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일요일 오후 3시 17분.은서율은 작은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전날 최태혁과 다녀온 재즈 라운지의 여운이 아직 남아 있었다. 음악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남편이 자신을 위해 준비한 시간이 마음에 들었다.그런데 오늘은 조금 다른 일을 해보고 싶었다.서율은 책을 덮고 휴대전화를 들었다.최태혁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주인님, 오후 5시까지 작은 도서관으로 와주세요. 오늘은 제가 준비할 게 있어요.잠시 뒤 답장이 도착했다.무슨 일인데?서율은 웃으며 답장을 보냈다.오시면 알려드릴게요. 그리고 오늘은 제가 주인님을 부를 때까지 기다리셔야 해요.태혁의 답장은 짧았다.알겠습니다, 은서율 작가님.서율은 만족스럽게 웃었다.“오늘은 제가 한번 해볼게요, 주인님.”오후 4시 52분.태혁은 약속보다 조금 일찍 작은 도서관 앞에 도착했다.문에는 작은 종이가 붙어 있었다.《PRIVATE SESSION — 오늘의 진행자 은서율》태혁은 웃음을 참으며 문을 두드렸다.“들어가도 됩니까?”안쪽에서 서율의 목소리가 들렸다.“잠시만 기다려주세요.”태혁은 문 앞에 섰다.잠시 뒤 문이 열렸다.서율은 검은색 블라우스에 베이지색 슬랙스를 입고 있었다. 머리카락은 단정하게 묶었고, 손목에는 태혁이 선물한 은색 팔찌가 반짝였다.“어서 오세요, 최태혁 씨.”태혁이 눈썹을 올렸다.“최태혁 씨?”“오늘은 제가 진행자니까요.”“그렇군요.”서율은 장난스럽게 웃었다.“들어오세요.”오후 5시 06분.작은 도서관의 테이블 위에는 카드 세 장이 놓여 있었다.태혁은 의자에 앉아 카드를 살폈다.첫 번째 카드에는 ‘기다리기’.두 번째 카드에는 ‘솔직하게 대답하기’.세 번째 카드에는 ‘상대의 선택 존중하기’라고 적혀 있었다.태혁이 웃었다.“어제 우리가 했던 거랑 비슷한데?”“조금 달라요.”“어떻게?”서율은 그의 맞은편에 섰다.“오늘은 주인님이 제 지시를 따라주셔야 하거든요.”“어디까지?”서율은 준비한 작은 종이를 내밀었다.서로 불편한 행동은 하지
토요일 오후 4시 38분.은서율은 침실 거울 앞에서 은색 팔찌를 만지작거렸다.전날 최태혁에게 선물받은 팔찌였다. 손목을 움직일 때마다 작은 별 장식이 반짝였다.그때 태혁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은서율.”서율은 거울을 통해 남편을 바라봤다.“네, 주인님.”“오늘 저녁 약속 있어?”“없는데요?”“그럼 7시까지 준비해.”서율은 돌아섰다.“어디 가는데요?”“나랑 데이트.”“데이트요?”“응. 오늘은 내가 정한 곳으로 갈 거야.”서율은 팔짱을 꼈다.“주인님, 어제는 제가 다음번에 주도권 갖기로 했잖아요.”태혁은 잠시 멈췄다.“그랬지.”“그런데 벌써 잊으셨어요?”“그럼 오늘은 네가 정할래?”서율은 일부러 생각하는 척했다.“아니요.”“그럼?”“주인님이 어디까지 준비하셨는지 먼저 들어볼래요.”태혁은 웃음을 참았다.“그건 반칙인데.”“어제 배웠거든요. 원하는 건 분명하게 말하라고요.”오후 6시 51분.서율은 검은색 브이넥 블라우스에 베이지색 슬랙스를 입었다.머리카락은 자연스럽게 내려뜨리고 작은 진주 귀걸이를 착용했다.태혁은 짙은 남색 셔츠에 검은 코트를 걸쳤다.현관에서 마주친 태혁이 그녀를 위아래로 살폈다.“예쁘네.”서율이 웃었다.“주인님도 멋있으세요.”태혁이 손을 내밀었다.“가자.”서율은 그의 손을 잡으려다가 멈췄다.“잠깐만요.”“왜?”“오늘은 제가 먼저 손잡을래요.”태혁은 손을 내리고 기다렸다.서율은 그의 손가락 사이로 자신의 손을 끼워 넣었다.“이제 가요.”태혁이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오늘 만만치 않겠는데.”“원래 저 만만하지 않잖아요.”오후 7시 26분.태혁이 예약한 곳은 작은 재즈 라운지였다.무대에서는 피아노와 콘트라베이스 연주가 이어지고 있었다.두 사람은 무대가 잘 보이는 창가 자리에 앉았다.서율은 주변을 둘러봤다.“주인님, 여기 언제 찾으셨어요?”“겨울 바다 다녀온 뒤에.”“저랑 다시 재즈 들으러 오고 싶으셨어요?”“응. 지난번 거실에서 춤췄을 때 네가 좋아했잖
금요일 오후 6시 18분.은서율은 작업실에서 마지막 원고를 저장했다.연극 《책갈피를 돌려드립니다》의 초청 리딩 일정이 잠정 확정되었고, 제작팀과 논의할 사항도 정리해두었다.노트북을 닫으려던 순간 휴대전화가 울렸다.최태혁이었다.“네, 주인님.”“은서율.”평소보다 낮고 단호한 목소리였다.서율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왜 그렇게 부르세요?”“오늘 약속 기억해?”“무슨 약속이요?”“저녁 6시까지 일 끝내기로 했잖아.”서율은 시계를 확인했다.“18분밖에 안 지났는데요?”“18분도 늦은 거지.”“주인님, 설마 혼내시려고 전화하셨어요?”“내려와. 기다리고 있어.”전화가 끊겼다.서율은 휴대전화를 바라보다 웃음을 터뜨렸다.“참네 @_@ 오늘은 또 무슨 작정이시래.”오후 6시 27분.거실로 내려온 서율은 소파에 앉아 있는 태혁을 발견했다.그는 짙은 회색 셔츠의 소매를 걷어 올린 채 책을 읽고 있었다.“주인님.”태혁은 책을 덮었다.“이리 와.”서율은 일부러 천천히 걸었다.“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요?”“약속을 어겼잖아.”“18분이요.”“그걸 별일 아니라고 생각해?”서율은 그의 앞에 서서 고개를 기울였다.“그럼 벌이라도 주실 거예요?”태혁은 그녀를 올려다봤다.“원해?”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서율이 잠깐 말을 멈췄다.그러다 장난스럽게 웃었다.“주인님이 어떻게 하시느냐에 따라요.”태혁이 손을 내밀었다.“그럼 먼저 손 줘.”서율은 순순히 손을 올렸다.태혁은 그녀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오늘은 세 가지 규칙이 있어.”“어제도 규칙이 있었잖아요.”“어제는 연습이었고.”서율의 눈이 반짝였다.“오늘은 실전이에요?”“네가 괜찮다면.”“좋아요.”오후 7시 05분.두 사람은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작은 도서관으로 향했다.태혁은 테이블 위에 종이 한 장을 내려놓았다.서율이 읽었다.PLAY GUIDELINE — PRIVATE SESSION1. 서로가 정한 호칭을 유지할 것. 2. 지시를 따르기 싫을 때는
목요일 오후 6시 24분.은서율은 작은 도서관에서 노트북을 닫았다.연극 《책갈피를 돌려드립니다》의 초청 리딩 관련 수정 사항을 전달한 참이었다.오늘은 더 이상 작업할 생각이 없었다.그때 최태혁이 문가에 나타났다.“은서율.”평소와 조금 다른 목소리였다.서율은 고개를 들었다.“네, 주인님?”“오늘 업무 끝났어?”“네. 방금 끝났어요.”“그럼 이리 와.”태혁은 손가락으로 가볍게 자신을 가리켰다.서율은 웃으며 일어났다.“갑자기 왜 그러세요?”“오늘부터 새로운 규칙을 적용할 생각이거든.”“규칙이요?”“응. 우리 둘만의 가이드라인.”서율의 입꼬리가 올라갔다.“어머. 주인님, 오랜만에 그 말씀 하시네요.”태혁은 그녀의 허리에 손을 얹었다.“요즘 작가님이 너무 바쁘셔서 잊으신 줄 알았지.”“제가요? 잊을 리가 없잖아요.”“그럼 기억하는지 확인해볼까?”서율은 장난스럽게 고개를 기울였다.“어떻게요?”태혁이 낮게 대답했다.“오늘 저녁은 내가 정할 거야. 대신 네가 싫다고 하면 언제든 바꿀 수 있어.”서율은 그의 눈을 바라봤다.“좋아요. 오늘은 주인님 말씀 들어볼게요.”오후 7시 03분.거실 테이블에는 작은 카드 세 장이 놓여 있었다.서율은 팔짱을 끼고 태혁을 바라봤다.“주인님, 이게 뭐예요?”“오늘의 선택지.”카드에는 각각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첫 번째. 휴대전화 없이 저녁 식사하기.두 번째. 서로에게 원하는 것 하나씩 말하기.세 번째. 오늘 밤의 계획은 주인님에게 맡기기.서율은 세 번째 카드를 집어 들었다.“이거 너무 주인님한테 유리한 거 아니에요?”“선택은 네가 하는데?”“하지만 마지막 카드는 결과를 모르잖아요.”태혁은 소파에 기대앉았다.“그래서 재미있는 거지.”서율은 그를 잠시 바라보다 세 번째 카드를 테이블 가운데 내려놓았다.“이걸로 할래요.”태혁이 눈썹을 올렸다.“확실해?”“네. 대신 조건이 있어요.”“말해.”“제가 마음에 안 들면 바로 다른 걸로 바꾸기.”태혁은 망설이지
수요일 오전 10시 17분.은서율은 연극 《책갈피를 돌려드립니다》의 수정 대본을 읽고 있었다.전날 제작팀과 합의한 대로 무대에는 의자 하나만 남았다. 차보배가 서이강에게 차를 권한 뒤에야 그가 앉는 동선도 유지됐다.그런데 오늘 도착한 메일에는 새로운 문제가 적혀 있었다.《초청 리딩에서 관객 질문을 작품 종료 직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서율은 미간을 좁혔다.공연이 끝나자마자 배우들에게 인물의 감정을 설명하게 한다면 마지막 장면의 여운이 사라질 수 있었다.그녀는 연출가에게 전화를 걸었다.“질문 시간 자체는 괜찮습니다. 다만 마지막 장면이 끝나고 바로 진행하는 건 피하고 싶어요.”“그럼 잠깐 쉬었다가 진행할까요?”“네. 관객들이 작품을 각자 받아들일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작가님도 질문을 받으실 수 있나요?”서율은 잠시 생각했다.“참석은 하겠습니다. 대신 작품에 정답을 정해주는 방식으로 답변하지는 않을 거예요.”오후 12시 32분.최태혁은 서율과 점심을 먹다가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오늘은 또 무슨 고민이야?”“제가 쓴 인물인데, 제가 그 인물의 마음을 전부 설명해야 하는 건가 싶어서요.”“연극 때문에?”“네. 관객들이 왜 보배가 20년 동안 편지를 보내지 않았는지 물으면 어떻게 답해야 할까요?”태혁은 물잔을 내려놓았다.“작가가 생각한 이유는 있잖아.”“있죠.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그럼 그렇게 말하면 되지.”서율이 고개를 들었다.태혁이 덧붙였다.“네가 만든 인물이지만, 관객은 자기 경험으로 그 사람을 이해할 테니까.”서율은 잠시 남편을 바라보다 웃었다.“주인님, 오늘은 말씀이 꽤 철학적이세요.”“아내가 작가니까 영향을 받았나 보지.”“그럴 수도 있겠네요.”오후 2시 08분.서율은 제작팀이 보내온 초청 리딩 질문 예시를 확인했다.첫 번째 질문은 예상했던 내용이었다.차보배는 왜 마지막 편지를 보내지 않았나요?두 번째 질문에서 그녀의 손이 멈췄다.서이강은 보배를 용서한 건가요?
화요일 오전 10시 23분.은서율은 연극 《책갈피를 돌려드립니다》의 제작팀으로부터 받은 무대 배치도를 확대했다.지난번과 달라진 부분은 단 하나였다.의자가 두 개였다.서율은 화면을 한참 바라봤다.작품 속 도서관에는 원래 의자가 하나뿐이었다. 차보배가 서이강에게 차를 권하고, 그가 비로소 자리에 앉는 순간이 마지막 장면의 중요한 선택이었다.그런데 새 배치도에는 테이블 양쪽에 의자가 놓여 있었다.서율은 연출가에게 전화를 걸었다.“보내주신 배치도 확인했습니다. 의자가 하나 늘었네요?”“아, 그 부분이요. 배우들 동선을 조금 편하게 하려고요.”“그럼 마지막 장면의 의미가 달라질 것 같은데요.”전화기 너머로 잠깐 침묵이 흘렀다.“작가님은 의자 하나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시는 거죠?”“네. 이강이 처음부터 앉을 자리가 마련되어 있는 것과, 보배가 권한 뒤에야 앉는 건 다른 이야기니까요.”연출가는 배치도를 다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서율은 통화를 끝내고 원고를 펼쳤다.오후 12시 08분.최태혁은 식탁에서 서율과 점심을 먹고 있었다.“무슨 일 있었어?”서율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연극 무대에 의자가 하나 더 생겼어요.”“원래 하나였잖아.”“맞아요.”“왜 늘렸대?”“배우들 동선 때문에요.”태혁은 잠시 생각했다.“의자 하나가 그렇게 중요해?”서율은 물을 한 모금 마셨다.“처음부터 의자가 두 개면 이강이 앉는 게 당연해지잖아요. 그런데 하나뿐이면 보배가 자리를 내어주는 순간이 생겨요.”“상대에게 머물 자리를 허락하는 거네.”“네. 정확히 그거예요.”태혁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지켜야겠네.”서율은 미소 지었다.“그렇죠?”“대신 배우들이 움직이기 어렵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지.”서율은 그 말을 곱씹었다.무대의 의미도 중요했지만 실제로 연기할 수 있어야 했다.오후 2시 16분.서율은 작은 도서관의 테이블을 무대라고 생각하고 의자 하나를 옮겼다.테이블 한쪽에는 책을 놓고, 반대쪽에는 책갈피를 올려두었다.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