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나의 구원자는 내 상처를 너무 잘 알고있다: บทที่ 11 - บทที่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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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화. 네가 받은 것들

“틀린 게 어디 있어?”시우는 서경이 가져온 종이를 보고 물었다.“제가 확인한 내용이랑 달라요.”화요일 오후, 시우는 평소보다 일찍 집에 돌아왔다. 원래 예정된 회의가 끝났다고 했다. 현관문 닫히는 소리에 방에서 나온 서경은 벗어놓은 그의 구두부터 보았다.거실 소파에 앉은 시우 앞에는 그녀가 정리해두었던 후원 사례집 초안이 놓여 있었다. 박 실장이 먼저 전달한 모양이었다.“뭐가 달라.”“이 수령 확인서는 물건 몇 개가 왔는지 확인한 거예요. 제가 지원금 받은 걸 확인한 서류가 아니고요.”시우가 차분하게 페이지를 넘겼다.“그 물건들이 네가 사는 집에 왔잖아.”“갤러리로 다시 보냈어요.”“그래서?”시우가 소파 옆자리를 가볍게 두드렸다.“서서 얘기하지 말고 앉아. 무슨 큰일 난 사람처럼 그러지 말고.”서경은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시우의 손이 소파 위에 잠깐 더 머물렀다.“이렇게 적히면 제가 그 물건을 받은 사람이 되잖아요.”“수령한 사람은 맞지.”“제 걸로 받은 건 아니에요.”“서경아. 후원액에 현금만 들어가는 건 아니야. 네가 산 집, 네가 쓴 공간, 네가 치료받으면서 필요한 것들. 다 비용이 들어.”그녀는 무릎 위에 손을 놓았다.“그 비용하고 이 물건은 다른 일이에요.”“그걸 네가 어떻게 다 알아.”시우의 웃음이 아주 조금 걷혔다.“네가 몰라도 돌아가게 내가 해준 거야. 그런 데 머리 쓰지 말라고.”“그럼 제가 안다는 부분만 확인할게요. 이 서명은 운송 물품을 받았다는 뜻이에요.”시우가 종이를 탁자에 내려놓았다.“오늘 누가 뭐라고 했니?”“제가 봤어요.”“그런 뜻이 아니잖아.”그는 이마를 문질렀다. 피곤하다는 표정을 하면 서경이 물을 가져오고, 말을 멈추고, 미안하다고 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서경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탁자 끝에 물병이 있었다. 시우가 눈으로 가리켰다. 서경은 병 대신 잘린 서명 페이지를 그의 앞으로 밀었다.“이 부분만 다시 봐주세요.”시우는 종이를 집지 않았다. 한동안 내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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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화. 서명 아래 지워진 말

“이 서명, 제가 한 건 맞아요.”서경은 정 변호사에게 그렇게 말했다.전화기 너머에서 종이를 넘기는 소리가 났다. 변호사는 그녀가 보낸 과거 업무 파일과 후원 사례집의 첨부를 비교하고 있었다.빠진 첨부는 보낸 편지함의 갤러리 인계 회신에 남아 있었다. 아래쪽 메모까지 보이는 파일이었다. 수신인은 윤상혁.서경은 모니터에 띄운 원래 파일을 보았다. 2025년 11월에 작성한 물품 수령 확인서였다. 그날 집으로 들어온 포장 상자는 세 개였고, 서경은 외관과 개수만 확인했다.그 아래에 자신의 글씨로 적어놓은 문장이 있었다.[내용물 검수하지 않음. 갤러리 인계 예정.]후원 사례집에 붙은 사본에는 그 부분이 없었다. 서명 위의 수령란은 보였지만, 아래쪽 메모는 잘려 있었다.“당시 파일을 누구에게 보냈습니까?”“윤 비서요. 집에 잠깐 보관했다가 다음 날 갤러리로 넘겼어요. 반출 확인 메일도 남아 있어요.”“이 메일에 남은 원래 파일을 함께 제출하겠습니다.”서경은 모니터를 가까이 당겼다. 내용물 검수하지 않음. 그날 상자를 열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남긴 한 줄이었다.빨리 서명만 하라던 윤 비서가 옆에 있었다. 그녀는 그래도 적었다. 나중에 내용물을 물으면 답할 수 없으니까.그들이 잘라낸 것이 오늘 그녀를 지키고 있었다. 서경은 그 줄까지 보이는 파일을 다시 저장했다.“제가 받았다고 사인한 것만 있으면 끝인 줄 알았어요.”“받아서 잠시 보관한 것과 자기 재산으로 취득한 것은 같은 말이 아니죠. 상대가 어떻게 설명하든, 서경 씨가 실제로 한 일을 먼저 분리해야 합니다.”“그걸 모를 사람이 아닌데요.”시우는 변호사였다. 서경이 그 사실을 잊을 때마다 그는 알려주었다.***갤러리 담당자가 늦게 회신했다.그녀가 예전에 맡겼다는 바이올린은 아직 보관실에 있다는 내용이었다. 대여처와 보관 명의자를 확인하고 있어 즉시 반출할 수 없다고 했다.서경은 의자에 앉아 한동안 화면을 보았다.있었다.어디론가 사라진 게 아니었다. 시우가 돌려보냈다고 했던 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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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3화. 오늘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날 저녁, 시우가 두 사람 몫의 차를 따랐다.서경 앞에는 늘 마시던 차가 놓였다. 그는 자기도 같은 잔을 들고 맞은편에 앉았다. 서둘러 서재로 돌아갈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채린이가 형편이 안 좋았어.”그가 말했다.“집안도 망했고, 제대로 일자리도 못 잡고.”서경은 잔을 들지 않았다.“그래서 돈을 주셨군요.”“내가 방치하면 네 앞에 또 나타날 수도 있잖아. 옛날 일을 떠벌리고, 돈 달라고 하고.”“네가 모르고 지내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그렇게 10년을요?”“필요한 동안.”“내 이름으로 정리된 후원비에 왜 그 돈이 들어 있어요?”“너와 관련된 지출이니까.”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내가 왜 그 여자한테 돈을 쓰겠어. 네가 아니면 만날 이유도 없는 사람이야.”서경의 오른손이 잔 옆에서 오므라들었다. 손가락을 펴려고 애쓰지 않았다. 떨리면 떨리는 대로 두었다.“그 여자도 시우 씨가 무섭대요.”시우의 손이 멈췄다.“직접 만났니?”서경은 대답하지 않았다.시우가 잔을 내려놓았다. 그제야 이 대화에서 처음으로 계산하지 못한 표정이 나왔다. 놀라움보다 모욕에 가까웠다.“너를 다치게 한 사람을, 나한테 말도 없이?”“제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으러 갔어요.”“내가 설명해줬잖아.”“채린한테도 들어보고 싶었어요.”시우는 입술을 다물었다. 한동안 소파 팔걸이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다가 낮게 말했다.“네가 그렇게까지 했으면 나도 할 말은 없어. 다만 그 여자 말을 믿기 전에 생각해봐. 네 손이 그렇게 되었을 때 누가 병원에 있었는지.”서경의 눈이 뜨거워졌다. 병실에 앉은 시우, 그 셔츠를 붙잡던 자기 손. 그가 병원에 온 것이 그렇게도 고마웠다.“기억해요.”서경은 잔에서 손을 뗐다.“그날부터 단추를 혼자 못 잠갔어요. 병원에 와주신 게 고마워서, 저는 그게 얼마나 무서운지 말도 못 했어요. 비가 오면 지금도 손이 아파요.”시우가 그녀의 손을 보았다. 이번에는 서경이 무릎 아래로 감추지 않았다.“그럼 됐어.”시우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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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4화. 내 이름으로 입장합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서경은 자신이 어디 있는지 바로 알지 못했다.커튼 색이 달랐다. 시우가 샤워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잠깐 늦잠을 잤다는 생각에 몸을 일으켰다가, 어젯밤 가방을 놓아둔 작은 책상을 보았다.그제야 숨이 돌아왔다.밤새 휴대전화가 몇 번 울렸지만 시우의 추가 메시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답이 필요한 업무 연락은 정 변호사와 상의해서 하기로 했다. 오늘은 경매가 열리는 수요일이었다.서경은 세면대에서 얼굴을 씻었다. 거울 앞에 자신이 고른 옷을 걸었다. 예전에 행사 보조 일을 할 때 샀던 남색 원피스였다. 허리선이 조금 구겨져 있어 손으로 펴다가 숙소 프런트에 다리미를 빌릴 수 있는지 물었다.뜨거워진 다리미로 허리의 주름을 눌렀다. 베이지색을 입으라는 사람이 없었다. 이 남색이 자신에게 어울리는지 판단해줄 사람도 없었다.서경은 옷을 들어 거울 앞에 댔다. 손등의 흉터가 보였다. 소매를 잡아당기려다가 놓았다. 오늘은 이 손으로 한 일을 말하러 갈 것이었다.정 변호사는 어머니를 오늘 급히 옮길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병원에서도 외부 면회 요청이 오면 서경에게 먼저 알리기로 했다.서경은 오늘 입을 원피스를 침대에 놓고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어머니는 새 카디건 단추 하나가 잘 잠기지 않는다고 했다.“다음에 가서 바꿔줄게.”“옷은 좋다. 부드러워.”***오전 11시가 지나 운송업체의 자료가 도착했다.서경은 정 변호사 사무실에서 태주 측 담당자와 함께 파일을 확인했다. 태주는 회의를 마치고 조금 늦게 들어왔다. 그녀의 옷을 보고 잠깐 멈췄지만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기다리셨습니까?”“자료부터 보고 있었어요.”책상 위에는 서로 다른 세 가지 문서가 놓였다. 해외 출고 명세, 국내 운송 사진, 갤러리 인계 확인서. 세 문서에 적힌 포장 번호와 날짜가 차례로 연결되었다.문제의 상자는 서경이 받았다가 다음 날 갤러리로 보낸 것과 일치했다.출고 명세에는 전시용 재현품이라고 적혀 있었다.같은 시기의 사진에는 받침대의 긴 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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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5화. 제 이름을 빼세요

“잘못 이해한 모양입니다.”시우가 먼저 말했다.그는 지나가던 행사 관계자에게 가볍게 웃어 보였다. 서경에게는 더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안쪽에 가서 얘기해.”“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에요.”서경이 서류철을 폈다. 손끝이 떨려 종이가 잘 넘어가지 않았다. 정 변호사가 옆에서 파일의 아래쪽을 받쳐주었다. 대신 말을 시작하지는 않았다.“이것은 제가 포장 상자를 받았다는 확인서입니다. 지원금이나 작품을 제 것으로 받았다는 확인서가 아니에요.”유세라가 종이를 보자마자 말했다.“후원 내역 작성은 태산에서 했어요. 갤러리와 상관없는 부분을 여기서 따지시면 곤란해요.”“그런데 이 물건을 갤러리에서 다시 가져가셨어요.”서경은 다음 장을 펼쳤다.“다음 날 반출 확인입니다. 담당자 회신도 있고요. 제 이름을 출품작의 취득 경위나 후원금 수령 근거로 쓰지 말아주세요.”시우가 그녀의 서류를 집으려 했다. 서경은 파일을 제 쪽으로 당겼다.“사본 드릴게요. 원자료는 따로 보관하고 있어요.”그의 손이 멎었다.뒤쪽에서 누군가 다가왔다. 태주와 공동 주최 측의 실무 책임자였다. 태주는 서경이 말을 끝낼 때까지 기다린 뒤 책임자에게 시선을 돌렸다.“두 요청 모두 받으셨지요?”태주는 책임자에게 물었다. 서경은 자기 서명이 있는 페이지와 원래 수령증을 나란히 건넸다.“이 메모를 자르면 안 됩니다. 여기까지 함께 보고 판단해주세요.”책임자가 서류를 받아들었다.“사례집은 아직 공식 배포 전입니다. 해당 페이지는 우선 제외하겠습니다. 출품 자료는 별도 확인을 진행 중이고요.”책임자가 뒤편 직원에게 사례집 배포를 멈추라고 말했다. 직원이 서경의 이름이 붙은 페이지를 펼쳐 표시하고, 따로 옮겨두었다.제 이름이 찍힌 한 장이 배포 묶음에서 빠졌다. 시우가 손을 뻗었지만 책임자는 이미 그 페이지를 따로 봉투에 넣고 있었다.“정정 요청 자료와 함께 보관하겠습니다.”서경은 그제야 파일을 내려놓았다. 이제 저 종이를 없애려면, 시우는 자신 말고도 설명해야 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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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6화. 계좌가 아닌 장부

한도진의 이름 옆에 잔액이 있었다.서경은 아버지 사진을 뒤집어놓았다. 냉면 먹으러 감. 그 글씨를 보고 있으면 화면의 숫자를 읽을 수 없었다.아버지는 죽었는데 이름 아래로 돈이 오갔다. 그 돈을 자신이 받았다고 했다. 서경은 은행 앱을 열어 같은 날짜를 찾고, 다시 첨부파일로 돌아왔다. 어디에도 맞지 않았다.새벽이 지나도 한도진이라는 세 글자는 화면에서 사라지지 않았다.아침이 되어 정 변호사의 사무실에 앉았을 때도 같은 페이지를 펼쳤다.“아버지한테 빚이 있었던 걸까요?”정 변호사는 출력물의 위쪽부터 읽었다. 바로 아니라고 하지 않았다.“은행 이름도 계좌번호도 없습니다. 지금은 태산이 만든 장부로 읽어야겠어요.”변호사가 한도진 관련 유족 지원이라는 부제에 표시했다. 분류 번호는 HD-16이었다.“이 숫자를 바로 빚으로 계산하지 마세요. 누구에게 지급한 돈인지 설명부터 요구하겠습니다.”서경은 가방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전날 밤 자기 은행 앱에서 확인한 내역이 화면에 남아 있었다.“제 통장에는 이런 돈이 없어요. 월급이랑 제가 쓴 것밖에.”서경은 은행 앱을 닫았다. 장부 아래의 아버지 이름은 가리지 않았다.변호사가 첨부 목록을 펼쳤다.“태산에서는 보관 중인 자료를 돌려주고, 어떤 거래에 관여했는지 설명해달라고 했습니다. 오늘 답할 부분과 자료를 더 받아야 하는 부분을 나누죠.”“제가 잘못한 게 있어도 말씀해주세요.”말해놓고 나니 입안이 말랐다.“어떤 부분이 걱정됩니까?”“안 읽고 서명한 게 있어요. 숫자가 틀렸는데 전월 자료에서 복사한 적도 있고요. 제가 전부 몰랐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일 것 같아서요.”변호사는 그녀를 잠깐 보다가 별도의 종이를 꺼냈다.“기억나는 업무부터 적어봅시다.”서경은 날짜를 쓰고, 얼마 전 사례집에서 잘려나갔던 수령 확인서를 옆에 놓았다. 서명한 사실은 지우지 않았다. 다만 상자 세 개를 받은 일을 50억짜리 작품을 증여받은 일로 적을 수는 없었다.어머니 진료비 영수증에는 자신이 시우의 카드로 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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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7화. 퇴사 사유

7월 15일. 500만 원.8월 15일. 500만 원.9월 15일. 500만 원.그녀는 휴대전화에서 처음 찍어둔 사진을 열었다. 코드와 날짜가 나란히 맞았다. 새로운 1,500만 원이 발견된 게 아니었다. 이미 본 세 번의 돈에, 이번에는 다른 설명이 붙어 있었다.한도진 유족 보호 관련 생활관리비.서경은 숨을 작게 들이켰다.채린 이름을 들었을 때 아버지는 학교에 가겠다고 했다. 자신이 괜찮다고 말해 붙잡았던 아버지였다.이제는 그 이름 아래 채린의 생활비가 적혀 있었다.서경은 종이를 눌렀다. 약지가 굽어서 숫자 한 칸을 가리지 못했다. 500만 원이라는 금액이 손가락 사이로 그대로 보였다.“이 사람은 우리 가족이 아니에요.”서경이 종이를 가리켰다.“저를 다치게 한 사람이에요.”정 변호사가 사진과 출력물을 함께 보았다.“지급처가 같은지 원자료를 더 받아야 합니다. 지금 가진 확인서와 함께 설명을 요구할 수는 있겠군요.”서경은 손가락을 거두지 않았다.“아버지 이름을 붙인 사람이 누구인지도 물어봐주세요.”목소리가 전보다 낮아졌다. 서경은 펜을 들어 아버지 이름 밑에 작성자라고 적었다. 종이가 밀리지 않도록 왼손으로 모서리를 눌렀다.***옷보다 종이가 많았다.금요일 오전, 서경은 태산 접견실에 놓인 상자를 보고 잠깐 서 있었다. 편한 옷을 챙겨주겠다는 배 여사의 연락을 받고 온 길이었다. 집으로 돌아가지는 않겠다고 하자 박 실장이 회사에서 받으라고 했다.가디건 두 벌, 낮은 구두, 작은 수건. 그 아래에 회사 서식에 끼운 종이 뭉치가 깔려 있었다.박 실장이 의자를 권했다.“대표님께서 잠깐 뵙고 가시랍니다. 바쁘셔서 오래 기다리시게 하지는 않을 겁니다.”서경은 앉지 않았다.“제 물건만 받으러 왔어요.”“업무 정리도 필요합니다. 갑자기 자리를 비우셨으니까요.”곁에 선 정 변호사가 박 실장에게 명함을 내밀었다.“오늘은 개인 물품 수령과 자료 목록 확인까지만 하기로 했습니다. 추가 요청은 제게 보내주십시오.”박 실장은 명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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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8화. 그 집을 떠난 뒤

시우가 나간 뒤에도 물품 확인은 한참 더 걸렸다.업무 자료의 원본은 접견실에 남겨두고, 서경이 보관한 사본의 목록은 변호사가 확인했다. 개인 사진과 진료 때 받아둔 결과지, 대학의 재학 관련 서류는 따로 담았다. 옷 상자 밑에 있던 종이 대부분이 그것이었다.배 여사가 모서리가 찢어진 서류봉투를 테이프로 붙여두었다. 봉투 위에는 한 줄이 적혀 있었다.[버리면 안 될 것 같아서 같이 보냅니다.]서경은 그 글씨를 읽고 사진 두 장을 봉투 안으로 넣었다.박 실장은 새 수령증을 내밀었다. 이번에는 그녀가 가져가는 물품만 적혀 있었다. 서경이 서명하자 그가 말했다.“밖에 나가셔도 결국 대표님께 연락하실 겁니다.”정 변호사가 고개를 들었지만 서경이 먼저 물었다.“제가 놓고 간 물건 있으면요?”박 실장이 말을 멈췄다.“그때는 연락할게요. 물건 때문에.”그녀는 상자를 안았다. 예상보다 무거워 변호사가 아래를 받쳐주었다. 로비까지 내려오자 배 여사에게 전화가 왔다.“옷 받으셨어요?”“네. 서류도요. 고마워요.”“두꺼운 건 날씨 좀 추워지면 보내드릴게요. 주소는 나중에 알려주세요.”“제가 따로 찾으러 올게요. 주소는 아직…….”“그럼 그렇게 해요.”배 여사는 쉽게 대답했다. 아무것도 캐묻지 않았다.서경은 상자 위에 턱을 조금 내려놓았다.“제가 가끔 전화드려도 돼요?”“그럼요. 물건 없어도 하세요.”서경은 상자 위의 테이프를 내려다보았다. 배 여사가 찢어진 봉투를 붙인 자국과 같은 색이었다.“그럼…… 다음에는 여사님 얘기도 들을게요.”전화기 너머에서 배 여사가 잠깐 조용해졌다.“그래요. 내 얘기도 많아요.”서경은 로비 밖으로 나와 울었다. 그 집에서 받아온 것 중, 시우가 돌려달라고 할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었다.태주에게서 전화가 왔을 때는 울음이 거의 잦아든 뒤였다.“짐은 받으셨습니까?”“네. 생각보다 많아요.”“운반이 필요하면……”“차는 불렀어요.”서경은 덧붙였다.“내일 엄마한테 갈 거예요. 오늘 가져온 사진 보여드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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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9화. 엄마 몫의 선택

원무 담당자는 토요일 오전 근무를 마치기 직전이었다. 서경은 미리 예약한 비용 상담에 맞춰 내려갔다.9월분은 납부가 끝나 있었다. 문제는 이 병원에서 정해두었던 10월의 선납 일정이었다. 담당자는 진료비와 별도로 계약한 돌봄 비용을 나누어 설명했다. 지원자가 바뀌었다고 오늘 바로 병실을 비워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서경은 그 말을 받아 적고, 가지고 온 통장 잔액과 대조했다.130만 원을 먼저 내고 남은 금액은 날짜를 나눠 납부할 수 있는지 물었다. 담당자는 곧바로 가능하다고 답하지 않았다. 지난 납부 내역을 확인한 뒤 책임자에게 전화를 걸었다.옆 창구에서 번호를 부르는 소리가 났다. 서경은 안내지를 놓고 기다렸다. 제안이 거절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에서 다시 숙박비를 빼고 더했다.시우에게 내지 않겠다는 말을 거두어달라고 하면 적어도 오늘은 편할 것이다. 어떤 표정으로 부탁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었다.휴대전화를 가방 안쪽으로 밀었다.담당자가 돌아왔다.“이번 달은 먼저 말씀하신 금액을 납부하고, 나머지는 분할 일정으로 약정해보실 수 있습니다. 다음 달도 같은 조건이 되는 건 아니고요.”서경은 날짜를 확인했다. 못 받은 9월 보수가 들어온다는 가정만으로 쓸 수는 없었다. 다른 지출을 줄였을 때도 낼 수 있는 첫 날짜를 골랐다.“비용이 더 늘면 미리 연락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바로 마련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서요.”“알겠습니다. 진료 계획이 달라지는 부분은 의료진 설명을 먼저 들으셔야 합니다.”병실 이동은 창가 쪽 다인실이 비면 어머니에게 다시 설명하고 정하기로 했다. 비용 지원에 관해서는 평일에 사회복지 담당자와 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어떤 지원이 될지는 소득과 상황을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납부를 마치자 130만 원이 빠져나갔다. 서경은 잔액을 다시 눌렀다. 같은 숫자였다. 숙소에 돌아가고 밥을 먹을 돈이 이제 더 적었다.영수증을 접으려는데 종이가 미끄러졌다. 직원이 봉투에 넣어주었다. 서경은 그것을 받았다. 누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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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화. 다시 배우는 손

“어떤 일을 할 때 제일 불편하세요?”화요일 오전, 의사는 사진보다 서경의 손을 먼저 보았다. 서경은 준비해온 진료 자료를 무릎 위에 놓았다.“다 불편해요.”그렇게 답하고 곧 고쳤다.“아니, 다는 아니에요. 문을 열거나 글씨를 쓰는 건 해요. 오래 하면 손가락이 잘 안 펴지고요.”“오래라는 게 어느 정도인지 기억나십니까?”시간은 재본 적 없었다. 시우가 손을 그만 쓰라고 하면 그만두었다. 아프다고 말하면 그가 주물러주었고, 그날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도 정해주었다.서경은 어제 인수인계 목록을 쓰던 일을 떠올렸다.“종이를 계속 눌러 잡고 있었어요. 한 장씩 넘길 때보다 묶음을 들고 있을 때 더 힘들었어요.”의사가 고개를 끄덕이고 손가락 움직임을 살폈다. 할 수 있는 동작과 어려운 동작이 나뉘었다. 오른손 약지가 다른 손가락을 따라가는 데 시간이 걸렸다. 서경은 자기도 모르게 손목과 어깨에 힘을 주었다.“지금은 그걸 도와주려고 다른 데 힘을 쓰시네요.”의사가 말했다.“이렇게라도 하면 되니까요.”“오늘은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실 필요 없습니다. 어디서 힘이 드는지 알아야 합니다.”서경은 손을 내려놓았다. 굳어 있던 어깨에서 조금씩 힘이 빠졌다.의사는 오래된 자료와 현재 상태를 번갈아 보았다. 한 번의 진료로 연주 가능 여부를 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미 할 수 있는 생활 동작을 살리면서, 반복해서 쓰고 난 뒤의 상태도 봐야 했다.“바이올린을 다시 켜고 싶으세요?”서경은 손을 내려다보았다. 처음에는 시우에게 말해도 되는지 생각했다. 여기 없다는 것을 깨닫고도 답이 바로 나오지 않았다.다시 잡았다가 또 놓치면. 이제 누구의 탓도 하지 못하면.“잠깐이라도 잡아보고 싶어요.”말이 나오자 눈물이 고였다. 서경은 고개를 들고 다시 말했다.“제가 어떤 소리를 낼 수 있는지, 저도 듣고 싶어요.”“그걸 첫 목표로 해보죠. 공연 날짜부터 정하지는 마시고요.”치료실에서는 가벼운 도구를 쥐었다 놓는 모습을 다시 보았다. 처음에는 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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