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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벌거 벗은 황태자님: บทที่ 21 - บทที่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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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 제 시녀를 조사하시겠습니까

021. 제 시녀를 조사하시겠습니까카시안 벨로크는 웃지 않는 사람이었다.마차 문이 열린 뒤에도 그는 한 발 물러서서 황태자에게 예를 갖췄을 뿐, 시선은 내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검은 제복의 단추는 목 끝까지 잠겨 있었고, 왼손에는 얇은 서류철 하나가 들려 있었다.저 서류철이 나보다 먼저 별궁에 도착한 모양이었다.“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지?”레오니스가 먼저 내렸다. 나는 그의 뒤를 따라 발판에 발을 올렸다. 손목의 계약선은 이미 안정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레오니스는 내 걸음이 바닥에 닿을 때까지 문 옆에서 움직이지 않았다.카시안의 시선이 그 짧은 기다림까지 훑었다.“새 전속 시녀에 관해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내 시녀를 조사하시겠다는 건가?”“황태자 전하의 전속이기에 조사하는 겁니다.”목소리는 낮고 단정했다. 변명도 공격도 아니었다. 그래서 더 까다로웠다.별궁 응접실로 자리를 옮긴 뒤 카시안은 서류철을 펼쳤다.“비비. 성은 없음. 남부의 작은 귀족가에서 일한 경력이 있으나 추천인은 공란. 황궁 시녀 등록은 사흘 전. 전속 배치는 그다음 날.”나는 속으로 날짜를 다시 셌다.마리벨과 에드윈이 만든 서류다. 급하게 만든 것치고는 꽤 그럴듯했지만, 내사국을 속이기에는 새 종이 냄새가 너무 났다.카시안이 물었다.“이전 주인의 이름은?”입을 열려는 순간 레오니스가 찻잔을 내려놓았다.“그 질문이 필요한가?”나도 모르게 그를 봤다.카시안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필요합니다.”레오니스가 나를 돌아봤다. 대신 대답할 줄 알았다.그런데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시선을 맞춘 채 기다렸다.선택은 내게 넘겨졌다.나는 앞치마 위에서 손가락을 한 번 접었다 폈다.“라비엔 자작가입니다.”“라비엔 자작에게 확인해도 되겠습니까?”“하셔도 됩니다.”에드윈이 아주 미세하게 숨을 들이켰다. 그 집안은 실제로 존재한다. 다만 내가 일한 적은 없다.“자작가에서 무슨 일을 했지?”“약차 준비와 기록 정리를 도왔습니다.”“기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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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 셔츠는 증거물입니다

022. 셔츠는 증거물입니다카시안의 질문에 가장 먼저 반응한 건 내 손이었다.반사적으로 레오니스 소매를 잡으려다가 멈췄다. 내사국장 앞에서 황태자의 옷을 검사하겠다고 달려드는 시녀는 아무래도 이상했다.“잉크다.”레오니스가 말했다.카시안은 흔적을 한 번 더 봤다.“검푸른 잉크를 쓰십니까?”“오늘부터 쓰기로 했지.”태연했다.나는 정말 저 사람이 황태자가 아니라 사기꾼이었어도 잘 살았겠다고 생각했다.카시안은 더 묻지 않았다. 다만 돌아가기 전 나를 한 번 보고 말했다.“라비엔 자작가에는 확인을 넣겠습니다.”문이 닫혔다.세 걸음.다섯 걸음.복도에서 그의 발소리가 완전히 멀어진 뒤에야 에드윈이 양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전하, 앞으로는 잉크 종류까지 맞춰 놓겠습니다.”“그래.”나는 벌떡 일어났다.“셔츠부터 주십시오.”응접실이 조용해졌다.에드윈이 손을 내렸다. 마리벨은 내 얼굴과 레오니스를 번갈아 봤다.나는 다시 말했다.“전하, 벗어 주십시오.”레오니스가 느리게 눈썹을 올렸다.그제야 문장의 문제가 보였다.“셔츠 말입니다. 증거물이라서요.”“알고 있다.”“그런데 왜 다들 가만히 계십니까?”“그대만 모르는 것 같아서.”무슨 뜻인지 묻지 않았다. 물으면 더 이상해질 것 같았다.레오니스는 재킷부터 벗어 의자 등받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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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3. 시녀는 황실 서고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023. 시녀는 황실 서고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황실 서고는 황궁 안에서도 가장 조용한 건물이었다.창문은 높았고, 회백색 석벽에는 장식 하나 없었다. 문 앞의 경비는 레오니스를 보자마자 허리를 숙였지만 내게서는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예상한 반응이었다.“전하. 동행인은 밖에서 기다려야 합니다.”서고 관리관이 말했다.레오니스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내 전속 시녀다.”“규정상 시녀는—”“내가 필요한 책을 찾는 동안 기록을 들고 있어야 한다.”관리관이 난처한 얼굴을 했다.황태자의 명령을 거부하기 어렵고, 규정을 어기는 것도 싫은 얼굴.나는 최대한 시녀답게 고개를 숙였다.“책은 만지지 않겠습니다.”말하고 나서 생각했다.이건 거짓말이었다.***서고 안에 들어간 지 십 분 만에 나는 책을 세 권이나 만지고 있었다.“아르델 경.”에드윈이 아주 낮게 불렀다.“지금은 비비입니다.”“비비 씨. 손.”나는 양손에 든 책을 내려다봤다.“필요해서요.”“관리관이 옵니다.”책을 제자리에 꽂고 앞치마를 정리했다.관리관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나를 봤다.“글자를 읽을 줄 아나?”“조금요.”“고대 문자는?”“거의 못 읽습니다.”거짓말을 할 때는 짧게 해야 한다.다행히 그는 더 묻지 않았다.레오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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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4. 서가 사이 한 뼘

024. 서가 사이 한 뼘관리관의 손이 바로 옆 칸으로 들어왔다.책등이 밀리는 소리가 났다.나는 숨을 들이켰다가 멈췄다.레오니스와 나 사이에는 한 뼘도 남지 않았다. 뒤는 차가운 석벽, 옆은 오래된 책으로 가득 찬 서가였다. 빠져나갈 곳이 없었다.품에 안은 금지 기록이 미끄러졌다.잡으려다가 균형을 잃었다.손바닥이 레오니스 가슴 위에 닿았다.그가 움직이지 않았다.나도 움직일 수 없었다.손을 떼면 기록이 떨어지고, 몸을 뒤로 빼면 벽에 부딪힌다.마침 손바닥 아래에 그의 호흡이 느껴졌다.천천히 올라왔다가 내려가는 움직임.평소 같으면 그 아래의 계약 문양부터 계산했을 것이다.지금은 글자가 잘 들어오지 않았다.이상했다.손목의 계약선은 조용했다.마력 흐름도 안정적이었다.그런데 내 맥박만 빨랐다.레오니스가 아주 조금 고개를 숙였다.말은 하지 않았다.가까운 거리에서 그의 눈이 나를 확인했다.괜찮냐고 묻는 것 같기도 했고, 손을 떼도 된다고 말하는 것 같기도 했다.나는 금지 기록을 더 단단히 안았다.옆에서 관리관이 책을 뽑았다.종이가 스치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한참 뒤.발소리가 멀어졌다.계단 아래 문이 닫힐 때까지 아무도 먼저 움직이지 않았다.내가 먼저 손을 뗐다.손바닥에 남은 열이 금방 식지 않았다.“이제 됐습니다.”목소리가 평소보다 낮았다.레오니스가 한 발 물러났다.“계약이 불안한가?”“아닙니다.”이번에는 바로 대답했다.계약은 정말 아무 문제 없었다.그게 문제였다.나는 기록을 펼쳤다.다시 글자를 읽었다.계승자의 지위를 승인하는 혼인은 왕좌의 보호 아래 놓인다.후계 승인 전까지 계약자는 계승자의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혼인.”레오니스가 내 어깨 너머로 문장을 읽었다.“황태자비 선정과 연결된 건가?”“가능성이 높습니다. 계약 자체가 단순히 전하를 묶는 게 아니라 황위 계승 절차를 강제하고 있을 수도 있어요.”다음 문장은 일부가 지워져 있었다.왕좌를 선택한 자는…….그 뒤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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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5. 황태자비 후보가 왔습니다

025. 황태자비 후보가 왔습니다리디아 벨하임은 아름답다는 말보다 빈틈이 없다는 말이 먼저 떠오르는 여자였다.밝은 금발은 목 뒤에서 단정하게 묶여 있었고, 연한 청색 드레스에는 장식이 많지 않았다. 그런데도 대기실에 들어서는 순간 주변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모였다.황실에서 오래 교육받은 사람의 걸음이었다.어디서 멈춰야 하는지 알고, 누구에게 먼저 인사해야 하는지 알고, 미소를 얼마나 오래 유지해야 하는지도 아는 사람.“레오니스 전하.”리디아가 손을 내밀었다.레오니스가 형식적으로 손등에 입을 맞췄다.“오랜만입니다, 공녀.”“작년 북부 사절단 이후 처음이군요.”둘 사이의 대화는 매끄러웠다.설명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끼리만 나눌 수 있는 말들이 있었다. 어느 귀족이 어느 편인지, 어떤 연회에서 어떤 말을 피해야 하는지, 황후 앞에서 어디까지 웃어야 하는지.나는 두 걸음 뒤에서 차 쟁반을 들고 있었다.객관적으로 봐도 잘 어울렸다.그 사실을 알아차리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리디아가 말했다.“전하, 장갑이.”레오니스 오른손 장갑 끝이 조금 접혀 있었다.그녀가 자연스럽게 손을 뻗었다.장갑 끝을 펴고, 옷깃에 붙은 작은 먼지까지 떼어냈다.아주 짧은 접촉이었다.황태자비 후보라면 이상할 것도 없다.나는 찻잔을 내려놓았다.손목의 계약선은 조용했다.다시 한번 확인했다.아무 문제 없었다.그런데 시선이 한 번 더 그쪽으로 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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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6. 거리 제한은 연회장을 싫어합니다

026. 거리 제한은 연회장을 싫어합니다연회장은 사람을 멀리 떨어뜨리기 위해 만든 공간 같았다.황족은 중앙.귀족은 작위 순서대로.시종과 시녀는 벽 쪽.그리고 나는 레오니스에게서 정확히 스물세 걸음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평소라면 버틸 수 있는 거리였다.문제는 오늘의 황궁이었다.천장 전체에 대형 조명 마법진이 돌아가고 있었고, 바닥 아래에는 외부 마법 차단 결계가 깔려 있었다. 귀족들이 몸에 두른 방어 장신구까지 합치면 마력 흐름이 엉망이었다.손목이 서서히 뜨거워졌다.나는 소매 안쪽을 눌렀다.아직 괜찮다.레오니스는 리디아와 함께 황후 앞에 서 있었다.세라피나가 손님들에게 두 사람을 소개했다.음악이 바뀌었다.첫 춤.당연히 리디아가 상대였다.나는 계약선만 봤다.정확히는 보려고 했다.레오니스가 리디아의 손을 잡았다.손목이 더 뜨거워졌다.“거리 때문입니다.”옆의 마리벨이 나를 봤다.“네?”“아무것도 아닙니다.”말이 입 밖으로 나왔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둘은 춤을 시작했다.레오니스는 검을 잡을 때처럼 몸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았다. 리디아 역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였다.잘 맞았다.그 생각이 떠오르자마자 손목이 욱신거렸다.마력 반응이다.그렇게 정리했다.연회장 결계와 거리 때문에.
last updateปรับปรุงล่าสุด : 202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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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7. 가까이 가야 합니다

027. 가까이 가야 합니다검푸른 선은 손목에서 멈추지 않았다.소매 안쪽으로 아주 천천히 올라왔다.나는 잔 쟁반을 들었다.가야 한다.문제는 황태자가 지금 무도 한가운데 있다는 거였다.시녀가 춤추는 귀족들 사이를 가로질러 달려가면 그 순간부터 모두가 나를 기억한다.기억에 남으면 안 된다.하지만 늦으면 더 큰 문제가 생긴다.레오니스의 옷부터.그리고 이제는 내 손목까지.“마리벨.”“네?”“잔 하나만.”“왜요?”“전하께서 필요합니다.”나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황태자용 잔을 들었다.음악의 한 구절이 끝날 때마다 춤의 동선이 바뀐다.사람 사이 틈을 계산했다.두 걸음.세 걸음.귀족 부인의 치맛자락을 피하고, 뒤로 물러나는 남자의 어깨를 지나갔다.시선이 몇 개 붙었다.괜찮다.시녀가 잔을 들고 움직이는 건 이상하지 않다.열 걸음.손목이 다시 타올랐다.레오니스도 느낀 모양이었다.춤을 추면서도 시선이 한 번 내게 왔다.나는 잔을 조금 들어 보였다.명분.그가 알아들었다.음악이 끝났다.박수가 터졌다.리디아가 레오니스에게서 한 발 물러나는 순간 나는 옆에 도착했다.“전하, 잔을 바꾸겠습니다.”너무 가까이 다가온 시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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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8. 이번에는 제가 받았습니다

028. 이번에는 제가 받았습니다“연회는 여기까지 하지.”레오니스가 말했다.목소리는 평소와 같았다.그래서 아무도 처음에는 이상함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그는 쓰러진 쟁반을 보지도 않고 황후 쪽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시녀가 다쳤습니다. 제 책임이니 먼저 물러가겠습니다.”세라피나의 시선이 나와 레오니스를 번갈아 훑었다.리디아도 보고 있었다.하지만 레오니스는 더 설명하지 않았다.그가 내 팔꿈치 아래로 손을 받쳤다.“걸을 수 있나?”“물론입니다.”두 걸음 뒤에 무릎이 꺾였다.레오니스가 바로 잡았다.“그게 걸을 수 있는 사람의 대답인가?”“두 걸음은 걸었습니다.”“세 번째를 못 갔잖나.”반박할 말이 없었다.연회장 문이 닫히자 그는 더 이상 체면을 신경 쓰지 않았다.가까운 휴게실로 나를 데려가 의자에 앉혔다.“손.”“괜찮습니다.”“비비안.”처음이었다.시녀 이름이 아니라 내 이름을 그렇게 불렀다.짧고 낮았다.나는 결국 손을 내밀었다.레오니스가 장갑 끝을 잡았다. 급하게 벗기지 않았다. 손가락 마디가 걸리지 않게 하나씩 천을 빼냈다.검푸른 문양이 드러났다.그의 눈빛이 차가워졌다.나에게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난 사람의 얼굴이었다.“아픕니까?”“질문은 내가 해야 하지 않나?”“환자는 접니다.”“그러니까 묻는 거다.”그가 찬물에 적신 천을 손목 위에 올렸다.차가운 감각이 닿자 문양이 오히려 선명해졌다.나는 통증을 참으며 손가락을 움직였다.“전이된 겁니다.”“왜.”“아직 모릅니다.”“돌려놔.”“마법이 그렇게 편하면 제가 부자가 됐겠죠.”그는 웃지 않았다.오히려 손바닥을 펴 내 손가락이 굽지 않게 받쳤다.접촉은 많았지만 이상하게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지금은 계약도, 입맞춤도, 거리 제한도 아니었다.그저 내가 아파서 붙잡고 있는 손이었다.“다시는 대신 받지 마.”나는 고개를 들었다.“제가 선택한 게 아닙니다.”그 말을 하려다 멈췄다.레오니스가 보고 있었다.그가 자기 고통을 내게 넘겼
last updateปรับปรุงล่าสุด : 20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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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 목욕실에는 계산식이 없습니다

029. 목욕실에는 계산식이 없습니다황태자의 개인 목욕실은 연구하기에 최악의 장소였다.물이 너무 많고, 공기가 너무 습하고, 무엇보다 책상이 없었다.나는 욕조 가장자리 옆 낮은 의자에 앉아 소매를 걷었다.“조금 더.”레오니스가 말했다.“저도 압니다.”검푸른 문양은 손목에서 팔꿈치 아래까지 이어져 있었다. 물을 적시자 숨겨진 획들이 하나씩 떠올랐다.계승자.구속.유지.단어는 보이는데 문장이 이어지지 않았다.“전하 쪽과 비교해야 합니다.”“또 셔츠인가.”나는 대답 대신 손을 내밀었다.“열어 주십시오.”레오니스가 셔츠 위쪽 단추를 풀었다.이제 이 행동이 너무 익숙해졌다는 걸, 아마 둘 다 동시에 알아차린 것 같았다.그가 말했다.“처음에는 천장만 보더니.”“지금은 자료가 필요합니다.”“편해진 건 아니고?”나는 펜이 없는 손을 허공에서 한 번 움직였다.“여기에는 계산식도 없습니다. 집중하기 어렵습니다.”“목욕실 탓인가?”“그렇습니다.”물론 전부는 아니었다.습기 때문에 젖은 머리카락이 목에 붙었고, 걷어 올린 소매 끝에서는 물방울이 계속 떨어졌다. 레오니스의 셔츠도 앞부분이 젖어 천이 피부에 달라붙었다.몸을 보려는 게 아니었다.문양을 봐야 했다.그런데 문양은 하필 심장 가까이에 있었다.나는 몸을 기울였다.“조금만 더 가까이.”레오니스가 움직이지 않고 기다렸다.욕조 가장자리에 손을 짚는 순간 발밑이 미끄러졌다.그가 바로 팔을 내밀었다.잡지는 않았다.팔 하나가 내 앞에 멈췄다.선택할 수 있게.나는 그 팔을 잡았다.손 아래 근육이 단단해졌다.균형을 되찾고도 바로 놓지 못했다.“됐나?”“잠깐만요.”문양이 겹쳐 보였다.내 손목의 검푸른 선과 그의 가슴 위 계약문.형태가 같았다.다만 내 쪽에는 없던 글자 하나가 그에게 있었다.왕좌.나는 물을 한 번 더 끼얹었다.문장이 떠올랐다.계승자의 지위를 유지하는 동안.숨이 멎었다.“전하.”레오니스도 읽었다.“황태자라는 지위 자체가 조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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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 움직이지 마

030. 움직이지 마“잠깐만요.”목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나왔다.문밖이 조용해졌다.나는 입을 다물었다.레오니스가 아주 작게 웃을 뻔한 얼굴을 했다.“전하.”“알고 있다.”문을 잠그면 더 의심받는다.시종을 돌려보내도 마찬가지다.나는 욕조 뒤 가림막을 봤다.넓지 않았다.하지만 다른 선택도 없었다.레오니스가 먼저 손을 뻗지 않았다.“이쪽.”그가 공간을 비켰다.나는 젖은 치맛자락을 들고 가림막 뒤로 들어갔다.첫 번째 문제.바닥이 젖어 있었다.두 번째 문제.시종이 문 안까지 들어오면 가림막 옆에서 내가 보인다.레오니스도 그걸 알아차렸다.“들어와.”문이 열렸다.나는 벽 쪽으로 더 붙었다.시종의 발소리가 가까워졌다.“황후궁에서 긴급히 전달하라 하셨습니다.”“거기 두고 가.”“직접 확인을 받으라는 명이었습니다.”왜 하필 오늘은 다들 성실한가.레오니스가 한 걸음 옮겼다.가림막 앞을 막았다.그런데 시종이 문서함을 들고 더 안쪽으로 들어왔다.시야가 생긴다.나는 몸을 돌렸다.그 순간 레오니스의 손이 허리 옆에 닿았다.이번에는 단순히 받쳐 주는 정도가 아니었다.내 몸을 자신의 안쪽으로 붙여 가렸다.젖은 소매가 그의 셔츠에 닿았다.천이 차갑게 달라붙었다.나는 숨을 줄였다.얼굴을 조금 돌리면 턱이 그의 어깨에 닿을 거리였다.시종이 말했다.“전하, 황태자비 선정 일정이 조정되었습니다.”레오니스의 손끝이 아주 조금 굳었다.“얼마나.”“첫 공식 심사가 일주일 앞당겨졌습니다.”나는 레오니스 쪽을 보려 했다.그가 더 낮게 말했다.“움직이지 마.”귀 가까이에서 목소리가 울렸다.몸이 먼저 멈췄다.계약 때문인지, 들킬까 봐서인지, 그 목소리 때문인지는 구분하지 않았다.“문서는 여기 두겠습니다.”“나가.”문이 닫혔다.발소리가 멀어졌다.그런데도 우리는 바로 떨어지지 않았다.한 박자.정말 짧았다.그 짧은 시간이 이상하게 길었다.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이제 놓으셔도 됩니다.”레오니스의 손에서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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