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은 지금 심장이 시키는 대로 몸이 움직이고 있었다.엘에프가 리아나를 제거하지만 않았다면, 그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출근을 했을 것이다.그리고 엘에프가 리아나를 살려 두었기 때문에 그가 이렇게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방증이었다. “헤르만, 바빠 보이는군.” “그래, 그렇게 됐어.”헤르만은 우선 리아나의 법적인 주소지와 그녀의 검은 슈퍼카가 마지막으로 찍힌 CCTV 동선을 모조리 추적시키고자 상위 넘버들을 불렀다.그가 몸을 돌려 문 앞까지 나가려던 그 순간.고요한 정적을 깨고 문가에서 단정하고 차분한 건식 두드림 소리가 울려 퍼졌다.헤르만과 소파 옆에 서 있던 엘에프의 시선이 동시에 묵직한 문고리로 쏠렸다.쇠문이 천천히 열리며, 짙은 화약 냄새와 차가운 밤바람을 품은 형체가 문가에 모습을 드러냈다.“늦었습니다, 대표님.”검은 스커트 슈트 차림의 리아나였다. 평소와 다름없는 정갈한 차림에, 늘 그렇듯 아무런 동요도 없는 무심한 표정이었다.하지만 그녀의 창백한 관자놀이와 뺨에는 핏빛 상처와 엉겨 붙은 피딱지가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게다가 얇은 목덜미 위로 희미하게 퍼져가는 거뭇한 멍 자국과, 정장 치마 아래로 기어이 반깁스를 차고 선 불완전한 다리의 모양새는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헤르만, 그럼 난 가보지.”소파에서 천천히 일어난 엘에프의 표정에는 맑고 은은한 기운이 정갈하게 서려 있었다.분명 어젯밤 엘에프는 그녀를 잔혹하게 시험했을 것이고, 리아나는 그 사선의 시험을 보란 듯이 통과한 것이리라.“그래. 잘 가.”헤르만에게 손까지 흔들며 몸을 돌리는 엘에프는 지금 기분이 무척이나 좋아 보였다.헤르만은 그런 엘에프와 시선을 주고받다 다시 리아나의 뺨에 남은 핏자국과 목덜미의 멍을 훑게 되었다.헤르만의 가슴속에서 정체 모를 불길함이 요동쳤다.리아나는 엘에프의 앞으로 천천히 다가가, 아무런 말도 없이 고개를 숙여 깊은 목례를 올렸다.‘이런······.’지금 리아나가 엘에프를 바라보는 눈빛 속에 담긴 것은 원망도,
Última atualização : 2026-10-08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