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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화. 보이지 않는 일식

Author: Jino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6 19:00:43

동서를 재려면 두 곳에 같은 순간이 있어야 했다.

한쪽이 한낮일 때 다른 쪽은 몇 시인가. 그걸 알면 동서가 나왔다. 한 시간에 열다섯 도. 두 해 전 청색탑 항해사들 앞 칠판에 적은 셈이었다. 그때 모자란 건 시계였다. 지금도 시계는 없었다.

시계 대신 하늘을 쓰기로 했다.

해를 달이 가리는 순간은, 어디서 보든 하나의 순간이었다. 그 순간을 두 곳에서 각자 제 해시계로 적으면 된다. 청색탑이 백 년 동안 월식으로 해 보려던 일이었다. 월식은 흐릿해서 실패했다. 일식은 흐릿하지 않았다. 달의 가장자리가 해의 가장자리에 닿는 순간은 칼로 자른 듯했다.

문제는 일식이 언제, 어디서 보이느냐였다.

*

도서관 서고에 옛 일식 기록이 있었다. 오드리크가 이번에도 하룻밤에 찾아 주었다. 수도원 연대기, 탑 관측, 뱃사람 기록. 「해가 먹혔다」는 줄만 골라 서른한 줄.

루엔은 날짜를 나란히 놓고 사이를 셈했다.

같은 사이가 되풀이되었다. 열여덟 해 하고 열하루, 그리고 하루의 삼분의 일쯤. 그 사이마다 비슷한 일식이 돌아왔다.

그런데 이상한 게 있었다. 같은 사이로 돌아온 일식이, 늘 같은 곳에서 보이지는 않았다. 어떤 해는 아스테른 연대기에 적혔고, 다음번엔 살렌 뱃사람 기록에만 있었고, 그다음엔 먼 동쪽 나라 수도원에만.

루엔은 그 삼분의 일을 오래 보았다.

하루의 삼분의 일. 그 사이에 땅 쪽에서 보면 해와 달은 하늘을 삼분의 일 바퀴 더 돈다. 누가 도느냐는 이 셈과 상관없었다. 한 바퀴의 삼분의 일만큼 어긋난 채 돌아온다는 것만 맞으면 됐다. 그래서 일식은 같은 모양으로 돌아와도, 보이는 곳이 삼분의 일 바퀴 서쪽으로 옮겨 갔다. 세 번 돌아와야 제자리.

지난번 이 줄의 일식은 열여덟 해 전 아스테른 동쪽 먼 나라에서 보였다. 그 전번은 서른여섯 해 전 아스테른 연대기에 있었다. 해가 반쯤 먹혔다고.

이번은 올가을이었다. 그리고 삼분의 일 바퀴 서쪽.

루엔은 셈을 끝내고 교장실에 갔다.

*

“이번 일식은 아스테른에서는 안 보입니다.”

교장이 눈을 들었다.

“정확히는 맨눈으로는 안 보입니다. 해 가장자리가 손톱만큼 베어 먹히고 끝납니다. 아무도 모르고 지나갑니다. 케른바흐는 조금 더 먹힙니다. 해가 사라지는 건 남쪽 바다, 살렌 포르미아 항 둘레입니다.”

“날은.”

“가을 둘째 달 열이틀. 아스테른 해시계로 한낮 전 셋째 시간 반쯤에 시작합니다.”

교장이 한참 루엔의 셈을 넘겼다. 그러다 물었다.

“종탑에서 네가 넷째 고리를 보일 때, 내가 하늘도 보이느냐고 물었지.”

“예. 해 말고라고 하셨습니다. 무엇을 보라는 건지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달이다.” 교장이 말했다. “해를 가리는 건 달이니. 그때부터 네가 언젠가 달을 셀 줄 알았다.”

루엔은 수첩에 적어 둔 줄을 떠올렸다. 교장: 해 말고 무엇을 보라는 것인가. 두 해 반 동안 비어 있던 답.

“왜 그때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말하면 네가 달부터 셌겠지. 달보다 먼저 셀 게 많았다.”

*

같은 순간을 적을 사람이 세 곳에 있어야 했다.

아스테른은 루엔이 적었다. 케른바흐는 오틸리에가 사람을 냈다. 파비오 슈틸. 공책을 든 사람. 포르미아는 이졸드였다.

이졸드는 루엔의 셈을 오래 보았다.

“포르미아에 청색탑 사람이 있다. 항구 망루에. 배로 보내면 열흘이면 닿는다.”

“해를 맨눈으로 보면 안 된다고 꼭 전해 주십시오. 해가 다 가려진 순간 말고는. 가려지기 전과 뒤에는 눈이 탑니다.”

“그럼 어떻게 보나.”

루엔은 종이 두 장을 겹쳐 바늘로 구멍 하나를 냈다. 창가 햇빛에 들었다. 아래 종이에 작고 동그란 해가 맺혔다.

“바늘구멍으로 해를 종이에 비춥니다. 종이 위의 해를 봅니다. 베어 먹히면 종이 위의 해도 베어 먹힙니다.”

이졸드는 종이 위의 작은 해를 한참 보았다.

“청색탑은 백 년 동안 월식을 기다렸다.” 이졸드가 말했다. “달이 가려지는 때가 흐릿해서. 해를 쓸 생각은 못 했다. 해는 볼 수가 없으니까.”

“보지 않고 비추면 됩니다.”

이졸드가 바늘구멍 종이를 접어 품에 넣었다.

*

가을 둘째 달 열이틀. 아스테른은 맑았다.

루엔은 종탑에 올랐다. 원시의 렌즈 둘을 창밖에 세우되, 눈을 대지 않았다. 대신 렌즈 뒤에 흰 널빤지를 세웠다. 해의 그림이 널빤지 위에 접시만 하게 맺혔다. 흑점 두 개까지 보였다.

테오가 모래시계를 들었다. 반 시간짜리. 옆에 게릭이 서 있었다. 종탑 주인이었다. 말은 없었다.

루엔은 맥박을 짚었다.

한낮 전 셋째 시간 반.

널빤지 위 해의 오른쪽 위 가장자리에, 아주 작은 흠이 났다. 손톱 끝으로 누른 것 같은.

“지금.”

테오가 모래시계를 뒤집었다. 루엔은 맥박을 셌다.

흠은 조금 커졌다가, 도로 작아졌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해는 다시 둥글어졌다.

그사이 테오가 널빤지에서 눈을 떼고 창밖 진짜 해 쪽으로 고개를 돌리려 했다. 루엔이 테오의 눈앞에 손바닥을 댔다.

“보지 마십시오.”

“안 봤어.”

“보려고 하셨습니다. 광장에서 예순셋을 세었습니다.”

테오가 입을 다물고 널빤지로 눈을 돌렸다.

종탑 아래 도시는 아무것도 몰랐다. 장터는 시끄러웠고, 빵 굽는 냄새가 올라왔다. 해가 베어 먹힌 걸 본 사람은 종탑의 넷뿐이었다.

게릭이 널빤지를 오래 보다가 처음으로 말했다.

“아무도 모르는 일을 맞혔군.”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 맞혔는지 셀 수 있었습니다. 다들 알았으면 제가 먼저 말했는지 아무도 믿지 않았을 겁니다.”

루엔은 첫 흠에서 한낮까지를 셌다. 모래시계 몇 번, 맥박 몇. 한낮은 그림자가 마당 돌판 북쪽 금에 닿는 순간이었다. 게릭이 그 순간에 종을 쳤다. 그림자가 금에 닿고 맥박 여섯.

*

케른바흐의 기록은 그날 오후에 왔다.

파비오가 가져왔다. 텔레포트로.

황색탑 도착 마당에 떨어진 파비오는 해 뜨는 쪽 조금 북으로 스무 걸음을 굴렀다. 짚단에 부딪혀 멈췄다. 무릎을 풀고 있었다. 공책을 품에 꼭 안고.

일어나 흙을 털기도 전에 공책을 펼쳐 루엔에게 내밀었다.

「해 가장자리 첫 흠 — 바늘구멍 종이. 첫 흠에서 한낮까지 반 시간 모래시계 여섯 번 하고 맥박 마흔.」

루엔은 제 기록을 옆에 놓았다. 아스테른은 여섯 번 하고 맥박 오백 남짓.

케른바흐 쪽이 짧았다. 케른바흐의 한낮이 먼저 왔다. 동쪽이었다.

달그림자가 두 곳을 지나가는 몫이 있었다. 그림자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흘렀다. 루엔은 그 몫을 셈해 뺐다. 모래시계 한 번 반을 걸려.

남은 차이. 맥박으로 삼백칠십 남짓.

한 시간에 열다섯 도. 그 차이면 한 도 하고 삼분의 일.

“케른바흐는 아스테른보다 동쪽으로 한 도 하고 삼분의 일쯤입니다.”

파비오가 흙 묻은 얼굴로 그 숫자를 공책에 적었다. 적고 나서 한참 보았다.

“열 해 동안 케른바흐를 오갔습니다. 동쪽이라는 건 알았습니다. 몇 도라는 건 처음입니다.”

“맥박을 세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몇 할은 틀릴 수 있습니다.”

“몇 할.” 파비오가 웃었다. 흙이 입가에 묻어 있었다. “몰랐던 걸 알게 됐는데 몇 할쯤이야.”

*

포르미아의 기록은 스무날 뒤에 왔다.

이졸드가 직접 가져왔다. 청색탑 망루지기의 글씨. 「해가 사라짐. 한낮 전 넷째 시간 끝 무렵. 사라진 동안 맥박 백구십. 별 셋이 보임.」

해가 사라졌다. 루엔의 셈대로. 포르미아에서만.

포르미아는 아스테른보다 서쪽으로 다섯 도 반. 청색탑 항구 하나의 동서가 처음으로 금을 얻었다.

이졸드가 품에서 해도 사본을 꺼냈다. 포르미아 자리 옆, 오른쪽 칸에 가는 금을 하나 그었다. 금이 하나도 없던 칸이었다. 딱 하나. 이졸드는 그 금 옆에 작게 숫자를 적고, 오래 들여다보았다.

이졸드는 오래 말이 없었다. 해도 오른쪽 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신의 영역 이야기도.

루엔이 먼저 말했다. 지난해 봄부터 품고 있던 말이었다.

“검사관님. 스승님께서 전하라 하셨습니다. 봄 방학 때 받은 답장에. 아직 물을 잰다고만 해 두라고.”

이졸드가 루엔을 보았다.

“아직 물을 잰다.” 이졸드가 그 말을 입 안에서 굴렸다. 한 번. 두 번.

그리고 창밖을 보았다. 해가 기우는 쪽을.

“오스윈도 한때 하늘을 셌지.”

루엔은 묻지 않았다. 묻지 않는 게 옳다는 건 셈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졸드도 더 말하지 않았다. 다만 나가기 전에 포르미아 기록을 탁자에 두고, 그 옆에 제 손으로 한 줄을 더 적었다.

「검사관 이졸드. 확인함.」

*

그 가을 밤, 루엔은 원 위를 도는 수를 셈하고 있었다.

다섯째 고리가 열어 준 셈이었다. 원 위의 점 하나를 수 하나로 적는 법. 그 수를 곱하면 점이 원 위를 돈다. 텔레포트의 보정식에 쓸 셈이었다. 땅이 돈다면, 도는 것을 적는 수가 필요했다.

연습 삼아 원을 똑같이 나누어 보았다. 셋, 넷, 다섯. 곱해서 제자리로 돌아오는 수.

일곱에서 셈이 막혔다. 막히는 까닭이 셈으로 보였다. 일곱은 컴퍼스와 자로는 안 된다.

열일곱에서 루엔은 펜을 멈췄다.

풀렸다. 열일곱 개의 점을 찾는 셈이, 제곱근을 몇 번 겹쳐 푸는 셈으로 쪼개졌다. 제곱근은 컴퍼스와 자로 그릴 수 있었다. 그러면 열일곱 개의 점도.

루엔은 새 종이에 원을 그렸다. 컴퍼스로, 자로. 밤이 깊도록.

열일곱 개의 점이 원 위에 고르게 섰다. 이었다. 열일곱 개의 변. 반듯했다.

루엔은 그 종이를 오래 보았다.

마탑들은 천 년 넘게 셋, 넷, 다섯, 여섯, 여덟, 열, 열둘, 열다섯 각 진만 썼다. 일곱과 열일곱은 쓰지 않았다. 교리가 그랬다. 신이 금한 도형이라고.

일곱은 셈이 금했다. 열일곱은 아니었다. 그린 사람이 없었을 뿐이었다.

루엔은 종이 아래에 날짜를 적었다. 도형의 이름은 적지 않았다. 신이 금했다는 말도, 금하지 않았다는 말도. 셈과 그림만.

그리고 봉했다.

궤짝 맨 아래, 지난가을에 넣은 달력 봉투 곁에. 어머니가 수놓은 천 밑에. 봉투가 둘이 되었다.

테오가 잠결에 물었다. “또 봉하냐.”

“예.”

“이번엔 뭔데.”

“아직 필요 없는 것입니다.”

테오가 돌아누웠다. “넌 필요 없는 걸 제일 소중하게 싸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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