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폴트의 본진은 메를 강 서쪽 둔덕 위에 섰다.링겐 고개에서 하루 반 걸음 떨어진 자리였다. 강이 둔덕 발치를 휘돌아 남쪽으로 흘렀다. 둔덕 뒤로는 참나무 숲, 앞으로는 가을걷이가 끝난 빈 밭. 마르케스 선봉이 고개를 넘어 강 동쪽에 진을 쳤다는 소식은 이틀 전에 왔다.본진에 닿은 첫날, 루엔은 병사들 눈길을 받았다.막료 천막 옆을 지날 때마다 병사들이 곁눈질을 했다. 소문이 먼저 와 있었다. 왕이 보낸 마법사. 땅이 돈다는 걸 셈으로 밝힌 사람. 그런데 붉은 망토도, 푸른 망토도 두르지 않았다. 지팡이도 없었다. 허리에 찬 건 밀랍판과 작은 쇠잔 하나였다.“저게 마법사야?” 모닥불 가에서 누가 말했다.“빛 안 나는 마법을 쓴대.”“빛이 안 나면 마법을 쓰는지 안 쓰는지 어떻게 알아.”“그러니까 말이야.”테오가 옆에서 걷다가 킥킥 웃었다. 루엔은 그 말을 셈해 보았다. 옳은 물음이었다. 빛이 안 나면, 보는 사람은 알 수 없다. 여섯 살 겨울, 오스윈의 오두막에서 코넬이 한 말과 같았다. 꺼졌어? 아니, 켜지지도 않았네.“답해 줄까?” 테오가 물었다.“보여 줄 일이 생기면 보일 겁니다.”“그게 답이야?”“지금은 그게 가장 정확한 답입니다.”첫 작전 회의는 그날 저녁, 장군 천막에서 열렸다.기사단장 여섯, 궁수대장 둘, 공병대장 하나, 병참관 하나. 그리고 루엔. 탁자 위에는 강과 둔덕과 밭이 그려진 지도가 있었다. 지도 가장자리를 네 귀퉁이에서 단검 네 자루가 누르고 있었다.“적 선봉 기병이 오천, 보병이 만 남짓.” 정찰대장이 보고했다. “적색탑 마법사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붉은 천막이 몇 채 보였습니다.”기사단장들이 창 이야기를 시작했다. 누구의 기사가 앞줄에 서느냐, 기병 돌격을 어느 밭으로 하느냐. 목소리가 높았다. 다들 싸움을 아는 사람들이었다. 루엔은 들으면서 밀랍판에 적었다. 그러다 손을 들었다.“화살이 몇 발 있습니까.”천막 안이 잠깐 멈췄다. 기사단장 하나가 눈썹을 올렸다. 첫 회의에서 무기 이야기를 하는데
Last Updated : 2026-10-1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