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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색탑의 수학자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51 - チャプター 60

86 チャプター

51화. 네 번째 고리

네 번째 고리는 열네 살 생일 사흘 뒤, 새벽에 닫혔다.소리는 없었다. 빛도 없었다. 루엔은 기숙사 침대에 앉은 채 가슴 안쪽에서 무언가가 한 바퀴 돌아 제자리를 만나는 걸 느꼈다. 셋째 고리 바깥에, 조금 더 큰 원이 하나.맞은편 침대에서 테오가 돌아누웠다.“… 뭐 했냐.”“고리를 하나 쌓았습니다.”“아, 그래.” 테오는 이불을 끌어 올렸다. 그러다 벌떡 일어났다. “뭐?”*넷째 고리를 쌓은 학생은 교장 앞에서 심사를 받는다. 쌓았다고 말만 해서는 안 되고, 넷째 고리부터 쓸 수 있는 마법을 하나 보여야 한다.심사는 이레 뒤로 잡혔다.그 이레 동안 학교에서 더 시끄러웠던 건 심사가 아니라 책이었다.지난가을 학기 첫날, 헤일로크 교수가 영창학 교재를 나눠 주었다. 나눠 준 건 책이 아니라 빈 종이 묶음이었다. 도서관에 원본이 한 권 있었다.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그걸 제 손으로 베껴야 했다. 책은 베껴야 생기는 것이었다.루엔도 베꼈다. 다만 베낀 다음에 두 가지를 더 했다.쪽마다 아래 귀퉁이에 번호를 적었다. 그리고 맨 뒤에 몇 장을 덧대 낱말을 적었다. 「매듭 자리 — 둘째 장, 열일곱째 쪽.」 「반 박자 쉼 — 둘째 장 열아홉째 쪽, 넷째 장 쉰둘째 쪽.」식당에서 그 책을 넘겨 본 학생 하나가 웃었다.“책에 집 번호를 붙였네.”“쪽 번호입니다.”“그게 그거지. 책이 어디로 도망가나.”웃음이 식탁을 한 바퀴 돌았다. 테오도 웃었다. 다만 제일 늦게 웃었고, 제일 먼저 그쳤다.“근데 왜 붙였어?”“교수님이 수업 중에 ‘앞에서 말한 그 대목’이라고 하십니다. 지난 학기에 스물세 번 하셨습니다. 그때마다 다들 책을 처음부터 넘깁니다. 한 번에 평균 모래시계 반 번이 걸립니다.”“그걸 셌냐.”“셌습니다.”테오가 책을 덮어 루엔에게 밀었다. “넌 진짜.”*심사 전날은 영창학 시험 전날이기도 했다.저녁을 먹고 나자 기숙사 복도가 이상하게 조용했다. 방마다 종이 넘기는 소리만 났다. 끝없이 넘기는 소리였다.첫 번째 노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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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화. 한 시간은 열다섯 도

청색탑 검사관 이졸드는 이번엔 시험하러 온 게 아니었다.사람을 둘 데려왔다. 둘 다 볕에 그을려 얼굴이 가죽 같았다. 한 사람은 쉰이 넘어 보였고 한 사람은 서른쯤이었다. 걸음걸이가 이상했다. 땅이 흔들리지 않는데도 발을 넓게 벌리고 걸었다.“청색탑 항해사들이다.” 이졸드가 말했다. “배에서 내린 지 열흘이 안 됐다. 아직 땅이 흔들린다고 한다.”늙은 쪽 항해사가 고개만 까딱했다. 젊은 쪽은 루엔을 위아래로 보더니, 이졸드에게 작게 물었다.“이 아이입니까?”“이 아이다.”교장이 빌려준 빈 강의실이었다. 칠판 하나, 긴 탁자 하나. 늙은 항해사가 탁자에 둘둘 만 가죽을 펼쳤다. 모서리마다 돌을 눌러 놓았다.해도였다.*루엔은 해도를 오래 보았다.바닷가 선이 가늘고 촘촘했다. 곶마다 이름, 암초마다 작은 십자, 수심을 적은 숫자가 물 위에 빽빽했다. 몇십 년을 고쳐 그린 지도였다. 대충 그린 데가 한 군데도 없었다.해도 가장자리에 칸이 둘 있었다.왼쪽 칸은 남북이었다. 가는 금이 층층이 그어져 있고 금마다 도수가 적혀 있었다.오른쪽 칸은 동서였다. 금이 없었다. 칸 한가운데 글씨 네 자만 있었다.신의 영역.“남북은 잽니다.” 늙은 항해사가 말했다. 목소리가 낮고 갈라져 있었다. “밤엔 북극성, 낮엔 한낮의 해. 높이를 재고 표를 보면 됩니다. 한 도 안쪽으로 맞힙니다.”“동서는요.”“동서는 못 잽니다.” 항해사가 해도의 빈 칸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배가 몇 날 동안 어느 쪽으로 얼마나 빨리 갔는지 매듭 줄과 모래시계로 셈해서, 대충 여기쯤이겠거니 합니다. 바람이 바뀌고 해류가 끌면 셈이 샙니다. 열흘 가면 사흘 거리가 틀리기도 하지요.”“대충이요.”항해사가 루엔을 보았다. 이졸드가 옆에서 아주 작게 숨을 내쉬었다. 이 아이가 그 말에 무슨 얼굴을 하는지 알고 있다는 듯이.루엔은 얼굴을 바꾸지 않았다.“대충인 줄 아시니까 신의 영역이라고 적으신 거군요.”늙은 항해사가 처음으로 입꼬리를 올렸다.“모르는 걸 아는 척 금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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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화. 한 방울 속의 마을

아스테른의 눈은 늦게 녹았다.녹은 물은 지붕에서 떨어져 골목 도랑으로 모였다. 도랑엔 겨우내 얼어붙어 있던 것들이 같이 녹아 흘렀다. 요강에서 쏟은 것, 돼지가 남긴 것, 푸줏간 뒷문에서 버린 것. 냄새가 봄보다 먼저 왔다.그리고 잿빛열이 왔다.식당에서 누가 말했다. 남쪽 성문 안 골목에서 아이 둘이 열이 올랐다고. 이튿날엔 다섯이라고 했다. 그다음 날엔 숫자를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냥 「또」라고 했다.학교 의무실에도 둘이 누웠다. 둘 다 도시에 집이 있는 통학생이었다.루엔은 그날 오후 빈 병 네 개를 들고 학교를 나섰다.*“물을 떠 간다고?” 테오가 따라 나오며 물었다. “그걸 왜.”“보려고 합니다.”“물을? 물은 그냥 물이잖아.”“그냥인지 보려고 합니다.”병마다 분필로 번호를 적었다. 하나는 기숙사 우물. 둘은 큰 시장 우물. 셋은 강가 빨래터 아래 강물. 넷은 비워 두었다.“넷은?”“교구 성수 우물 물을 뜨려고 했습니다. 남쪽 골목에서 가장 가깝습니다.”성 에르멘 우물은 교구 성당 옆 작은 마당에 있었다. 돌로 된 둥근 우물 둘레에 성인의 얼굴이 새겨져 있었다. 두레박 줄이 반들반들했다. 아침저녁으로 골목 사람들이 줄을 서서 물을 길어 가는 우물이었다.우물지기 노인이 루엔의 병을 보더니 손을 내저었다.“성수는 교구 사람만 긷는다. 학생은 안 돼.”“조금이면 됩니다. 한 모금도 안 됩니다.”“성수에 조금이 어디 있나.”루엔은 셈해 볼 필요도 없이 그 말에 졌다. 넷째 병은 빈 채로 돌아왔다.*학교 뒤뜰, 해가 가장 잘 드는 돌 벤치였다.루엔은 창유리 조각 하나를 벤치에 놓았다. 유리 공방 뒤에서 주워 온, 손바닥 반만 한 평평한 조각이었다. 그 위에 첫째 병의 물을 한 방울 떨어뜨렸다.그때 클라리사 보움이 왔다. 장부 묶음을 옆구리에 끼고 있었다.“여기 있을 줄 알았어. 네 장부 돌려주러—” 클라리사가 멈췄다. “물방울을 왜 그렇게 봐?”“멀리 있는 걸 크게 보는 것의 반대를 합니다.”넷째 고리의 원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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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화. 문을 세는 밤

오렐이 건넨 종이는 세 장이었다.교구 사제들이 이번 봄 병자 기도를 하러 간 집의 목록이었다. 사제가 다녀간 집에는 앓는 사람이 있었다. 목록은 날짜순으로 빼곡했다.루엔은 첫 줄을 읽었다.「양초장이 골목, 우물 쪽에서 넷째인가 다섯째 집. 문에 말굽.」둘째 줄.「빵집 맞은편 파란 문. 아니면 그 옆.」셋째 줄.「과부 헤드비히 집(작년에 이사했을지도).」루엔은 셋째 장 끝까지 읽고 종이를 내려놓았다.“이걸로는 지도에 못 찍습니다.”오렐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다는 얼굴이었다.“사제들이 적은 대로입니다. 골목 사람들이 말하는 대로 적었지요. 이 도시엔 집 번호가 없으니까요.”*아스테른에는 집 번호가 없었다.사람들은 집을 이웃으로 불렀다. 푸줏간 옆집, 우물에서 셋째 집, 지붕에 풀 난 집. 그걸로 충분했다. 골목 사람들끼리는.골목 밖 사람에게는 충분하지 않았다. 사제가 헛걸음을 했고, 편지가 엉뚱한 집에 갔고, 불이 났을 때 경비대가 옆 골목으로 뛰었다.북쪽 영지 노르벡에서 루엔은 집마다 번호를 붙인 적이 있었다. 일흔한 채. 개울 위쪽부터. 새 마을까지 넓히는 데 두 해가 걸렸다.아스테른은 노르벡이 아니었다. 남쪽 성문 안쪽만 해도 골목이 마흔이 넘었다.“번호를 붙이겠습니다.” 루엔이 말했다. “임시로. 분필로.”오렐이 눈썹을 올렸다. “집마다요?”“문마다입니다. 한 집에 문이 둘인 데가 있습니다.”“몇 개나 됩니까.”“세어 봐야 압니다.”*지도는 이미 있었다.넷째 고리 심사 뒤로 루엔은 종탑에 자주 올랐다. 원시로 도시를 내려다보며 골목을 한 줄씩 옮겨 그렸다. 지붕이 끊기는 자리, 도랑이 꺾이는 자리, 우물의 둥근 돌.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이었다. 테오는 그걸 「종탑 낙서」라고 불렀다.그 낙서를 탁자에 펼쳤다.셋이서 나눴다. 테오가 분필을 들고 문틀 아래 귀퉁이에 작은 숫자를 적는다. 루엔이 문을 세고 번호를 부른다. 클라리사가 장부에 적는다. 몇 번 골목, 몇 번 문, 사제 목록의 몇째 줄과 같은 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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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화. 손잡이를 떼다

교구장 사제는 지도를 끝까지 보았다.그건 루엔이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펼치자마자 밀어낼 줄 알았다. 교구장은 예순이 넘은 사람이었다. 눈가 주름이 깊었고 손가락 마디가 굵었다. 그 손가락으로 점을 하나씩 짚어 가며 보았다. 원 안의 마흔여섯, 원 밖의 열일곱. 여백의 글씨까지.오렐은 루엔 옆에 서 있었다. 교구장 방에 들어온 뒤로 한 번도 소매를 걷지 않았다.한참 뒤 교구장이 고개를 들었다.“잘 셌구나.”“고맙습니다.”“그런데 틀렸다.”*교구장은 지도 위, 성 에르멘 우물의 둥근 돌 자리에 손바닥을 얹었다.“이 우물은 사백 년 전에 성 에르멘께서 축복하셨다. 사백 년 동안 이 골목은 이 물을 마셨다. 사백 번의 봄이 지났다. 잿빛열이 도는 봄도, 돌지 않는 봄도 있었다. 물은 같았다.”“예.”“물이 병을 옮긴다면 사백 년 내내 옮겼어야 한다.”루엔은 그 말을 셈해 보았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적어도 겉으로는.“그리고 너는 이걸 보지 않았다.” 교구장이 원 안을 손가락으로 둥글게 그었다. “이 우물 둘레는 도시에서 가장 가난한 골목이다. 한 방에 여덟이 잔다. 도랑이 문 앞으로 흐른다. 가난한 곳에 병이 많은 건 새삼스럽지 않다. 점이 우물 둘레에 모인 건 우물 때문이 아니라 가난 때문일 수 있다.”오렐이 숨을 삼켰다.루엔은 반박하지 않았다. 먼저 인정했다. 좋은 물음이었다.“가난 때문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두 곳을 따로 적어 왔습니다.”루엔은 지도 여백을 짚었다.“양조장 일꾼들은 이 골목에서 가장 가까이 삽니다. 한 방에 여섯씩 잡니다. 가난합니다. 앓은 사람이 없습니다. 이분들은 성수 우물 물을 솥에 끓여 맥주로 마십니다.”손가락이 북쪽 담장으로 옮겨 갔다.“회색 수사들은 담장 안 자기 우물을 씁니다. 앓은 분이 없습니다. 담장 바로 밖, 같은 골목 문 다섯 가운데 넷은 앓았습니다. 담장 하나 차이입니다. 가난은 담장을 넘습니다. 물은 안 넘습니다.”교구장은 오래 말이 없었다. 방 안이 조용했다. 창밖에서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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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화. 스무 알의 기도

오렐이 찾은 구절은 경전 맨 앞 권이 아니라 맨 뒤 권에 있었다.아무도 읽지 않는 권이었다. 성전의 기둥 수와 휘장 길이, 제단에 바칠 기름의 양을 적은 권. 사제가 되려면 한 번은 베껴야 하지만, 베낀 다음엔 아무도 다시 펴지 않는 권.「주 앞에 나아가는 자는 흐르는 물에 손을 씻고 나아가라. 씻지 않은 손으로 제단을 만지지 말라.」오렐은 그 대목을 교구 도서실 사본 세 권에서 찾아 대조했다. 세 권 모두 같았다. 글자 하나 다르지 않았다.“기둥 수를 적은 권이라서 아무도 안 읽었습니다.” 오렐이 루엔에게 말했다. 목소리가 들떠 있었다. “하르트 학생 같은 분이 읽었어야 하는 권입니다. 숫자가 많거든요.”*사제회의는 봄 축일 사흘 전에 열렸다.교구장과 늙은 사제 여섯, 그리고 오렐. 긴 탁자 둘레에 앉았다. 루엔은 문 옆 벽에 붙어 섰다. 교구장이 허락한 자리였다. 「셈을 맡은 학생. 묻는 것에만 답할 것.」오렐이 구절을 읽었다.한동안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첫 번째로 입을 연 사람은 교구장 왼쪽의 늙은 사제였다. 머리카락이 한 올도 없었다. 목소리는 가늘었지만 또렷했다.“앞 구절을 읽어 보게.”오렐이 읽었다. 「제사장은 성소에 들 때 옷을 갈아입고…」“그렇지. 이건 제사장 이야기일세. 성소에 드는 제사장. 골목 아낙이 부엌에서 기도할 때 이야기가 아니야.”루엔은 그 사제를 다시 보았다. 앞 구절을 외우고 있었다. 아무도 안 읽는 권을.오렐은 흔들리지 않았다.“같은 권 열두째 장입니다.” 오렐이 다른 쪽을 폈다. “「너희 집의 식탁이 곧 제단이요, 너희 각 사람이 그 제단 앞의 제사장이라.」 이 권은 앞에서는 성전의 제사장을 말하고, 열두째 장에서는 모든 집을 제단이라 부릅니다. 집이 제단이면 식탁 앞에서 기도하는 사람이 제사장입니다.”늙은 사제가 눈을 가늘게 떴다. 다른 사제가 사본을 끌어당겨 열두째 장을 찾았다. 찾아서 손가락으로 짚고, 옆 사제에게 밀어 주었다. 사본이 탁자를 한 바퀴 돌았다.두 번째 물음은 탁자 맞은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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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화. 식는 속도

방어 마법 교관은 짝을 제비로 뽑지 않았다.“하르트. 페르난.”실습장이 조용해졌다. 루엔과 디트마르는 서로를 보지 않았다. 둘 다 교관을 보았다.“과제는 같다. 불덩이를 막는 방법 하나. 마나를 쓰지 않는 방법이면 더 좋다. 그리고 그게 몇 박자 버티는지 미리 셈해서 적어 내라. 셈과 실제가 얼마나 맞는지로 점수를 준다.”교관이 둘을 번갈아 보았다.“한 사람은 불을 잘 던지고, 한 사람은 셈을 잘한다. 둘이 하면 과제가 되겠지.”디트마르가 턱을 들었다. “셈도 제가 합니다.”“그럼 둘이 따로 셈해서 맞대 봐라.” 교관이 말했다. “하르트가 늘 하는 방식이다.”*루엔은 방법을 이미 정해 두고 있었다.물에 적신 천. 두꺼운 삼베를 여러 겹 겹쳐 나무틀에 걸고, 물을 흠뻑 먹인다. 불이 닿으면 천 속의 물이 끓어 날아간다. 물이 날아가며 뜨거움을 가져간다. 물이 남아 있는 동안은 천 뒤가 끓는 물보다 뜨거워지지 않는다.“천 쪼가리로 내 불을 막겠다고.” 디트마르가 말했다.“막는 게 아니라 늦춥니다. 불덩이는 터지고 몇 박자면 꺼집니다. 그동안만 버티면 됩니다.”“몇 겹.”“그걸 셈합니다.”실습장 구석 돌 탁자에 둘이 마주 앉았다. 루엔은 밀랍판을 폈다. 디트마르는 종이를 폈다. 적색탑 사람은 밀랍판을 쓰지 않았다. 불 옆에서 녹으니까.루엔은 첫 줄을 적고 잠깐 손을 멈췄다.익숙했다.뜨거운 쪽에서 차가운 쪽으로 열이 흘러 들어간다. 흘러 들어가는 빠르기는 두 쪽의 차이에 달려 있다. 차이가 크면 빨리, 작으면 천천히. 들어간 만큼 차이가 줄고, 줄어든 만큼 다시 느려진다. 빠르기가 지금 모양에 달려 있고, 지금 모양은 빠르기가 만든다.전생에 서재현이 십 년을 들여다본 식이었다. 연구소 화면 위에서, 격자 한 칸 한 칸. 벽에 닿은 모서리 칸에서 열이 조금씩 샜던 그 밤까지.여기서는 화면 대신 밀랍판이었다. 격자 대신 삼베 한 겹 한 겹.루엔은 천 한 겹을 한 칸으로 삼았다. 박자마다 칸에서 칸으로 넘어가는 열을 셈했다. 앞 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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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화. 반 발짝

텔레포트는 넷째 고리 마법 가운데 가장 인기가 많았다. 그리고 가장 많이 다치는 마법이었다.실습장 모래판 한쪽에서 다른 쪽까지. 서른 걸음. 넷째 고리를 쌓은 학생들이 줄을 서서 차례로 사라졌다가 건너편에 나타났다. 나타나는 순간 대개 휘청거렸다. 무릎을 꿇는 학생도 있었다. 한 학생은 도착하자마자 모래판에 코를 박았다.“도착할 때 멈춘다고 생각하지 마라.” 텔레포트 교관이 외쳤다. “떠날 때 서 있던 그대로 도착한다고 생각해라. 무릎을 풀어라!”교관은 황색탑에서 스무 해를 일한 사람이었다. 짐과 사람을 옮기는 일. 오른손 새끼손가락이 없었다. 누가 물으면 「먼 데를 너무 자주 갔다」고만 했다.“멀리 갈수록 도착이 사납다.” 교관이 말했다. “몇 리를 가면 옆으로 튄다. 백 리를 넘으면 다리가 부러진다. 탑에선 이걸 마나 난류라고 부른다. 먼 길엔 마나가 거칠게 흐르는 데가 있어서, 그걸 지나오면 몸이 흔들린다는 거지. 그래서 먼 텔레포트는 여섯째 고리 넘은 사람만 한다. 너희는 서른 걸음이다. 서른 걸음엔 난류가 없다.”루엔은 서른 걸음을 건넜다. 휘청거리지 않았다. 떠날 때 무릎을 미리 풀고 있었다.교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르트. 다음 학기엔 백 걸음.”“몇 리를 가 보고 싶습니다.”교관이 루엔을 돌아보았다. 없는 새끼손가락 자리를 엄지로 문질렀다.“몇 리.”“성 밖 북쪽 언덕까지. 사천삼백 걸음입니다. 세 리 조금 넘습니다.”“왜.”“서른 걸음엔 난류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백 리엔 다리가 부러진다고 하셨습니다. 그 사이 어디서부터 생기는지 알고 싶습니다.”교관은 한참 루엔을 내려다보았다.“세 리면 발목은 안 부러진다.” 그가 말했다. “넘어지는 건 네 몫이다.”*루엔의 그릇으로 세 리 텔레포트는 하루에 세 번이 한계였다. 네 번째엔 가슴의 고리가 바닥을 긁었다.그래서 테오를 불렀다.“내가 왜 언덕까지 걸어가야 되는데.”“도착하는 자리를 봐 줄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도착하는 순간 제 발을 못 봅니다.”“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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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화. 마지막 칸

도서관 뒤 작은 방은 두 해 동안 같은 냄새가 났다.밀랍과 잉크와 식은 촛농. 그리고 머리를 너무 오래 쓴 사람들의 냄새.방 한가운데 긴 탁자가 있었다. 탁자 양쪽에 의자가 셋씩. 한쪽 끝에 루엔의 의자. 벽에는 두꺼운 종이 묶음이 선반 가득 꽂혀 있었다. 묶음마다 등에 숫자가 적혀 있었다. 천부터 만까지, 백 칸씩.곱셈을 덧셈으로 바꾸는 표였다. 루엔은 그걸 로그표라고 불렀다. 아무도 그 이름이 어디서 왔는지 묻지 않았다. 루엔이 붙이는 이름은 대개 그랬다.두 해 전 가을, 이 방에 처음 여섯이 모였을 때 청색탑 쪽 학생들이 복도에서 웃었다. 마법사가 서기 노릇을 한다고. 여섯은 모두 서기가 되고 싶은 학생들이었다. 셈은 빠르지만 그릇이 작거나, 그릇은 있지만 집에 돈이 없는 학생들. 루엔이 낸 조건은 하나였다. 같은 칸을 두 사람이 따로 셈한다. 서로 보지 않고. 다 하면 맞댄다. 다르면 둘 다 다시 한다.첫 달에 어긋난 칸이 사백열둘이었다.여섯 중 둘이 그만두겠다고 했다. 루엔은 말리지 않았다. 대신 어긋난 칸 사백열둘을 전부 벽에 붙였다. 누가 틀렸는지가 아니라 어디서 틀렸는지로 나눠서. 받아올림에서 백아흔. 자리 밀림에서 백여섯. 옮겨 적기에서 아흔여덟. 나머지 열여덟은 두 사람 값이 서로 같았다. 그런데 앞뒤 칸과의 차이가 고르게 줄어드는지 보는 검사에서 걸렸다. 둘이 같이 맞게 셈했는데 틀린 칸. 루엔이 알려 준 셈법이 틀린 칸이었다.그 열여덟을 보고 둘은 그만두지 않았다.*오늘은 마지막 칸이었다.구천구백구십구.그 수의 값을 일곱 자리까지. 두 사람이 따로 셈했다. 한 사람은 창가 쪽, 한 사람은 벽 쪽. 서로 등을 돌리고.창가 쪽은 여섯 가운데 가장 어린 학생이었다. 처음 왔을 때 열한 살이었고, 받아올림을 가장 많이 틀렸다. 지금은 가장 덜 틀렸다. 벽 쪽은 가장 나이 많은 학생이었다. 셈이 느렸다. 대신 한 번 적은 숫자를 고친 적이 거의 없었다.나머지 넷은 탁자에 앉아 있었다. 할 일이 없었다. 그래도 아무도 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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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화. 한 뼘 아래

열다섯 번째 생일은 마차 안에서 지났다.봄 방학, 북쪽으로 가는 길이었다. 비가 사흘째 왔다. 마부 쿠노는 가렛의 말을 그대로 지켰다. 비 오면 천천히. 길이 진창이라 어차피 빨리 갈 수도 없었다.하르트 성에 닿은 날 저녁, 식탁에 파이가 올라왔다. 생일 파이였다. 코넬이 칼을 들었다. 스무 살이 된 형은 이제 칼끝을 오래 재지 않았다. 한 번에 잘랐다. 반듯했다.“네가 골라.”루엔은 두 조각을 보았다. 셈할 필요가 없었다.“같습니다.”“알아.” 코넬이 먼저 제 쪽을 집었다. “대충 잘랐거든.”엘리나가 웃었다. 가렛은 창밖의 비를 보고 있었다.“강이 얼마나 찼느냐.” 가렛이 물었다. 루엔에게가 아니라, 문간에 선 사람에게.방앗간 주인 토빈이었다. 비에 흠뻑 젖어 있었다. 모자를 벗어 쥔 손이 떨렸다. 추워서가 아니었다.“기둥 눈금으로 아홉 뼘입니다, 나리. 영점 위로. 해 질 때 쟀습니다. 아침엔 일곱이었습니다.”식탁이 조용해졌다.루엔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방앗간 기둥의 눈금은 세 해 전 여름에 루엔이 새겼다. 토빈에게 날마다 물 높이를 적게 했다. 한 해 동안 적은 값을 고르게 나눠, 강의 보통 높이를 「영점」으로 삼았다. 그 영점에서부터 둑 높이를 정했다.아버지의 기사들은 그때 웃었다. 한 뼘 높이려고 돈을 두 배 쓰냐고.둑은 지난가을에 다 쌓았다. 영점 위로 열한 뼘. 옛날 둑보다 두 뼘 반 높았다. 기사들 말대로 돈이 두 배 가까이 들었다.“아홉이면 둑까지 두 뼘 남았습니다.” 토빈이 말했다.“하루에 두 뼘씩 오르면 내일이면 넘지 않느냐.” 가렛이 말했다.“하루에 두 뼘씩 오르지 않습니다.” 루엔이 말했다.모두 루엔을 보았다.“물은 들어오는 만큼 오르고 나가는 만큼 내립니다. 위에서 들어오는 물은 비에 달렸습니다. 아래로 빠지는 물은 지금 높이에 달렸습니다. 높을수록 빨리 빠집니다. 그래서 오르는 빠르기는 점점 줄어듭니다. 줄어들다가 들어오는 것과 나가는 것이 같아지는 데서 멈춥니다.”“어디서 멈추느냐.”루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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