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최고의 서브를 구합니다: Kapitel 101 – Kapitel 110

139 Kapitel

101화

은유가 강혁의 집에 도착한 건 오후 두 시쯤이었다.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자 강혁은 거실에 없었다.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갔다.“주인님?”서재 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여기.”은유가 가방을 내려놓고 서재로 갔다.문은 열려 있었다.강혁은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노트북 옆에는 서류 몇 장이 놓여 있었다.은유가 들어오자 강혁이 맞은편 의자를 가리켰다.“앉아.”“네.”은유가 자리에 앉았다.강혁은 바로 서류를 내밀었다.은유가 첫 장을 봤다.몇 줄을 읽기도 전에 무슨 문서인지 알았다.계약서였다.은유의 손이 잠깐 멈췄다.강혁이 말했다.“갱신해야 돼.”은유가 눈을 들었다.“벌써요?”“벌써가 아니라 곧 끝나.”강혁은 아무렇지 않았다.은유가 다시 계약서를 내려다봤다.처음 계약할 때 봤던 형식과 거의 같았다.이름.기간.급여.주거 조건.플레이와 생활에 관한 조항들.몇 달 전에는 이 종이를 앞에 두고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긴장했었다.오늘은 다른 의미로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강혁이 물었다.“왜.”“아닙니다.”“또 그 말이네.”은유가 작게 웃었다.“조금 놀랐습니다.”“뭐가.”“주인님이 먼저 말씀하실 줄 몰라서요.”강혁의 눈썹이 조금 움직였다.“그럼 누가 말해.”“그런 뜻은 아닙니다.”은유는 다시 첫 장을 읽었다.강혁은 기다렸다.“읽어봐.”“네.”은유가 페이지를 넘겼다.조건 대부분은 이전과 같았다.급여도.집도.생활비도.기존 규칙들도 그대로였다.은유의 시선이 몇 줄씩 내려갔다.그러다 물었다.“조건은 그대로입니까?”강혁의 손이 마우스 위에서 멈췄다.“왜.”“확인하는 겁니다.”“불만 있어?”“아닙니다.”“그럼.”강혁이 계약서를 턱으로 가리켰다.“일단 봐.”“네.”은유가 다시 읽기 시작했다.강혁은 노트북 화면을 한번 봤다가 다시 은유를 봤다.은유는 완전히 계약서를 읽는 얼굴이었다.질문이 있으면 표시하고,조항 하나를 다시 읽고,다음 장으로 넘어갔다.며칠 전에는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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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화

강혁의 눈썹이 조금 움직였다.“길어서.”“그건 압니다.”“그럼.”“왜 길게 하시는지가 궁금합니다.”강혁은 의자에 등을 기댔다.“매번 다시 할 필요 없잖아.”“계약을요?”“응.”“번거로워서요?”“그것도 있고.”은유가 잠깐 생각했다.“집도 지금처럼 유지되는 겁니까?”“당연하지.”“급여도요?”“응.”“다른 조건도 그대로고요?”“그렇다니까.”은유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면 더 궁금합니다.”“뭐가.”은유가 강혁을 봤다.“처음에는 왜 2년으로 안 하셨습니까?”강혁의 입이 닫혔다.은유는 가만히 기다렸다.처음에는 이유가 분명했다.아직 모르는 사람이었다.조건에 맞는지 확인해야 했고,계약을 유지할 가치가 있는지도 판단해야 했다.그래서 그 기간이면 충분했다.지금은 달랐다.은유를 이미 알고 있었다.그러니까 길게 잡는 게 이상할 건 없었다.강혁이 입을 열었다.“그때는 처음이었으니까.”“지금은요?”“지금은 아니잖아.”은유가 눈을 깜빡였다.강혁은 자신이 한 말을 그대로 두었다.은유의 입꼬리가 조금 올라갔다.“네.”“왜 웃어.”“안 웃었습니다.”“웃었잖아.”은유가 이번에는 정말 조금 웃었다.“그냥 좋았습니다.”“뭐가.”은유는 대답하지 않았다.다시 계약서를 자기 쪽으로 당겼다.“계속 보겠습니다.”강혁이 그녀를 봤다.“말하다 말고.”“말로 해야 합니까?”강혁의 시선이 멈췄다.은유는 아무렇지 않게 다음 장을 넘겼다.강혁은 잠시 그대로 있다가,다시 화면을 봤다.커서가 새로 적힌 숫자 뒤에서 깜빡이고 있었다.2년.아까보다 길어졌다.그런데 그 아래 표시된 종료일은,여전히 남아 있었다.은유는 다시 계약서를 읽었다.남은 조항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몇 군데를 다시 확인하고,마지막 장까지 넘겼다.서명란이 나왔다.강혁이 물었다.“더 볼 거 있어?”은유가 앞장을 한번 넘겨봤다.“없습니다.”“바꿀 건.”“없습니다.”강혁이 책상 위에 놓여 있던 펜을 집었다.은유에게 내밀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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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화

은유가 강혁의 집에 도착한 건 점심을 조금 넘긴 시간이었다.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갔다.“왔습니다.”거실에 있던 강혁이 고개를 들었다.“응.”은유가 신발을 벗었다.한쪽 어깨에 걸친 가방을 내려놓으려는데 강혁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그거 뭐야.”은유가 가방을 내려다봤다.“옷이랑 화장품입니다.”“왜.”“오늘 자고 가라고 하셨잖습니까.”강혁은 대답하지 않았다.은유가 가방을 들고 침실로 들어갔다.강혁도 잠시 뒤 따라왔다.은유는 침대 위에 가방을 올려놓고 지퍼를 열었다.갈아입을 옷.속옷.작은 파우치.충전기.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꺼냈다.강혁은 문가에 기대서 그걸 보고 있었다.은유가 파우치를 들고 욕실로 향하려다 멈췄다.“왜 그러십니까?”“뭘.”“계속 보고 계셔서요.”“그거 매번 들고 다녀?”강혁이 가방을 가리켰다.“네.”“왜.”은유가 잠깐 웃었다.“여기 제 물건이 없으니까요.”강혁의 시선이 열린 가방으로 내려갔다.“그럼 두면 되잖아.”은유가 눈을 깜빡였다.“여기에요?”“응.”강혁은 별일 아니라는 듯 침실 안으로 들어왔다.옷장 문을 열었다.안쪽을 한번 보더니 셔츠 몇 벌을 옆으로 밀었다.서랍 하나를 열었다.자기 물건이 들어 있었다.강혁이 안에 있던 것들을 꺼냈다.“여기 써.”은유는 대답하지 않았다.강혁이 돌아봤다.“왜.”“아닙니다.”“또.”은유의 입꼬리가 조금 올라갔다.“조금 놀랐습니다.”“서랍 하나 가지고?”“주인님 서랍이지 않습니까.”“그러니까 쓰라고.”강혁이 꺼낸 물건을 다른 칸으로 옮겼다.은유는 열린 서랍을 내려다봤다.텅 비어 있었다.몇 달 전 처음 이 집에 왔을 때는 앉아 있는 자리 하나도 마음대로 정하지 못했다.그때는 혼자 남겨진 것만으로도 이상할 만큼 긴장했었다.지금은 강혁이 자기 물건을 치우고 있었다.은유가 물었다.“전부 두고 가도 됩니까?”“필요한 건.”“옷도요?”“응.”“화장품도요?”강혁이 은유를 봤다.“그걸 왜 하나씩 물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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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화

계약.어제까지였다면 아무렇지 않았을 단어였다.은유는 곧 고개를 끄덕였다.“네.”강혁이 먼저 침실을 나갔다.은유는 잠시 열린 옷장을 바라봤다.자기 옷 몇 벌이 강혁의 옷 사이에 들어가 있었다.이상했다.자기 집은 그대로 있는데,자기 자리는 하나 더 생겼다.은유는 서랍을 닫았다.그리고 강혁을 따라 거실로 나갔다.은유가 완전히 벗은 채 강혁 앞에 섰다.강혁은 잠시 그녀를 봤다.살갗이 거실 불빛 아래서 하얗게 드러나 있었다.“기다려.”“네.”강혁이 서재로 들어갔다.은유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공기가 맨살에 닿았다.잠시 뒤 강혁이 돌아왔다.손에는 검은 목줄과 줄이 들려 있었다.가죽이 빛을 받아 윤이 났다.은유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향했다.강혁이 가까이 왔다.“목줄 해본 적 있어?”“없습니다.”“도그플은.”은유가 잠깐 멈췄다.“없습니다.”“알아?”“어떤 건지는 압니다.”강혁이 목줄을 들어 올렸다.안쪽 면이 보였다.부드럽고, 두꺼웠다.“싫어?”“아닙니다.”“해보고 싶어?”은유가 목줄을 바라봤다.그리고 강혁을 봤다.“네, 주인님.”“머리.”은유가 머리카락을 한쪽으로 걷어 올렸다.목줄기가 길게 드러났다.맥박이 뛰는 자리가 선명했다.강혁이 목줄을 둘렀다.안쪽 면이 맨살에 닿았다.따뜻하지 않았다.가죽의 무게가 목을 한 바퀴 감쌌다.버클이 목 뒤로 돌아갔다.딸깍.강혁이 한 칸을 조였다.은유가 침을 삼켰다.목이 움직일 때마다 가죽 가장자리가 피부 위를 쓸었다.숨이 조금 얕아졌다.강혁이 손가락을 목줄 안으로 넣었다.간격을 확인했다.손가락 하나가 겨우 들어갈 정도였다.“숨 쉬어봐.”은유가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목줄이 들숨에 따라 살짝 조여들었다.“괜찮습니다.”“불편하면 바로 말해.”“네.”강혁이 손을 뗐다.이번에는 줄을 집었다.끝에 달린 금속 고리를 목줄 앞에 연결했다.딸깍.차가운 금속이 쇄골 위에 닿았다.은유의 시선이 내려갔다.자기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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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화

강혁이 뒤로 두 걸음 물러났다.줄이 천천히 풀렸다.거리가 벌어졌다.“와.”은유가 움직였다.손바닥이 카펫을 짚고, 무릎이 따라갔다.한 걸음.한 걸음 더.목에서 이어진 줄의 방향을 따라 강혁에게 가까워졌다.강혁이 손을 멈췄다.은유도 멈췄다.아직 한 걸음 정도 거리가 남아 있었다.은유가 무의식적으로 조금 더 움직이려 했다.목이 먼저 나가려 했다.“거기.”손이 멈췄다.무릎도 그대로였다.강혁이 줄을 느슨하게 풀었다.“기다려.”줄에는 이제 힘이 걸려 있지 않았다.그런데도 움직일 수 없었다.아니.움직이지 않았다.강혁이 소파 쪽으로 걸어갔다.은유의 시선이 그를 따라갔다.줄이 바닥 위를 길게 미끄러졌다.강혁이 소파에 앉았다.줄 끝은 여전히 그의 손에 있었다.은유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네 발로 기다렸다.강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시간이 조금 흘렀다.은유의 팔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무릎이 카펫에 배겼다.강혁의 시선이 은유에게 머물렀다.목줄.내려앉은 등.들려 있는 엉덩이.그 아래.가만히 보기만 했다.무엇도 하지 않은 채였다.은유는 그 시선이 손보다 더 오래 자기 몸에 머무는 걸 느꼈다.“와.”은유가 다시 움직였다.이번에는 망설이지 않았다.강혁의 발 앞까지 오기 직전,은유가 스스로 멈췄다.조금 전 그가 멈추게 했던 거리였다.강혁의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은유는 고개를 들어 그를 봤다.목줄이 목을 살짝 조인 채였다.잠시 뒤,강혁이 줄을 한번 짧게 당겼다.남아 있던 거리가 사라졌다.은유가 그의 바로 앞까지 왔다.무릎이 강혁의 발 앞에 닿을 듯했다.강혁이 내려다봤다.“좋아.”은유의 손가락이 카펫 위에서 천천히 오므라들었다.칭찬 한마디가 이상할 만큼 크게 들어왔다.귓불이 달아올랐다.강혁은 그 반응을 보고 있었다.그러다 손을 내려 은유의 머리카락을 천천히 쓸어내렸다.손바닥이 정수리를 지나 뒤통수로 내려갔다.은유가 아주 조금 그 손을 따라 움직였다.목줄이 함께 움직였다.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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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화

은유가 욕실로 들어갔다.문이 닫혔다.강혁은 소파에 앉았다.바닥에는 조금 전까지 자신이 잡고 있던 줄이 놓여 있었다.강혁이 줄을 집었다.느슨하게 말아 목줄과 함께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잠시 뒤 물소리가 멎었다.욕실 문이 열렸다.은유가 옷을 입고 나왔다.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닦으면서 소파 쪽으로 왔다.강혁이 옆자리를 가리켰다.은유가 앉았다.조금 전까지 바닥에 있던 자리와 거의 같은 위치였다.다만 이제는 같은 높이였다.은유가 테이블 위의 목줄을 봤다.“재밌었습니다.”“그래?”“네.”“뭐가.”은유가 잠시 생각했다.“계속 신경 쓰고 계시는 게요.”강혁이 목줄을 한번 봤다.“그게 좋아?”“네.”은유는 웃었다.“제가 어디 있는지 계속 알고 계셨잖습니까.”강혁은 대답하지 않았다.은유가 머리를 닦다가 말했다.“내일 집에 한번 들렀다 와야겠습니다.”강혁의 시선이 돌아왔다.“왜.”“아까 말씀하신 것들 가져오려고요.”“뭐 가져올 건데.”“옷 조금이랑 화장품 더요. 노트북도 가져올까 합니다.”강혁이 고개를 끄덕였다.“가져와.”“네.”은유가 다시 머리를 닦았다.강혁이 물었다.“언제 가.”“내일요.”“몇 시쯤.”은유가 잠깐 생각했다.“점심 먹고 갈 것 같습니다.”“오는 건.”은유의 손이 아주 잠깐 멈췄다.“아직 모르겠습니다.”강혁이 그녀를 봤다.“정해지면 말해.”은유도 강혁을 봤다.“네.”그리고 조금 웃었다.강혁이 눈썹을 움직였다.“왜.”“아닙니다.”“또.”은유가 수건을 무릎 위에 내려놓았다.“좋아서요.”“뭐가.”은유는 잠시 강혁을 바라봤다.“언제 돌아오는지도 궁금하신가 해서요.”강혁이 피식 웃었다.“물어본 거잖아.”“네.”은유는 더 캐묻지 않았다.조금 전까지는 강혁 손에 줄이 있었다.어디에 있을지,언제 움직일지,어떤 자세로 있을지.전부 강혁이 정했다.지금은 목줄도,줄도 없었다.은유는 소파에 편하게 앉아 있었다.그런데 강혁은 내일 자기가 언제 나가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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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화

은유는 열린 옷장을 한참 바라봤다.옷걸이에 걸린 옷이 생각보다 많았다.어제 강혁이 한 말이 떠올랐다.필요한 거 그냥 가져와.은유는 옷 한 벌을 꺼냈다.침대 위에 올려놓았다.하나를 더 꺼냈다.평소 자주 입는 바지와 셔츠.속옷 몇 벌.잠옷.여기까지 챙기고 가방을 봤다.충분했다.어차피 자기 집은 따로 있었다.강혁도 그대로 두라고 했다.은유는 옷장 문을 닫으려다가 멈췄다.다시 열었다.손이 안쪽으로 들어갔다.옷 두 벌이 더 나왔다.침대 위에 올려놓았다.이번에는 서랍을 열었다.양말.속옷을 조금 더 꺼냈다.은유가 자기 손에 들린 걸 내려다봤다.잠깐 생각하다가 그냥 가방에 넣었다.욕실로 갔다.세면대 위에 놓인 화장품을 봤다.매번 강혁의 집에 갈 때 작은 파우치에 필요한 것만 챙겨갔다.오늘도 그렇게 하려다가,파우치를 내려놓았다.기초 화장품 몇 개를 통째로 챙겼다.칫솔도 새것을 하나 꺼냈다.드라이기 앞에서 손이 멈췄다.이건 있었다.강혁 집에도.은유가 손을 거뒀다.대신 선반에 있던 헤어 제품을 하나 더 챙겼다.욕실을 나왔다.책상 위 노트북이 보였다.은유가 또 멈췄다.노트북까지 가져가면 정말 이상했다.며칠 여행 가는 것도 아니었다.오늘 강혁의 집에 가는 것뿐이었다.은유는 노트북을 그대로 두고 충전기만 집었다.두 걸음쯤 갔다.멈췄다.다시 돌아왔다.노트북을 들었다.“…….”자기도 조금 웃겼다.침대 위에는 어느새 물건이 제법 쌓여 있었다.은유는 그걸 하나씩 가방에 넣었다.처음 가져갈 생각이었던 것보다 두 배는 많았다.지퍼를 닫으려는데 잘 닫히지 않았다.은유가 위에서 가방을 눌렀다.지익.간신히 지퍼가 닫혔다.이번에는 작은 가방 하나가 더 필요했다.은유는 침대 옆에 나란히 놓인 두 개의 가방을 봤다.이 정도면 필요한 걸 가져가는 게 아니라,필요한 걸 남겨두지 않는 쪽에 가까웠다.그런데도 다시 뺄 생각은 들지 않았다.강혁이 그랬으니까.필요한 거 그냥 가져오라고.은유는 휴대폰을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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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화

“오늘은 서재에 안 들어가시면 안 됩니까?”강혁이 돌아봤다.“왜.”“저랑 계셨으면 좋겠습니다.”강혁의 시선이 은유에게 머물렀다.“지금 같이 있잖아.”“그런 거 말고요.”“그럼.”은유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자기가 붙잡아놓고도 정확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같은 집에 있는 것과,강혁이 자기에게 시간을 쓰는 건 달랐다.은유가 말했다.“오늘은 제가 주인님 시간을 좀 쓰고 싶습니다.”강혁의 눈썹이 조금 움직였다.“내 시간을?”“네.”“뭐 하게.”“그건…….”은유가 잠깐 웃었다.“아직 안 정했습니다.”“안 정하고 달라는 거야?”“네.”강혁이 피식 웃었다.“많이 뻔뻔해졌네.”“싫으십니까?”강혁은 대답하지 않았다.은유가 기다렸다.잠시 뒤 강혁이 몸을 돌렸다.서재로 들어갔다.은유는 그 자리에 남았다.문이 닫히지는 않았다.안에서 의자 끄는 소리가 났다.노트북이 열리는 소리도 들렸다.은유의 입꼬리가 조금 내려갔다.안 되는 건가.그럴 수도 있었다.말해보라고 했다고,언제나 들어준다는 뜻은 아니었다.은유는 괜히 침실 쪽을 한번 봤다.정리할 것도 이제 없었다.거실로 돌아가려는데 서재에서 강혁이 다시 나왔다.손에는 노트북이 들려 있었다.은유가 그를 봤다.강혁은 거실로 와 테이블 위에 노트북을 내려놓았다.옆에 휴대폰도 놓았다.은유의 눈이 그 손을 따라갔다.“일하시는 거 아닙니까?”“해야지.”“그런데요?”강혁이 소파에 앉았다.노트북은 열지 않았다.“오늘 아니어도 돼.”은유는 잠깐 말이 없었다.자기가 요구한 건 맞았다.그런데 정말 바꿀 줄은 몰랐다.강혁이 올려다봤다.“왜.”“들어주셨네요.”“네가 달라며.”너무 간단하게 말했다.은유가 웃었다.“네.”강혁은 은유를 잠시 바라봤다.“그래서.”“네?”“내 시간 가져서 뭐 할 건데.”은유가 그 앞에 섰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정하지 못했다.그런데 이제는 알 것 같았다.강혁이 자기 때문에 하려던 일을 미뤘다는 사실이,생각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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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화

강혁은 식탁에 앉아 노트북 화면을 보고 있었다.은유가 주방에서 커피를 가져왔다.“드십시오.”“응.”컵을 옆에 내려놓자 강혁이 그대로 손을 뻗었다.시선은 화면에서 떨어지지 않았다.은유가 맞은편에 앉았다.평소보다 말이 없었다.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화면을 내리고,다시 다른 창을 열었다.은유가 물었다.“일 많으십니까?”“좀.”“어제 미루셔서요?”강혁의 손이 잠깐 멈췄다.은유의 입꼬리가 조금 올라갔다.“왜.”“아닙니다.”“웃었잖아.”“제가 미루게 한 것 같아서요.”“네가 미루게 했지.”너무 쉽게 인정했다.은유가 이번에는 대놓고 웃었다.강혁이 눈을 들었다.“좋아?”“조금요.”“뭐가.”“주인님 일을 제가 미루게 했다는 게요.”강혁이 피식 웃었다.“많이 컸네.”“주인님 새끼니까요.”“그래?““네.”은유가 커피를 마셨다.더 요구하지 않았다.어제는 자기 시간을 달라고 했다.그리고 받았다.오늘까지 그럴 생각은 없었다.은유가 강혁의 노트북을 턱으로 가리켰다.“오늘은 하십시오.”“뭘.”“일이요.”강혁의 눈썹이 올라갔다.“허락하는 거야?”은유가 잠깐 웃었다.“그럴 리가 있습니까.”“근데 말이 왜 그래.”“오늘은 안 붙잡겠다는 뜻입니다.”강혁은 은유를 잠시 봤다.“그래.”노트북을 덮었다.은유가 물었다.“안 하십니까?”“서재에서 할 거야.”강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노트북과 커피를 들었다.은유도 일어나 자기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냈다.강혁이 그걸 봤다.“너도 일해?”“네.”“뭐 하는데.”“지원할 곳 좀 더 보려고요.”강혁의 시선이 잠깐 멈췄다.“또?”“계속 해야죠.”은유가 아무렇지 않게 노트북을 열었다.강혁은 그 모습을 잠시 바라봤다.“여기서?”“네.”“왜.”은유가 그를 봤다.“제 자리도 만들어주셨잖습니까.”강혁의 시선이 노트북으로 내려갔다.어제 은유가 가져온 물건이었다.“불편하면 책상 써.”“괜찮습니다. 소파에서 하겠습니다.”“그래.”강혁이 서재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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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화

은유의 무릎이 순간 오므라들었다.진동이 깊고, 짧았다.안쪽을 문지르듯 울렸다.강혁이 강도를 한 단계 올렸다.은유의 손이 소파 쿠션을 짚었다.“하…….”숨이 끊겼다.강혁이 다시 내렸다.진동이 약해졌다.은유의 허벅지가 미세하게 떨렸다.“이 정도로 버틸 수 있어?”“네…….”“일하면서.”“해보겠습니다.”강혁이 진동을 껐다.기기는 안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무게만 남았다.은유가 숨을 골랐다.강혁이 리모컨을 주머니에 넣었다.“할 일 하면 돼. 앉아 있어도 되고, 돌아다녀도 되고.”“네.”“나 부를 필요 없어.”은유가 입술을 한번 적셨다.“알겠습니다.”강혁이 서재 쪽으로 돌아섰다.몇 걸음 걷다가 멈췄다.뒤를 보지 않은 채 말했다.“불편하면 말해.”“네, 주인님.”서재 문이 열렸다.닫혔다.작은 소리가 거실에 남았다.은유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팬티는 아직 내려져 있었다.안쪽에 기기의 무게가 선명했다.움직일 때마다 끝이 벽을 스쳤다.은유가 천천히 속옷을 올려 입었다.바지를 올렸다.앉은 자세에서 기기가 조금 더 깊이 밀렸다.은유가 짧게 숨을 내쉬었다.노트북을 무릎 위에 올렸다.화면을 켰다.채용 공고가 떠 있었다.은유가 스크롤을 내렸다.한 줄을 읽었다.두 줄을 읽었다.서재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문이 닫혀 있었다.강혁의 발소리도 없었다.줄도 없었다.목줄도 없었다.그런데 안쪽에 그의 것이 들어 있었다.은유가 허벅지를 조금 움직였다.기기가 따라 움직였다.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화면으로 눈을 돌렸다.회사 이름을 적었다.자격 요건을 읽었다.자기소개서 폴더를 열었다.손가락이 키보드 위에 놓였다.한동안 아무 일도 없었다.진동도 없었다.은유는 정말로 일에 들어가기 시작했다.문장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고칠 문장을 찾아 커서를 옮겼다.한 줄을 지웠다.다시 쓰기 시작했다.그때였다.안쪽이 갑자기 울렸다.낮고, 짧게.“……읏.”은유의 손가락이 키보드에서 멈췄다.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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