤. 여기 있어 줘.” 한 번 더 말하려는데 이가 부딪혀 소리가 나지 않았다. 태윤이 재킷을 벗어 어깨에 둘렀다. 그의 손도 떨고 있었다.“알았어. 여기 있을게.” 그는 남자 쪽으로 가지 않았다.
지하 4층 전용 주차장에는 차 몇 대만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서 있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지상의 소란도 끊겼다. 배관을 따라 늘어선 희미한 조명이 검은 차체 위로 길게 번졌다.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공조기가 멀리서 낮게 울었다. 나는 시계 상자가 든 종이 가방의 손잡이를 고쳐 쥐었다. 조용해서 내 발걸음이 필요 이상으로 크게 들렸다. 구두 굽이 콘크리트를 두드렸다. 차를 부를까 하다가, 몇 걸음 앞에 세워 둔 내 차로 향했다. 어쩐지 공기가 차가워 스카프를 당겼다. 딸깍, 딸깍. 내 발소리 뒤로 조금 늦은 소리가 따라왔다. 멈추자 그 소리도 멈췄다. 넓은 곳이라 울리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걸었다. 이번에는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차까지 몇 걸음. 가방 속 열쇠를 쥐려는 순간 등 뒤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강태윤 아내는 팔자도 좋군.” 돌아보니 맞지 않는 정장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머리카락이 이마에 붙어 있고, 손에는 꺾인 담배가 들려 있었다. 얼굴이 낯익은 것 같으면서도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누구시죠?” 차와 엘리베이터 중 어느 쪽이 가까운지 재고 있었다. 남자는 내 질문에 비웃음을 흘렸다.“유치원에서 멋대로 찍고, 내 아내에게 쓸데없는 생각을 넣어 준 여자 얼굴을 내가 잊겠어?” 건우 아버지. 샛별유치원 앞에서 수정 씨의 뺨을 때리고, 라운지에서는 목을 잡았던 남자였다. 지금은 그때의 말끔한 모습도 없었다. 닳은 구두와 얼룩진 넥타이, 눈 밑의 깊은 그늘. 술 냄새가 가까워졌다.“그 영상 때문에 경찰이 끼어들고 변호사까지 왔어.
이음이와 해준이가 같은 밤 열이 났다. 거실 불을 낮춰도 잠을 못 이루고, 내가 움직일 때마다 둘 다 옷자락을 붙들었다. 태윤이 돌아왔을 때 해준이는 겨우 졸고 있었다. 그는 소아과에서 받은 안내문을 들었다. 넥타이를 풀던 손이 멈췄다. 두 아이의 머리카락은 땀에 젖어 있었다. 내가 자리를 옮길 때마다 이음이가 옷자락을 잡았고 해준이는 눈을 뜨려 했다. 태윤은 먼저 아이들 가슴이 오르내리는 속도를 살폈다.“물은 마셨어?”“조금씩. 이음이는 38.1도, 해준이는 37.8도야.” 태윤은 아이들의 숨소리를 듣고 물과 갈아입힐 옷을 가져왔다. 약 먹일 시간을 적고 체온계를 곁에 놓았다. 침착해 보였지만 넥타이조차 풀지 못한 채였다. 한밤중에 해준이가 일어났다.“아빠…… 물.” 태윤이 등을 받치자 아이가 빨대로 두 모금 마셨다.“고마워.” 그 말에 태윤의 손이 잠깐 멈췄다. 해준이는 다시 잠들면서 아빠의 소매에 뺨을 댔다.“이제 네가 자. 한 시간이라도.”“이음이가 울 거야.”“울면 안고 있을게. 네가 쓰러지는 것보다 낫잖아.” 딸을 넘기자 어깨가 가벼워졌다. 이음이는 잠깐 칭얼대다가 아빠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나는 소파에 누워 그의 발소리를 듣다가 잠들었다. 아이를 안고 거실을 천천히 오가는 소리가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또 울면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발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밤새 나를 깨우지 않았다는 사실은 아침에 알았다. 눈을 뜨니 창가가 밝아 있었다. 나
“만지지 마!” 이수정 씨가 남자의 팔을 밀쳐 냈다. 숨을 몰아쉬면서도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당신 비위 맞추느라 숨죽이고 사는 거, 이제 그만할 거야. 건우까지 그렇게 살게 둘 수 없어.” 그녀가 테이블의 휴대전화를 들었다. 유치원에서 남편이 자신을 때리는 영상이 화면에 떴다.“경찰에게도 얘기했지. 안 돌아가. 오늘 일도 말할 거야. 건우에게도 나에게도 다가오지 마.” 남자가 달려들려는 순간, 라운지 입구에서 태윤의 목소리가 들렸다.“거기서 떨어져.” 급하게 왔는지 검은 재킷의 어깨가 숨에 따라 오르내렸다. 태윤은 먼저 내 팔과 수정 씨의 얼굴을 살핀 뒤 남자 앞에 섰다.“대표님, 오해입니다. 아내가 폐를 끼쳤다고 해서…….”“거래 얘기라면 이미 검토가 끝났습니다. 제안은 받지 않겠습니다.” 남자의 입가가 떨렸다.“다시 한번 고려해 주시면…….”“그보다 그분에게서 물러나세요. 경찰에 유치원 일을 어떻게 설명했는지 기억하십니까? 여기서도 같은 일을 하실 겁니까?” 경비원들이 다가왔다. 남자는 선물 상자를 그대로 두고 그들에게 이끌려 나갔다. 수정 씨는 그의 등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몸을 굳히고 있었다. 태윤이 와서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었다. 남자를 막은 건 경비원들이고, 떠나겠다고 직접 말한 건 수정 씨였다. 태윤은 내게 괜찮은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대답 대신 그녀 쪽을 보았다. 다시 피아노 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주저앉았다. 얼굴을 가리고 어린아이처럼 울었다.&l
“억지로 보지 않으셔도 돼요. 지우지 말아 달라고 하셔서 보관한 거예요.” 이수정 씨는 엎어 놓은 휴대전화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돌아가지 않겠다고 했는데도 전화만 울리면 무서워요. 제가 완벽한 아내가 못 돼서 그 사람이 화내는 거라고, 자꾸 생각하게 돼요.” 눈물이 테이블로 떨어졌다. 집을 떠났다고 해서 오래 들은 말까지 단번에 떠날 수는 없을 것이다.“그건 수정 씨 잘못이 아니에요.”“그래도 내가 조금만 참으면…….”“그날 건우를 데리고 친정으로 가셨잖아요. 오늘 혼자 그 결심을 취소하지 않으셔도 돼요.” 수정 씨는 ‘친정’이라는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했을 때의 자기 목소리를 기억하는 듯했다. 엎어 놓은 휴대전화와 내 손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내가 대신 선택할 일이 아니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해준이는 자기 그림이 밟혔는데도 건우가 혼날까 봐 걱정했어요. 건우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저는 다 알 수 없지만, 같은 일이 또 생기는 건 싫어요.” 수정 씨가 스카프로 눈가를 눌렀다.“지금 다 결정할 필요 없어요. 경찰이나 변호사에게 얘기할 때 이 영상이 필요하면 드릴게요. 혼자 가기 힘들면 같이 가고요. 저도 그 자리에 있었으니까.” 그녀가 숨을 고르며 답하려던 순간, 라운지 입구에서 고함이 터졌다.“여기 있었군!” 건우 아버지였다. 수정 씨가 일어서자 의자가 바닥을 긁었다.“어떻게 여기까지……?” 남자는 내 앞에서만 돌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