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열두 번째 명령이 끝나면: Kapitel 711 – Kapitel 720

791 Kapitel

710화: 남편이 처음 듣는 아내의 꿈

일요일 오전 10시.한서윤은 거실 책장 앞에 서서 어머니에게 받은 엽서를 바라보고 있었다.꽃이 가득한 창가를 그린 오래된 그림이었다.차도현이 커피 두 잔을 들고 다가왔다.“아내, 아침부터 그 그림을 보고 계십니까?”“응. 볼수록 예뻐.”도현은 그녀에게 커피를 건넸다.“어머님께서 색을 참 따뜻하게 사용하셨습니다.”“그치? 그런데 어제 엄마가 그러셨잖아. 예전에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다고.”“네.”서윤은 커피잔을 내려놓았다.“그 말 듣고 나도 생각난 게 있어.”“무엇입니까?”“나도 어릴 때 하고 싶었던 일이 있었거든.”도현이 그녀를 바라봤다.“처음 듣는 이야기입니다.”서윤은 장난스럽게 웃었다.“당신도 모르는 내 비밀이 아직 있지.”“그렇다면 듣고 싶습니다.”서윤은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나 어릴 때 작은 서점을 운영하고 싶었어.”“서점입니까?”도현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표정이었다.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응. 책만 파는 곳 말고, 사람들이 앉아서 책도 읽고 차도 마시는 곳.”“지금 아내가 좋아하시는 공간과 비슷하군요.”“맞아. 그래서 우리 집 독서방 꾸밀 때도 신났나 봐.”서윤은 오래전 기억을 떠올렸다.“학교 끝나면 동네 서점에 자주 갔어. 책을 사지 않아도 한참 구경할 수 있었거든.”“어떤 책을 좋아하셨습니까?”“동화책도 좋아했고, 여행 사진집도 좋아했어. 특히 표지가 예쁜 책은 꼭 펼쳐 봤지.”도현은 웃었다.“지금도 그러십니다.”“맞아. 그건 안 바뀌었어.”서윤은 잠시 말을 멈췄다.“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꿈은 생각도 안 했네. 공부하고 취업하고 일하다 보니까.”도현은 그녀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었다.“지금도 서점을 운영하고 싶으십니까?”서윤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음…….”잠시 생각하던 그녀가 웃었다.“직접 운영하고 싶은지는 모르겠어. 지금 하는 일도 좋거든.”“그렇군요.”“대신 작은 서점에서 하루쯤 일해 보고 싶어.”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충분히 해 볼 수 있겠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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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1화: 열두 살 서윤이 그린 서점

월요일 오전 10시 15분.한서윤은 회의 자료를 정리하던 중 어머니에게서 온 메시지를 발견했다.사진이 세 장 첨부돼 있었다.첫 번째 사진에는 누렇게 변색된 종이가 놓여 있었다.종이 맨 위에는 삐뚤빼뚤한 글씨가 적혀 있었다.〈서윤이의 작은 서점〉서윤은 눈을 크게 떴다.“찾으셨네!”그녀는 사진을 확대했다.색연필로 그린 책장과 작은 계산대, 창가의 둥근 탁자가 보였다.그런데 그림 한쪽에 이상한 공간이 있었다.책장도, 의자도 없는 작은 방이었다.그 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슬픈 사람이 쉬는 방.서윤은 한동안 화면을 바라봤다.‘내가 이런 것도 그렸었나?’점심시간.서윤은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엄마! 그림 찾았어?”“응. 어제 상자 정리하다가 나왔어.”“나 몇 살 때 그린 거야?”“열두 살쯤이었을 거야.”서윤은 웃었다.“글씨가 완전 어린애 글씨야.”“어린애였으니까.”“근데 엄마, 여기 슬픈 사람이 쉬는 방이라고 적혀 있잖아.”어머니는 잠시 생각했다.“그때 네가 그런 말을 했었어.”“무슨 말?”“서점에서 책을 읽다가 울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조용히 쉴 곳이 있어야 한다고.”서윤은 말없이 그림을 내려다봤다.어머니가 덧붙였다.“그래서 내가 왜 그런 방이 필요하냐고 물었거든.”“내가 뭐라고 했어?”“울고 싶은 사람한테 책을 사라고 할 수는 없잖아, 그랬지.”서윤은 작게 웃었다.“나 그런 말도 했어?”“응. 아주 진지하게.”통화를 마친 서윤은 그림을 다시 확대했다.책장 옆 작은 방에는 의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그 위에는 노란색 쿠션이 그려져 있었다.오후 3시.서윤은 잠시 휴식을 취하며 도현에게 사진을 보냈다.[한서윤]도현 씨, 엄마가 내 옛날 서점 그림 찾으셨어!잠시 후 답장이 왔다.[차도현]정말 찾으셨군요. 그림이 상당히 구체적입니다.[한서윤]근데 여기 봐. 슬픈 사람이 쉬는 방이래.[차도현]아내가 어릴 때부터 중요하게 생각하셨던 것이 보입니다.[한서윤]뭐가?[차도현]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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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2화: 서점에서 온 뜻밖의 제안

화요일 오후 12시 40분.한서윤은 점심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오던 중 휴대전화에 도착한 메시지를 확인했다.며칠 전 차도현과 함께 방문했던 독립서점에서 보낸 안내였다.안녕하세요. 지난번 문의하셨던 독서 모임 관련 안내드립니다. 이번 주 토요일 모임에 취소 자리가 생겨 연락드렸습니다.서윤의 눈이 반짝였다.“어머, 벌써?”그녀는 곧바로 일정을 확인했다.토요일 오후 2시. 모임에서 함께 읽을 책은 짧은 소설집이었다.그런데 안내문 아래에 흥미로운 문장이 있었다.이번 모임에서는 각자 좋아하는 책 속 공간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습니다.서윤은 어린 시절 자신이 그렸던 서점 그림을 떠올렸다.‘이거 재미있겠다.’그녀는 도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한서윤]도현 씨, 우리 갔던 서점에서 독서 모임 연락 왔어![차도현]좋은 소식이군요. 언제입니까?[한서윤]이번 주 토요일 오후 2시. 같이 갈래?잠시 후 답장이 왔다.[차도현]일정 확인했습니다. 함께 가겠습니다.서윤은 웃으며 참가 신청을 마쳤다.수요일 오후 4시.서윤은 업무를 마친 뒤 책상 한편에 놓인 소설집을 펼쳤다.독서 모임에서 읽기로 한 책이었다.첫 번째 이야기의 배경은 오래된 기차역이었다.기차가 더는 서지 않는 역을 동네 사람들이 작은 도서관으로 바꾸는 내용이었다.서윤은 한 문장에 밑줄을 그었다.떠나는 사람만을 위한 장소였던 역이, 이제 머무는 사람을 위한 곳이 되었다.“좋다.”그녀가 혼잣말을 하던 순간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들어오세요.”도현이었다.“아내, 퇴근 준비는 되셨습니까?”“응. 이것만 조금 읽고 있었어.”도현은 책 표지를 살폈다.“독서 모임 책입니까?”“맞아. 생각보다 재미있어.”서윤은 책갈피를 끼웠다.“당신은 어디까지 읽었어?”“두 번째 이야기까지 읽었습니다.”“벌써?”“어젯밤 아내가 주무신 뒤 조금 더 읽었습니다.”서윤은 눈을 가늘게 떴다.“나보다 먼저 다 읽으면 내용 말하지 마.”도현이 웃었다.“알겠습니다. 결말은 말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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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3화: 서른이 넘어서 다시 그린 꿈

일요일 오전 9시 30분.한서윤은 식탁 위에 커다란 도화지를 펼쳐 놓았다.색연필과 자, 지우개까지 가지런히 준비한 모습에 차도현이 웃었다.“아내, 오늘은 그림을 그리실 예정입니까?”“응. 어제 서점에서 제안받은 전시 있잖아.”“새로운 서점 그림을 그리시려고요?”“맞아. 열두 살 때 그린 거랑 비교해 보려고.”서윤은 휴대전화에 저장된 옛 그림을 확대했다.작은 책장, 둥근 탁자, 그리고 ‘슬픈 사람이 쉬는 방’.“그때는 공간을 엄청 작게 그렸네.”도현은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지금은 어떻게 그리고 싶으십니까?”“일단 책장이 있어야 하고, 창가에 긴 의자도 놓고 싶어.”서윤은 연필로 선을 그었다.“그리고 여기에는 커피 마시는 자리.”“독서 공간과 분리하시는 겁니까?”“응. 조용히 읽고 싶은 사람도 있을 테니까.”도현은 그녀가 그리는 모습을 지켜봤다.그러다 서윤이 한쪽 공간을 비워 두었다.“아내, 이곳은 무엇입니까?”“아직 고민 중이야.”서윤은 연필 끝으로 빈 공간을 두드렸다.“누구든 쉬어 가는 방을 만들고 싶은데, 어떻게 꾸밀지 모르겠어.”오전 11시.서윤은 어머니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엄마, 나 어릴 때 그린 서점 그림 있잖아.”“응. 왜?”“동네 서점에서 작은 전시를 하는데, 그 그림을 소개해도 되냐고 물어보셨어.”어머니는 반가워했다.“네 그림을?”“응. 원본은 엄마가 가지고 있으니까 먼저 물어보려고.”“그럼. 복사해서 써도 괜찮지.”서윤은 웃었다.“고마워, 엄마.”“그런데 네가 지금도 서점에 관심이 있을 줄은 몰랐네.”“나도 잊고 있었어.”어머니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그때 네가 그 그림을 완성하고 얼마나 좋아했는지 몰라.”“정말?”“응. 엄마한테 계산대 역할도 시켰잖아.”서윤은 웃음을 터뜨렸다.“내가?”“책을 사는 손님 역할은 네가 하고.”“그럼 엄마는 계속 계산만 했어?”“그래. 네가 책을 열 번도 넘게 샀다.”도현이 옆에서 웃었다.서윤은 얼굴을 가렸다.“아,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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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4화: 아내가 모르는 남편의 재능

월요일 오전 9시 20분.한서윤은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이메일을 확인했다.독립서점에서 전시 참가 확정 안내가 도착해 있었다.전시 제목은 ‘어릴 적 내가 꿈꾸던 공간’.서윤의 작품도 다음 달 전시 목록에 포함됐다.“정말 전시하는구나.”서윤은 미소를 지으며 안내문을 읽었다.그런데 마지막 부분에서 손가락이 멈췄다.참가자는 작품과 함께 짧은 소개문을 제출해 주세요. 소개문은 직접 작성하셔도 되고, 가족이나 지인이 작성해 주셔도 됩니다.서윤은 잠시 생각하다 휴대전화를 들었다.[한서윤]도현 씨, 나 부탁 하나 해도 돼?[차도현]물론입니다. 무슨 부탁입니까?[한서윤]내 전시 소개문 당신이 써 주면 안 돼?잠시 후 답장이 도착했다.[차도현]제가 써도 괜찮겠습니까?[한서윤]응. 당신이 보는 내 꿈은 어떤지 궁금해.[차도현]그렇다면 오늘 저녁에 작성해 보겠습니다.서윤은 만족스럽게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오후 7시 10분.퇴근한 두 사람은 저녁 식사를 마친 뒤 독서방으로 들어갔다.서윤은 책상 위에 자신의 그림을 펼쳤다.“자, 차도현 작가님.”도현이 웃었다.“작가님이라니요.”“오늘은 당신이 글 쓰는 사람이잖아.”서윤은 노트북을 그에게 밀어 주었다.“내 그림을 보고 자유롭게 써 줘.”도현은 화면을 열었다.“분량 제한이 있습니까?”“300자 이내.”“생각보다 짧군요.”“그러니까 잘 써야지.”서윤은 장난스럽게 웃었다.도현은 잠시 그림을 바라보다가 타자를 치기 시작했다.서윤은 그의 옆에 앉아 기다렸다.그런데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도 도현은 아무 말이 없었다.“도현 씨.”“네, 아내.”“어려워?”“조금 고민하고 있습니다.”“그냥 편하게 써.”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잠시 후 그가 노트북을 돌려 보여 주었다.“한번 읽어 보시겠습니까?”서윤은 화면을 읽었다.열두 살의 아이는 책을 팔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편하게 머무를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시간이 흐른 뒤에도 그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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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5화: 차도현의 비밀 작업실

수요일 오후 7시 10분.한서윤은 퇴근 준비를 마친 차도현의 사무실에 들어섰다.“도현 씨, 오늘은 바로 집에 갈 거야?”도현은 서류를 정리하며 고개를 들었다.“아내, 오늘 저와 함께 들르실 곳이 있습니다.”“어디?”“지난번에 제 어린 시절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고 하셨지요.”“응. 라디오 만들고 고장 난 기계 고치던 이야기?”“그렇습니다. 오늘 직접 보여 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서윤의 눈이 반짝였다.“설마 라디오?”도현은 미소만 지었다.“가 보시면 아실 겁니다.”오후 7시 45분.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도심의 오래된 상가 건물이었다.서윤은 간판을 올려다봤다.‘전자공작실 — 수리와 제작을 위한 열린 공간.’“여기 뭐 하는 곳이야?”“전자기기를 직접 만들거나 수리할 수 있는 곳입니다. 필요한 장비를 빌려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당신 이런 데도 다녔어?”“네. 몇 년 전부터 가끔 이용했습니다.”서윤은 놀라서 그를 바라봤다.“나한테 한 번도 이야기 안 했잖아.”“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차도현 의장님이 납땜하는 모습이면 충분히 특별하지.”도현은 웃으며 문을 열었다.실내에는 작업대가 여러 개 놓여 있었다. 벽면에는 공구가 종류별로 정리돼 있었고, 한쪽에는 완성된 전자기기들이 전시돼 있었다.도현은 예약해 둔 작업대로 서윤을 안내했다.그곳에는 낡은 휴대용 라디오 한 대가 놓여 있었다.“이거 당신 거야?”“네. 오래전에 구입한 물건입니다.”서윤은 라디오를 살펴봤다.은색 손잡이와 검은색 주파수 눈금이 달린 작은 제품이었다.“왜 여기 가져왔어?”“얼마 전부터 소리가 끊깁니다. 오늘 상태를 확인하려고 합니다.”“직접 고칠 수 있어?”“원인에 따라 다르겠습니다.”도현은 라디오의 전원을 분리하고 배터리를 꺼냈다.이어 작업대에 작은 부품 상자를 펼쳤다.서윤은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나도 해 봐도 돼?”“물론입니다. 다만 처음이시니 안전한 부분부터 함께하시죠.”도현은 작은 드라이버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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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6화: 두둥 ! 한서윤, 법정에 서다

목요일 오전 9시 15분.한서윤은 사무실에서 낯선 봉투 하나를 받았다.발신인은 법원이었다.서윤은 봉투를 열어 안내문을 읽었다.‘국민참여재판 배심원 후보자 선정기일 출석 안내.’“어?”그녀는 내용을 다시 읽었다.“배심원?”마침 서류를 전달하러 온 차도현이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아내, 무슨 일이십니까?”“도현 씨, 나 법원에서 연락 왔어.”도현의 표정이 진지해졌다.“법원에서요?”“응.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후보자로 선정됐대.”도현은 안내문을 살펴봤다.“배심원 후보자 출석 통지군요.”“나 이런 거 처음 받아 봐.”“실제 배심원으로 참여하실지는 선정 절차를 거쳐야 알 수 있습니다.”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런데 신기하다. 내가 누군가의 재판에 참여할 수도 있다니.”도현은 안내문을 돌려주었다.“중요한 역할입니다. 안내된 일정과 의무 사항을 잘 확인하셔야겠습니다.”서윤은 달력을 열었다.“일정 조정부터 해야겠네.”며칠 뒤 오전 9시 40분.서윤은 법원 청사 앞에 도착했다.평소 회사에 출근할 때보다 단정한 차림이었다.검은색 슬랙스에 흰 블라우스, 짙은 회색 재킷을 입었다.도현은 출근 전 그녀를 법원까지 데려다주었다.“아내, 긴장되십니까?”“조금.”“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담당자의 안내를 받으십시오.”“응. 당신은 회사 잘 다녀와.”도현은 미소 지었다.“아내도 조심히 다녀오십시오.”서윤은 차에서 내려 청사로 들어갔다.보안 검색을 마친 뒤 안내된 대기실에 도착하자 이미 여러 사람이 앉아 있었다.직장인처럼 보이는 사람도 있었고, 나이가 지긋한 사람도 있었다.서윤은 빈자리에 앉았다.잠시 후 법원 직원이 앞으로 나왔다.“오늘 출석하신 분들은 배심원 후보자입니다. 모든 분이 배심원으로 선정되는 것은 아닙니다.”직원은 선정 절차와 주의 사항을 설명했다.서윤은 안내문을 꼼꼼히 읽었다.회사에서는 늘 판단을 내려야 하는 위치에 있었지만, 오늘은 전혀 달랐다.자신이 아는 경험이나 직책이 아니라, 법정에서 제시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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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7화: 차도현이 사라진 세 시간

월요일 오전 8시 40분.한서윤은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비서실에서 전달한 일정표를 확인했다.그런데 차도현의 일정 중 이상한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오후 2시부터 5시까지.세 시간이 통째로 비어 있었다.평소라면 외부 일정이나 개인 일정이라는 표시라도 있었을 텐데, 오늘은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서윤은 마침 복도를 지나던 도현을 불렀다.“의장님.”도현이 걸음을 멈췄다.“네, 한 총괄님.”“오늘 오후 일정이 비어 있으시네요?”“네. 개인적으로 처리할 일이 있습니다.”“회사 업무와 관련된 일인가요?”“아닙니다.”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도현이 사무실로 돌아간 뒤, 서윤은 다시 일정표를 바라봤다.‘개인적인 일?’남편에게도 혼자 보내는 시간이 있다는 건 당연했다.그런데 어쩐지 궁금했다.오후 1시 50분.도현은 서윤의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아내, 잠시 다녀오겠습니다.”서윤은 서류에서 고개를 들었다.“응. 조심히 다녀와.”“저녁에는 평소처럼 함께 퇴근하겠습니다.”“알았어.”도현이 나가려던 순간 서윤이 덧붙였다.“도현 씨.”“네, 아내.”“무슨 일인지 물어봐도 돼?”도현은 잠시 생각했다.“오늘은 아직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서윤은 눈썹을 올렸다.“비밀이야?”“조금 그렇습니다.”“알았어. 나중에 이야기해 줘.”도현은 미소 지었다.“그러겠습니다.”오후 3시 20분.도현은 회사에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건물에 도착했다.건물 입구에는 작은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시각장애인 생활지원센터.’도현은 안내 데스크에서 방문 확인을 마친 뒤 직원의 안내를 받아 교육실로 들어갔다.그곳에는 여러 종류의 생활 보조기기가 놓여 있었다.센터 담당자가 반갑게 인사했다.“차도현 님, 오늘도 오셨네요.”“안녕하세요.”“지난번에 말씀하신 음성 안내 장치 시제품을 가져오셨나요?”도현은 가방에서 작은 장치를 꺼냈다.“네. 버튼 위치를 조금 수정했습니다.”담당자는 장치를 받아 들었다.손바닥만 한 크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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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8화: 아내가 발견한 남편의 작은 실수

화요일 오전 7시 40분.한서윤은 주방에서 사과를 깎다가 거실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삐익. 등록되지 않은 물품입니다.”잠시 후 같은 소리가 반복됐다.“삐익. 등록되지 않은 물품입니다.”서윤은 과도를 내려놓고 거실로 향했다.차도현이 식탁 앞에 앉아 작은 전자기기를 살펴보고 있었다.“도현 씨, 아침부터 뭐 해?”“아내, 일어나셨습니까?”“응. 그런데 그거 어제 보여 준 장치잖아.”“맞습니다. 버튼 없이 물품을 구분하는 방법을 시험하고 있습니다.”서윤은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어떻게 하는 건데?”도현은 작은 상자를 들어 보였다.“물품마다 식별용 태그를 붙이고, 장치를 가까이 가져가면 등록된 음성이 재생되도록 해 보려는 겁니다.”“오, 신기하다.”“아직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그가 장치를 상자 가까이에 가져갔다.“등록되지 않은 물품입니다.”서윤은 웃음을 참았다.“진짜 안 되네.”도현도 웃었다.“그렇습니다.”오전 8시 10분.서윤은 아침 식사를 준비하면서도 식탁에 놓인 장치가 신경 쓰였다.도현은 출근 준비를 마친 뒤에도 설명서를 확인하고 있었다.“도현 씨, 밥부터 먹어.”“네, 아내.”그는 설명서를 덮고 자리에 앉았다.서윤은 계란말이를 접시에 덜어 주었다.“그런데 아까 태그를 어디에 붙였어?”“상자 바닥에 붙였습니다.”“왜 바닥에?”“겉에서 보이지 않도록 하려고 했습니다.”서윤은 잠시 생각했다.“그럼 물건을 들지 않으면 태그가 어디 있는지 모르잖아.”도현의 젓가락이 멈췄다.“그렇군요.”“장치를 어디에 가져가야 하는지부터 헷갈릴 것 같은데?”도현은 서윤을 바라봤다.“아내, 중요한 부분을 지적하셨습니다.”서윤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내가?”“네. 제가 외관을 먼저 생각하다가 태그의 위치를 찾는 문제를 놓쳤습니다.”서윤은 웃었다.“나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건데.”“그 질문이 도움이 됐습니다.”오후 1시 30분.서윤은 회사에서 직원 안내 시스템의 개선 결과를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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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9화: 남편이 경매장에서 산 물건

수요일 오후 5시 40분. 한서윤은 퇴근을 앞두고 차도현에게서 메시지를 받았다. [차도현] 아내, 오늘은 집에 조금 늦게 도착할 것 같습니다. [한서윤] 무슨 일 있어? [차도현] 개인적으로 들를 곳이 있습니다. 저녁 8시 전에는 돌아가겠습니다. [한서윤] 알았어. 조심히 다녀와. 서윤은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최근 도현은 오래된 라디오를 수리하고, 생활 보조기기를 제작하는 등 새로운 취미에 푹 빠져 있었다. 이번에도 그와 관련된 일일까. 서윤은 더 묻지 않고 퇴근 준비를 마쳤다. 오후 7시 50분. 현관문이 열렸다. “아내, 다녀왔습니다.” 서윤은 거실에서 일어났다. “도현 씨, 왔어?” 그런데 도현의 손에는 생각보다 커다란 나무 상자가 들려 있었다. 서윤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게 뭐야?” “오늘 경매에서 구입한 물건입니다.” “경매?” “네. 오래된 물품을 판매하는 소규모 경매에 다녀왔습니다.” 서윤은 상자를 내려다봤다. “설마 또 고장 난 기계야?” 도현이 웃었다. “이번에는 아닙니다.” 그는 거실 탁자 위에 상자를 올려놓았다. 뚜껑을 열자 낡은 황동색 물건이 모습을 드러냈다. 서윤이 몸을 숙였다. “이게 뭐지?” “옛날에 사용하던 기계식 계산기입니다.” “계산기?” “네.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손잡이를 돌려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서윤은 신기한 듯 물건을 살폈다. 숫자가 적힌 여러 개의 다이얼과 금속 손잡이가 달려 있었다. “와, 이런 것도 있었어?” “오래전에는 이런 기계로 복잡한 계산을 했습니다.” “당신 이거 얼마 주고 샀어?” 도현이 금액을 말하자 서윤의 눈이 커졌다. “그 돈을 주고 이걸 샀다고?” “상태가 좋은 편이라 적정한 가격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서윤은 팔짱을 꼈다. “차도현 씨.” “네, 아내.” “당신 생각보다 수집 취미가 비싸네?” 도현은 웃음을 참았다. “앞으로는 구입 전에 아내와 상의하겠습니다.” “아니, 당신 돈으로 좋아하는 거 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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