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장군님이나 잘하세요: Kapitel 61 – Kapitel 70

100 Kapitel

제61화

이제 송청아는 더 이상 그들에게 인정받으려 자신을 낮추지 않을 것이다. 그들을 위해 그런 수고를 들이는 일도 없으리라.신경찬은 기대했던 수줍음 대신 그녀의 눈에 어린 쓸쓸함을 보았다.그 순간 확신했다. 그녀는 장군부에서 잘 지내지 못하고 있었다.어떻게든 위로해 주고 싶은 충동이 불쑥 치밀었다.그는 술을 한 모금 마신 뒤, 손안의 잔을 천천히 돌리며 만지작거렸다. 그러나 눈빛 사이로 새어 나오는 냉기만큼은 감추지 못했다.“오늘 배윤호가 효기장군에 봉해지기는커녕 정장 스무 대를 맞았소. 속이 좀 시원하오?”송청아가 번쩍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뜻이지?설마 오늘 배윤호가 당한 일에 신경찬도 손을 쓴 것인가?“무슨 말씀이세요, 전하?”송청아는 의심 어린 눈으로 그를 살폈다. 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신경찬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다가, 끝내 참지 못하고 마음에 두었던 물음을 꺼냈다.“배윤호와 화리할 생각은 해 본 적 있소? 그럴 마음이 있다면 내가 도와줄 수 있소.”송청아의 눈이 커졌다. 놀라움과 의심이 한꺼번에 밀려왔다.그녀의 화리를 돕겠다고?하지만 어째서?신경찬이 자신에게 마음을 품었다는 생각만큼은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그렇다면 본래 배씨 집안과 원한이 있어, 그녀를 이용해 복수하려는 것일까?그러나 지난 생에도 이번 생에도, 제왕 신경찬이 배씨 집안과 무슨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 없었다.물론 지난 생의 배윤호는 훗날 첫째 황자인 연왕의 편에 서서 사사건건 신경찬과 맞섰다.하지만 지금은 아직 연왕과 알지도 못하는 사이였다. 무슨 일로 신경찬의 눈에 들었단 말인가?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신경찬에게 제 화리를 맡기는 것은 너무도 터무니없는 일이었다.그가 무슨 명분과 자격으로 한 무장의 집안에 끼어들어 부부의 화리를 주관한단 말인가?도움을 받아들이면 오히려 제 계획에 차질이 생길 뿐이었다. 세상의 비난과 조롱도 고스란히 그녀에게 쏟아질 터였다.거기까지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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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그 송 소저가 주군께 그토록 소중한 사람인가?젊은 장수 하나를 무너뜨리겠다고 조정의 인맥까지 움직일 만큼.정적에게 약점을 잡힐지도 모르는데도 기어이 만나려 할 만큼.세상의 비난을 무릅쓰고서라도 화리를 도우려 할 만큼.그토록 소중하다면, 어째서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는 것일까?“전하, 어찌 그때 그 소년이 바로 전하셨다고 말씀하지 않으십니까?”쇠와 돌이 부딪치는 듯 단단한 청인의 목소리가 신경찬의 등 뒤에서 울렸다.연거푸 술을 마시던 신경찬의 손이 잠시 멎었다.어째서 말하지 않느냐고?아마 두려워서일 것이다.그녀는 그날의 일을 자신만큼 소중하게 여기지 않을까 봐.함께 겪은 그 밤이 그녀에게는 그저 대수롭지 않은 일화에 불과할까 봐. 어쩌면 자신을 아예 잊었을까 봐.사실을 털어놓아도 한참을 생각한 뒤에야 그가 누구인지 떠올리고, 그저 예의상 반갑다는 인사 한마디로 끝내 버릴까 봐.차라리 아직은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지 않는 편이 나았다. 먼저 천천히 곁을 나누고, 그녀의 마음에도 자신이 조금쯤 자리 잡은 뒤에 자연스레 옛일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러면 그 추억도 두 사람 사이에 더해지는 아름다운 인연이 될 테니까.“서두를 일이 아니다. 기회는 나중에 다시 보지.”얼마나 마셨을까. 한참이 지나서야 가슴속의 쓰라림이 겨우 잦아들었다. 그 자리에 다시 그녀를 제 곁에 두고 싶다는 갈망이 차올랐다.송청아가 그를 피한다 해도, 자신에게 다른 속셈이 있다고 여긴다 해도 상관없었다.반드시 그녀를 제 곁으로 되찾아 오리라.*장군부로 돌아오는 내내, 송청아의 머릿속에는 운수향재 뒤뜰에서 신경찬과 나누었던 순간들이 맴돌았다.떠나려는 그녀를 향해 그가 불렀던 ‘송 소저’라는 호칭까지도 마음을 어지럽혔다.무엇보다 혼란스러운 것은 마지막에 보았던 그의 눈빛이었다. 감추지 못한 의지와 아쉬움이, 이상하리만큼 낯익었다.오래전 누군가에게서도 저처럼 잃을까 두려워하는 애틋한 눈빛을 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그러나 아무리 떠올리려 해도 누구였는지 생각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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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짝!날카로운 소리과 함께 송청아의 몸이 휘청였다. 무방비로 뺨을 맞은 탓이었다. 곁에서 봉 어멈이 붙들어 주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을지도 몰랐다.“큰아가씨, 이게 무슨 짓이십니까!”봉 어멈이 송청아를 부축하며 놀라 외쳤다.그러나 배유란은 봉 어멈을 거칠게 밀쳐 냈다. 송청아를 제 앞에 홀로 세워 두려는 것이었다.송청아는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옆으로 돌린 채 뺨을 감쌌다. 얻어맞은 왼뺨이 불에 덴 듯 화끈거렸다.그런데도 얼굴은 고요했다. 방금 뺨을 맞은 고통도, 모욕당한 수치심도 드러나지 않았다. 오직 무심함만이 남아 있었다. 이제는 어떤 타격도 더 이상 자신을 상처 입히지 못한다는 듯한 무심함이었다.“그래도 저분이 네 어머니고, 내가 네 큰형님인 줄은 아는구나? 나는 네가 벌써 장군부에서 쫓겨난 줄 알았다. 윤호가 그 꼴로 다쳤는데 혼자 집 밖에 나가 즐기고 다녀? 그러고도 네가 사람이냐!”배유란이 거만하게 턱을 치켜들고 욕설을 퍼붓는 동안, 상석의 고씨는 조용히 염주만 굴렸다. 얼굴에는 온화하고 자애로운 기색이 가득했다.하긴, 오랫동안 부처를 섬기며 남들 앞에서는 늘 선량하고 인자한 모습을 보이는 고씨였다. 그런 사람이 어찌 아랫사람을 가혹하게 벌하는 일을 직접 하겠는가.그러니 이런 일은 모두 배유란에게 맡기는 것이었다.거기까지 헤아린 송청아는 뺨을 감쌌던 손을 내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피하지도 물러서지도 않는 시선이 배유란의 눈을 곧장 마주했다.배유란은 순간 흠칫했다.송청아의 짙은 쪽빛 눈동자가 꼼짝 않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속내를 모조리 꿰뚫어 보는 듯한 그 고요함에, 도리어 등골이 서늘해졌다.본래도 송청아의 살결은 입김만 닿아도 상할 듯 여렸다. 따귀를 맞은 왼뺨에는 벌써 손가락 자국 다섯 줄이 붉게 떠올라, 옥처럼 흰 얼굴 위에서 유난히 선명했다.여기에 깊은 바다처럼 잔잔한 눈 속으로 이따금 번개 같은 빛이 스칠 때면, 그 아름다움은 보는 이의 마음을 서늘하게 뒤흔들었다.같은 여인으로서 배유란이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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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이런 사람을 상대할 때는 구태여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 필요가 없었다. 상대의 추궁에 끌려다니는 것은 더더욱 금물이었다. 아픈 곳을 단번에 찔러 주도권을 쥐면 그만이었다.배유란은 눈을 부릅뜬 채 송청아를 바라보았다.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예전의 송청아는 아무리 꾸짖어도 고개를 숙이고 고분고분 듣기만 했다. 말대꾸는커녕, 나중에는 향품이며 화장품까지 보내 비위를 맞추곤 했다.그런데 오늘은 어찌 이리 딴판이란 말인가.뺨을 맞고도 감히 눈을 똑바로 뜨고 쳐다보는가 하면, 자신이 고씨에게 돈을 얻으러 다닌다는 사실까지 하인들 앞에서 거리낌 없이 들춰냈다.이것이…… 정말 눈에 뵈는 게 없어진 건가!“네가 감히!”분을 참지 못한 배유란이 다시 손을 치켜들었다.그러나 송청아는 태연히 옆으로 한 걸음 비켜섰다. 힘껏 휘두른 손이 허공을 가르자, 기세를 이기지 못한 배유란의 몸이 반 바퀴 휘청 돌더니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아이고!”바닥에 나동그라진 배유란이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며 비명을 질렀다.“유란아!”고씨가 벌떡 일어나 하인들에게 어서 부축하라고 소리쳤다.하지만 비대한 몸에 비해 전족한 발은 고작 여섯 치에 불과했다. 배유란은 좀처럼 중심을 잡지 못했다. 어멈 둘이 달라붙어 잡아당겨도 일어나지 못하고, 마치 섣달에 잡으려고 살찌워 둔 돼지처럼 한참이나 바닥에서 버둥거렸다.결국 어멈들과 시녀 대여섯이 함께 매달리고서야 겨우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그렇게 일어선 배유란은 옷매무새가 흐트러지고 귀밑머리까지 산발이 되어, 영락없이 저잣거리에서 악다구니를 쓰는 아낙 꼴이었다.송청아와 봉 어멈은 곁에서 남몰래 웃음을 삼켰다. 방 안의 하인들도 감히 내색하지는 못했으나, 배유란에게 보내는 눈길마다 경멸과 꺼림칙함이 어려 있었다.배유란은 일어서자마자 고씨를 붙들고 울며 하소연했다.“어머니! 아버지는 안 계시고 윤호는 다쳐 누워 있으니, 이 송씨가 아주 제 세상을 만났어요. 이제는 제 머리 위에 올라앉으려 든다니까요! 어머니께서 따끔하게 가르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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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송채리가 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네. 오늘 형부께서 다치셨는데 청아 언니도 볼일이 있어 외출하셨거든요. 마음이 놓이지 않아 제가 여기서 지키고 있었어요.”배유란이 송청아를 곁눈으로 흘겨보며 비꼬았다.“너는 참 살뜰하구나. 네 언니보다 훨씬 마음을 쓰는구나. 네 언니가 너만큼만 했어도 내가 우리 윤호 걱정은 안 할 텐데.”송채리는 속으로 날아갈 듯 기뻤으나, 겉으로는 수줍고 겸손한 기색을 내비쳤다.“형부는 제 목숨을 구해 주신 은인이세요. 이 정도는 당연히 해야지요.”배유란이 송채리를 다시 한번 훑어보고 물었다.“윤호는 지금 어떠냐?”송채리는 시각을 가늠해 보고 대답했다.“오시에 탕약을 드시고 잠드셨으니, 이제 슬슬 깨실 때가 되었을 거예요.”“그래. 내가 들어가 봐야겠구나.”배유란이 서재 안쪽 방문 앞으로 다가가 막 문을 밀려던 순간, 배윤호의 시종 영안이 얼른 앞을 막아섰다.“큰아가씨, 큰도련님께서는 지금 누구도 만나기 어려우십니다.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소인에게 일러 주십시오. 깨어나시는 대로 전해 드리겠습니다.”제 앞을 가로막는 이가 있자 배유란의 성미가 곧장 치밀어 올랐다.“네가 뭔데 감히 내 앞을 막느냐?”영안도 배유란의 성정을 잘 알고 있었다. 호통이 떨어지자 등줄기로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큰도련님께서 허락 없이는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분부하셨습니다. 부디 헤아려 주십시오.”“이놈이!”배유란이 막 손을 쓰려는 찰나, 방 안에서 잠기운이 묻어나는 쉰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이냐?”그 목소리를 듣자 배유란의 태도가 금세 누그러졌다. 얼굴에 웃음까지 띤 채 문 너머로 말을 건넸다.“윤호야, 큰누이다. 몸은 좀 어떠냐? 내가 들어가서 좀 보자꾸나.”배윤호는 어려서부터 사사건건 소란을 피우는 이 누이가 몹시 성가셨다. 더구나 상처가 욱신거려 한참을 잠들지 못하다가 이제 겨우 눈을 붙인 참이었다. 그마저 배유란의 소란에 깨고 말았으니, 목소리에 짜증이 배어들 수밖에 없었다.“상처는 별것 아닙니다. 다만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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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고씨는 다리에 힘이 풀려 하마터면 주저앉을 뻔했다. 곁에 있던 안 어멈의 부축을 받고서야 겨우 몸을 가누더니, 두 손을 모아 연신 염불을 외웠다.“어쩌다 우리 장군부에 저토록 부녀자의 도리를 모르고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것이 들어왔단 말인가. 집안 망신을 다 시키는구나!”송채리도 곁에서 거들며 불난 데 기름을 부었다.“부인, 노여움을 푸세요. 제왕 전하께서 먼저 부르시는 바람에 청아 언니도 거절하지 못하고 몰래 만나러 간 것일지도 모르잖아요. 형부도 언니를 너무 탓하지 마세요.”세 사람은 배윤호가 불같이 화를 내며 송청아를 엄벌하라고 명하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방 안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뜻밖에도 흥분으로 들떠 있었다.“제왕을 만나고 왔다고? 그럼 수고는 받았느냐?”“네, 받았어요.”송청아의 대답이 떨어지기 무섭게 배윤호가 재촉했다.“어서! 어서 들어와서 보여 다오!”밖에 있던 세 사람의 몸이 일제히 굳었다.아무도 만나지 않겠다던 배윤호가 송청아에게는 들어오라고 했다. 그것도 저토록 안달이 나서?두 사람이 말하는 수고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아무리 머리를 굴려 보아도 영문을 알 수 없었다.그사이 영안이 송청아에게 문을 열어 주었다. 송청아는 몸을 살짝 돌려 세 사람을 담담하면서도 도도한 눈길로 한번 훑어본 뒤, 안으로 들어갔다.송채리와 배유란도 그 틈에 따라 들어가려 했으나, 어김없이 영안에게 가로막혔다.“큰도련님께서는 큰부인만 들이라 하셨습니다. 두 분께서는 밖에서 기다려 주십시오. 소인을 난처하게 하지 말아 주시지요.”영안도 엄연한 사내였다. 여자인 두 사람이 그와 몸을 부딪쳐 가며 밀고 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둘은 무안함과 분을 삭이며 문밖에 남았다. 안에서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라도 들어 볼 참이었다.방 안으로 들어선 송청아의 눈에 작은 평상에 엎드린 배윤호가 들어왔다. 속옷 차림에 허리 아래로는 털담요가 덮여 있었다.귀밑머리는 조금 흐트러져 있었고 턱에는 거뭇한 수염 자국이 옅게 돋아 있었다. 평소 굳세고 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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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한참 뒤, 수고를 대강 훑어본 배윤호가 감탄 어린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정말 훌륭한 수고로구나. 고맙다, 청아야.”그제야 송청아의 얼굴을 제대로 본 배윤호는 조금 놀랐다.꽃술처럼 희고 발그레하던 왼뺨에 선홍빛 손자국이 여러 줄 나 있었다. 고운 얼굴 위로 그 자국만 유난히 도드라졌다.배윤호가 미간을 살짝 좁혔다.“얼굴이 왜 그러냐? 누가 손을 댔어?”뒷말에는 어느새 노기가 묻어났다.송청아는 여전히 눈을 내리깔고 조용히 대답했다.“큰형님께서 때리셨어요, 서방님.”“큰누님이?”배윤호가 잠시 말을 멈췄다. 지난 몇 차례 배유란과 송청아가 마주했던 광경을 떠올려 보니, 누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았다.“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누님이 왜 널 때렸느냐?”송청아는 있었던 일을 그대로 들려주었다.“수고를 받아 돌아왔더니 어머님과 큰형님께서 안순당으로 부르셨어요. 들어가서 말도 꺼내기 전에 큰형님께 뺨을 맞았고요. 듣기 민망한 욕설도 하셨는데, 무슨 말씀이었는지는 서방님도 조금 전 문밖에서 들으셨을 거예요.”배유란의 목소리는 원래부터 컸다. 배윤호가 못 들었을 리 없었다.자신을 위해 수고를 구하러 다녀왔건만, 돌아오자마자 의심을 사고 뺨까지 맞았다니. 배윤호의 마음에 희미한 미안함이 일었다.“큰누님, 정말 청아를 때리셨습니까?”배윤호가 문밖을 향해 물었다.“그래, 내가 때렸다!”배유란은 여전히 당당했다.“네가 다친 틈에 집을 나가 외간 남자를 몰래 만나고 왔는데, 내가 그깟 매질도 못 하느냐?”“청아에게 사과하십시오.”“뭐라고?”밖에 있던 이들은 제 귀를 의심했다.배윤호가 큰누이더러 송청아에게 사과하라고 했다고?거꾸로 된 것 아닌가!“윤호야, 지금 뭐라고 했니? 이 누이더러 송씨에게 사과하라고?”“그렇습니다. 제왕에게 가서 물건을 받아 오라고 시킨 건 접니다. 누님은 사정도 묻지 않고 청아를 몰아세운 데다 손찌검까지 하셨으니, 사과하시는 게 당연하지 않습니까?”문밖의 세 사람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나마 송채리는 눈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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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얼마를 달라더냐?”“일만 냥이요.”배윤호는 그 말을 듣자 웃음을 터뜨렸다.“일만 냥? 난 또 얼마나 달라는 줄 알았구나. 고작 일만 냥쯤이야 우리 소용장군부에서도 충분히 낼 수 있지.”결국 은자 몇 푼 아닌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문제 될 것이 없었다.송청아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배윤호도 참 세상 물정을 몰랐다. 일만 냥이 적은 돈인 줄 아는 모양이었다.장군부 살림에 남은 은자가 오천 냥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돈이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저절로 캐묻게 될 터였다.그때는 고씨도 단단히 조심해야 하리라.“주 사장이 전하신 말씀이 있어요. 장군부에서 운수향재에 은자 일만 냥을 건네면, 제왕 전하께서 사람을 시켜 수고의 하권을 그곳으로 보내 주실 거래요.”배윤호는 제왕 정도 되는 신분이라면 남의 이목을 피하려고 금전 거래를 왕부 밖에서 처리할 것이라 여겼다. 눈에 띄지 않는 장소를 골라 거래를 마쳐야, 남몰래 뇌물을 받았다는 꼬투리도 잡히지 않을 테니 말이다.“알겠다. 아버지께서 돌아오시면 의논해 보마.”밖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듣고 있던 세 사람은 여전히 송청아를 벌할 기미가 없자 속이 탔다. 끝내 배유란이 참지 못하고 나섰다.“윤호야! 송씨가 대체 무슨 감언이설로 널 홀렸기에 그애 말만 곧이듣는 게냐? 이제는 어머니와 이 누이 말도 듣지 않겠다는 것이냐? 우리가 온갖 고생을 하며 널 어떻게 키웠는지 벌써 잊었느냐? 그런데 이제 와 우리를 이렇게 대접해?”울고불고 소란을 피우다 목을 매겠다고 으름장 놓는 것은 배유란에게 익숙한 수법이었다. 이번에도 효도를 앞세우고 제 처지를 불쌍하게 내세워 배윤호를 굴복시킬 작정이었다.그러나 지금의 배윤호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도리와 은혜를 들먹이며 자신을 옭아매려는 말이 그저 지긋지긋할 뿐이었다.당당한 사내대장부가 어찌 아녀자의 말에 휘둘려야 한단 말인가.“누님 말씀도 참 우습습니다. 저도 이미 성년이 되어 가정을 이룬 사람입니다. 제 일 하나 제 뜻대로 결정하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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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송청아의 얼굴에 짜증과 어이없다는 기색이 고스란히 드러났다.왜 자신이 식사 시중까지 들어야 한단 말인가. 자신도 저녁 한 끼쯤은 편히 먹고 싶었다.그러나 배윤호는 제 식사 시중을 들게 하는 것이 대단한 은혜라도 되는 줄 알았다. 다른 사람들은 방 안에 발도 들이지 못하게 했건만, 송청아에게는 들어오는 것도 허락하고 식사 시중을 들 기회까지 주지 않았는가.마땅히 영광으로 여기고 감읍해야 할 일이었다.그런데 뜻밖에도 송청아는 고개를 살짝 숙인 채 냉담하게 거절했다.“얼굴의 상처가 부어올라 몹시 욱신거려요. 서방님 보시기에도 불편하실 테니, 오늘 저녁은 시중을 들기 어렵겠어요.”배윤호는 그제야 송청아가 아직 상처를 돌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모처럼 사람다운 말이 입에서 나왔다.“아, 그럼 돌아가서 상처부터 돌보거라. 오늘 밤은……”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문밖에서 송채리의 나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형부, 제가 식사 시중을 들게 해 주세요.”배윤호는 금세 우쭐해져 다시 기세가 등등해졌다.보라. 역시 제 식사 시중을 드는 것은 크나큰 은혜가 아닌가. 송청아가 싫다고 해도, 저렇게 제 발로 나서는 사람이 있었다.배윤호는 저도 모르게 송청아를 바라보았다. 그 말을 듣고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궁금했다.오늘 억울한 일을 겪었으니, 조금이라도 언짢은 기색을 내비친다면 송채리에게 시중을 맡기지 않을 생각이었다.그러나 송청아는 그저 몸을 돌려 나갈 채비를 했다.배윤호는 울컥 부아가 치밀어 문밖을 향해 소리쳤다.“그래, 오늘 저녁은 채리 네가 수고해 다오!”*배윤호를 집으로 데려온 배진성은 진찰 결과 큰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듣자마자 쉬지도 않고 송부로 향했다.배윤호를 효기장군에 앉히는 일은 줄곧 배진성이 돈을 대고 송관산이 인맥을 동원해 추진해 왔다. 이제 와 일이 이 지경이 되었으니, 당연히 송관산을 찾아가 따져 물어야 했다.송관산의 말에 따르면 배윤호를 탄핵한 상소는 병부와 경위소에서 올라왔다고 했다.그 말을 듣는 순간 배진성은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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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아직도 발뺌을 해!”배진성이 노성을 터뜨리며 탁자를 내리치고 일어났다. 성큼 다가온 그가 설 소실의 명치를 힘껏 걷어찼다. 설 소실은 그대로 나가떨어져 바닥을 한 바퀴 굴렀다.“아이고!”설 소실은 몸을 웅크린 채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눈물과 콧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곱게 한 화장이 순식간에 얼룩졌다.진씨는 부축하러 나서려다가도 바로 앞에 버티고 선 배진성이 두려워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배진성은 불룩한 배를 내민 채 설 소실을 내려다보며 손가락질했다.“윤호를 탄핵한 상소가 병부와 경위소에서 올라왔다더구나. 네 둘째 오라비가 경위소에 있지 않으냐?”설 소실의 몸이 흠칫 떨렸다.장군이 상소가 어디서 올라왔는지까지 알아냈단 말인가. 이제 어찌해야 좋단 말인가!변명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끝까지 잡아떼는 수밖에 없었다. 설 소실은 명치를 파고드는 통증을 억누르며 몸을 일으켜, 다시 배진성의 발치에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소첩의 둘째 오라비가 경위소에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소첩은 아무 말도 한 적이 없습니다. 부디 굽어살펴 주십시오, 장군!”가냘픈 몸을 파르르 떨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애처롭기 그지없었다.설 소실이 여전히 억울함을 호소하자 고씨가 배진성에게 말했다.“저리 한사코 부인하니, 관사를 시켜 하인들을 모조리 문초해 보시면 어떻겠습니까? 그러면 소문이 어디서 새어 나갔는지 밝혀질 것입니다.”고씨와 설 소실은 평소에도 사사건건 대립했다. 모처럼 설 소실의 약점을 잡을 기회가 찾아왔으니 고씨로서는 여간 흡족한 일이 아니었다. 이번에야말로 저 설씨를 단단히 혼내 줄 작정이었다.얼마 뒤, 관사가 행춘당의 시녀 둘을 데리고 안채로 들어왔다.“장군, 집안 하인들을 모두 문초해 보았습니다. 소문은 대부분 이 두 아이에게서 퍼진 것이었습니다.”두 시녀는 이미 설 소실에게 지시를 받아 둔 터였다. 배진성 앞에 서자 겁에 질려 얼굴이 흙빛이 되었으나, 떨리는 목소리로나마 일러 둔 말을 꺼냈다.“장군, 목숨만 살려 주십시오. 저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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