แชร์

6화. 사내 규정 안내문

ผู้เขียน: Jino
last update วันที่เผยแพร่: 2026-10-22 12:01:50

은채가 시환의 뒤쪽을 봤다.

카페 문에 붙은 메뉴를 읽는 눈이었다.

“정말 없네요.”

“확인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시환이 짧게 답했다.

나는 가방 끈을 고쳐 잡았다. 물 한 잔 마시고 나온 사람에게 더 물을 말은 없었다.

그런데 은채에게는 있었다.

“저희는 버스 타고 갈 건데요. 의장님도 돌아가세요?”

“온빛으로 갑니다.”

“그럼 저희 먼저 갈게요.”

은채는 인사를 하고 내 옆에 붙었다. 시환은 길을 막지 않고 한 걸음 비켰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수고하세요.”

“원지유 씨도요.”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는데 은채가 내 팔 쪽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물도 차 마신 걸로 치나요?”

“본인 기준인가 봐요.”

“기준이 좀 넓으시네요.”

나는 대답 대신 명함집이 든 가방을 눌렀다.

내 외근은 끝났다. 저 사람 일정은 몰랐다.

그렇게 나눠 두면 됐다.

▲

5월 13일 수요일, 나는 글벗문구에 보낼 확인 메일을 읽고 있었다.

견본 전달일은 적었고, 선주문 수량은 보류로 남겨 뒀다. 매장별 출고 목록은 아직 오지 않았다.

규민 팀장이 내 화면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 보내 주세요. 물류비는 목록 받으면 같이 확인하고요.”

“네.”

보내기 버튼을 누르자 계단에서 구두 소리가 들렸다.

잠시 뒤 사무실 문이 열렸다.

각진 어깨에 짧은 머리. 한 손에 서류 가방을 든 안찬영이 문 앞에 섰다.

찬영은 나를 찾자마자 허리를 숙였다.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은채의 의자가 멈췄다.

나도 손을 멈췄다.

‘아니. 선배님. 여기서.’

“안녕하세요. 그렇게 크게 안 하셔도 돼요.”

“알겠습니다.”

대답도 컸다.

규민 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찬영이 다시 인사했다.

“온빛 대표이사 비서 안찬영입니다. 의장님께 전달할 서류를 들고 왔습니다.”

온빛 대표이사 비서가 의장님을 찾았다.

맞는 말이었다. 한 사람이었다.

나는 창가를 가리켰다.

“저기 계세요.”

찬영은 방향을 확인한 뒤 곧장 걸어갔다. 시환은 읽던 서류를 내려놓았다.

“왔습니까.”

“예. 검토 서류와 오늘 일정 변경 사항입니다.”

찬영은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책상 위에 놓았다. 방향도 시환이 읽기 편하게 돌렸다.

나는 다시 화면을 봤다.

내가 확인할 메일은 따로 있었다.

“오후 거래처 회의는 2시입니다.”

손이 멈췄다.

나는 벽시계를 봤다가 창가를 봤다.

시환이 서류를 넘기지 않은 채 말했다.

“3시입니다.”

“일정표에는 2시로 확인했습니다.”

“상대 업체 요청으로 바뀌었습니다. 어제 전달했습니다.”

찬영은 가방 앞주머니에서 휴대폰를 꺼냈다. 화면을 확인하는 손이 빨라졌다.

“확인했습니다. 변경 메시지를 일정표에 반영하지 못했습니다.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시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동 시간도 같이 확인하십시오.”

“예. 오후 임원 면담은 회의 뒤 온빛타워에서 진행하겠습니다.”

“면담은 내일입니다.”

찬영의 손이 다시 멈췄다.

“오늘 취소된 자리에 옮기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자리는 비우고, 면담은 내일로 옮기라고 했습니다.”

“제가 잘못 이해했습니다.”

찬영은 날짜를 고쳤다. 얼굴보다 귀가 먼저 붉어졌다.

시환은 찬영이 수정한 화면을 받아 확인했다.

“지금 바로잡았으니 됐습니다. 상대에게 보내기 전에 다시 보십시오.”

“예.”

큰 소리가 나지는 않았다.

그래서인지 찬영의 등이 더 반듯해졌다.

나는 화면 아래에 떠 있는 발송 완료 표시를 보고 마우스에서 손을 뗐다.

이 정도면 메일은 갔다.

저쪽은 아직 못 갔다.

▲

찬영이 서류 가방을 닫고 돌아서다가 내 앞에서 멈췄다.

“선배님.”

“네.”

“잠시 질문드려도 되겠습니까.”

나는 규민 팀장을 봤다.

팀장은 자기 자리로 돌아가며 빈 의자를 가리켰다.

“저는 인쇄소에 전화 좀 할게요. 여기 앉으세요.”

찬영은 의자를 바로 당기지 않았다.

“업무에 방해가 되면 나중에 연락드리겠습니다.”

“지금 괜찮아요. 앉으세요.”

나는 책상 끝에 쌓인 견본 자료를 옆으로 옮겼다.

찬영은 가방을 발 옆에 세우고 앉았다. 무릎 위에는 휴대폰를 놓았다.

“변경 사항이 오면 바로 읽습니다. 그런데 기존 일정을 지우는 과정에서 빠지는 게 있습니다.”

“읽은 다음에 바로 수정하세요?”

“이동 중이면 외워 뒀다가 합니다.”

“이동 중에도 외울 필요는 없어요. 확인만 하고, 수정할 때 다시 열어 보면 돼요.”

찬영은 휴대폰의 일정표를 띄웠다.

회의 제목은 자세했다. 참석자도 빠짐없이 들어 있었다. 자료 전달 여부까지 적혀 있었다.

그런데 변경 메시지와 원래 일정이 따로 놀고 있었다.

“기본 일정은 잘 정리하셨네요.”

“감사합니다.”

“다만 읽은 걸 처리한 걸로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찬영이 화면에서 눈을 들었다.

나는 내 다이어리의 오늘 날짜를 펼쳤다. 글벗문구 쪽에 보낼 항목 아래로 작은 빈 칸들이 있었다.

“저는 연락을 읽는 것하고 일정에 반영하는 걸 나눠요. 읽었으면 옆에 점만 찍고, 수정하고 전달까지 끝나면 지워요.”

“수정 여부를 별도로 확인하는 겁니까.”

“네. 지금처럼 일정표를 쓰시면 반영 전인 메시지를 남겨 두셔도 돼요. 안 본 걸로 표시하거나요.”

찬영은 바로 설정을 찾았다.

“처리 전인 것만 남기겠습니다.”

“그리고 날짜를 바꾸라는 건지, 그 시간 자체를 비우라는 건지 헷갈리면 물으세요.”

“대표님께 다시 확인하면 지시를 못 알아들은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까.”

“못 알아들었을 때 확인하는 거니까요.”

찬영의 손이 멈췄다.

나는 말을 덧붙였다.

“다른 일정 잡고 취소하는 것보다는 그 자리에서 한 번 묻는 게 나아요.”

“이해했습니다.”

찬영은 메모 칸을 열었다.

나는 그 화면을 보다가 내 다이어리를 조금 뒤로 당겼다. 거래처 이름까지 보여 줄 필요는 없었다.

찬영도 곧바로 시선을 자기 휴대폰로 내렸다.

“개인 기록을 보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방법만 보시면 돼요. 제 글씨는 저만 알아보는 것도 있어서요.”

“저도 제 글씨는 판독이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의외의 대답이었다.

나는 찬영의 반듯한 자세를 봤다.

“글씨도 반듯하실 줄 알았는데요.”

“빠르게 쓰면 아닙니다.”

“그럼 천천히 쓰세요.”

“시간이 없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기록을 안 하신 거예요?”

찬영은 잠깐 입을 다물었다.

“외우는 편이 빨랐습니다.”

‘빨랐지. 두 번 고칠 때까지는.’

나는 속말을 삼켰다.

찬영은 스스로 일정표를 다시 열어 회의 시간과 면담 날짜를 읽었다. 이번에는 창가 쪽으로 확인을 요청하지 않았다.

변경 메시지와 수정한 내용을 나란히 놓고 비교했다.

그걸 본 뒤에야 나는 의자를 조금 뒤로 뺐다.

▲

은채가 탕비실에서 돌아오다 찬영의 가방을 봤다.

“가방 넘어지겠어요.”

찬영이 손을 뻗었지만 은채가 먼저 가방 손잡이를 잡아 세웠다.

“감사합니다.”

“안에 무거운 거 들었어요?”

“서류와 차가 있습니다.”

“차도 가져오셨어요?”

찬영은 앞주머니에서 티백 봉지를 꺼냈다.

옥수수차였다.

내 손이 저절로 나갔다.

“이건 연하게 우러나는 건데.”

찬영이 봉지를 내려다봤다.

“옥수수차로 준비하라고 하셔서 종류를 확인했습니다.”

“대표님은 볶음이 진한 걸로 드세요.”

말을 하고 나서 입을 다물었다.

은채가 나를 봤다.

찬영도 나를 봤다.

나는 티백을 든 내 손을 봤다.

‘아니. 여기까지. 차 담당은 퇴사했잖아.’

“종류가 여러 개라서요.”

나는 봉지를 돌려줬다.

찬영은 제품 뒷면을 확인했다.

“다 옥수수차라 차이가 없는 줄 알았습니다.”

“맛이 좀 달라요. 사람마다 좋아하는 것도 다르고요.”

“다음에는 진한 볶음으로 준비하겠습니다.”

“잠깐만요. 여기 있는 거 보여 드릴게요.”

결국 나는 일어났다.

은채가 웃으려다 입술을 다물었다.

“저도 같이 볼래요.”

“왜요?”

“제가 또 탕비실을 다 뒤질 수도 있잖아요.”

그건 실제로 있었던 일이었다.

나는 더 묻지 않고 계단으로 갔다.

탕비실 선반에는 내가 월요일에 가져다 놓은 티백이 있었다. 매번 가방에서 꺼내는 것보다 여기 두는 편이 나았다.

찬영은 두 봉지를 나란히 놓고 차이를 확인했다.

“사진 찍어도 되겠습니까.”

“네.”

찬영은 봉지 앞뒤를 찍었다. 은채는 찬영이 가져온 차를 들어 봤다.

“이건 저희 마셔도 돼요?”

“예. 드셔도 됩니다.”

“그럼 잘못 산 건 아니네요.”

찬영은 은채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용도가 변경됐습니다.”

“좋아요. 종이달용으로.”

은채가 찬장 문을 열어 자리를 비웠다.

찬영은 봉지를 놓고 손을 떼기 전에 방향을 한번 맞췄다. 은채가 다시 가져가 마실 때 글자가 보이는 쪽이었다.

나는 진하게 볶은 티백을 꺼내 주려다 멈췄다.

찬영이 먼저 물었다.

“대표님께 지금 차를 드리면 되겠습니까.”

“직접 물어보세요.”

“예?”

“지금 드실 건지는 제가 몰라요.”

찬영은 티백에서 손을 떼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빈손으로 탕비실을 나왔다.

‘확인. 고르는 법까지만.’

▲

사무실에 내려오자 시환이 서류 한 장을 덮고 있었다.

찬영은 책상으로 가서 차를 드실지 물었다. 시환이 고개를 끄덕이자 다시 계단을 올라갔다.

은채도 자기 컵을 가지러 따라갔다.

나는 자리에 앉아 글벗문구에서 온 메일을 열었다. 매장 목록 대신 담당자가 내부 확인 중이라는 답이 왔다.

다이어리에 회신 내용을 적고 있는데 시환이 다가왔다.

책상 사이 통로에서 멈췄다.

“찬영 씨가 많이 물었습니까.”

“일정 바뀔 때 정리하는 방법이요.”

“업무 중이었을 텐데.”

“제가 괜찮다고 했어요.”

시환은 내 책상 위 다이어리를 내려다보지 않았다.

“고맙습니다.”

“저한테 계속 물으면 안 된다고도 말씀해 주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말이 바로 끝났다.

나는 열어 둔 메일을 한번 봤다. 더는 할 말이 없는데 시환이 가지 않아 고개를 들었다.

“다른 것도 있으세요?”

“오늘은 없습니다.”

‘오늘은. 왜 오늘은.’

시환은 창가로 돌아갔다.

나는 매장 목록 요청 옆에 회신 대기라고 적었다.

대기 칸을 하나 더 만들고 싶어지는 게 문제였다.

누구 회신인지도 모르면서.

잠시 뒤 찬영이 차를 가져왔다. 컵을 내려놓은 뒤 서류 가방에서 남은 문서를 꺼냈다.

표지에는 짧은 제목이 있었다.

『사내 규정 안내문』

온빛에서 쓰던 서식이었다.

나는 익숙한 상단 여백을 보고 찬영에게 물었다.

“그것도 검토받으세요?”

“예. 배포 전에 확인받을 부분이 있습니다.”

찬영은 문서의 끝을 맞췄다.

“선배님께 여쭤보니 이해가 됐습니다.”

“일정표요?”

“아닙니다. 대표님이 규정 7조를 직접 쓰셨잖아요. 그래서 더 조심하시는 것 같습니다.”

나는 찬영을 봤다.

찬영은 나를 봤다가 문서를 봤다.

손가락이 종이 끝에서 멈췄다.

“7조가 뭔데요?”

“아.”

처음으로 보고체가 아닌 소리가 나왔다.

“제가 선배님도 아시는 줄 알았습니다.”

“사내 규정은 항목이 많잖아요. 번호만으로는 모르겠는데요.”

찬영은 표지를 덮었다.

“정확한 내용은 제가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안내문인데요?”

“이건 온빛 내부 배포용입니다.”

맞는 말이었다.

나는 온빛 직원이 아니었다.

그 말을 확인하고 나니 내 질문이 종이 위에 잠깐 남았다가 사라지는 것 같았다.

‘아니. 번호만 들었네. 내용 없이.’

찬영은 문서를 가방 쪽으로 당겼다.

“제가 불필요한 말씀을 드렸습니다.”

“괜찮아요. 여기서 그만할게요.”

나는 다이어리를 닫지 않고 펜을 내려놨다.

시환에게 바로 물을 수도 있었다. 몇 걸음만 가면 되는 자리였다.

그런데 찬영이 한 말의 앞뒤를 내가 다 아는 건 아니었다.

나는 매장 목록이 오지 않은 메일로 시선을 돌렸다.

찬영은 창가로 가서 문서를 건넸다. 시환은 표지를 읽고 첫 장을 넘겼다.

둘은 서류에 대해 짧게 말을 나눴다.

내 자리까지 내용은 들리지 않았다.

▲

찬영은 돌아가기 전에 내 책상 옆에 섰다.

“오늘 알려 주신 건 기록했습니다.”

휴대폰 화면에 확인 항목이 나눠져 있었다.

변경 확인. 일정 반영. 관련자 전달.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 두시면 덜 헷갈릴 거예요.”

“다음에는 틀리지 않겠습니다.”

“안 틀리겠다고 생각하면 확인을 안 하게 돼요.”

찬영의 눈이 다시 화면으로 내려갔다.

“다음에도 확인하겠습니다.”

“네. 그게 나아요.”

은채가 자기 책상에서 고개를 들었다.

“차 사진도 확인하세요.”

“기록했습니다.”

“오늘은 3개 고치셨네요.”

찬영은 손가락으로 항목을 짚었다.

“회의 시간, 면담 날짜, 차 종류입니다.”

은채가 웃었다.

“이제 정확하시다.”

찬영의 입가도 아주 조금 움직였다.

이번에는 귀가 붉어지지 않았다.

문 앞에서 찬영이 돌아봤다.

“선배님께 다시 여쭤볼 일이 생기면 먼저 괜찮으신지 묻겠습니다.”

“업무 때문에 막히면 온빛 안에서 먼저 확인하세요.”

“예. 선배님은 지금 종이달 직원이십니다.”

찬영은 그 말을 한 뒤 인사했다.

나는 책상 위 명함집을 한번 만지고 손을 뗐다.

“조심히 가세요.”

계단을 내려가는 구두 소리가 멀어졌다.

은채가 의자를 굴려 내 옆에 왔다.

“저분은 말끝까지 자세가 반듯해요.”

“긴장하셔서 그럴 거예요.”

“대리님 앞에서는 좀 풀리던데요.”

나는 메일 화면을 내렸다.

“세 번 고치고 나면 좀 편해지죠.”

“저도 명함 고치고 편해졌어요.”

“그건 제가 다른 이름이 된 거잖아요.”

“지한 씨가 대신 고생하셨네요.”

나는 웃다가 빈 의자를 원래 자리로 밀었다.

그 자리에 놓였던 안내문은 없었다.

규정 7조.

내용은 모르는데 번호만 남았다.

▲

밤에는 집에서 다이어리를 다시 펼쳤다.

글벗문구 쪽 회신을 정리하고, 내일 규민 팀장에게 확인할 항목을 적었다. 끝난 일 옆에 표시를 하고 덮으려는데 손이 잠깐 멈췄다.

7조를 적을까 하다가 말았다.

내 업무가 아니었다.

내부 규정이었다.

찬영이 말을 멈춘 이유도 알았다.

나는 다이어리를 덮고 휴대폰를 충전기에 꽂았다.

화면이 켜졌다.

사내 메신저에 찬영의 이름이 떠 있었다. 연락해도 괜찮으신지 묻는 짧은 말 다음으로 새 알림이 내려왔다.

미리 보기에 대표님, 금요일, 저녁이라는 말이 보였다.

내가 확인할 일정은 아니었다.

그런데 손가락은 벌써 화면을 열고 있었다.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알고 싶지도. 아니, 조금은.’

『안찬영 비서: 선배님, 대표님이 다음 주 금요일 저녁 일정을 비우라고 하셨는데 이유를 말씀 안 하십니다. 혹시 아십니까.』

(6화 끝)

อ่านหนังสือเล่มนี้ต่อได้ฟรี
สแกนรหัสเพื่อดาวน์โหลดแอป

บทล่าสุด

  • 퇴사 사유: 대표님   40화. 품의서

    나는 알림을 누르고 첨부된 파일이 있는지 확인했다.없었다.‘아니. 품의서라며. 올렸다며.’화면을 조금 내렸다가 다시 올렸다. 결재자 이름도, 기한도 그대로였다. 정작 결재할 서류만 없었다.나는 답장을 쓰려다 손을 멈췄다.확인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어디인지 물으면 대답할 사람이었다.그런데 지금 물으면 잠은 더 못 잘 게 뻔했다.휴대폰를 내려놓고 이불을 당겼다. 잠깐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혼자 이러는 거 좀 억울한데.’나는 옆에 놓인 다이어리를 펼쳤다. 어제 일정의 마지막 줄은 집 앞이었다. 다음 장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손끝으로 빈칸을 눌렀다.토요일 일정은 내가 정하면 됐다.«▲»11월 21일 토요일 아침, 나는 혼자 종이달로 걸어갔다.검정 재킷 위에 외투를 걸쳤다. 가방에는 평소 쓰던 다이어리를 넣었다. 일할 때 쓰는 안경은 두고 왔다.서류 한 장 읽으러 가는 데 안경까지 챙기면 너무 준비한 사람으로 보였다.‘재킷은 입었잖아. 이미 준비했네.’솔숲길은 평일보다 조용했다. 종이달 앞에 도착하자 2층 창가에 불이 켜져 있었다.나는 손목시계를 봤다.8시 40분이었다.계단을 올라가면서 가방 끈을 짧게 잡았다. 사무실 문을 열자 창가 책상에 앉아 있던 시환이 일어났다.셔츠 소매가 걷혀 있었다. 평소처럼.그런데 책상 위에는 노트북도, 온빛 서류도 없었다.“일찍 왔네요.”“서류 확인하러 왔어요.”“네.”시환은 내 자리 쪽으로 눈을 돌렸다.내 책상 위에 결재판이 놓여 있었다. 평일에는 출시 일정과 거래처 주문서가 꽂혀 있던 자리에 오늘은 종이 한 장만 놓여 있었다.나는 가방을 의자에 내려놓았다.외투를 벗어 등받이에 걸고, 결재판 앞에 섰다. 손바닥을 재킷에 한 번 문지른 다음 종이를 들었다.『품의서』『건명: 혼인.』나는 첫 줄 아래에서 멈췄다.‘아니. 예상은 했는데. 이렇게 바로.’시환은 창가 책상 앞에 그대로 서 있었다. 읽었는지 묻지도, 다음 줄을 설명하지도 않았다.나는 종이를 조금 더

  • 퇴사 사유: 대표님   39화. 연차 결재

    나는 출고표를 놓고 시환을 봤다.“3년 만에 내는 연차를 제 생일에 쓰시는 거예요?”“네.”“그날 급한 일이 생기면요?”“담당자가 있습니다.”“전화는요?”“급한 건 받습니다. 나머지는 다음 날입니다.”나는 시환의 책상 위에 놓인 휴대폰를 봤다. 화면이 꺼져 있었다.“저한테도 적용돼요?”“무슨 뜻입니까?”“종이달에서 연락 오면 제가 받아도 되는지요.”“내가 정할 일이 아닙니다.”시환이 내 출고표를 가리켰다.“팀장이 정하면 됩니다.”‘확인. 연차를 내도 팀장이네.’나는 출고표를 파일에 넣었다.“급한 건 받을게요. 나머지는 다음 날로요.”“좋습니다.”시환은 창가 책상으로 돌아가 다이어리를 폈다. 내가 가까이 가자 펼친 쪽을 손으로 가렸다.“업무 서류예요?”“아닙니다.”“그럼 안 볼게요.”나는 가방을 들었다. 시환의 손이 종이 위에서 조금 움직였다. 손바닥 아래로 작은 글씨가 빽빽했다.일정표 같은데.나는 묻지 않고 먼저 계단으로 향했다.«▲»11월 20일 금요일 아침,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을 떴다.침대에서 손부터 뻗었다. 휴대폰를 들고 시간을 확인한 다음, 평소처럼 출고 담당자에게 보낼 말을 생각했다.‘아니. 연차. 오늘 연차.’나는 화면을 내려놓았다.잠을 더 자려고 눈을 감았는데 현관 벨이 울렸다.배송이었다.문 앞 상자에는 내 이름과 남란희의 이름이 나란히 붙어 있었다. 상자를 식탁에 놓고 포장을 열었다. 진하게 볶은 옥수수가 든 봉지와 작은 거름망, 뚜껑이 있는 잔이 들어 있었다.봉지 옆에 접힌 종이가 있었다.『지유 씨, 생일 축하해요. 오늘은 끓이지 말고 얻어 마셔요.』나는 잔을 꺼내 손잡이를 잡아 봤다. 손가락이 편하게 들어갔다.구내식당에서 차를 끓이던 날, 뜨거운 잔을 내려놓느라 손잡이를 자꾸 바꿔 잡았었다. 그때 내 손을 보고 있던 작은 눈이 떠올랐다.휴대폰가 울렸다.엄마였다.영상통화를 받자 화면 아래에서 엄마의 턱이 먼저 나왔다.“엄마. 조금만 위로.”“이만큼?”“너무 위로.

  • 퇴사 사유: 대표님   38화. 면담 기록

    나는 방문 일정표와 시환의 얼굴을 번갈아 봤다.“버릇 설명을 회장님께 맡기신다고요?”“네.”“의장님이 말하면 제가 왜 안 믿는데요?”시환이 종이 모서리에서 손을 완전히 뗐다.“믿고 나면 내가 일을 못 할 것 같아서요.”‘아니. 설명이 하나 더 필요해졌는데.’나는 가방 끈을 어깨에 걸었다.“그럼 다음 주까지는 일하실 수 있겠네요.”“그럴 예정입니다.”시환은 내 책상에 남은 파일을 가리켰다.“이건 꽂아 둡니까?”“제가 할게요. 순서가 있어요.”“알겠습니다.”손을 내밀던 시환이 바로 물러났다. 나는 파일을 서류장에 넣고 문을 닫았다.일정표는 책상 위에 그대로 뒀다.다음 주 수요일.회사 방문 일정 아래에 질문 하나가 더 생겼다. 따로 적지는 않았다.«▲»11월 11일 수요일, 은채가 내 재킷 깃을 보고 손을 들었다.“팀장님. 잠깐만요.”“뭐 묻었어요?”“실이요.”은채는 내 대답을 기다렸다가 깃 끝에 붙은 짧은 실을 떼었다. 검정 재킷 위에 흰 실 하나가 있었다.“됐어요.”“고마워요.”“오늘은 옷을 너무 자주 확인하세요.”나는 손목시계에서 손을 내렸다.‘아니. 시간 확인이었다. 절반은.’“출고 시간 보고 있었어요.”“출고표는 저쪽인데요.”은채가 규민의 책상을 가리켰다. 규민은 배송지 확인을 마친 서류를 들고 일어났다.“창고 먼저 내려가 있을게요. 회장님 오셔도 작업은 그대로 하겠습니다.”“네. 통로만 확인해 주세요.”“상자 치우려고요?”“아뇨. 지나갈 자리요. 나갈 물건을 숨길 필요는 없죠.”규민이 고개를 끄덕이고 내려갔다.채 대표는 작업복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손에 묻은 잉크를 닦았다. 닦다가 멈추더니 손바닥을 나한테 보였다.“이건 안 지워지네.”“그대로 계셔도 돼요.”“의장님도 그랬어요. 그런데 내가 악수하다가 묻힐까 봐.”채 대표는 손수건으로 손가락 끝을 한 번 더 눌렀다.창가에서 시환이 일어났다. 셔츠 소매는 오늘도 걷혀 있었다. 책상에는 읽던 서류가 뒤집혀 놓였고, 옆에는 빈 찻잔

  • 퇴사 사유: 대표님   37화. 재인쇄 발주서

    나는 바뀐 이름을 한 번 더 눌러 봤다. 사진도, 연락처도 그대로였다.토마토 담당만 새로 붙었다.‘아니. 담당 작물은 다 땄는데. 다음 업무는 언제 생기나.’화면을 끄려는데 냉장고에 넣어 둔 잼이 생각났다. 나는 작은 병을 꺼내 뚜껑을 열었다. 어제 조금 기울게 붙은 이름표는 내가 고쳐 놓은 자리에서 잘 붙어 있었다.한 숟가락을 덜어 맛을 봤다.달았다.시환이 붙인 이름표까지 보고 있는 건 맛을 확인하는 데 필요한 절차는 아니었다.‘확인. 업무 아니다.’나는 병을 다시 냉장고에 넣었다.«▲»11월 4일 수요일, 내 책상에는 잼 병 대신 재인쇄 발주서가 놓여 있었다.『도담 다이어리 2차 인쇄. 발주 수량: 1만 부.』규민이 서류 옆에 인쇄소 견적을 내려놓았다.“표지는 초도하고 같은 사양입니다. 모 사장님이 종이 확보해 두셨대요.”“인쇄 들어가기 전에 최종 견본만 다시 볼게요. 은채한테 넘겨 주세요.”“도담 이름이 붙으니까 제가 더 자주 보게 되네요.”규민은 서류의 제품명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나는 검토란에 표시하다가 고개를 들었다.“집에서도 보시잖아요.”“집에 있는 도담은 새벽에도 봅니다.”자리에서 들리던 은채의 웃음이 짧게 끊겼다.“그럼 회사에 있는 도담이 더 얌전하네요.”“여기 있는 도담은 울지는 않으니까요.”나는 발주 수량을 다시 확인했다.초도 1만 2천 부를 보낼 때는 창고를 내려갈 때마다 남은 상자부터 셌다. 이번에는 들어올 상자를 어디에 둘지 먼저 정해야 했다.“창고에 입고 자리도 잡아 주세요. 직거래 출고분하고 글벗 납품분은 섞이지 않게요.”“네. 재주문서 기준으로 나누겠습니다.”규민이 서류를 챙겨 내려갔다. 나는 발주서에 붙일 근거 자료를 순서대로 놓았다. 재주문 집계, 입금 확인, 판매 정산.결재판에 끼우기 전에는 빠진 서류가 없는지 한 번 더 넘겼다.창가에서 시환이 물었다.“인쇄 들어갑니까?”“채 대표님 결재받고요.”“잘됐습니다.”“아직 견본 검수가 남았어요.”“그것도 잘하실 겁니다.”

  • 퇴사 사유: 대표님   36화. 송년 행사 기획안

    “제 생일에 뭘 하시려고요?”시환은 내가 들고 있던 가방을 받아 들지 않고, 계단 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내려가자는 뜻이었다.“일정 짜고 있습니다.”“누가요?”“내가요.”나는 가방 끈을 어깨에 올렸다.“혹시 제가 검토해야 해요?”“그날은 일 안 합니다.”“일정 검토도요?”“안 합니다.”‘아니. 검토 없는 일정이라니. 저 사람 입에서.’시환이 계단 불을 켰다. 나는 먼저 내려가다가 뒤를 돌아봤다.“그럼 그날은 비서 안 해요.”“팀장입니다. 지금도.”발을 헛디딜 뻔했다. 난간을 잡고 아무 일도 없는 척 내려갔다.뒤에서 시환이 말했다.“천천히 가십시오.”“알아요.”‘안다. 계단인 것도. 지금 팀장인 것도.’그런데 저 사람은 내가 자꾸 잊는 쪽만 정확히 짚었다.«▲»10월 23일 금요일, 내 책상에는 생일 일정표 대신 송년 행사 기획안이 놓여 있었다.다음 인쇄를 기다리는 동안 직거래처의 재주문 의사를 확인하고, 온빛몰 문의를 정리하고, 행사까지 준비해야 했다. 연말은 아직 멀었는데 할 일은 먼저 와 있었다.나는 행사 날짜 후보를 적은 서류를 규민에게 건넸다.“창고 출고하고 겹치는 날부터 빼 주세요. 거래처 납품일도요.”“행사는 근무시간 안에 끝내는 쪽으로요?”“네. 참석 못 하는 사람한테 따로 업무를 얹지는 말고요.”규민이 서류 위에 손을 올렸다.“그럼 저는 참석하겠습니다.”“아직 날짜도 안 정했는데요.”“일단 의사 표시부터 하는 겁니다.”은채가 자기 자리에서 고개를 들었다.“저도요. 그리고 장기 자랑은 빼 주세요.”“아직 넣지도 않았어요.”“넣기 전에 말씀드리는 거예요.”나는 기획안의 빈칸을 내려다봤다.『진행 내용』그 아래에는 아직 아무것도 없었다. 종이가 벌써 직원들의 반대를 받았다.‘확인. 빈칸도 조심하자.’창가에서는 채 대표가 토마토를 따고 있었다. 작은 그릇에 마지막 남은 열매를 옮긴 뒤, 옆 화분을 향해 손을 뻗었다가 멈췄다.“의장님, 이것도 따도 돼요?”시환의 곁가지 화분에는 토마

  • 퇴사 사유: 대표님   35화. 완판 보고서

    나는 휴대폰를 내려놓고 집계판의 빈칸에 온빛몰 출고 수량을 적었다.『2,200부』규민이 그 아래에 선을 그었다. 은채는 상품 사진이 제대로 올라갔는지 마지막으로 확인했고, 채 대표는 창고 열쇠를 챙겼다.“월요일에 다 나갈까.”채 대표가 숫자를 보며 말했다.“나가는 만큼 확인하고 보내면 돼요. 아직 주문 안 들어온 수량을 먼저 지우지는 말고요.”나는 집계판 옆에 확인할 항목을 붙였다. 결제 완료, 주문 취소, 출고 대기.‘확인. 할 일은 있다. 걱정은 집에 가서.’가방을 들자 시환이 사무실 불을 하나씩 껐다. 집계판 위의 불은 내가 자리에서 일어난 뒤에 껐다.«▲»10월 12일 월요일, 나는 평소보다 먼저 출근해서 창고 수량부터 확인했다.직거래 주문 상자에는 가게 이름이 붙어 있었다. 그 옆에는 온빛몰로 나갈 물량이 따로 쌓여 있었다.포장 담당 직원이 명단을 가져왔다.“직접 찾으러 오시는 분들도 오늘부터죠?”“네. 약속 시간 적어 뒀어요. 주문서 확인하고 드리면 돼요.”나는 상자 위에 손바닥을 올렸다가 뗐다. 손에 묻은 먼지를 털고 2층으로 올라갔다.은채는 자기 자리에 앉자마자 판매 화면을 열었다.“팀장님, 저 이거 계속 보고 있어도 돼요?”“상품 문의도 같이 봐 주세요.”“네. 그건 제가 만든 거니까 제가 답할게요.”나는 주문 관리 화면을 켰다. 채 대표는 옆에 의자를 가져와 앉았다.시환이 창가 책상에 가방을 내려놓았을 때, 첫 주문 알림이 떴다.8시 40분이었다.채 대표가 내 팔을 잡았다.“들어왔어.”“네. 결제 확인됐어요.”“진짜로?”“지금 여기 보시면 돼요.”나는 화면을 조금 돌렸다. 채 대표는 안경을 썼다가 벗었다가 다시 썼다.은채가 자리에서 고개를 내밀었다.“대표님, 안경 문제 아니에요.”“알아. 나도 알아.”채 대표는 내 팔을 놓았다. 이번에는 자기 무릎 위에 손을 가지런히 올렸다.알림이 다시 떴다.나는 주문서를 내려받고 주소 누락이 있는지 확인했다. 그사이 은채가 문의에 답했고, 규민은

บทอื่นๆ
สำรวจและอ่านนวนิยายดีๆ ได้ฟรี
เข้าถึงนวนิยายดีๆ จำนวนมากได้ฟรีบนแอป GoodNovel ดาวน์โหลดหนังสือที่คุณชอบและอ่านได้ทุกที่ทุกเวลา
อ่านหนังสือฟรีบนแอป
สแกนรหัสเพื่ออ่านบนแอป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