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전 9시 30분.한서윤은 식탁 위에 커다란 도화지를 펼쳐 놓았다.색연필과 자, 지우개까지 가지런히 준비한 모습에 차도현이 웃었다.“아내, 오늘은 그림을 그리실 예정입니까?”“응. 어제 서점에서 제안받은 전시 있잖아.”“새로운 서점 그림을 그리시려고요?”“맞아. 열두 살 때 그린 거랑 비교해 보려고.”서윤은 휴대전화에 저장된 옛 그림을 확대했다.작은 책장, 둥근 탁자, 그리고 ‘슬픈 사람이 쉬는 방’.“그때는 공간을 엄청 작게 그렸네.”도현은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지금은 어떻게 그리고 싶으십니까?”“일단 책장이 있어야 하고, 창가에 긴 의자도 놓고 싶어.”서윤은 연필로 선을 그었다.“그리고 여기에는 커피 마시는 자리.”“독서 공간과 분리하시는 겁니까?”“응. 조용히 읽고 싶은 사람도 있을 테니까.”도현은 그녀가 그리는 모습을 지켜봤다.그러다 서윤이 한쪽 공간을 비워 두었다.“아내, 이곳은 무엇입니까?”“아직 고민 중이야.”서윤은 연필 끝으로 빈 공간을 두드렸다.“누구든 쉬어 가는 방을 만들고 싶은데, 어떻게 꾸밀지 모르겠어.”오전 11시.서윤은 어머니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엄마, 나 어릴 때 그린 서점 그림 있잖아.”“응. 왜?”“동네 서점에서 작은 전시를 하는데, 그 그림을 소개해도 되냐고 물어보셨어.”어머니는 반가워했다.“네 그림을?”“응. 원본은 엄마가 가지고 있으니까 먼저 물어보려고.”“그럼. 복사해서 써도 괜찮지.”서윤은 웃었다.“고마워, 엄마.”“그런데 네가 지금도 서점에 관심이 있을 줄은 몰랐네.”“나도 잊고 있었어.”어머니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그때 네가 그 그림을 완성하고 얼마나 좋아했는지 몰라.”“정말?”“응. 엄마한테 계산대 역할도 시켰잖아.”서윤은 웃음을 터뜨렸다.“내가?”“책을 사는 손님 역할은 네가 하고.”“그럼 엄마는 계속 계산만 했어?”“그래. 네가 책을 열 번도 넘게 샀다.”도현이 옆에서 웃었다.서윤은 얼굴을 가렸다.“아, 엄마.
Zuletzt aktualisiert : 2026-10-30 Mehr le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