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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화. 봉한 숫자

Author: Jino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6 19:00:50

재료가 셋 모였다.

남북. 파비오가 케른바흐에서 사흘 밤 북극성을 쟀다. 루엔이 빌려준 눈금판으로. 한 바퀴 삼백예순 칸, 끈과 돌 추. 아스테른보다 두 도 하고 사분의 일 낮았다. 사흘 밤 다 같은 칸.

동서. 가을 일식. 케른바흐가 동쪽으로 한 도 하고 삼분의 일.

세상의 크기. 열세 살 때 영지에서 학교로 돌아오는 길에 밤마다 북극성과 말 발굽을 세어 셈한 둘레. 거칠다고 적어 둔 값. 탑들이 믿는 크기보다 셋에 하나쯤 더 큰 값. 탑 책이 셋이라 하면 넷쯤 되는 값.

루엔은 늦가을 한 달을 그 셋과 보냈다.

*

셈은 이렇게 시작했다.

땅이 하루에 한 바퀴 돈다면.

루엔은 그 문장을 수첩에 적지 않았다. 밀랍판에만 적었다. 밀랍판은 지울 수 있었다.

땅이 돈다면 땅 위의 모든 곳이 같이 돈다. 같이 돌지만 빠르기가 다르다. 한가운데 굴대에서 멀수록 빨랐다. 적도는 가장 빠르고, 북극성 바로 밑은 제자리에서 맴돌 뿐이었다. 아스테른과 케른바흐는 굴대에서 떨어진 거리가 달랐다. 도는 방향도 조금 달랐다. 둥근 땅 위의 두 곳이니까.

그러면 아스테른에 서 있던 몸은 아스테른 땅의 빠르기를 들고 있다. 텔레포트로 케른바흐에 닿는 순간, 그 몸은 케른바흐 땅의 빠르기와 어긋난다.

어긋남을 셈하는 데는 화살표가 필요했다. 열한 살 가을 실습장에서 분필로 그은 화살표. 바람과 화살을 이어 붙이던 그것. 그리고 원 위를 도는 수. 올가을 열일곱 개의 점을 찾게 해 준 그 셈.

루엔은 두 곳의 빠르기를 화살표 둘로 그렸다. 하나에서 하나를 뺐다. 남은 화살표가 어긋남이었다.

그 화살표의 방향. 해 지는 쪽, 조금 남쪽. 그리고 조금 위로.

길이. 루엔은 그 길이를 말이 달리는 빠르기로 바꾸었다. 영지 기사들이 전령마를 한껏 몰 때의 빠르기. 그보다 조금 더.

그 빠르기로 떠오른 자루가 어디에 처음 떨어지는지. 조금 위로 뜨니 조금 날았다가 떨어질 것이었다. 루엔은 그것도 셈했다. 원진 한가운데서 해 지는 쪽 조금 남으로, 스물다섯 걸음.

루엔은 파비오의 공책을 폈다. 아스테른에서 케른바흐로 간 줄들. 튕긴 쪽, 해 지는 쪽 조금 남. 여백, 「가볍다」.

방향이 맞았다.

걸음은 셈할 수 없었다. 파비오의 줄은 사람이 굴러 멈춘 거리였다. 사람은 무릎을 풀고, 넘어지고, 손을 짚었다. 자루는 그러지 않았다. 사람의 걸음으로는 맞대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자루가 필요했다.

모래 자루 둘. 루엔은 영지 되로 모래를 담고 저울로 달았다. 두 자루의 무게를 한 근의 스무분의 일까지 맞췄다. 자루 끈은 짧게 묶었다. 날아가다 풀리지 않게.

케른바흐 도착 마당에는 편지를 보냈다. 파비오에게. 원진 둘레 해 지는 쪽 절반에 모래를 한 뼘 두께로 깔고 판판하게 고를 것. 원진 한가운데서부터 한 걸음마다 금을 그을 것. 자루가 처음 떨어진 자리에 모래가 파일 것이었다. 그 자리를 읽으면 되었다.

파비오의 답장은 한 줄이었다. 「금은 반 걸음마다 긋겠습니다.」

루엔은 그 줄을 읽고 한참 웃었다. 소리 내지 않고.

*

셈의 끝에 보정이 있었다.

어긋남을 알면 없앨 수 있었다. 떠나는 순간 몸에 반대쪽 빠르기를 얹어 두면, 닿는 순간 닿은 땅과 빠르기가 같아진다. 튕길 것이 없다.

텔레포트 식 끝에 칸 세 개를 더 붙이면 되었다. 방향 둘, 크기 하나.

문제는 그 식을 쓸 사람이었다.

“이백칠십 리는 여섯째 고리부터다.” 교장이 말했다. 교장실, 초 두 자루. “네 그릇으로는 안 된다.”

“예.”

“파비오 슈틸이 쓸 수 있겠지.”

“파비오 님은 케른바흐에서 받으셔야 합니다. 도착하는 쪽에 기록할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누가 보냈는지와 누가 받았는지가 달라야 합니다.”

교장이 루엔의 셈을 한 장씩 넘겼다. 화살표 둘, 뺀 화살표. 칸 세 개.

“내가 쓰겠다.”

루엔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교장님 식에 칸 세 개를 붙이셔야 합니다. 서른 해 쓰신 식입니다. 손이 기억하는 식에 새 칸을 붙이면 손이 헷갈립니다.”

“그러니 한 달 동안 연습하마. 네가 옆에서 틀린 걸 짚어라.” 교장이 짙은 흰 눈썹 아래로 루엔을 보았다. “학교장이 학생한테 식을 배운다. 그것도 소문이 되겠지.”

“죄송합니다.”

“죄송할 거 없다. 좋은 소문이다.”

*

한 달 동안 교장은 새벽마다 실습장에 나왔다.

서른 걸음짜리 모래판. 새 칸 세 개를 붙인 식으로 서른 걸음을 텔레포트했다. 서른 걸음에는 어긋남이 없었다. 그러니 칸 세 개에 영을 넣었다. 영을 넣어도 칸은 칸이었다. 손이 칸을 기억해야 했다.

첫 주에 교장은 세 번 식을 틀렸다. 둘째 주에 한 번. 셋째 주부터 틀리지 않았다.

넷째 주 어느 새벽, 교장이 물었다.

“칸에 영이 아닌 걸 넣으면 어떻게 되느냐.”

“서른 걸음에서도 튕기십니다. 넣으신 만큼, 넣으신 쪽으로.”

“넣어 보마. 아주 조금. 해 뜨는 쪽으로.”

루엔은 말리려다 셈을 했다. 아주 조금이면 반 발짝이었다. 넘어지지 않을 만큼.

교장이 사라졌다가 건너편에 나타났다. 나타나는 순간 해 뜨는 쪽으로 반 발짝 기우뚱했다. 늙은 무릎이 버텼다.

교장은 한참 제 발을 내려다보았다.

“넣은 만큼, 넣은 쪽으로.” 교장이 말했다. “그러면 빼는 것도 되겠구나.”

“예. 그게 보정입니다.”

루엔은 매번 옆에 서서 적었다. 교장이 틀린 칸, 틀린 까닭. 교장은 제 틀린 칸이 적힌 종이를 매번 달라고 해서 읽었다. 읽고 나서 접어 품에 넣었다.

“다 틀린 걸 왜 가지고 가십니까.”

“서른 해 동안 내 식이 틀렸다고 적어 준 사람이 없었다. 모아 두려고.”

*

예측을 봉하는 날은 그해 두 번째 눈이 온 날이었다.

교장실에 넷이 모였다. 교장, 이졸드, 오틸리에, 오렐. 루엔이 청한 네 사람이었다. 학교, 청색탑, 황색탑, 교구. 넷이 서로 다른 곳의 사람이어야 했다.

루엔은 같은 종이를 네 벌 베꼈다. 글자 하나 다르지 않게. 테오가 옆에서 한 벌씩 맞대 읽었다. 네 벌이 다 같았다.

종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아스테른 → 케른바흐. 모래 자루 둘, 무게 같음.」

「첫째 자루 — 보정 없음. 도착하자마자 튕김. 해 지는 쪽, 조금 남쪽. 조금 떠오름. 빠르기는 전령마가 한껏 달리는 것보다 조금 더. 원진 한가운데서 스물다섯 걸음 앞에 처음 떨어짐.」

「둘째 자루 — 보정함. 튕기지 않음. 원진 안에 섬.」

그 아래에 한 줄을 더.

「숫자는 몇 할 틀릴 수 있음. 세상 크기를 걸어서 잰 값이라 거칢. 방향은 틀리면 안 됨. 방향이 틀리면 이 셈 전체가 틀린 것.」

오틸리에가 그 줄을 읽고 웃었다.

“틀릴 자리를 미리 적어 두는 사람은 처음 보네.”

“틀릴 자리를 알아야 틀렸을 때 무엇이 틀렸는지 압니다.”

넷이 한 벌씩 받아 봉했다. 교장은 학교 인장. 이졸드는 청색탑 푸른 밀랍. 오틸리에는 황색탑 누런 밀랍. 오렐은 교구 인장이 없었다. 오렐은 제 이름을 봉한 자리에 걸쳐 적었다. 열면 이름이 찢어지게.

오렐이 봉투를 들고 물었다.

“제가 왜 넷 안에 듭니까. 저는 셈을 모릅니다.”

“셈을 몰라도 봉한 자리가 찢겼는지는 아십니다.” 루엔이 말했다. “그리고 교단 사람이 하나는 있어야 합니다. 나중에 교단이 이 종이를 믿지 않으면, 사제님 이름이 믿게 합니다.”

오렐은 한참 제 이름이 걸친 봉투를 보았다. 그러고는 사제복 안쪽, 가장 깊은 주머니에 넣었다. 성수 우물 손잡이를 벽에 걸던 손으로.

이졸드가 제 봉투를 품에 넣으며 물었다.

“이 종이 어디에도 까닭이 없다. 왜 튕기는지.”

“까닭은 자루가 떨어진 다음에 적겠습니다.”

“까닭을 알고 있잖나.”

“셈으로는 압니다. 자루가 셈대로 떨어지기 전에는 안다고 하지 않겠습니다.”

이졸드는 오래 루엔을 보았다. 그러고는 아주 조금 웃었다. 로그표 방 문간에서 한 번 본 웃음이었다.

*

백색탑의 편지는 이튿날 왔다.

흰 봉투. 금박. 봉인은 없었다.

「하늘을 셈한다는 자리에 교단이 없을 수 없다. 백색탑은 참관을 요구한다. — 백색탑주 카시미르 알바.」

교장은 편지를 루엔에게 넘겼다.

“오라 해라.” 교장이 말했다. 루엔이 대답하기도 전에. “봉투는 넷이면 된다. 백색탑은 열 때 보면 된다.”

“예.”

“겁나느냐.”

루엔은 그 물음을 셈해 보았다.

“자루가 셈대로 안 떨어지는 게 겁납니다. 누가 보는지는 셈에 없습니다.”

교장은 짧게 웃었다. 그리고 참관을 허락한다는 답장을 썼다. 한 줄.

「케른바흐, 한겨울 첫 보름 한낮. 오라.」

*

그날 밤 기숙사.

눈이 창틀에 쌓였다. 테오가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고 있었다. 루엔은 책상에서 네 벌을 베끼고 남은 초고를 정리하고 있었다.

“루엔.”

“예.”

“이거 끝나면 너 유명해지겠다.”

“자루가 셈대로 떨어지면 그렇습니다.”

“떨어지겠지.” 테오가 돌아누워 루엔 쪽을 보았다. 한참 말이 없었다. 그러다 물었다. 가볍게, 아무렇지 않은 척.

“너한테 나는 몇 점짜리 친구냐.”

루엔은 펜을 멈췄다.

다섯 해를 셌다. 열한 살 가을 방 한가운데 그은 선. 광로 쟁반을 모래로 닦던 손. 칼브의 계약서. 해 뜨는 쪽을 먼저 찾은 사람. 광장에서 루엔보다 크게 외친 목소리. 예순셋.

“열에 아홉.”

테오가 몸을 일으켰다.

“일 점은 왜 빠져.”

루엔은 대답하려고 셈을 했다. 빠진 일 점이 어디서 빠졌는지. 테오가 잘못한 칸을 찾으려 했다. 찾을 수 없었다. 다시 셈했다. 이번엔 열에 아홉이 어디서 나왔는지부터. 그것도 찾을 수 없었다. 아홉은 셈해서 나온 숫자가 아니었다.

“… 부정확했군요.”

“뭐가.”

“제가 가진 셈으로는 매길 수가 없습니다.”

테오는 한참 루엔을 보았다. 그러다 도로 누웠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 올렸다.

이불 속에서 목소리가 났다. 웃음을 참는 목소리였다.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지.”

“처음엔 셈이 될 줄 알았습니다.”

“넌 진짜.”

루엔은 초고를 마저 정리했다. 그리고 수첩을 펴, 감정을 숫자로 적는 장에 한 줄을 적었다. 다섯 살 때 어머니에게 삼 할이 부정확하다고 했던 줄 몇 장 뒤에.

「테오 마일스 — 열에 아홉. 부정확함. 매길 수 없음. 열여섯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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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스트는 명령서를 두 번 읽었다.창고 마을은 본진에서 서쪽으로 반나절 거리였다. 메를 강 지류 가에 곡식 창고 여든 채가 줄지어 서 있었다. 여섯 영지에서 보낸 곡식, 말먹이, 화살 다발이 전부 여기 모였다. 요스트는 그 창고 열쇠를 쥔 창고지기였다. 하르트령에서 온 사람이었다. 쉰 살, 한쪽 다리를 조금 절었다.명령서는 새벽에 왔다. 본진에서 출발한 전령이 중간 역참에서 명령을 옮겨 적어 다음 전령에게 넘겼고, 그 전령이 요스트에게 가져왔다.「71번 창고를 열어 곡식 이백 자루를 본진 빵 굽는 곳으로 보낼 것. 레오폴트.」번호 옆에 작은 글자가 하나 더 붙어 있었다. 「71-9」.요스트는 입속으로 셈했다.앞자리 일곱에 둘을 곱하면 열넷. 뒷자리 하나를 더하면 열다섯. 열다섯을 열하나로 나누면 하나에 넷이 남는다.넷이어야 했다.명령서에는 아홉이 적혀 있었다.요스트는 열쇠 꾸러미를 허리에 도로 걸었다. 창고 문을 열지 않았다. 대신 마구간 소년을 불렀다.“본진으로 가라. 가장 빠른 말로. 루엔 도련님께 이 종이를 드려라. 끝자리가 안 맞는다고.”소년이 떠나고 얼마 안 되어, 빵 수레를 몰고 온 보급 기사가 창고 앞에 섰다. 동쪽 영지 사람이었다. 말에서 내리지도 않았다.“왜 안 여나. 장군님 명령이다.”“끝자리가 안 맞습니다.”“끝자리?” 기사가 명령서를 낚아채 보았다. 번호 옆 작은 글자를 한참 보다가 코웃음을 쳤다. “이 꼬랑지 말이냐. 이게 뭐라고.”“번호가 제대로 옮겨졌는지 보는 겁니다.”“번호는 71이라고 적혀 있다. 장군님 서명도 있다. 본진에선 병사들이 빵을 기다린다. 창고지기가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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