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최고의 서브를 구합니다: Kapitel 111 – Kapitel 120

139 Kapitel

111화

아침에 눈을 뜬 은유는 한동안 천장을 보고 누워 있었다.옆자리는 비어 있었다.손을 뻗어보니 아직 온기가 조금 남아 있었다.은유가 몸을 일으켰다.침실 밖으로 나오자 서재 쪽에서 키보드 소리가 들렸다.강혁은 벌써 일을 시작한 모양이었다.은유는 욕실로 들어갔다.세면대 위에 칫솔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자기 칫솔을 집었다.세수를 하고, 선반에서 화장품을 꺼냈다.언제 가져왔는지 바로 생각나지 않았다.하나는 며칠 전.하나는 그보다 전이었다.처음에는 파우치 하나였는데 이제는 선반 한쪽을 거의 쓰고 있었다.은유는 별생각 없이 스킨을 바르고 욕실을 나왔다.옷장 문을 열었다.강혁의 셔츠 옆에 자기 옷이 걸려 있었다.서랍을 열어 속옷을 꺼냈다.옷을 갈아입고 주방으로 갔다.냉장고를 열었다.물을 꺼내 마시다가 안쪽에 놓인 요구르트를 발견했다.은유가 하나 집었다.자기가 먹는 것이었다.며칠 전 장을 볼 때 넣어둔 것 같았다.숟가락을 챙겨 식탁에 앉았다.서재 문이 열렸다.강혁이 나왔다.“일어났어?”“네.”강혁이 냉장고에서 물을 꺼냈다.은유가 요구르트를 한 숟갈 먹으며 물었다.“아침 드시겠습니까?”“좀 있다가.”“네.”강혁은 물을 마시고 다시 서재로 들어갔다.은유도 요구르트를 다 먹고 컵을 씻었다.노트북을 켰다.메일을 확인하고 채용 공고 몇 개를 열었다.한참 화면을 보다가 휴대폰에 알림이 떴다.택배 배송 완료.은유가 화면을 확인했다.자기 집 앞에 놓인 상자 사진이 함께 와 있었다.은유는 알림을 닫았다.조금 뒤 서재에서 나온 강혁에게 말했다.“주인님.”“응.”“저 오늘 집에 좀 다녀오겠습니다.”강혁이 냉장고 문을 열다가 멈췄다.“왜.”은유가 그를 봤다.잠깐 웃음이 나왔다.강혁이 돌아봤다.“왜 웃어.”“아닙니다.”“웃었잖아.”“제 집에 가는데 왜냐고 물으셔서요.”강혁이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냈다.“그러니까 왜 가냐고.”정말 이상한 질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얼굴이었다.은유가 휴대폰을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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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화

휴대폰이 울렸다.강혁이었다.화면을 켰다.[저녁 뭐 먹을래.]은유의 입꼬리가 올라갔다.시계를 봤다.아직 오후였다.은유가 답했다.[아직 집인데요.]읽음.잠시 뒤 답이 왔다.[알아.]은유가 화면을 잠깐 바라봤다.그리고 다시 진동했다.[먹고 싶은 거 골라.]은유가 작게 웃었다.자기는 아직 자기 집에 있었다.그런데 강혁 머릿속에는 이미 저녁이 있었다.둘이 같이 먹는 저녁.은유는 휴대폰을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가방을 다시 봤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짐이었다.은유가 자리에서 일어났다.옷장으로 갔다.문을 열었다.잠깐 살폈다.그리고 잠옷 한 벌을 더 꺼냈다.가방에 넣었다.욕실로 다시 갔다.이번에는 헤어 제품 하나를 챙겼다.주방으로 갔다.냉장고를 열었다.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것들을 확인했다.버릴 건 버렸다.물을 한 모금 마셨다.문을 닫으려다가 안쪽에 있던 작은 소스병 하나를 봤다.강혁이 전에 잘 먹었던 것이었다.은유가 꺼냈다.잠깐 들고 있다가,가방 옆에 놓았다.휴대폰을 다시 들었다.[저녁은 제가 고르겠습니다.]잠시 뒤.[그래.]은유가 화면을 끄려다가 다시 봤다.이번에는 강혁에게서 더 이상 메시지가 오지 않았다.그걸로 충분했다.은유는 가방 안을 한번 정리했다.강혁이 준 빈 가방은 이제 절반 이상 차 있었다.자기 집에서 가져온 자기 물건들로.지퍼를 닫았다.은유가 손잡이를 잡았다.현관으로 나가려다 한 번 뒤를 돌아봤다.조용한 집이 보였다.불은 켜져 있었다.아직 자기 집이었다.은유는 잠시 바라보다가 불을 껐다.그리고 강혁의 집으로 돌아갈 가방을 들었다.도어락이 열렸다.은유가 안으로 들어왔다.“왔습니다.”거실에 있던 강혁이 고개를 들었다.시선이 은유에게 갔다가,곧 손에 들린 가방으로 내려갔다.“뭐 이렇게 많아.”은유가 신발을 벗었다.“가져오라고 하셨잖습니까.”“내가 저만큼 가져오랬어?”“필요한 거요.”강혁이 피식 웃었다.“다 필요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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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화

은유가 그 손을 피하지 않았다.오히려 가까이 갔다.조금 전까지 평범했던 공기가 천천히 바뀌기 시작했다.은유가 먼저 말했다.“저 돌아왔습니다.”강혁의 눈이 가늘어졌다.“알아.”은유의 입꼬리가 조금 올라갔다.“그럼.”강혁이 그녀를 가까이 당겼다.은유가 자연스럽게 몸을 맡겼다.이번에는 누구도 시작을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강혁이 은유의 목 뒤에 얹었던 손을 거뒀다.“일어나.”“네.”은유가 소파에서 일어났다.강혁은 먼저 침실로 들어갔다.은유가 뒤따랐다.침대 옆에 서자 강혁이 서랍을 열었다.안에서 로프를 꺼냈다.은유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오늘은 이겁니까?”“응.”강혁이 로프를 손안에서 한번 풀었다.은유가 그걸 보다가 물었다.“어떻게 하십니까?”강혁이 은유를 봤다.“못 움직이게.”짧은 대답이었다.은유의 입꼬리가 조금 올라갔다.오늘 자기 집에 갔다가,다시 여기로 돌아왔다.그런데 돌아오자마자 듣는 말이 저거였다.은유가 두 손을 몸 옆에 붙였다.“네, 주인님.”강혁이 말했다.“벗어.”은유가 옷을 벗었다.한 벌씩 침대 옆에 내려놓았다.마지막 속옷까지 벗은 뒤 강혁 앞에 섰다.강혁이 로프를 한 가닥 풀어 내렸다.색은 검정보다 조금 붉은 남색이었다.손안에서 무겁고, 매끄러웠다.“손 뒤로.”은유가 팔을 등 뒤로 보냈다.손목이 겹치자 강혁이 그 위를 감았다.같은 자리를 여러 겹.매듭이 손목 안쪽에 붙었다.은유가 손가락을 가볍게 움직여 봤다.아직 움직일 수 있었다.강혁이 그걸 보고 로프를 팔뚝으로 올려 감았다.팔꿈치까지 붙자 두 팔이 등 뒤에서 하나의 면처럼 달라붙었다.어깨가 저절로 열렸다.가슴이 앞으로 나왔다.은유가 작게 숨을 내쉬었다.“어때.”“팔이…… 제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그게 맞아.”강혁이 로프를 겨드랑이 아래로 빼냈다.가슴 윗선을 한 줄이 지나고, 바로 아래를 다음 줄이 갈랐다.살이 로프 사이로 살짝 불룩하게 밀려 나왔다.은유가 숨을 들이쉬자 그 사이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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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화

은유는 힘을 빼고 로프에 몸을 맡겼다.강혁이 가까이 왔다.은유가 그를 올려다봤다.입술이 가까워지자 은유가 얼굴을 들려 했다.상체가 따라가지 못했다.헤드에 연결된 줄이 가슴을 잡아당겼다.강혁이 그 간격을 메웠다.짧게 입을 맞추고 떨어졌다.은유가 따라가려 했다.로프가 어깨를 붙들었다.“…….”강혁이 허벅지 안쪽에 손을 올렸다.은유가 다리를 오므리려 했다.발목에 걸린 줄이 먼저 팽팽해졌다.벌어진 채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손가락이 입구를 쓸었다.이미 젖어 있었다.은유가 허리를 들려고 했다.사타구니를 지나는 로프가 그 움직임을 가로막았다.조금만 들리고, 다시 내려앉았다.“하…….”강혁이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안이 바로 조여들었다.은유가 팔을 쓰려 했다.등 뒤에서 손목만 로프에 쓸렸다.가슴이 로프 사이로 들썩였다.다가갈 수도, 피할 수도 없었다.강혁이 리듬을 바꿨다.깊게 넣었다가 멈추고, 다시 움직였다.은유가 더 원해서 허리를 밀어 보았다.몇 센티미터도 나가지 못했다.강혁이 그 제한을 보고 손을 빼냈다.은유의 숨이 허공에 걸렸다.“왜…….”“기다려.”은유는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다리가 벌어져 있었고, 손은 등 뒤에 있었다.강혁이 다시 가까이 왔다.끝을 그 자리에 대고 천천히 밀어 넣었다.“아…….”은유가 몸을 받으려 했다.로프가 허리를 붙잡아 강혁이 정한 깊이만 남겼다.강혁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깊게, 느리게.은유가 더 가까이 가고 싶어서 무릎을 끌어당겼다.발목 줄이 침대 다리를 울렸다.그대로였다.강혁이 속도를 올렸다.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은유가 손목을 비틀었다.매듭이 살에 더 파고들었다.풀리지 않았다.맡기는 수밖에 없었다.그 사실이 안쪽을 더 조이게 했다.“주인님…….”강혁이 허리를 붙잡고 더 깊게 밀어 넣었다.은유가 먼저 무너졌다.다리가 떨리고, 로프에 묶인 몸이 경련했다.강혁이 그 조임을 느끼며 따라갔다.깊게 사정했다.한동안 그대로 붙어 있었다.은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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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화

은유는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을 떴다.잠깐 천장을 바라봤다.익숙한 천장이었다.자기 집.옆을 돌아봐도 아무도 없었다.은유는 이불을 걷고 일어났다.거실로 나오자 어젯밤 대충 정리해둔 흔적이 보였다.택배 상자는 접어 현관 옆에 세워두었고, 빨래는 건조대에 걸려 있었다.식탁 위에는 노트북과 서류 몇 장이 펼쳐져 있었다.은유는 냉장고를 열었다.물을 꺼내 한 모금 마셨다.안쪽이 많이 비어 있었다.며칠씩 강혁의 집에 있다 보니 장을 보는 횟수도 자연스럽게 줄었다.은유는 냉장고 문을 닫았다.불편하지 않았다.어젯밤에도 잘 잤다.오랜만에 혼자 침대를 전부 쓰는 것도 좋았고, 밀린 빨래를 돌리고 자기 물건을 정리하는 것도 편했다.여전히 자기 집이었다.은유가 소파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다.메일부터 확인했다.광고 메일 몇 개.채용 사이트 알림.지난주에 지원한 회사의 접수 확인 메일.하나씩 넘기던 손이 멈췄다.제목을 다시 읽었다.[서류전형 합격 및 면접 일정 안내]은유가 눈을 깜빡였다.메일을 열었다.처음부터 읽었다.그리고 다시 읽었다.회사 이름을 확인했다.지원했던 세 곳 중 하나였다.면접 날짜.시간.장소.준비 사항.은유가 화면 앞으로 조금 더 몸을 숙였다.입꼬리가 올라갔다.“됐다.”작게 말하고 나니 웃음이 더 났다.최종 합격은 아니었다.면접 한번이었다.그런데 지난번 최종에서 떨어진 뒤 다시 처음부터 지원서를 넣고, 자기소개서를 고치고, 공고를 뒤지던 시간이 있었다.적어도 이번에는 다음 단계로 갔다.은유는 바로 휴대폰을 집었다.채용 사이트가 아니었다.검색창도 아니었다.강혁과의 대화창을 열었다.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였다.[주인님.]잠깐 생각하다 다음 메시지를 보냈다.[면접 연락 왔습니다.]보내고 나서야 은유가 웃었다.어머니보다도 먼저였다.휴대폰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려는데 읽음 표시가 떴다.곧 답장이 왔다.[어디.]은유가 회사 이름을 적었다.이번에는 조금 기다렸다.[거기 전에 지원했던 데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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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화

몇 가지 질문이 더 이어졌다.강혁은 질문을 많이 하지 않았다.대신 은유가 대답하면 필요한 부분만 잘랐다.“그건 뒤에.”“네.”“숫자 있으면 숫자로 말해.”“알겠습니다.”“모르는 건 아는 척하지 말고.”“네.”은유가 다시 답변을 시작했다.조금 지나자 강혁이 말했다.“허리.”은유가 반사적으로 등을 폈다.말하다 말고 자기 자세를 확인했다.강혁은 아무렇지 않게 다음 질문을 봤다.은유의 입꼬리가 조금 올라갔다.“왜.”“아닙니다.”“집중해.”“네, 주인님.”다시 시작했다.이번에는 강혁을 면접관이라고 생각하고 똑바로 바라봤다.강혁이 질문했다.은유가 답했다.중간에 막히면 잠깐 생각하고 다시 말했다.몇 번 반복하자 처음보다 확실히 짧아졌다.강혁이 고개를 끄덕였다.“됐어.”은유가 긴장을 풀었다.“끝입니까?”“옷 봐야지.”“옷도요?”“가져왔다며.”은유가 침실에서 옷을 가져왔다.재킷과 블라우스, 바지였다.강혁이 한번 훑어봤다.“입어봐.”은유가 그 자리에서 재킷을 걸쳤다.“다 입어야 합니까?”“봐야 알지.”“알겠습니다.”은유가 침실로 가려 했다.“거기서 해.”은유가 돌아봤다.“여기서요?”강혁이 그녀를 봤다.“왜.”은유가 잠깐 웃었다.“아닙니다.”이미 서로 못 본 것도 없었다.은유는 입고 있던 상의를 벗었다.블라우스로 갈아입고 바지도 바꿨다.재킷까지 걸쳤다.강혁 앞에 섰다.“어떻습니까?”강혁이 위아래로 봤다.“괜찮네.”“그게 답니까?”“뭐가 더 필요해.”은유가 재킷 소매를 정리했다.“아까부터 너무 박하십니다.”강혁이 손짓했다.“와봐.”은유가 가까이 갔다.강혁이 재킷 깃을 바로잡았다.한쪽이 조금 접혀 있었다.손끝으로 펴고,블라우스 칼라도 정리했다.은유는 가만히 서 있었다.강혁의 손이 머리카락 한 가닥을 뒤로 넘겼다.“이렇게 가.”은유가 그를 올려다봤다.“네.”강혁이 손을 뗐다.은유는 그대로 조금 더 서 있었다.“왜.”“아무것도 아닙니다.”“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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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화

강혁이 노트북을 다시 자기 쪽으로 당겼다.채용 공고를 조금 더 내려봤다.복지.근무 형태.수습 기간.그러다 물었다.“야근 많나.”“모르겠습니다.”“면접 때 물어봐.”은유가 눈을 크게 떴다.“그걸 제가 물어봅니까?”“왜 못 물어.”“붙기도 전에 야근 얼마나 하냐고 물으면 좋아하겠습니까?”“알아야 결정하지.”은유가 웃었다.“저는 아직 주인님처럼 고르는 입장이 아닙니다.”강혁의 손이 멈췄다.“왜.”“취준생이니까요.”“붙으면 고르는 거지.”“합격시켜 준다고 무조건 좋은 회사인 건 아니잖아.”은유가 그를 봤다.강혁은 진심이었다.“네.”은유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맞습니다.”강혁이 다시 공고를 봤다.“퇴근은 여섯 시네.”“네.”“야근 없으면 일곱 시쯤 오겠네.”은유가 잠깐 멈췄다.“어디를요?”강혁이 화면에서 눈을 들었다.“여기.”은유가 강혁을 바라봤다.“퇴근하고요?”“응.”“매일요?”그제야 강혁도 잠깐 생각하는 듯했다.하지만 오래 걸리지 않았다.“지금도 거의 있잖아.”“그건 그렇습니다.”“그럼 뭐가 달라.”은유가 웃었다.틀린 말은 아니었다.오히려 기분이 좋았다.취업하면 지금처럼 자주 만나지 못할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다.강혁은 애초에 그런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은유가 물었다.“제가 취업해도 계속 여기 오라고 하시는 겁니까?”강혁의 눈이 조금 가늘어졌다.“안 올 거야?”“아닙니다.”은유는 바로 대답했다.“오고 싶습니다.”“그럼 됐잖아.”간단했다.은유의 입꼬리가 올라갔다.강혁이 다시 화면을 봤다.“출근하면 지금처럼 낮에는 못 있겠네.”“그렇겠죠.”강혁이 잠깐 말이 없었다.화면을 내리던 손가락도 멈춰 있었다.은유가 그를 봤다.강혁은 무언가 생각하다가 말했다.“그럼 시간 맞추면 되잖아.”“시간을요?”“응.”강혁이 노트북을 닫았다.“퇴근하고 오면 되고.”은유는 잠시 그를 바라봤다.강혁에게는 이미 정리가 끝난 얼굴이었다.은유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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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화

면접이 끝난 뒤로 며칠이 지났다.은유는 그동안 결과를 기다리면서도 일부러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지난번에도 최종까지 갔다가 떨어졌었다.이번에도 될 수도 있고,아닐 수도 있었다.그래서 평소처럼 지원 공고를 더 봤다.자기소개서도 조금씩 고쳤다.강혁도 결과를 재촉하지 않았다.면접 당일 끝났다고 연락했을 때,잘 봤어?그 한마디만 물었다.은유는 잘 본 것 같다고 대답했다.그 뒤로는 아무 말도 없었다.그러다 오후 늦게 메일이 왔다.은유는 제목을 보고도 바로 열지 못했다.잠깐 화면만 봤다.[최종 합격 안내]입술이 조금 벌어졌다.메일을 열었다.몇 줄을 읽었다.다시 처음부터 읽었다.최종 합격.출근 예정일.연봉.수습 기간.안내 사항.은유는 한동안 화면을 내려다봤다.이번에는 정말 끝이었다.지원하고,기다리고,면접 보고,다시 기다린 시간이.입꼬리가 올라갔다.휴대폰을 집었다.강혁에게 바로 메시지를 보내려다가 멈췄다.잠깐 생각했다.그리고 화면을 껐다.오늘은 직접 말하고 싶었다.은유는 노트북을 덮었다.가방을 챙겼다.강혁의 집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조금 기울어 있었다.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갔다.“왔습니다.”거실에 있던 강혁이 고개를 들었다.은유가 신발을 벗었다.가방을 내려놓았다.강혁은 그녀를 잠깐 바라봤다.그리고 말했다.“됐어?”은유의 손이 멈췄다.“네?”“붙었냐고.”은유가 웃었다.“어떻게 아셨습니까?”강혁이 소파에 등을 기댔다.“얼굴에 써 있는데.”은유가 고개를 조금 숙였다.웃음이 자꾸 났다.“붙었습니다.”강혁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잘했네.”은유가 그 말을 들은 채 잠깐 서 있었다.서류 합격 때도 들었던 말이었다.그런데 오늘은 달랐다.정말 끝까지 왔다.“감사합니다.”강혁이 손짓했다.“와봐.”은유가 가까이 갔다.강혁이 손을 뻗어 은유의 손목을 잡았다.당겨 자기 앞에 세웠다.“출근 언제.”“다음 달 첫째 주입니다.”“연봉은.”은유가 숫자를 말했다.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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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화

은유가 몇 걸음 걸어가다 뒤를 돌아봤다.강혁은 아직 소파에 앉아 있었다.평소 같으면 이미 끝났을 이야기를,혼자 끝내지 못한 얼굴이었다.은유는 그대로 욕실로 들어갔다.계약 이야기는 아직 꺼내지도 않았다.은유가 욕실에서 나왔을 때 강혁은 여전히 거실에 있었다.아까와 같은 자리였다.휴대폰도 보지 않았다.은유가 머리를 수건으로 털며 다가갔다.“안 씻으십니까?”“이따.”은유는 대답 대신 침실로 들어갔다.잠옷으로 갈아입고 나왔다.강혁 옆에 앉았다.평소처럼 가까운 자리였다.강혁이 물었다.“아까 하던 말.”은유가 그를 봤다.“네.”“끝까지 해.”은유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자기가 다시 꺼낼 필요가 없었다.강혁이 먼저 붙잡았다.“급여랑 집 말입니까?”“응.”은유는 잠깐 생각했다.“제가 취업하면 이제 제 생활은 제가 할 수 있습니다.”“그래서 안 받아도 된다며.”“네.”“안 받아도 되는 거랑 안 받는 건 다르지.”은유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습니다.”“그럼 됐잖아.”강혁은 다시 결론을 내렸다.은유가 그 얼굴을 바라봤다.“그런데 둘 다 계약 조건이지 않습니까.”강혁의 시선이 멈췄다.“그래.”“제가 그 조건들이 필요 없어진다면요.”“필요 없어도 계약은 계약이지.”“그렇군요.”은유는 잠시 말이 없었다.강혁이 먼저 물었다.“뭐가 하고 싶은 말인데.”은유가 손을 무릎 위에 가지런히 올렸다.“그러면.”목소리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계약도 정리하는 게 맞지 않습니까?”“안 해.”은유가 눈을 깜빡였다.말이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강혁은 생각하지 않았다.은유가 천천히 그를 봤다.강혁의 표정도 조금 굳어 있었다.자기가 너무 빨리 대답했다는 걸 뒤늦게 알아차린 것 같았다.은유가 물었다.“뭘요?”“계약 정리.”이번에는 목소리가 낮았다.“안 돼.”은유는 한동안 강혁을 바라봤다.입꼬리가 올라가려는 걸 조금 참았다.“왜요?”“기간 남았잖아.”이번에는 답이 바로 나왔다.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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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화

은유가 강혁의 집에 도착한 건 저녁이었다.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갔다.“왔습니다.”거실에 있던 강혁이 고개를 들었다.“응.”짧았다.은유는 신발을 벗었다.가방을 평소 두던 자리에 내려놓았다.침실로 들어가 겉옷을 벗고 나왔다.강혁은 소파에 앉아 있었다.휴대폰을 보고 있었지만 화면이 오래 바뀌지 않았다.은유가 주방으로 갔다.“커피 드시겠습니까?”“됐어.”은유의 손이 잠깐 멈췄다.“물은요?”“있어.”테이블 위에 반쯤 마신 생수가 놓여 있었다.은유가 거실로 돌아왔다.강혁 맞은편에 앉으려다가,잠깐 생각하고 옆에 앉았다.강혁은 피하지 않았다.은유가 몸을 조금 기대었다.어깨가 닿았다.평소라면 강혁의 팔이 올라오거나,적어도 시선이라도 한번 왔을 거리였다.오늘은 없었다.은유가 고개를 들어 강혁을 봤다.강혁은 여전히 휴대폰 화면을 보고 있었다.“주인님.”“응.”“뭐 보고 계십니까?”“그냥.”은유의 입꼬리가 조금 올라갔다.“주인님도 그런 말씀 하십니까?”강혁이 그제야 그녀를 봤다.“뭐.”“그냥이요.”“왜.”“제가 하면 항상 물으시잖습니까.”강혁은 대답하지 않았다.다시 화면으로 눈을 돌렸다.은유도 더 말하지 않았다.잠시 뒤 강혁이 휴대폰을 내려놓았다.손목의 시계를 한번 만졌다.은유의 시선이 그 손으로 갔다.강혁이 소매 끝을 당겼다.흐트러진 곳도 없었다.은유는 그 모습을 잠깐 바라봤다.어제였다.계약을 정리해도 되지 않겠느냐고 물었던 것.강혁이 생각하기도 전에,안 한다고 했던 것.그리고 이유를 끝내 말하지 못했던 것.은유는 그 얘기를 다시 꺼내지 않았다.자기가 마지막에 말했으니까.이유를 알게 되면 말해달라고.그러니까 기다리면 됐다.그런데 강혁은 평소와 달랐다.화가 난 것 같지는 않았다.은유에게 차갑지도 않았다.그저,무언가가 계속 안에서 걸려 있는 사람 같았다.은유가 물었다.“오늘 기분 안 좋으십니까?”강혁의 눈이 움직였다.“아니.”대답은 빨랐다.은유가 잠깐 그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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