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나의 구원자는 내 상처를 너무 잘 알고있다: บทที่ 21 - บทที่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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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화. 아직 남아 있던 소리

케이스를 열자 냄새가 먼저 나왔다.오래 닫혀 있던 천과 송진, 나무의 냄새. 서경은 의자에 앉은 채 몸을 조금 앞으로 기울였다. 턱받침 가까이 닳은 자국이 보였다. 사진보다 작았다.기억 속에서는 그 자국만큼 세상에 큰 흠이 없었던 것 같은데.“맞습니까?”대여처 국내 담당자가 물었다. 서경은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쓰던 악기예요.”공방 주인이 악기를 들어 상태를 살폈다. 서경은 그의 손을 따라 눈을 움직였다. 혼자 있을 때 같으면 이미 손을 뻗었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기다려야 했다. 악기가 자기 것이 아니어서만은 아니었다. 너무 급하게 만져서 깨뜨릴까 봐 두려웠다.소유자 측은 오늘 상태 확인만 허락했다. 다시 빌릴 수 있을지는 아직 몰랐다.“오늘은 보기만 해도 돼요.”말하고도 서경은 케이스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공방 주인이 악기를 받침 위에 놓았다.“겉으로 확인되는 곳부터 살펴봤습니다. 오래 보관했으니 세팅은 다시 봐야 합니다. 예전에 쓰실 때 불편했던 부분이 있었어요?”서경은 잠깐 생각하다 턱받침 쪽을 가리켰다.“이쪽 높이를 바꿔 썼어요. 지금 건 그때 것하고 달라요.”주인이 옆으로 비켜주자 서경은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손을 대기 전에 눈으로 먼저 확인했다. 지금 손끝으로 만지면 분명히 알 것 같다가도, 기억과 다르면 무엇이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맞는지 천천히 보세요.”그가 말했다.서경은 턱받침 가장자리를 가리켰다. 어릴 때는 조금 높은 것을 쓰다가 불편해서 바꾸었었다. 시우가 알아봐준 물건이 아니었다. 레슨을 마치고 아버지와 공방에 들러 몇 번씩 턱을 대보고 골랐다. 아버지는 어떤 것이 좋은지 몰라 그녀가 앉았다 일어설 때마다 케이스를 받쳐주었다. 한 번 더 해봐. 그 말밖에 할 줄 모르면서, 한 번을 더 할 때마다 꼭 같은 높이로 받쳐주었다.서경은 받침대 아래로 내려간 자기 손을 보았다. 이제는 케이스를 들어줄 사람이 없는 것보다, 그때 고른 높이를 자기 턱이 먼저 알아본다는 사실이 더 아팠다.“그때는 제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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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화. 확인할 수 있는 것

공방 밖 계단에서 태주가 그녀의 가방을 보았다.“그건 내가 들어도 됩니까?”서경은 조금 망설이다 건넸다. 오늘 오른손을 많이 쓴 건 아니었다. 다만 작은 동작들을 긴장하며 했더니 팔 전체가 무거웠다.태주는 가방을 왼쪽 손에 들고 그녀 옆으로 걸었다.“실망했어요.”서경이 말했다.그가 발을 늦췄다.“악기가 있어서 기쁠 줄만 알았거든요. 그런데 잡으니까 예전하고 너무 다르더라고요. 남의 악기 처음 빌린 사람 같았어요.”“다시 잡는 데는 오래 걸렸으니까요.”서경은 고개를 저었다.“그렇게 이해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어요.”말이 날카롭게 나갔다. 태주가 답하지 않자 곧 후회가 왔다.“죄송해요. 대표님한테 그러는 건 아닌데.”“오늘은 그럴 수도 있겠지요.”그가 계단 아래에서 기다렸다. 서경은 마지막 한 칸을 내려가 나란히 섰다.“괜찮게 들렸다고 해주실 줄 알았어요.”“그 말을 하면 좋아하셨겠습니까?”“거짓말한다고 했을 것 같아요.”태주가 짧게 숨을 내쉬었다. 웃음과 비슷한 소리였다.“어려운 자리였군요.”그 대답에 서경이 결국 웃었다. 태주도 그녀를 보며 웃었다. 오늘 처음으로 악기 이야기 없이 얼굴을 마주 보고 웃는 순간이었다.“태주 씨한테 못되게 굴면, 싫어지지 않아요?”묻고 나서 호칭이 바뀐 것을 알아차렸다. 대표님을 빼버린 이름이 바깥 공기 속에 놓였다.태주의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서경 씨도 내가 늘 마음에 들지는 않을 겁니다.”“그건 이미 그래요. 밥을 너무 늦게 드세요.”“그 정도부터 시작해서 다행입니다.”서경은 길가의 작은 빵집 앞에서 멈췄다. 진열대에 짭짤한 빵이 남아 있었다. 태주의 가방 든 손에 시선이 갔다가, 그녀는 먼저 문을 열었다.“오늘은 제가 살게요. 가방 들어주셨으니까.”“그렇게 비싼 노동은 아닙니다.”“그럼 제가 배고파서요.”태주가 문 위의 종이 울리지 않게 잡고 따라 들어왔다.“그 이유는 거절하기 어렵군요.”서경은 그의 빵을 골랐다. 그가 좋아할지 궁금해서, 하나를 들었다가 다시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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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3화. 무너진 가격표

확인 절차가 끝난 뒤 유세라가 복도에서 서경을 불렀다.태주는 주최 측과 후원 집행 자료를 확인하는 중이었다. 정 변호사는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통화하고 있었다. 서경은 그들이 보이는 자리를 벗어나지 않았다.“만족해요?”유세라가 물었다.“당신 이름 빼달라는 건 들어줬잖아요. 왜 여기까지 하시는 거죠?”“그 물건을 제가 받았다고 쓰셨으니까요.”“그래서 잘못된 부분 고쳤다고요.”“다른 데 보낸 자료도 고쳐주세요.”유세라가 헛웃음을 지었다.“권태주가 뒤에 서 있으니 뭘 요구해도 들어줄 것 같나 보네.”“제 서명은 남기고, 제가 쓴 말만 지우셨잖아요.”서경은 가방을 열었다.“돌려놓으세요. 제 말도, 이 종이가 간 곳마다.”서경은 가방에서 원래 수령증 사본을 꺼냈다. 메모가 보이도록 펼치자 유세라가 눈을 피했다.“그건 태산에 전달해요.”“태산에도 보냈어요. 갤러리에서 사용한 곳은 관장님께 요청할게요.”유세라가 더 대꾸하지 않고 돌아섰다. 문을 닫기 직전 직원에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윤상혁 연락해요. 원본 받은 사람부터 와서 설명하라고 해.”서경은 펼쳤던 수령증을 파일에 넣었다. 유세라는 돌아보지 않았다. 닫힌 문 안에서 윤상혁이 전화를 받지 않느냐고 재촉하는 소리가 한 번 더 났다.밖으로 나오는 길에 운송업체 담당자가 짧게 인사했다.“아까 감사합니다.”“확인한 것만 말씀하신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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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4화. 이름을 고치는 사람

서경은 악보실에서 첫 입금 알림을 받았다.20만 원.지난주 샘플 작업을 확인한 이문정이 정식으로 시범 묶음을 맡겼다. 10월 12일 월요일, 서경은 작업용 자리에 앉아 빌린 악보와 목록을 맞추고 있었다.한 장에 예상보다 시간이 걸려 맡는 양을 줄였다. 남은 40만 원은 일을 마쳐야 들어온다.서경은 은행 알림을 닫았다가 다시 열었다. 보낸 사람은 이음악보실이었다. 오늘 끝낼 악보 옆에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들어왔어요. 감사합니다.”이문정이 파일 상자를 책상에 놓았다.“확인하셨으면 됐어요. 이건 다음 묶음인데 오늘 손대지 마세요. 지금 것 먼저 끝내고요.”서경은 습관적으로 상자를 끌어당기려다 멈췄다. 조금 더 하면 일을 잘하는 사람으로 보일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맡은 일에 시간이 걸린다고 말한 참이었다.“네. 금요일까지 중간 결과 보내드릴게요.”복도에서 아이들 목소리가 들렸다. 민지와 준우가 담당 교사와 함께 대여 악보를 반납하러 왔다. 민지는 서경을 발견하고 문가에서 고개를 내밀었다.“선생님, 여기서 일하세요?”“조금씩 해보려고.”“이 악보도 선생님이 고르시는 거예요?”“아니. 누가 무엇을 빌렸는지 찾기 좋게 정리하는 중이야.”준우가 악보 끝에 붙은 집게를 떼었다.“이것도 반납할 뻔했네.”민지가 손을 내밀었다.“내 거야.”“알아. 그래서 뺐잖아.”서경이 웃었다. 책상 위의 목록은 조금 늦어지고 있었지만 이 정도 멈춤은 괜찮았다.민지가 수정된 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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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5화. 윤상혁의 조건

그날 오후, 윤상혁은 정 변호사 사무실로 왔다. 태주도 회의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윤상혁은 창가를 확인한 뒤 앉았다. 서류 가방을 무릎 위에서 내려놓지 않았다.“가져오신 건 뭡니까?”정 변호사가 물었다.“제가 서명하라고 받은 확인서입니다. 실제 보고 내용하고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그가 한 장을 꺼냈다. 서경은 책임자 이름과 날짜부터 읽었다. 단독 처리라는 말이 여러 번 나왔다.태주는 끝까지 읽고 테이블에 놓았다.“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자료도 있습니까?”“있습니다.”윤상혁은 가방을 열지 않았다.“하성에서 제 경력은 인정해주셔야 합니다. 태산에서 이대로 잘리면 다른 곳에 같은 이야기를 흘릴 겁니다. 업계에서 제가 무슨 일을 하겠습니까.”“하성 채용을 약속하는 자리는 아닙니다.”태주가 말했다.윤상혁의 입가가 굳었다.“그러면 왜 왔는지 모르겠군요. 자료만 달라는 얘기 아닙니까.”“무슨 일을 했는지부터 듣겠습니다.”“강 대표 밑에서 하라는 일 한 겁니다.”서경이 고개를 들었다.“제 병원도, 제가 직접 물어본 것도 보고했죠. 그것도 여기 넣어주세요.”“그건 일정 관리였습니다.”“제 질문은 일정 관리고, 비서님 질문은 재검토 요청이에요?”윤상혁의 입술이 멎었다.“그것까지 안 했다고 하지는 않겠습니다.”서경은 확인서를 돌려주었다.“비서님이 억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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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6화. 잘린 목소리의 앞뒤

채린은 종이 한 장을 구겨서 가져왔다.“여기 사인하래.”서경은 테이블 건너의 여자를 보았다. 지난번 카페에서 보았을 때보다 얼굴이 말라 있었다. 하지만 그 표정을 안쓰러워할 여유는 없었다.채린이 펼친 종이에는 지원 종료에 따른 사실 확인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 2016년 학교에서 발생한 개인 간 다툼에 시우가 사후 지원을 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서경의 눈이 개인 간 다툼이라는 말에 멎었다.종이에는 손도, 자퇴도 없었다. 서경은 테이블 위에 펴지지 않는 약지를 올려놓았다.“이걸 쓰려고 했어?”“그러니까 안 쓰고 왔잖아.”채린은 의자 등받이에 등을 붙였다. 곁에는 그녀가 따로 상담받은 변호사가 앉아 있었다. 정 변호사와 연락해 마련한 자리였다. 서경의 대리인과 채린의 대리인은 서로 다른 쪽에 앉았다.채린이 가방을 쥐었다.“내일이 돈 들어오는 날이야. 이거 정리 안 하면 더는 안 준대.”“그래서 녹음을 주겠다는 거야?”“나도 방법이 없으니까.”채린이 입술을 씹었다.“너한테 다 넘기면, 넌 그걸로 강시우 잡고 나는 혼자 남잖아. 먼저 약속해. 나한테 불리한 건 빼.”서경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채린은 서경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날 문 앞을 막고 웃던 여자가 오늘은 자기에게 유리한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뭘 빼달라는 건데.”서경이 물었다.채린은 시선을 피했다.“내가 한 말. 쓸데없이 흥분해서 한 말도 있고.”“그럼 내가 들은 파일에서 네 말을 자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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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7화. 기억의 빈칸

회의가 끝나자 채린이 문 앞에서 따라왔다.정 변호사가 두 사람 곁에 멈췄다. 채린은 서경의 손을 보다가 눈을 돌렸다.“그날…… 그냥 겁만 주면 될 줄 알았어.”서경은 가방끈을 잡은 손을 바꾸었다.“겁만 줬는데 내 손은 왜 이래?”서경이 오른손을 조금 들어 보였다. 채린의 시선이 내려갔다.“그 말로 내가 뭘 해주면 좋겠어?”채린이 대답하지 못했다.“오늘은 그 얘기 더 못 듣겠어.”서경은 먼저 나왔다. 계단을 내려가려다가 손잡이를 잡고 멈췄다. 다리가 갑자기 무거워졌다. 변호사가 옆에서 엘리베이터로 가자고 했다.괜찮다고 대답하려다 고개를 끄덕였다.“네. 오늘은 그럴게요.”밖에 나와 태주에게 녹음 앞뒤를 들었다고 알렸다. 그가 만나겠느냐고 물었다.“오늘은 먼저 좀 쉴게요. 나중에 제가 전화해도 돼요?”“네. 전화 올 때까지 일하고 있겠습니다.”서경은 전화를 마쳤다. 태주의 하루까지 멈추게 한 것은 아니어서, 조금 편해졌다.숙소에 돌아와서는 음악을 틀지 않았다. 창문을 조금 열어놓고 세면대에서 손을 씻었다. 씻는다고 그 목소리가 없어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물을 끄고 수건을 고르는 동작은 할 수 있었다.책상 위에 가져온 진료 봉투를 놓았다. 그날 자신이 직접 보았던 것과, 시우가 나중에 설명한 것이 자꾸 뒤섞이고 있었다.그녀는 두 줄로 나누어 적었다.병원에서 시우를 보았다.시우는 늦게 알았다고 말했다.같은 기억으로 묶어두었던 두 문장 사이에 처음으로 빈 줄이 생겼다.서경은 그 빈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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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8화. 연결하지 마세요

오후에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병원비 이야기를 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예전 진료 자료를 누가 정리했는지 물었다. 어머니는 기억나는 부분과 모르는 부분을 나누어 말했다. 시우가 가져다준 봉투가 있었다고 했다. 아버지 일로 받았던 서류도 비슷한 종이봉투에 있었다는 말이 뒤따랐다.“엄마, 그건 다 버렸어?”“집에 있던 건 네가 가져갔을 텐데.”서경은 작은 상자를 보았다.“응. 찾아볼게. 모르면 나중에 같이 보자.”통화를 마치고 재단 전달지를 다시 펼쳤다. 위쪽에 인계 분류가 적혀 있었다.HD-16.태산이 보낸 관리계정 표지에서 보았던 번호였다. 한도진 관련 유족 지원이라는 이름 아래, 지금도 이어지는 지출을 묶고 있던 분류.그녀는 두 자료를 나란히 놓고 정 변호사에게 알렸다.“병원 연락 자료에 아버지 쪽 관리번호가 있어요.”“두 자료가 연결되는지 작성자를 확인하겠습니다.”은행 빚은 아니었다. 아버지 사후 지원을 맡던 사람들이 서경의 부상 때도 등장했다. 서경은 HD-16 아래에 박 실장의 이름을 적었다.해가 기울 무렵 태주에게 날짜와 담당자 부분을 공유했다. 파일을 보낸 뒤에도 서경은 전화를 끊지 못했다.“제가 다 기억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오래전 일입니다.”“그런데 그 사람은 너무 잘 기억하는 것처럼 말해요. 제가 뭐 때문에 울었고, 왜 그만뒀고, 무슨 말을 듣고 싶어 했는지까지.”서경은 창밖을 보았다.“제가 자꾸 거기다 제 기억을 맞췄나 봐요.”태주가 잠깐 침묵했다.&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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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화. 잡아달라고 한 손

태주가 도착했을 때는 로비가 평소처럼 조용해진 뒤였다.서경은 직원이 안내한 휴게 공간으로 내려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저도 모르게 출입구부터 보았다. 시우의 모습은 없었다. 태주가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왔다.그는 가방을 의자 옆에 내려놓았다. 정장 재킷 소매에 비행 중 생긴 주름이 있었다.“이쪽에 앉지요.”서경은 그가 부른 자리에 곧바로 앉지 않았다. 출입구를 등지게 되는 의자였다. 옆 의자를 당기자 태주가 자기 자리를 바꾸었다.“여기가 낫겠군요.”그는 그녀가 보려던 출입구를 가리지 않는 쪽으로 가방까지 옮겼다. 서경이 앉고 나서야 자기 의자를 당겼다.태주는 시우를 어디서 찾아낼지 묻거나 사람을 보내겠다고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받은 연락을 정 변호사에게 남겼는지 확인한 뒤에는 휴대전화를 엎어놓았다.“어디 안 가셔도 돼요?”서경이 물었다.“지금은 괜찮습니다.”“저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요.”그는 고개를 끄덕였다.서경은 테이블 위에 손을 놓았다. 한참 힘을 주고 있었더니 약지가 뻣뻣했다. 태주의 시선이 그쪽으로 내려왔다가 멈췄다.그녀가 먼저 손을 조금 뻗었다.“이 손 말고.”왼손을 내밀었다.“이쪽 잡아주실래요?”태주는 잠깐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그러고는 손바닥을 위로 돌려 테이블 위에 놓았다. 서경이 그 위에 손을 얹었다.크고 따뜻했다. 손가락을 펴보라고 하지 않는 손이었다.잠시 뒤 그녀가 힘을 풀었다. 태주도 쥔 손을 조금 느슨하게 했다. 그 작은 변화에 눈물이 났다.“내려가야 하는 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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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화. 내 달력에 없는 도쿄

두 사람은 사무실을 나와 근처 식당에 들어갔다. 닭강정집은 아니었다. 그냥 그 시간에도 점심을 먹을 수 있는 곳이었다.태주는 주문을 마치고 휴대전화 화면을 보았다.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 서경이 맞은편에 앉아 물병을 들자 그제야 화면을 껐다.“오늘은 생각보다 말이 많아졌군요.”그가 말했다.“싫지는 않았어요.”서경은 자기 컵에 물을 따랐다. 태주에게도 병을 건넸다.“그런데 내내 죄지은 사람처럼 말씀하세요.”태주는 물병을 내려놓았다.“늦었다는 생각이 없어지지 않습니다.”“그날 저녁에요?”“그날도 그렇고. 사고 뒤에도요.”그는 창밖을 보았다.“돌아와서 자료를 찾는 사이에도 누나 이야기가 달라졌어요. 무리했다, 혼자 일을 벌였다. 누나를 변호하고 싶은데, 먼저 그런 말부터 확인해야 했습니다.”서경은 수저를 들었다가 놓았다.“좋은 사람이었다고 말하면 끝날 줄 알았습니까?”태주가 먼저 물었다. 서경이 대답하지 않자 그가 짧게 고개를 저었다.“나는 그럴 줄 알았습니다. 사람들이 누나를 잘 알면 바로잡힐 줄 알았어요.”음식이 나왔다. 두 사람은 잠깐 대화를 멈췄다. 서경은 국물을 한 숟갈 뜨고, 태주가 아직 수저를 들지 않았다는 것을 보았다.“저 먼저 먹을게요.”그녀가 말했다.태주가 고개를 들었다.“식으면 맛없잖아요.”서경이 먹기 시작하자 태주도 수저를 들었다. 국물의 김이 두 사람 사이로 올라왔다. 서경이 뜨거운 무를 식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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