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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화. 사라지는 은화

Author: Jino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6 19:01:35

“스물하나 가운데 하나.”

클라리사가 장부를 탁자에 내려놓았다.

“하르트 상단 창구로 한 달 동안 들어온 은화가 이천백 닢이야. 그 가운데 새 은화가 백 닢. 조폐소에서 한 달에 내보낸 새 은화는 만 이천 닢이고.”

루엔은 숫자를 받아 적었다. 만 이천 닢이 나갔는데, 돌아오는 건 스물하나에 하나.

“장터는 어떻습니까.”

“테오가 세고 있어.”

테오는 저녁이 다 되어서 돌아왔다. 얼굴이 햇볕에 벌겋게 익어 있었다. 손에 밀랍판을 들고 있었다. 장터 빵집, 푸줏간, 포목점 앞에 반나절씩 서서 손님이 내는 은화를 셌다고 했다.

“이백서른 닢.” 테오가 밀랍판을 내밀었다. “새 은화는 세 닢. 그것도 둘은 외지 사람이 냈어. 왕도 사람은 한 닢.”

“새 은화는 어디 있습니까.”

“어디 있긴.” 테오가 의자에 털썩 앉았다. “푸줏간 아저씨한테 물어봤어. 새 은화 받으면 어떻게 하냐고. 항아리에 넣는대. 마누라가 그러래. 톱니 있는 건 아끼라고.”

“아낀다는 건 쓰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렇지.”

“쓰지 않는 돈은 돈이 아니라 은입니다.”

테오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그 말, 푸줏간 아주머니한테 해 봐. 칼 들고 나오실걸.”

*

루엔은 한참 말이 없었다.

클라리사가 루엔 얼굴을 보았다. 테오도 보았다. 두 사람 다 루엔이 어떤 얼굴일 때 무엇을 셈하는지 알았다. 지금 얼굴은 남의 셈이 아니라 자기 셈을 되짚는 얼굴이었다.

“제가 빠뜨렸습니다.”

“뭘.”

“새 은화와 옛 은화를 같은 값으로 받게 두었습니다. 조폐소도, 세금 받는 곳도, 하르트 창구도. 새 은화 한 닢이나 가장자리가 반쯤 깎인 옛 은화 한 닢이나, 은화 한 닢입니다.”

루엔은 탁자 위에 두 닢을 나란히 놓았다. 톱니가 반듯한 새 은화. 테두리가 들쭉날쭉한 옛 은화.

“둘 다 은화 한 닢 값이면, 누구든 깎인 쪽을 내고 좋은 쪽을 남깁니다. 저라도 그렇게 합니다. 푸줏간 아주머니가 옳습니다.”

전생에서 읽은 옛 나라 돈 이야기가 있었다. 나쁜 돈이 좋은 돈을 몰아낸다. 루엔은 그 한 줄을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는데 판을 짤 때 빠뜨렸다. 새 동전을 잘 만드는 데만 셈이 다 갔다.

“그럼 어떻게 해.” 클라리사가 물었다. “옛 은화를 다 거둬들여?”

“그러려면 조폐소가 한 해를 쉬지 않고 찍어도 모자랍니다.”

“그럼.”

“옛 은화를 은화로 받지 않으면 됩니다.”

테오가 눈을 깜빡였다. “받지 말자고?”

“받습니다. 다만 한 닢이 아니라 무게로 받습니다. 깎인 은화는 깎인 만큼만.”

*

왕의 포고는 이레 뒤에 붙었다.

왕궁 앞 장터 돌기둥, 구리판 바로 옆이었다. 「이달 그믐부터 왕실 세금과 조폐소는 옛 동전을 한 닢으로 세지 않고 무게대로만 받는다. 새 동전은 한 닢으로 센다.」

하르트 상단 창구에도 같은 글이 붙었다. 창구 옆에 저울이 세 대 놓였다.

포고가 붙은 날 오후, 한 남자가 하르트 상단 문을 밀고 들어왔다.

마흔 남짓. 마른 몸. 짙은 밤색 외투는 낡았지만 단추가 하나도 빠지지 않았다. 코에 안경이 걸려 있었다. 루엔은 그 안경테를 알았다. 루엔 공방 번호로 유리 공방이 깎은 것, 셋째 번호였다.

“루카스 벤이오. 장터 동쪽 끝에서 환전을 하오.”

남자는 창구 앞에 서지 않고 곧장 루엔 책상 앞으로 왔다.

“저 포고, 당신이 쓴 거요?”

“제가 청했습니다. 쓰신 건 폐하입니다.”

“같은 말이오.” 루카스가 안경을 밀어 올렸다. “이 왕도에 환전상이 몇인지 아시오?”

“모릅니다.”

“마흔셋이오. 딸린 식구까지 치면 삼백이 넘소. 우리가 뭘로 먹고사는지 아시오?”

“깎인 동전을 달아 바꿔 주고, 바꿀 때 차이를 받습니다.”

“차이라고 하셨소.” 루카스의 목소리가 조금 올라갔다. “그 차이가 없으면 외지 상인은 왕도에서 물건을 못 사오. 로센 은화, 케른바흐 은화, 동쪽 은화. 제각기 무게가 다르오. 누가 그걸 달아 주오? 빵장수가 저울을 들고 다니오? 우리가 달아 주고, 달아 준 삯을 받소. 그게 도둑질이오?”

“도둑질이 아닙니다.”

루카스가 멈칫했다. 반박을 기다린 얼굴이었다.

“달아 주는 건 일입니다. 삯을 받는 게 맞습니다.” 루엔이 말했다. “다만 깎는 사람과 다는 사람이 같은 사람이면 그건 다른 일입니다.”

루카스의 턱이 굳었다.

“나는 깎지 않소.”

“압니다. 루카스 님 창구 동전은 장터에서 가장 덜 깎였습니다. 제가 한 달 동안 셌습니다.”

잠깐 방 안이 조용했다. 클라리사가 장부 넘기던 손을 멈췄다.

“셌다고.”

“마흔세 곳 가운데 서른한 곳에서 동전을 바꿔 보았습니다. 테오가 바꾸고 제가 달았습니다. 루카스 님 창구가 가장 정직했습니다. 둘째 곳과 견주면 백 닢에 보리알 서른 알 넘게 차이가 납니다.”

루카스는 안경 너머로 루엔을 한참 보았다. 화를 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셈하는 얼굴이었다. 그는 둘 다 하지 않았다.

“그래도 반대요.” 그가 말했다. “정직한 놈도 굶기는 포고는 좋은 포고가 아니오.”

“그 말은 적어 두겠습니다.”

“적어서 뭘 하오.”

“셈할 재료가 생기면 셈하겠습니다.”

루카스는 대답하지 않고 나갔다. 문이 닫혔다. 루엔은 정말로 적었다. 「정직한 사람도 굶기는 포고는 좋은 포고가 아니다. — 루카스 벤, 환전상. 열일곱 여름.」

*

그믐이 지나자 달라졌다.

깎인 옛 은화로는 세금 한 닢을 채울 수 없었다. 무게가 모자라 동화 몇 닢을 더 얹어야 했다. 항아리 속 새 은화가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옛 은화는 녹이러 조폐소로 갔다. 조폐소는 녹인 은으로 새 은화를 찍었다.

좋은 일만 있지는 않았다.

그믐 다음 날 아침, 하르트 창구에 늙은 여자가 왔다. 등에 빈 바구니를 지고, 손수건에 싼 은화 여섯 닢을 내밀었다. 성벽 밖에서 달걀을 파는 사람이었다. 세금을 내러 왔다고 했다.

창구 직원이 은화를 한 닢씩 저울에 올렸다. 여섯 닢 모두 옛 은화였다. 모두 깎여 있었다. 여섯 닢을 합친 은이 새 은화 넷 하고 조금이었다.

“넷 하고 조금이면, 동화 일곱 닢을 더 내셔야 합니다.”

여자는 저울을 보고, 직원을 보고, 손수건을 보았다.

“나는 안 깎았소.”

“압니다.” 직원 뒤에서 루엔이 말했다. “깎은 사람은 따로 있습니다. 할머니 손에 오기 전에.”

“그럼 왜 내가 일곱 닢을 더 내오.”

루엔은 대답하지 못했다. 셈은 맞았다. 저울도 맞았다. 그런데 모자란 은을 깎아 간 사람은 여기 없었고, 모자란 값을 내는 사람은 달걀 파는 여자였다.

창구 끝에 루카스 벤이 서 있었다. 언제 왔는지 몰랐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루엔을 보았다. 「봤소?」라고 묻는 눈이었다.

루엔은 제 주머니에서 동화 일곱 닢을 꺼내 저울 옆에 놓았다.

“이번 한 번은 하르트 상단이 냅니다. 다음부터는 옛 은화를 받으시면 받는 자리에서 저울에 달아 보십시오. 장터 동쪽 끝 루카스 님 창구에서 달아 주십니다.”

루카스의 눈썹이 올라갔다. 여자가 나간 뒤, 그가 다가왔다.

“내 창구를 왜 알려 주오.”

“가장 정직하게 다는 곳이라서입니다.”

“삯을 받소.”

“받으셔야 합니다.”

루카스는 한참 말이 없더니, 코에서 안경을 벗어 외투 자락에 닦았다. 다시 썼다.

“일곱 닢을 당신 주머니에서 낸 건 셈이 아니오.”

“압니다. 그래서 장부에 따로 적습니다. 「포고가 틀린 곳」 칸에.”

그날 저녁 루엔은 정말 장부에 새 칸을 만들었다. 칸 이름은 「포고가 틀린 곳」. 첫 줄에 동화 일곱 닢.

*

석 달째, 테오가 다시 장터에 섰다.

“이백열 닢 가운데 새 은화 쉰일곱.” 테오가 밀랍판을 흔들었다. “넷에 하나 넘게 돌아!”

클라리사가 창구 장부를 폈다. 하르트 창구로 들어온 새 은화는 셋에 하나였다.

루엔은 숫자를 받아 적었다. 한 달 전 스물하나에 하나. 석 달 뒤 셋에 하나. 좋은 돈이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줄을 더 적었다. 「왕도 환전상 마흔셋 가운데 문 닫은 곳: 다섯.」

그 줄 옆에 루카스 벤의 이름은 없었다. 루카스는 문을 닫지 않았다. 다만 창구 앞에 선 손님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했다.

*

그 무렵 구스타프가 왕궁 앞 장터에 빵집 분점을 냈다.

학교 골목 빵집 주인. 루엔이 열한 살 때부터 빵 무게를 달아 본 집이었다. 구스타프는 처음엔 루엔만 보면 빵을 등 뒤로 감췄다. 지금은 루엔이 오면 먼저 저울을 내밀었다.

분점 문을 여는 날, 루엔과 테오가 갔다.

가게 계산대 뒤 벽에 나무 액자가 하나 걸려 있었다. 액자 안에 은화 한 닢. 톱니가 반듯한 새 은화였다.

“분점 첫 손님이 낸 거요.” 구스타프가 가슴을 폈다. “새 은화로. 첫 닢부터 새 돈이라니, 운이 좋지.”

루엔은 액자 앞에 섰다.

“돈은 걸면 안 돕니다.”

“알아요.”

“이 한 닢이 돌면, 이 장터에서 한 해에 스무 번은 손을 바꿉니다. 걸어 두면 스무 번이 영입니다.”

“알아요, 도련님.” 구스타프가 웃었다. 밀가루 묻은 손으로 액자 모서리를 쓸었다. “첫 닢은 원래 거는 거요. 우리 아버지도 걸었고, 할아버지도 걸었소. 가게가 망하지 않게 붙잡아 주는 거라오.”

루엔은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한 닢이 가게를 붙잡는다는 셈은 없었다. 그런데 구스타프 할아버지 때부터 이 집 빵집은 망하지 않았다. 그건 셈이 아니라 기록이었다.

루엔은 조용히 수첩을 꺼냈다. 테오가 옆에서 목을 뺐다.

「첫 닢은 원래 거는 거다. — 구스타프, 빵장수. 열일곱 늦여름.」

그 아래에 고침 칸은 비워 두었다.

“안 고쳐?” 테오가 속삭였다.

“아직 모릅니다.” 루엔이 수첩을 덮었다. “스무 번 도는 은화 한 닢과, 삼 대 망하지 않은 빵집. 어느 쪽이 무거운지 달아 볼 저울이 없습니다.”

구스타프는 그 말을 못 들었다. 첫 손님의 두 번째 빵 값을 받느라 바빴다. 이번엔 옛 은화였다. 구스타프는 계산대 밑에서 작은 저울을 꺼내 그 은화를 달았다.

루엔은 그 저울 팔이 기우는 것을 끝까지 보고서야 가게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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