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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화. 설교대 아래

Author: Jino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6 19:00:36

교구 심사는 대성당 설교대 아래에서 열렸다.

긴 탁자 하나. 한쪽에 교구장과 사제회의 늙은 사제 여섯. 머리카락이 한 올도 없는 사제가 교구장 왼쪽에 앉았다. 맞은편 끝에 의자 하나가 비어 있었다. 가장 높은 등받이.

루엔은 탁자 앞에 섰다. 옆에 오렐. 뒤쪽 신도석 첫 줄에 교장 마그누스가 앉아 있었다. 학교장이 학생 심사에 오는 일은 없다고 했다. 그래도 왔다. 흰 눈썹 아래 눈을 반쯤 감고.

그 옆에 테오와 클라리사. 둘 다 교장에게서 두 자리 떨어져 앉았다. 교장 곁은 편하지 않았다.

종이 한 번 울렸다.

카시미르 알바가 설교대 옆 문으로 들어왔다.

*

가까이서 보는 건 처음이었다.

멀리서 볼 때보다 키가 더 컸다. 은빛 흰 머리가 어깨에서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얼굴의 주름이 깊었지만 눈은 맑았다. 쉰 해 넘게 마법을 한 사람의 눈. 흰 옷 가장자리의 금실이 촛불에 가늘게 빛났다.

카시미르는 빈 의자에 앉지 않았다. 탁자 앞에 선 채로 두 손을 모았다가 펼쳤다.

신성광이 대성당을 채웠다.

심사를 여는 축복이었다. 금빛. 고르고 부드러웠다. 광장에서 본 율리안의 빛과 달랐다. 희지 않았고, 푸르지 않았다. 루엔은 허리 주머니의 녹임돌을 만지지 않았다. 만질 필요가 없었다. 이 빛은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는 빛이었다. 오래 그렇게 다듬어 온 빛이었다.

카시미르는 빛을 거두지 않은 채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심사 내내 거두지 않았다.

*

교구장이 첫 물음을 읽었다.

「왕립 마법학교 학생 루엔 하르트. 영창 없이 행하는 마법이 신앙에 어긋나는지 여부.」

루엔은 준비해 온 대로 답했다. 영창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소리 내지 않을 뿐이라고. 속으로 한다고. 탑의 고리 영창 위에 셈을 얹는다고. 입학 첫 가을 실습 때부터 선생님들 앞에서 소리 내어 읊어도 보았고, 속으로 읊어도 보았으며, 둘의 결과가 같았다고.

늙은 사제 하나가 물었다. “기도도 속으로 하면 기도인가.”

“그건 사제님들이 정하실 일입니다. 저는 마법이 같다는 것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사제가 헛기침을 했다. 틀린 답이 아니었다.

카시미르는 한 번도 끼어들지 않았다. 빛을 켠 채 듣고만 있었다.

루엔은 대답하는 동안 그 빛을 곁눈으로 셌다. 탁자 끝 모래시계가 한 번 떨어졌다. 두 번. 빛은 조금도 줄지 않았다. 흔들리지도 않았다.

*

두 번째 물음은 카시미르가 했다.

“광장의 일을 묻겠다.”

목소리가 크지 않았다. 설교대 아래 돌기둥까지 또렷했다.

“백색탑의 젊은 마법사가 네 빛을 흉내 내다 예순세 명의 눈을 상하게 했다. 백색탑은 그것을 흉내 낸 자의 죄이자, 흉내 내게 만든 빛의 죄로 본다. 네 빛이 이 도시에 없었다면 그가 광장에 서지 않았을 것이다.”

루엔은 품에서 명부를 꺼냈다. 예순셋의 이름. 골목과 문 번호, 선 자리, 가라앉은 날.

카시미르가 손을 내밀었다. 루엔이 건넸다.

카시미르는 명부를 넘겼다. 끝까지. 빠르게 넘기지 않았다. 한 줄 한 줄 읽었다. 맨 아래 줄에서 손가락이 멈췄다.

「테오 마일스가 외친 뒤 눈 감은 사람은 덜함.」

“이것도 네가 셌느냐.”

“예.”

“덜한 사람을 따로 센 까닭은.”

“눈을 감으면 덜하다는 것을 알면, 다음에 누가 그 빛을 또 뿌려도 사람들이 눈을 감을 수 있습니다.”

카시미르가 고개를 들었다. 처음으로 루엔을 보았다. 오래.

“다음이 있을 거라고 셈했구나.”

“셈이 아닙니다.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

교구장이 증인을 불렀다.

율리안 모어가 설교대 옆 문으로 들어왔다. 눈가가 아직 조금 붉었다. 뺨에 벗겨진 살갗 자국이 남아 있었다. 흰 옷 소매가 손등을 덮었다.

율리안은 카시미르 쪽을 보지 않았다. 탁자 앞에 섰다.

“말하라.” 교구장이 말했다. “본 대로.”

율리안은 한참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러다 말했다. 목소리가 높았고 떨렸다. 그래도 끊기지 않았다.

“저는 하르트 학생의 빛을 흉내 내지 않았습니다. 그 빛을 본 적이 없습니다. 병실 소문만 들었습니다. 빛으로 병을 씻는다고.”

“그래서.”

“그래서 제 신성광을 더 밝게 했습니다. 더 희게. 밝을수록 더 잘 태울 줄 알았습니다.” 율리안이 숨을 삼켰다. “사람들을 다치게 한 건 제 신성광입니다. 흉내 낸 빛이 아닙니다.”

대성당이 조용해졌다. 늙은 사제들이 서로를 보았다.

“그리고 하르트 학생은 광장에서 눈을 감으라고 외쳤습니다. 저는 그 소리를 들었습니다. 무슨 뜻인지 몰랐습니다. 그 뒤 사흘 동안 하르트 학생과 오렐 바스 사제는 회랑에서 다친 사람들을 돌봤습니다. 저는 그걸 제 눈으로 봤습니다. 부은 눈으로.”

율리안은 거기서 멈췄다. 더 할 말이 없는 얼굴이었다. 할 말은 다 했다는 얼굴이기도 했다.

*

카시미르는 성을 내지 않았다.

빛이 흔들리지 않았다. 목소리도.

“율리안 모어.”

“예, 성하.”

“너는 신성광이 사람을 다치게 했다고 말하는 것이냐.”

율리안이 처음으로 카시미르를 보았다.

“제 신성광이 다치게 했습니다.”

“그렇다면,” 카시미르가 말했다. 부드럽게. “너는 신성광을 잘못 다룬 것이다. 신성광은 다치게 하지 않는다. 다치게 했다면 그 손이 잘못이다. 신성광을 잘못 다룬 손은 탑에 둘 수 없다.”

율리안의 얼굴이 하얘졌다.

“오늘부로 너는 백색탑 사람이 아니다. 거짓을 말하지 않은 것은 옳다. 그러니 벌은 그것뿐이다.”

율리안은 무릎을 꿇지 않았다. 고개를 한 번 숙였다. 그리고 설교대 옆 문으로 나갔다. 들어올 때와 같은 걸음이었다.

루엔은 그 문을 보았다. 카시미르를 보았다.

한 번에 두 가지를 해냈다. 율리안을 내보냈고, 신성광을 지켰다. 다친 건 신성광이 아니라 손이 되었다. 성을 낼 필요가 없었다. 셈이 끝나 있었다.

루엔은 이 사람이 틀린 곳을 찾으려 했다. 찾기 어려웠다. 설교처럼, 한 줄을 이어 붙인 곳이 있었다. 신성광은 다치게 하지 않는다. 그 줄은 증명된 적이 없었다. 다만 그걸 따지는 자리가 여기는 아니었다.

*

심사가 끝나 갈 무렵 카시미르가 루엔을 불렀다.

“하나 묻겠다.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

“예.”

“병실에서 네 빛은 빛나지 않는다고 들었다. 오렐 바스가 그것을 정결의 표시라고 했다지.” 카시미르가 모은 손을 조금 들었다. 금빛이 그 사이에서 고요히 흘렀다. “네 빛이 옳다면, 우리 빛은 무엇이냐.”

대성당이 조용했다. 신도석의 테오가 숨을 멈췄다. 교장은 눈을 다 떴다.

루엔은 대답을 알았다. 여섯 살 때부터 알았다. 빛나는 것은 새는 것이다.

그러나 루엔은 입을 열지 않았다.

지금 가진 건 방향뿐이었다. 저 빛의 색을 나눠 보지 않았다. 숫자가 없었다. 숫자가 맞기 전에는 말하지 않는다.

“지금은 답을 드릴 수 없습니다.”

카시미르가 고개를 조금 기울였다. 실망한 얼굴이 아니었다. 무언가를 적어 두는 얼굴이었다.

“지금은.” 그가 되뇌었다. “좋다. 기다리마.”

*

교구장이 심사를 닫았다.

“영창 없는 마법이 신앙에 어긋나는지는 경전에 적힌 바가 없다. 적힌 바가 없는 것을 교구가 오늘 정할 수는 없다. 장부에 이름은 남긴다. 오늘은 여기까지.”

마치는 기도는 오렐이 맡았다. 탁자 옆 대야에서 손을 씻고, 스무 알. 모래가 떨어지는 순간 기도 끝말이 튀어나왔다. 두 음절이 한 음절처럼. 급하게.

카시미르의 한쪽 눈썹이 올라갔다.

아주 조금. 루엔만 본 것 같았다. 아니었다. 머리카락 없는 늙은 사제가 기침을 했다. 이르마 뮐 사감이 웃음을 참을 때 내는 것과 같은 기침이었다.

오렐은 끝말을 뱉고 나서야 제가 어디서 기도했는지 떠올린 얼굴이었다. 귀가 빨개졌다.

*

대성당 계단 맨 아래에 율리안이 앉아 있었다.

흰 옷이 아니었다. 누가 빌려준 듯한 잿빛 외투. 소매가 짧아 손등이 다 드러났다. 처음 보는 손등이었다. 뺨처럼 살갗이 일어나 있었다.

율리안은 루엔을 보고 일어서려다 도로 앉았다.

“어디로 가십니까.” 루엔이 물었다.

“모릅니다.” 율리안이 웃으려 했다. 잘 안 됐다. “셈해 본 적이 없어서요. 열네 살부터 대성당에 있었습니다.”

루엔은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셈으로 나오는 말이 아니었다.

율리안이 먼저 물었다.

“하르트 학생 빛은 한 박자라고 들었습니다.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는 빛. 그걸 배우려면 얼마나 걸립니까.”

“다섯째 고리가 있으시니 그릇은 됩니다. 식이 한 칸도 틀리면 안 됩니다.”

“틀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합니까.”

“여러 번 잽니다.”

“몇 번입니까.”

“저는 두 번 잽니다.”

율리안은 한참 제 손등을 내려다보았다. 벗겨진 살갗을.

“저는 세 번 재겠습니다.”

루엔은 그 말을 셈하지 않았다. 대신 오렐의 회랑에 아직 눈 씻을 사람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물 나를 사람이 모자란다고.

율리안이 일어섰다. 짧은 소매를 한 번 당겨 보다가 그만두었다. 그리고 교구 성당 쪽으로 걸어갔다.

*

그날 밤 루엔은 셈을 했다.

카시미르의 신성광. 네 해 전 봄에 어림한 밝기, 촛불 이천 자루 안팎. 오늘 심사 내내 켜 두었다. 모래시계로 여덟 번 가까이.

디트마르가 밤새 잰 값이 있었다. 부은 마나 가운데 일곱에서 여덟 할이 빛·소리·헛열로 샌다. 빛으로 새는 몫이 그만큼이면, 저만한 빛을 저만큼 오래 내려면 얼마를 부어야 하는가.

탑 기록에 여덟째 고리 그릇의 크기가 있었다. 어림이었지만 몇 할 안쪽이었다.

루엔은 셈을 세 번 했다. 세 번 다 같았다.

오늘 카시미르가 흘린 빛은 여덟째 고리 그릇을 세 번 비워도 모자랐다.

그런데 카시미르는 지치지 않았다. 심사가 끝나고 대성당 문을 나설 때도 걸음이 고르고 등이 곧았다.

루엔은 수첩 맨 뒷장을 폈다. 「모르는 것」 첫 줄. 여섯 살 때 적은 줄. 샌 마나는 어디로 가나. 그 바로 밑에 열두 살 때 붙여 적은 신성광 줄이 있었다.

그 아래 틈에 작게 한 줄을 더 붙였다.

「카시미르 알바. 흘리는 것이 그릇보다 많다. 모자란 몫은 어디서 오나.」

루엔은 그 줄을 오래 보았다. 그러고는 수첩을 덮었다. 셈이 끝나지 않은 채로 덮는 건 오랜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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