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의 공기는 유난히 묵직하게 가라앉아 있었다.도심의 소음이 완벽히 차단된 H&M 호텔 최상층 스위트룸. 그 우아하고도 폐쇄적인 공간에서는 지금껏 그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기묘하고 위험천만한 비서 선발 심층 면접이 막을 올리려 하고 있었다.헤르만은 목을 조여오는 답답함에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토요일 밤, 한바탕 지인들과 담소를 나눈 끝에 내린 결론을 이렇게 빠르게 추진하게 될 줄은 자신도 의외였다.회사 직원들의 자극적인 수군거림을 피해 자신의 은밀한 거처로 사용 중인 이곳을 면접장으로 택했으나, 도리어 그 결정이 지독하게 묘한 밀실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응접실 한편에는 거대한 보안 스크린이 자리 잡고 있었고, 리아나 한 사람만을 위한 의자가 마치 정밀한 심문실의 중앙처럼 덩그러니 놓였다.카메라는 그녀의 아주 미세한 눈 떨림이나 숨소리조차 놓치지 않겠다는 기세로 렌즈를 차갑게 번뜩이고 있었다.화면 속에는 세계 각지에 흩어진 그의 지인들이 보안 화상 회의 형태로 접속해 있었다. 현신, 가계영, 주효진, 그리고 엘에프까지. 그 이름들만으로도 국제 정세와 음지의 판도가 요동칠 만한 거물들이 단 한 명의 ‘비서 후보생’을 검증하기 위해 귀중한 시간을 할애하고 있었다.— 참, 요란도 이런 요란이 없군. 헤르만, 오래 살길 잘했다 싶군.엘에프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느긋하게 팔짱을 꼈다. 그의 서늘한 눈매는 평소보다 날카롭게 빛나며 스크린 너머의 헤르만을 정밀하게 압박했다. 특유의 화사한 미소를 짓고 있었으나, 그 깊은 눈동자 속에는 뒤틀린 흥미가 잔인하게 일렁이고 있었다.—어머 당신, 더 오래 살면 재미난 꼴 많이 볼 거예요.—하하, 엘에프 선배, 효진 님. 진짜 저도
Última atualização : 2026-09-19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