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소용장군부에 마련된 자리가 어디인지 확인한 뒤, 심설화를 찾아 함께 향회를 둘러볼 생각이었다.회랑과 뜰을 몇 차례 지나자 마침내 너른 정원이 나타났다. 곳곳에 심긴 푸른 대나무가 뜰과 곁채에 싱그러운 녹음을 드리우고 있었다.송청아 일행이 막 소용장군부의 자리에 앉으려는데, 뒤에서 달콤하고 나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윤호 오라버니, 청아 언니. 이제야 오셨네요.”송청아는 잠시 눈을 감았다. 치미는 짜증을 누르고 표정을 가다듬은 뒤 천천히 돌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송채리가 서 있었다.올해 봄 향회는 송씨 집안에서 맡은 터라, 송채리는 어제 아침 일찍 송부로 돌아갔다. 오늘도 장군부 일행과 동행하는 대신 송씨 집안사람들과 함께 온 것이었다.송채리는 선명한 황금빛 비단 치마를 입고 있었다. 소맷부리와 치맛자락에는 개양귀비가 수놓여 있어, 발랄하고 화사하면서도 격조가 느껴졌다.그러나 송청아의 시선은 송채리에게 머물지 않았다. 그녀가 곁에서 부축하고 있는, 귀밑머리가 희끗한 노인에게 못 박힌 듯 멎었다.“할머님…….”그 한마디를 부르는 순간, 송청아의 눈시울이 젖었다.눈앞의 노인은 송부의 노부인 왕씨였다. 두 생에 걸쳐 송청아를 가장 아껴 준 할머니였다.어린 시절 송관산과 여씨는 향료를 찾아 집을 비우는 일이 잦았다. 그때마다 어린 송청아를 보살핀 사람은 왕씨였다. 송청아는 사실상 왕씨의 손에서 자란 셈이었다.그녀의 기억 속 몇 안 되는 따뜻한 추억도 모두 왕씨의 뜰에 머물러 있었다.왕씨는 글을 읽고 쓰는 법을 가르쳐 주었고, 꽃과 풀, 향료의 이름을 하나하나 일러 주었다. 솜씨 좋은 손으로 땅콩엿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왕씨가 땅콩엿을 만드는 날이면 송청아는 앉은자리에서 열 개도 넘게 먹었다. 이가 다 녹을 것처럼 달면서도 자꾸만 손이 갔다.그러다 일곱여덟 살 무렵, 송청아는 백씨 노인에게 기술을 배우러 여산으로 보내졌다. 그 뒤로는 왕씨 곁에서 지낼 기회가 드물었다.그래도 송부로 돌아올 때마다 하루 온종일 왕씨의 방에 머물렀다. 말동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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