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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젖은 쪽지

作者: 6jay
last update 公開日: 2026-11-01 22:14:19

허리를 굽혀 서의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김 상궁의 가늘게 좁혀진 눈이, 이마에서 눈썹으로, 눈썹에서 눈동자로 내려왔다.

부채 끝에 받쳐진 턱이 조금이라도 떨리면 끝이었다.

"송구하오나 마마, 소인이 넋을 놓고 본 것은 노리개 매듭이옵니다."

"매듭?"

"비취 나비를 엮은 매듭이 풀려 있사옵니다. 귀한 물건이 떨어져 깨질까 저어하다가, 그만 무례를 범하였사옵니다."

정화가 부채를 거두고 다급히 들어 살핀 노리개는, 정말로 매듭 하나가 느슨하게 풀려 있었다.

김 상궁의 눈길도 서의의 얼굴을 떠나 정화의 손끝으로 옮겨 갔다.

어머니가 엮던 오색 매듭은, 엮는 법을 아는 사람이 아니면 다시 묶을 수 없었다.

"……김 상궁, 이것 다시 묶거라."

"예, 마마."

김 상궁이 매듭을 쥐고 이리저리 돌려 보았지만, 매듭은 묶이기는커녕 점점 더 풀려 나갔다.

서의는 고개를 숙인 채, 매듭 하나에 발을 구르는 정화를 곁눈으로 보았다.

아버지가 소실에게서 얻은 딸.

5살에 이 집 대문을 넘던 날, 낯을 가려 기둥 뒤에서 울던 아이의 손을 먼저 잡아 준 것이 그녀였다.

이제 내가 네 언니야.

무서운 거 있으면 언니한테 와.

어머니는 그 아이를 친딸처럼 품었다.

그 손을 잡아 준 값이, 이것이었다.

"됐다, 놔두거라!"

정화가 김 상궁의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 이 시체는 실족한 것이니 그리 처리하거라. 아침부터 재수 없게."

"마마, 이 궁녀는 실족한 것이 아니옵니다."

서의가 순덕의 손목을 들어 보였다.

"양 손목에 결박 자국이 있고, 입안이 찢겨 있사옵니다. 누군가 손을 묶고 억지로 독을 먹인 뒤 물에-"

- "닥치거라!"

정화가 내던진 부채가 서의의 이마를 맞고 흙바닥에 나뒹굴었다.

부챗살 끝이 긁고 간 자리에서 피가 한 줄기 배어 나왔지만, 서의는 닦지 않았다.

"어전 전속이라니 눈에 뵈는 게 없느냐? 전하께서 우물가 시체 하나 보라 하신 것이지, 궐 안의 시체를 네 마음대로 주무르라 하신 줄 아느냐!"

"변사한 시신은 검험을 거치지 않고는 묻지 못하는 것이 국법이옵니다."

서의의 목소리가 뒤뜰 끝까지 또렷하게 울렸다.

"마마께서 실족이라 하셔도, 검험관이 적지 않으면 이 궁녀는 무덤에 들어가지 못하옵니다."

정화의 입이 열렸다가, 소리 없이 닫혔다.

부채를 잃은 빈손이 허공에서 주먹을 쥐었다 폈다.

"중, 중전마마! 전하의 분부를 전하옵니다!"

뒤뜰 입구로 복내관이 허리를 짚고 헐떡이며 들어섰다.

"오늘부터 궐 안에서 일어나는 변사는 모두 어전 검시 의녀가 살피고, 그 검안서는 전하께 곧장 올리라 하셨사옵니다."

"……언제?"

"방금 하신 분부이옵니다. 소인이 뛰어오느라 숨이 좀 찼사옵니다만."

복내관이 이마에 피를 묻힌 서의와 바닥에 떨어진 부채를 차례로 보더니, 눈을 끔뻑였다.

"……헌데 소인이 괜히 뛰어온 듯하옵니다만."

이어 정화를 향해 공손히 허리를 숙이는데, 공손해서 더 얄미운 인사였다.

"이, 이……!"

정화의 목소리가 끝을 맺지 못했다.

"중전마마께서 저리 체면을……."

"입 조심해!"

정화가 바닥의 부채도 줍지 않은 채 치맛자락을 휘날리며 뒤뜰을 빠져나가자, 김 상궁이 서의를 한 번 노려보고 그 뒤를 따랐다.

멀어지는 정화의 허리에서, 풀린 매듭이 걸음마다 덜렁거렸다.

어머니의 노리개는 오늘 하루를 버티지 못하고 어딘가에 떨어질지도 몰랐다.

그래도 좋았다.

동생의 허리에 단단히 매여 있는 것보다는, 차라리 길바닥에 떨어지는 편이 나았다.

복내관이 허리를 두드리며 서의 곁으로 다가왔다.

"전하께서 아침 수라도 물리시고 그 분부부터 내리셨네. 소주방 궁녀가 죽었다는 기별을 듣자마자."

"……예."

"무슨 일인지 원. 이 늙은 허리가 요 며칠 남아나질 않는구먼."

복내관이 혀를 차며 돌아섰다.

아침 수라를 물릴 만큼 급한 일이 소주방 궁녀 하나의 죽음이었을 리 없었지만, 서의는 그 생각을 끝까지 따라가지 않았다.

"순덕은 이 소주방에 얼마나 있었느냐."

서의의 물음에 연이가 눈물을 닦으며 곁의 소주방 궁녀들을 둘러보았다.

나이 지긋한 궁녀 하나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여기 온 지는 2년 됐지요. 그 전엔……."

"그 전엔?"

"중궁전 소주방에 있었어요. 폐비 마마 계실 적에요."

나이 든 궁녀가 주위를 살피며 목소리를 낮췄다.

"그런데 요 몇 달, 10일에 한 번꼴로 약재 심부름 출궁 패를 받아 나갔다가 이튿날 해 질 녘에야 들어왔어요. 신발이며 버선에 흙을 잔뜩 묻혀서요. 누가 그 패를 내줬는지는 아무도 몰라요."

"어디를 다녀오는지 말하던가요?"

"아니요. 물으면 웃기만 했지요. 착한 일 하러 간다고."

복례는 중궁전 약방.

순덕은 중궁전 소주방.

그해 가을 중궁전에서 보약을 달이고 밥을 짓던 손들이, 하나씩 식어 가고 있었다.

'그날 거기 있던 사람들은 다 조심하라고.'

복례가 남긴 말이 그제야 제 무게로 가슴에 내려앉았다.

서의는 순덕의 왼손 손톱 밑에서 살점을 조심스레 긁어내, 기름종이에 싸 소매 깊숙이 넣었다.

이 궐에서 증좌가 하룻밤을 넘기는 일은 드물었다.

그러고는 들어 올린 순덕의 오른손은, 주먹이 단단히 쥐어진 채 굳어 있었다.

죽기 직전 무언가를 움켜쥐면, 그 손은 쉽게 펴지지 않는다.

"연이야, 따뜻한 물 한 바가지."

연이가 떠 온 물에 무명천을 적셔, 굳은 주먹을 감싸 녹였다.

바가지를 받쳐 든 연이의 손이 떨릴 때마다, 떨어진 눈물이 바가지 물 위에 작은 동그라미를 그렸다.

"순덕 언니, 손 펴 줘요. 스승님이 다 들어 주실 거예요."

엄지가 풀리고, 검지가 풀리고, 마침내 손바닥이 열렸다.

그 안에서 물에 젖어 흐물흐물해진 종이 한 조각이 나왔다.

숨을 죽이고 손바닥 위에 펼친 종이에는, 먹이 번져 반쯤 지워진 언문 몇 자가 남아 있었다.

복례의 쪽지처럼, 글을 겨우 깨친 사람이 꾹꾹 눌러쓴 글씨였다.

"그날…… 약을……."

떨리는 목소리로 읽어 내려가던 연이가 멈췄다.

종이는 거기서 찢겨 나가 있었다.

찢긴 자리를 손끝으로 더듬어 보니, 번진 먹물이 뜯겨 나간 가장자리까지 스며들어 있었다.

물에 잠기기 전에, 누군가 순덕의 손에서 억지로 잡아 뜯어 간 것이다.

그다음 글자는, 순덕이 끝까지 쥐고 있지 못한 나머지 반쪽에 있었다.

그리고 그 반쪽은 지금, 순덕을 죽인 자의 손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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